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 않게 식당 비스무리한 것을 해본 깨알박사의 음식 탐구생활
식당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을 집에서 따라하면 그 맛이 안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레시피를 똑같이 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실력을 탓한다. 식당에서 조리되는 음식과 가정에서 조리해 먹는 음식은 똑같을 수가 없다. 음식 레시피가 중요한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식당과 같은 조리 환경에서는 똑같은 맛을 낼 수가 있다. 물론 레시피만 훌륭하면 최대한 비슷한 맛을 낼수는 있지만 조리 솜씨가 없는 상황이라면 조리 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당에는 3요소가 있다. 이 3요소는 가정에서 갖추기 힘들다. 이 3요소가 없기 때문에 식당과 동일한 맛을 내기 어렵다. 왜 레스토랑 레시피대로 따라했어도 같은 맛이 안나는지 알아보자.
첫번째. 불맛! 식당은 가정용 가스렌지를 쓰지 않는다. 음식에 있어 문화와 인종을 따지지 않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불맛이다. 불맛은 중화요리에서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나라의 모든 음식은 볶거나 지지거나 삶거나 데치거나 튀기거나....불을 쓰는 조리법이 들어가면 불맛이 모두 포함된다. 식당의 화력이 다르다. 중화요리에서 짜장면 소스를 볶는 모습을 보여줄 때면 불꽃이 솥 위까지 치솟아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레스토랑 주방에 가서 봐도 불꽃의 양과 화력이 다르다. 식당은 가스 화력이 높다. 불이 강할수록 맛있다. 강한 불에 짧게 하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가정에서는 불이 약하고 힘도 약하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같은 3구라고 해도 가정용 3구 렌지와 식당용 3구 렌지는 엄연히 다르다. 촛불 10개위에 라면물을 올리고 라면을 끓이는 것과 가스렌지 버너에서 라면물을 끓이는 것에 차이가 나고 맛에도 영향을 준다. 그것과 같다.
두번째가 재료다. 같은 레시피라고 해도 식당에 들어오는 재료와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재료는 같지 않다. 업소용, 납품용, 도매용이라 불리우는 식재료가 따로 있으며 업소용 식자재는 신선도도 다르다. 소스의 경우에도 완제품이 있고 반제품이 있는데 업소용에는 기본적인 조미료가 들어가 있는 상태라서 화학조미료를 주방장이 쓰지 않는다고 해도 시판용 소스에는 조미료가 들어가 있어서 식당용 소스는 조미료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양념이 같아도 조미료가 다르기 때문에 식당 맛을 따라가기 어렵다.
24시간 김밥집에서 수십가지 메뉴가 5분안에 나오는 것도 업소용 식자재가 있어서다. 의외로 반제품 제품이 많아서 재료 하나하나를 모두 따로 분리하지 않고 조리가 반 이상 되어 납품되는 식자재가 더 많다. 집에서 치즈 돈까스, 김밥 한줄, 김치 볶음밥 하나라도 비슷하게 해서 먹으려면 족히 30분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같은 레시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식당에서 쓰는 재료와 가정에서 쓰는 재료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그 맛이 안난다.
세번째 이자 마자믹 차이는 레시피다. 식당은 정해진 레시피가 있어서 규격이 정해져 있다. 항상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이 아닌 맛에 치중한 레시피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가정에서는 만드는 사람의 입맛, 컨디션, 기분에 따라 조리법에 영향을 끼친다. 정해진 레시피가 없고 있어도 눈 대중, 손 대중으로 대충하는게 더 많다. 맛을 봐가며 양념을 추가할 것인지 뺄 것인지 고민하지만 식당은 정해진대로만 하기 때문에 맛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식당에서는 만드는 사람이 레시피를 봐가며 따로 하지 않을 정도로 숙련되어 있지만 가정에서는 처음 만들어 보거나 익숙하지 않기에 조리과정에 있어 조리시간이 초과되거나 조리 포인트를 놓치기 쉽다. 레시피가 알려준 대로 시간 조절을 한다고 해도 전문가가 직접 눈과 맛으로 체크하는 것과 시간만 따지는 것도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먹는 환경이 다른것도 큰 이유다. 레스토랑과 같은 식당, 사람들이 많은 맛집에서 먹는 것과 집에서 먹는 것은 차이가 크다. 사람은 입으로만 먹지 않고 눈과 귀로도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음식을 먹을 때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라면도 야외에서 추울 때 먹는 것과 집에서 그냥 먹는것과 차이가 크다. 먹는 환경이 주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맛이 없는 것도 환경에 따라 맛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놓치기 쉬운 것 중하는 배고픔이다. 식당은 배고픔을 전제로 찾아가는 곳이지만 가정식은 배고픔이 꼭 전제되지 않아도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배고플 때 먹는것과 배가 덜 고플 때 먹는 것도 영향을 받는다. 물론 손맛도 중요한 포인트다. 손맛이 좋은 사람은 흉내도 확실히 잘낸다. 손맛이 좋은 사람은 식당처럼 똑같이 흉내는 못내도 또 다른 맛을 흉내내어 감칠맛을 선사한다. 그래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다른 맛을 낸다.
손맛은 음식솜씨를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의 손에서 나는 맛을 뜻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이 유독 손맛을 강조하는데 사람의 손에는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세균이 서식하는 환경과 세균의 종류가 다르다. 그 세균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우리 음식들은 알고보면 세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발효식품은 모두 세균으로 만드는 식품이다. 발효식품과 같은 장을 만드는 분들은 모두 맨손으로 하신다. 그들의 손이 닿으면 맛이 달라지느 경우도 많다. 꽤 오래전에 손맛에 대한 다큐가 있었는데 맛장인의 손에 서식하는 세균과 일반 사람들의 손에 서식하는 세균에는 작은 차이가 있다고도 한다. 유해, 무해의 세균이 아니라 맛을 결정하는 세균들인데 손맛이 좋은 사람들은 맛을 결정하는 세균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가끔 음식은 "손맛이제~" 하면서 맨손으로 음식을 만드는데 확실히 맨손으로 만드는 음식은 미묘하지만 훨씬 맛있다. 엄마들이 맨손으로 음식을 담그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맨손으로 하는 것과 고무장갑을 끼고 하는 것도 다르다. 맨손에서 오는 촉감과 식감, 그리고 손 감각이 느끼는 맛세포가 달라서 조리과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매운 음식을 맨 손으로 만들면 손이 시뻘겋게 변하고 입이 아닌 손이 맵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치다. 맨손으로 하면 중간에 맛을 봐도 조리과정이 순탄하지만 장갑을 끼면 중간에 맛을 보고 양념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꼭 그런것은 아니지만 그런 장면이 더 많다. 그 만큼 맛의 변수가 줄어드는게 맨손이 주는 손맛이다.
어떤 음식은 손맛이라는 이름하에 손으로 꼭 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음식은 손으로 꼭 해야 한다. 손으로 하지 않고 기계로 하면 맛이 안산다. 손에있는 세균이 음식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음식의 발효와 조리에 영향을 끼친다.
그 외에 추가한다면 사람수(인분, 분량)
라면을 하나 끓일때와 10개를 동시에 끓일 때 상당히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다. 2인분은 쉽게 끓여도 50인분을 만드려면 노동도 노동이지만 맛이 제대로 안 날 확률이 높다. 그만큼 대용량에 특화된 것들이 식당이고 소스나 맛 조미등이 대량 인원수에 걸맞게 조절되어 있으며 레시피 기준 대부분도 그렇게 된 경우가 많아 소량으로 집에서 똑같이 따라 하기 힘든 법이다. 별별 육수를 내는 비법을 알아내도 집에서 작은 냄비로 흉내내기 힘든 법,
라면을 정말 잘 끓이는 사람도 50인분을 끓이라고 하면 라면맛을 망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라면을 항상 50인분, 100인분씩 끓이는 사람에게는 라면 1~2개 정도로 끓일 때 맛이 변함없거나 더 좋을 수도 있다.
이건 마치 운전하고도 비슷하다. 티코만 운전했던 운전자는 봉고나 탑차 운전도 버겁지만 화물트럭이나 버스를 몰던 분에게는 승용차 운전은 너무 쉽다. 장난감이라고도 표현한다. 그것과 비슷하다. 영양가와 재료의 신선함을 떠나 오로지 "맛"만 따졌을 때 집밥이 외식밥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외식이 괜히 외식이고 괜히 상업적인 음식이겠는가..영양과 건강보다는 맛이 최우선일 수 밖에 없고 맛 부분은 절대 뒤질 수 없는게 외식밥 (그래서 항상 고발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원인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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