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씹다가 잠든 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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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오징어 씹다가 잠든 민짱

by 깨알석사 201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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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는 늦은 밤 퇴근을 했고 몹시 피곤하다 했다. 평소에도 많이 지쳐있다고 느꼈기에 늦게 퇴근하면 데려다 줄려고 생각은 했지만 그날 유독 더 힘들어 했다. 버스 타는 것마저 힘들어 할까봐 데려다 주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 회사로 향했다.

반가워하며 조수석에 탄 그녀는 이내 피곤하다며 투정을 부렸다. 체력적으로 몸이 딸리는 것 같아 보양식 좀 챙겨 줄 생각에 도가니탕 먹으러 갈래? 라고 물으니 잠깐 고민하다 그래~라고 OK 사인을 보낸다. 마침 내일은 그녀에게 휴무일이라 출근 부담도 없다.

내가 도가니를 생각한 건 단순했다. 밤 11시에 가까운 늦은 밤이었고 갈 만한 식당은 김밥천국 정도, 그 외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야 하는데 뼈다귀 해장국이나 감자탕, 순대국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머리속에 생각난 것이 설렁탕이었는데 마침 맛있게 먹은 설렁탕집의 도가니가 생각나 추천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린 고급진 도가니 메뉴를 시켜 먹었다. 생각보다 그녀는 맛있게 잘 먹었다. 쫀득쫀득한 맛에 그녀도 나름 흡족해 했다. 한참 배불리 먹고 나오니 다시 집으러 바래다 주어야 하는데 둘 다 아쉽긴 마찬가지, 바로 헤어지자니 뭔가 아쉽고 그렇다고 더 놀자니 그녀가 피곤해 하고, 그녀 역시 피곤하면서도 헤어지는 건 아쉬움이 컸는지 드라이브나 하다 돌아가자고 말했다.

한참 드라이브를 하던 중 그녀가 내일 마침 휴무라 무심결에 툭 던진 말이 "우리 동해 바다 보러갈까?" 순간 꿈벅꿈벅 무거운 눈꺼풀과 한참 싸움을 하던 그녀가 오? 좋아! 를 외쳤다. 정말? 이라고 되묻자 그녀는 오랜만에 동해 보러 가는거라면 운전하는 사람이 힘들지 자신은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무작정 순간적으로 우린 동해 바다로 떠났다.

여친은 어머니에게 오빠랑 동해 바다 보러 간다고 통보를 했다. 아마 내일 휴무라서 엄마가 자취방에 찾아 올까봐 미리 연락을 드린 것 같았다. 재밌게 잘 놀다오라는 말을 듣고 여친은 정말 뿅~하고 스르륵 잠들었다. 따뜻한 밥에 노곤함까지 밀려오니 그대로 잠이 든 것이다.

깰까봐 난 음악을 껐다. 창문 사이로 소음이 날까봐 창문을 꼭 닫고 외기 순환으로 내부 조절을 했다. 에어컨과 히터로 최적의 타이밍 습도 조절을 해줬다. 중간에 휴게소가 몇 개 있었지만 갈 수 없었다. 워낙 곤히 자는 모습을 보았기에 중간에 깨우기가 미안했다. 그러다 결국 나에게 작은 녀석의 신호가 왔고 화장실 때문에 결국 난 휴게소행을 택해야 했다. 결국 휴게소에 도착해 그녀를 깨웠다. 도가니와 함께 설렁탕 국물도 워낙 많이 마신 상태라 이왕 휴게소 들렀을 때 휴게소에 가는게 여러모로 안전, 그녀에게 "쉬 하고 또 자세요"라는 말을 하자 냉큼 일어나 옛썰! 하곤 뒤뚱뒤뚱 화장실로 향해 걸어갔다. 

나는 휴게소 안쪽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샀다. 잠에서 깼으니 아무래도 먹거리가 땡길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잔뜩 사가지고 오니 역시 반응이 좋다. 몇 가지 감자튀김과 꼬치, 과자 등을 먹고 출발을 했다. 중간에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구이를 조금씩 찢어 먹어가며 운전했다. (그 왜 있지 않은가, 기름칠 한 오징어 버터구이 같은 녀석, 미끈미끈 기름 때문에 손가락 빨게 되는 오징어구이)

하나를 쭉 찢어 건네주니 무척 맛있게 먹는다. 한참 질겅질겅 씹다가 이거 오늘 유독 맛있네 하고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했는데 대꾸가 없다. 혼잣말로 들었나보다 생각해 이거 맛있지? 라고 물으니 역시 대답이 없다. 순간 조수석을 바라보니...그녀가 잠들어 있었다. 방금 1분전까지 활기 찼던 모습이었는데 다시 수면모드 작동, 그렇게 깊은 딥슬림을 바로 할 줄 몰랐다.

더욱 놀란 건 자는 모습, 아래 모습처럼 자고 있었는데 날 웃기게 만든 건 따로 있다.

내가 준 오징어를 다 먹지 않고 입에 물고 그대로 자버렸다. 중간까지는 잘 먹다가 결국 먹다 지쳐 잠이 든 케이스였는데 너무 웃겨 운전이 되지 않을 정도, 깰까봐 입 틀어 막고 웃으며 운전했다. 더욱 놀라운 건 오징어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입에 물고 있지만 꼬물꼬물 살짝 씹어가며 자고 있었다. 저러다 목 꺽어지겠다 싶을 정도로 완전 고개가 젖혀 위 사진의 아이처럼 얼굴이 아예 위를 보고 잘 정도인데 입에 물린 오징어 쪼가리가 계속 나불나불 움직인다.

한참을 가다 저라다 목구멍에 걸리면 어쩌나 싶어 살짝 다리를 흔들어줬다. 살짝 고개를 들어 잉? 쳐다보던 그녀는 오징어를 다시 이내 질겅질겅 씹었다. 먹다가 잔겨? 라고 물으니 자기도 웃겼는지 어이없어 했다. 많이 피곤한가봐 뱉고 그만 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야, 마저 먹고 잘래 하고 오징어를 먹었다.

그래? 라고 한 순간!!! 쳐다보니 벌써 자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오징어는 여전히 씹지 않고 물린 상태, 그렇게 난 한참 뒤에 조심스럽게 물린 오징어를 빼 내가 먹었다. 나중에는 코까지 골며 제대로 잤다.

동해 바다에 도착했다. 아침이다. 정동진역과 앞 해변을 거닐다 주변에 일찍 연 가게가 노점상처럼 생긴 분식집 밖에 없어 분식을 먹는다. 전날 남긴 튀김들과 떡볶이인지 맛이 없고 많이 굳었다. 즐겁게 동해 경치와 산책을 즐기다 우린 오전에 다시 귀환을 했고 중간 휴게소에 들러 맛있는 식사를 했다. 집에 바래다주고 이불을 펴주자 이내 또 잠든다.

그날 밤 하루 종일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다. 오후가 되고 저녁이 되고 자정을 넘어 새벽이 되자 문자 하나가 들어온다. 지금까지 쭉, 논스톱으로 뻗었다고 ㅎㅎ....동해 말고 그냥 집에 가서 푹 자게 했어야 하는데 괜히 데이트를 하려고 무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덕에 재미있는 오징어 장면을 추억속에 담게 되었지만 옆에서 자더라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역대 내 기억속에 가장 즐겁고 웃기고 재미있던 건 바로 이 오징어 장면이다. 먹다 지쳐 잠이 든 것도 처음 봤지만 자면서 먹는 걸 본 것도 처음인지라 굉장히 인상 깊었던 그녀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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