즐겨보는 밀리터리 예능 진짜 사나이, 과거 우리는 동작그만이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웃음끼 가득한 군 예능을 접한 적이 있다. 리얼과 예능이 접목한 것이 동작그만과 진짜 사나이의 다른점이자 차별점이다. 사실 군대를 갔다온 남자라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추억에 젖은 고생담을 되새겨 보는건 색다른 맛이 나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 너무 예능스럽게 다룬다. 군대를 너무 미학적으로 표현한다. 군대문화를 너무 가볍게 다룬다식의 의견도 많지만 이건 이 프로그램의 본질을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의 주체와 제작은 MBC 라는 민간방송국이 담당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국방부가 기획한 것으로 사실상 군방송과 다르지 않다. 기획의 의도와 그에 따른 효과를 비교해 본다면 사실 이 프로그램은 거의 만점에 가까울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은 민간인들이 군문화를 체험하고 즐기면서 가볍게(?) 군생활을 한다는 측면으로 보지만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이 방송은 민간인을 활용해 군문화와 군생활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를 위해 마련한 군사기획으로 과거 군인들이 엘리트 집단으로 표방되었을 때 왜 군인이 엘리트이고 엘리트로 인정 받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단박에 해소해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기획력과 짜임새, 그리고 민간과 협력하여 만들어 예능을 선두로 앞세워 목적을 달성하는 건 병법의 하나로서 가히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 (군대를 다녀온 성인 남자과 군대를 모르는 대부분의 여자들) 은 단순하게 생각하게 된다. 예능으로 보게 되고 예능으로 즐겨본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군 기획력에 의해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방송으로 군 입대전 제1국민역과 여군 관련 모병 모집 활용, 간부 양성과 군문화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것이 최우선으로 거의 대부분은 어느정도 효과를 보았다고 봐야 한다. 여군특집을 통해 부사관과 장교에 대한 메리트를 부각시킴으로서 능력좋고 열의가 가득한 여성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군대를 새롭게 인식하고 바라보게 만들며 지원토록 유도한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으로 이 방송이 있고 없고 전후에 따라 간부지원 및 여군지원의 비율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기획력이나 군사정책의 한 방법으로서 활용가치도 높고 효과도 많이 낸 좋은 성과물이 아닌가 싶다.
특히 새롭게 생겼거나 바뀐 새로운 군문화와 제도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홍보 역활을 확실히 수행함으로서 군 입영 대상자는 물론 가족들과 주변인들에게도 다량의 정보를 제공하는 충실한 길잡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은게 진짜 사나이의 매력
훈련병이나 갓 이등병 시절에는 호송버스의 차창 밖을 보는게 정말 큰 감동이 되기도 한다. TMO와 같은 군열차를 이용할때도 마찬가지다. 사실 대부분의 훈련병이나 이등병은 자동차 창문 밖을 보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그 계급에 맞는 그 계급에 어울리는 신분상의 제약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정식 계급장을 달기 전의 훈련병 (후보생과 같은 간부양성 과정은 제외) 이라면 인솔간부 및 인솔사병 (보통 이 경우도 조교로 통한다) 이 버스안이나 기차안에서 차장 밖을 보지 못하게 막는게 많기 때문이다.
시선은 정면!
창밖은 보지 않는다!
잠을 자거나 눈을 감지 않는다!
시선은 정면!
보통 이런식으로 명령하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미쳤거나 똘끼 충만한 별명을 가진 선생님은 꼭 있게 마련이다. 군대도 똑같다. 훈련부대 자체는 군사학교로서 교관과 조교는 훈련병에게 선생님과 같다. 그래서 조교마다 애칭(별명)이 하나씩은 꼭 있기 마련이다. 99%는 나쁜 표현이지만 간혹 좋은 표현의 조교나 교관도 있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건 조교는 악랄하고 못될 수록 능력이 있고 나중에 결과적으로도 인정 받으며 훈련병에게서조차 인기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는 욕을 먹을지언정 그것이 훈련병 당사자에게는 더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1%의 좋은 의미를 가진 별명의 교관과 조교들은 오히려 무능력 대우를 교관과 조교 동기간에 받는 경우가 많다. 조교는 고통을 주고 힘들게 하라고 있는 것이지 어루만지고 보살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상급자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립을 하기 위한 표현이지 교육자가 쉽게 보이고 허술해 보이면 교육 자체가 되지 않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군대에서 은근히 많이 듣는 말 - 너만 힘들어? 본인만 힘들어?
별거 아닌 듯 해도 사실 굉장히 멋진 말이다. 군대라는 것이 개인이 아닌 단체로 만들어져 있고 단체생활이 메인이기 때문에 개인이 힘든건 중요치 않다. 그 개인의 역량으로 부대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전우의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만 힘들어? 우리 모두 다 힘들어! 혼자서만 죽는 소리 하지말고 버텨! 다른 사람들도 다 견디고 버티고 있어, 말을 안할 뿐이야!
듣는 당시에는 고통스러운 말이지만 이것만큼 사실 좋은 말도 없다.
사실 교관이나 조교는 어미새에 가깝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말라는 저 표현. 사실 내가 꽤 자주 썼던 말이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말라고 하는 것도 말투나 억양에 따라 감정표현이 확 달라진다. 단호하게! 절도있게! 간결하게! 그리고 힘차게!
약한 모습 보이지 마라! 라고 할 때는 듣는 상대방도 이를 악물게 된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마! 라고 하는것과 약한 모습 보이지 마라! 라고 하는것은 작은 차이가 있다. 전자는 다그치는 말이고 후자는 조언하는 의미가 강하다. 악을 쓰며 호통을 치는것과 다부지게 설명하는 것 역시 다른점이다. 여군특집 교관처럼 낮은 톤으로 단호하게 하되 차분하게 말하는게 바로 호통과 다른 점이다. 그렇게 하는게 정석이고 상대방을 잘 자극하는 포인트가 된다.
여러분은 병사가 아니라 간부다.
부사관 이상 간부들이라면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이것은 계급이나 지위, 신분을 말하는게 아니다. 책임자로서 리더로서 그에 걸맞는 행동과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오히려 잘못 이해해 난 간부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그건 멍청이도 상멍충이가 따로 없다. 초군반을 경험했던 나로서 당시 직속 교관 (군무원5급과 육사출신 대위 총 2명) 들이 간부반에서 심심치않게 내던진 말도 바로 이 표현이었다.
너희들은 병사가 아니다. 간부다. 그에 따른 책임과 행동은 본인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다. 모범을 보이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라!
사실 이건 우리나라 전체 공직사회, 공무원 사회에서도 조금 필요하다고 본다. "여러분은 일반인이 아니라 공무원이다" 이렇게 말이다. 시민과 민중을 위해 나를 버리고 모두를 우선시해야 하며 책임감을 갖고 리더로서 모범을 갖어야 한다고 말이다.
막상 군대 갔다온 사람들 (여군들이나 남군들이나 진짜 사나이 출연진들 보면 막상 후회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 공감하는게 군대에서 많이 듣는 여러가지 말들이다. 당시에는 고통스럽고 질타하는 훈계라고만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인생에서 가장 많이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더 많다. 누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적이 있던가? 누가 나에게 그렇게 신경을 써 준적이 있던가? 조금이라도 힘들면 놔버리고 조금이라도 지치면 가족조차 도와주는게 보편적인데 여기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자명하다.
나의 실수가 우리 모두를 곤경에 빠트리게 한다. 군대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게 안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회가 어지럽고 복잡할수록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성적을 우선시하는 학교문화, 남들보다 앞서야 하는 우월주의에 빠져 모르면서도 아는척하기 좋은 세상이다. 군대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많이 듣는 것 중 하나가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이다. 군대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신문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도 아는척을 하는 입대자들이 꽤 많다. 심지어 대놓고 이건 아닌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교관이나 조교의 개인역량 부분이라면 모르겠지만 제도나 훈련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로 겪어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아닌건 없다. 본인이 아니라고 우길 뿐이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이고 생활이기 때문에 군대에서는 모르는게 정답이고 맞다. 그래서 모르면 모른다고 답하고 배워야 한다.
그래도 끝까지 모른다고 답하지 않고 버티는 종자들이 있다. 실수는 용납해도 나태는 용납하지 않듯이 배우고 숙지하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을 모른다면 혼이 나야하지만 반드시 숙지해야 할 것과 당시에만 알면 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게 상책이고 현명한 대처다.
정말 꽤 건조한 감정표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나 역시 인생의 상당부분은 군대에서 다 웃어버리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사람은 신기하게도 너무 힘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웃음이 터지고 재미를 느낀다. 특히 여럿이 함께 하는 경우에는 더 심하다. 군가를 배울 때도 그렇고 제식훈련을 할 때도 그렇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앉아번호!를 하면서 빵터진 경우도 꽤 많다.
여자들이 남자들의 군생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재미없다고 말하기 쉽지만 남자들이 군대꽃을 피우며 설전을 하는 건 생각보다 그 안에서 웃음꽃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걸로 배꼽잡고 웃게 만드는게 군대다. 우리가 학교에서도 엄청나게 긴장하거나 혼이 날때 웃음이 터지면 더 참기 힘들고 더 웃음이 터지듯 군대 자체가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이기 때문에 웃음을 보이면 안되는 곳이라 웃음코드는 더 강할 수 밖에 없다.
이빨 보이지 않습니다. 하얀색(치아) 보이지 않습니다. 치아 보이지 않습니다. 웃지 않습니다. 웃음 보이지 않습니다. 미소 짓지 않습니다. 등등 웃음과 관련한 멘트는 무궁무궁하다. 재미있는건 이런 조교의 훈계를 들으면 그 때 더 웃음이 배가 된다는 것이다. 참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유전이 터지듯 웃음꽃을 만개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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