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굉장히 단순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감독의 연출력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영화 줄거리만 보면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복수를 위해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 죽인다는 내용인데, 사건 전개상 범인을 찾는 과정을 역순으로 보여주면서 굉장히 헷갈리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정방향으로 영화를 보여주지 않고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역으로 보여줌으로 한 장면도 놓치지 못하게 만들어 몰입도를 높였다. 장면을 제대로 못 보거나 이해 못하면 난해한 영화가 되버린다.
초반부터 관객의 입장은 갈린다. 지루하던지, 재미없던지, 흥미롭던지, 헷갈리던지,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없던지...
아내를 성폭행하고 죽인 범인이 남편(주인공)도 공격하여 결국 머리 손상으로 인한 기억상실증을 겪게 되었고 사고 이후부터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레너드)이 사진과 기록물, 그리고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겨 바로 잊어버리는 기억들을 기록물에 의지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이런 주인공의 기억상실증을 이용하는 악인으로 등장하는데 결국에는 주인공도 그런 악인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끝난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만 기억하고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는 사람들의 본능을 시나리오에 담았다. 기억은 해석을 하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라는 전제에서 오는 오류를 꼬집었다. 복수해야 할 범인은 진작에 주인공이 찾아서 복수를 했지만 그조차도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경찰관 테디는 자신의 범죄수사와 경력에 주인공을 이용하고 (범인이라고 거짓 정보를 주어 일처리를 하게 만듬) 나탈리와 도드도 마찬가지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테디와 같이 자신들의 이익에 주인공 레너드를 이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가장 의문을 갖는 새미라는 또 다른 남자의 기억상실증과 주인공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 혼동을 하기도 하는데 새미는 주인공이 보험회사 직원 시절 알게된 새미라는 남자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만든 이야기로 새미의 아내가 자신을 찾아온 것 까지가 실체고 그 다음 아내가 새미에게 주사를 놓게 하는건 허구다. 그 허구는 바로 주인공 래너드의 이야기로 결말에 경찰관 테디가 설명을 해줌으로서 밝혀진다.
아내가 욕실에서 눈을 깜빡이는 장면이 몇차례 나오고 경찰관 테디도 아내는 그 당시 죽지 않았다라고 설명하듯이 아내는 성폭행을 당했지만 죽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내는 남편 레너드의 기억상실증을 위해 주사(당뇨병)를 놔달라는 방식으로 주인공을 테스트 했던 것이고 아내는 그 테스트로 인해 죽었던 것으로 새미의 아내가 죽은 것은 실제로는 자신의 아내 이야기 였던 것이다. 성폭행범은 이미 찾아서 복수를 했던 것이고 지금까지의 영화 이야기는 모두 그 복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가 매일 범인을 찾아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그 복수를 이용해 주변인들이 이를 악용한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 남자는 알고보면 자신의 기억은 믿지 못해도 기록은 믿을 수 있다는 착각속에서 기록까지 조작해가며 매일 매순간 자신의 기억에 맞는 범인을 창조해서 죽여 나가는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이자 마지막 장면이 되는 영화의 장면은 그래서 테디가 범인으로 죽는다)
범인이라고 알려진 존 G는 세상에 깔렸다는 테디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바로 주인공의 머리속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찾는 범인은 언제든지 그 기록에 맞춰 찾아내고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터에 나오는 아무도 믿지 마라! 기억은 조작됐다는 사실 타인이 조작하는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조작을 하고 있었고 주변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조작에 맞는 사람들을 단서로 제공해서 주인공에게 그 임무를 씌우는 것이다. 여관방이 바뀐 사실에 프론트 직원이 고백하길 "당신의 상태(컨디션)를 사장이 듣고 방을 2개로 만들어 이중으로 모텔비를 받고 있다"라는 말도 그래서 중요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인공 레너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시간의 정방향은 칼러로 나오고 시간의 역방향은 흑백으로 나온다. 새미의 이야기가 주는 또 다른 한가지는 바로 기억의 조작이다. 주인공의 마지막 기억은 언제든지 "아내"라고 말했고 그 기억은 "죽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는데 새미의 이야기(아내가 주사로 죽는 과정)가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눈치를 챘다면 이 영화가 아내의 복수(사고 전 기억)와 아내의 죽음(사고 이후 기억)이 혼합되어 아내가 성폭행을 당한 것은 진실이지만 아내가 성폭행을 당하고 범인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은 허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범인이 아니라 자신이 주사로 죽게 만든 아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아내를 죽게 만든 것을 과거의 기억(기억할 수 있는 부분)에 있는 새미라는 존재에 붙임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아내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기억할 수 있는 과거(새미)에 둠으로 재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아내에 대한 기억도, 아내의 죽음에 대한 기억도 자신 스스로 조작했다는 것으로 결말이 나온다.
아무도 믿지 마라는 메시지는 주인공 레너드에게 하는 메세지가 아니라 주인공 레너드까지 포함한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 아내의 복수를 위해 매일 매순간 범인을 만드는 레너드에게 전하는 메세지였던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정말 놀랄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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