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위문편지로 보는 옛 시절의 추억속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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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위문편지로 보는 옛 시절의 추억속 편지

by 깨알석사 2015.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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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전화가 일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조차 쉽게 할 수 없는 곳이 군대다. 그런 군대에서 유일한 통신수단이자 연락수단은 편지다. 전화는 횟수의 제한과 시간의 제한이 있지만 편지는 제한이 없는 것도 강점이다. 무엇보다 전화는 한번 듣고 사라지는 음성이지만 편지는 두고두고 볼 수 있고 글쓴이의 글자와 편지, 그리고 체취까지 느낄 수 있어서 매력도가 높다.

 

 

군인들이 제일 기다리는 건 아무래도 연인이 보낸 연애편지, 하지만 막상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며 내가 드디어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실감하는 건 부모님의 편지를 받고 나서다. 군대에서 부모님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감동과 전율, 그리고 애틋한 감정은 절대 잊지 못 할 것이다. 

 

 

 

 

편지라는 건 예고가 없어서 좋다. 기대하지 않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서 갑자기 날라온 편지 한통은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즐거운 일이다. 친구들의 편지도 좋고 가족들의 편지도 좋다. 남군들에게는 아버지의 편지가 제일 큰 선물이고 여군들에게는 엄마의 편지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갓 이등병이 겁 없이 내무실에서 편지를 보다가 발각되더라도 누구한테 온 거냐는 질문에 "아버지" 또는 "어머니"라는 말이 튀어나오면 편지를 계속 읽게 해주는게 선임들의 마음으로 부모님 편지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자녀도 울게 만들고 부모님과 사이가 매우 안좋은 자녀도 울게 만들어 버리는게 군대에서 받는 부모님의 편지다. 세상에 내던져 지내면서 철이 들게 되는데 연인의 편지가 꿀처럼 달콤하고 기다려진다면 부모님의 편지는 약처럼 쓰면서도 사무치게 보고싶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함께 지냈던 내무반원들은 어머니의 편지를 받을 때는 큰 변화가 없는데 유독 아버지의 편지를 받으면 우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같은 남자이면서 서로 대화를 할 시간도 더 적고 감정표현이나 사이가 더 소원할 수 밖에 없는 사회문화에서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 진심어린 아버지의 마음을 보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훈련병에서 교육생 신분으로 바뀌고 후반기 교육을 받을 당시 교육부대에서 처음으로 전화를 걸게 해준 날이 있었다. 지금은 훈련병도 전화를 하게 해주고 심지어 면회도 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자대배치를 받고 100일 휴가를 나가기 전까지는 일절 사회와 단절 시키는게 예사였다. 이등병의 첫 휴가를 백일휴가로 부르고 백일째 되는 날 주는 것도 사회물을 빼는 것은 물론 사회와 연관지을 수 있는 것들을 제외시키기 위함인데 결과적으로 종합해보면 과거의 방식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다. 툭하면 엄마한테 전화하고 툭하면 용돈 보내달라고 전화하는 요즘 훈련병이나 이등병보다는 훨씬 의젓하고 어른스러울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반응도 확연히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군대 들어간지 한달쯤 지나서 전화가 오고 면회가 가능하다면 사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방학을 맞아 먼 친척집에서 방학기간 내내 지난것과 다르지 않다. 과거 방식처럼 한달에서 두달 정도 사회와 연락을 일절 끊고 (편지서신은 가능) 훈련에만 열중하다가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 전화 통화 한 두번 정도 하게 해주고 (사실 이 때도 새로운 생활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단절하는게 맞다. 다만 정식으로 배치를 받았기에 안부를 위해서 전화연결은 당연히 필수다) 3개월이 지나야 첫 휴가를 정식으로 받아 나갈 수 있기에 거의 반년만에 보게 되는 자식의 얼굴은 상상 이상으로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사람은 목소리도 얼굴도 자주 접하지 못해야 더 애절하고 간절한 법이다. 잘 지낸다는 편지 한통만으로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편지마저 없다면 그건 오히려 안좋다) 편지로나마 군대에 간 자녀도 버티고 집에 있는 가족들도 버티다가 반년만에 서로 얼굴을 보고 만나야 정이 더 애틋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한달에 한번 통화를 하고 면회를 한다면 아들의 변화된 모습을 쉽게 눈치채기 어렵고 공감하기 어렵다. 목소리도 변하고 말투도 변하고 행동도 변한 것을 한눈에 알아보려면 어느정도 서로가 외부적인 모습은 단절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이 더 듬직해 보이는 법 

 

 

 

 

군인은 절대 울지 않는다는 이 명제는 많은 군인들이 쓰는 말이다.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운다는 말과 유사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군인이 울어도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부모님의 편지다. 나는 천명 가까운 아기새들을 키우면서 비가 오는날이면 훈련을 잠깐 정지시키고 다 같이 둘러앉아 사색을 즐기기도 했는데 그 때 부모님의 편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곤 했다. 너희들이 연인들의 편지를 받고 웃음을 짓게 되지만 부모님의 편지를 받고서는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하면, 아이러니하게 부모님 말만 나왔음에도 벌써부터 눈가가 촉촉하게 젖는 녀석들이 꼭 나온다.

 

 

 

 

특히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녀석들은 부모님의 이름과 꾸불꾸불한 편지 겉봉투의 글씨를 보고 심장이 멎을 것이라고 예고를 하면 다들 긴장하는 눈빛들이 역력하다. 연인의 편지는 한번보고 두번까지는 되새겨봐도 부모님의 편지는 두고두고 보게 될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떨구는 녀석들이 꽤 많았다. 부모님과 사이가 안좋은 자녀일수록 기대하지 않은 부모님의 편지 한통은 순식간에 철 없는 아이에서 철 든 어른으로 바꾸어 버린다. 아버지가 남긴 보고싶다 라는 문장 하나만 있어도 왈칵 눈물 짓는게 바로 군인이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거의 없어도 사랑이 충만한 애정 표현이 많은 곳이 역시 군대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아들아 사랑한다. 여보야 사랑해, 자기야 사랑해, 아빠 사랑해. 사랑 표현에 인색하던 사람도 애정 표현을 마구마구 쏟아지게 하는 곳이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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