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나 출장 등 먼 길을 떠날 경우에는 빨래감을 담기 위해 세탁물 봉지를 준비하곤 한다. 보통은 비닐(비니루)로 된 봉지(봉다리)를 준비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신발 주머니나 빨래 전용 주머니를 따로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런 행위는 사실 좀 고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기교육을 통해 미리미리 해결하게 해주는 것이 더 낫다. (그래서 개인썰이 아닌 훈육보육 카테고리에 올린 이유)
봉지에 담아 밀폐를 한다고 해도 기분 탓이겠지만 빨래감과 다른 옷감이 함께 있다는 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속옷류의 경우에는 냄새가 심하게 날 일도 없고 당장 갈아입지 않아도 솔직히 몇 일은 버틸 수 있어서 큰 상관이 없는데 의외의 복병은 양말, 발냄새와 땀냄새로 하루만 지나도 계속 신을 수가 없고 악취를 계속 풍긴다.
나는 여행을 갈 때나 먼 길을 떠나 내 집이 아닌 이상 빨래감은 만들지 않는다. 속옷을 안 입고 양말을 신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나도 똑같다. 다만 군대를 갔다 온 이후에는 완전 바뀌었다. 군대라는 것이 좀 웃긴데 정말 쓸데없는 걸 배울 때도 많고 의미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때도 많은데 잔펀치 마냥 잔잔하게 알음알음 던져주는 생활 뽀인트가 꽤 있다. 특히 생활관 생활을 하다보면 가정 살림 노하우의 잔머리가 주부 내공과 비슷해 진다.
군대 가기 전까지 빨래 봉지는 필수였다. 물론 현지에서 오랜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빨래를 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여행 같은 경우에는 집에 돌아와서 짐을 풀고 빨래감을 세탁기에 던져 놓는 것이 다반사....이자 당연한 일!! ㅋ
그런데 군대 가보면 알겠지만 양말 같은 걸 빨지 않고 꼬불쳐 놓거나 방치할 수가 없다. 매일 매일 손세탁을 해줘야 한다. 빨래감이 생기거나 방치하다고 적발되면 골치 아프다는 건 군대 갔다온 남자라면 다 공감하는 일
주말에는 빨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정비 시간이 충분하지만 평상시 일과 시간은 빨래를 중점으로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군인들은 세안, 샤워를 할 때 세면대 주변에서 많이 한다. 양말과 속옷 만큼은 이럴 때 거의 빤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잔챙이 빨래감이 생기지 않고 매일 매일 취침 전에는 빨래감 없이 지내는 게 보통이다.
나는 특히 샤워를 할 때 쭈구리고 앉아서 (말이 쭈구리지 목욕탕 의자 같은 것이 없어서 그냥 철푸덕 엉덩이 깔고 앉음) 다리 사이에 빨래감을 놓고 손빨래를 하는 편이었다. 입식 샤워기를 틀어 헹굼을 하는데 가끔은 발로 꾹꾹 밟아주면서 발빨래도 하는 것과 동시에 샤워를 하기도 했다. 몸은 샤워를 발은 질겅질겅 세탁을~
그렇게 상병이라는 걸 달았을 때 비오는 날 담배 한대 피우면서 젖은 양말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자질구레한 세탁물을 왜 집에 있을 때는 내가 하지도 않았고 빨래통에 계속 방치했을까? 하는 쓰잘데기 없는 잡생각에 빠졌던 것이다. 역시 비 오는날에는 사람이 진중해지는 법 ㅋㅋㅋㅋ
씻으면서 하면 물도 절약되고 바로 바로 세탁이 되니 냄새 걱정도 없고 빨래감 걱정도 없고, 큰 세탁물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개인 속옷과 양말 정도는 충분히 매일 손세탁이 가능하다는 걸 확실하게 체험하고 느꼈을 때 전역하고 나서도 평생 내 속옷과 양말은 남에게 맡기지 않고 샤워나 세수 할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큰 빨래는 잘 나오지 않고 빨래감의 상당수는 대부분 수건, 양말, 속옷과 같은 매일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하니 어머님들 빨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생각났다. 이런 작은 것들은 각자가 알아서 하면 효율적이겠구나 싶었고 군대에서 대부분 남자들이 이런 걸 체험하고 배웠기 때문에 이 일이 생각보다 귀찮거나 어렵지 않다는 걸 나도 느꼈다.
군대가면 처음에는 바느질..(침 발라가며 손바느질 하는거 보면 웃김) 옷 다림질 (역시 등판에 4줄까지는 만들어야), 자기가 먹은 식판이랑 수저의 설겆이랑 빨래까지...어머니들 하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걸 처음부터 쭉 배운다. 총 들고 훈련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가사(?) 행위를 많이 하게 되는 것도 군대의 특성.
시간만 되면 재봉틀 좀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게 군대다 (ㅋㅋ). 주부처럼 아침 드라마는 꼭 챙겨보게 되고 안하던 구두약칠도 꽤 하게 되고 가사노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대하고 지방에서 군대 동기를 만나 동기의 자취방에서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되었는데 샤워하고 나올 때 양말과 속옷을 둘둘 말아 나오는 걸 봤다. 그리고는 건조대에 착~ 전역한지 꽤 되었는데도 여전하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초등학교 시절부터 쭉 그렇게 해 왔단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들어갔으면 자기 몫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할 나이라며 자기가 신은 양말과 속옷 정도는 엄마한테 시키지 말고 스스로 해야 한다면서 저녁 세수할 때나 샤워할 때 벗게 된 속옷과 양말은 그 자리에서 빨고 가지고 나오라고 교육 받았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릎을 딱 쳤다. 이 녀석이 좀 착실하고 똘똘하고 사람 좋았는데 역시 이런 어릴적 교육이 인간성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인 엄마에게 오히려 함부로 하고 노예처럼 시키는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편한 사람이면 더 잘해주어야 하는데 더 챙기지 못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도 대부분 겪는 일이다.
당시 그 말을 듣고 내 영향력이 뻗치는 한계에서 내 주위 사람과 일가 친척에게 이런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어린 조카들도 자기 빨래는 어느정도 할 수 있으면 하게 해야 한다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어린 조카 녀석들 중 일부가 나의 말에 설득 당해 실천을 하게 되었고 그걸 막상 보니 자식이 좀 대견해 보이고 다 컸구나~하고 의젓하게 보였는지 부모인 사촌 형제들이 굉장히 흡족해 했다.
초, 중, 고 어린 나이에 지들 빨래는 지들이 한다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다른 친척들에게도 전파가 되었고 어지간하면 자기 빨래감 중에 작은 것들은 자기들이 하는게 우리 가문에도 정착 되었다.
별거 아닌데 막상 해보면 좋다. 빨래 하는 사람 입장(엄마)에서는 다 해야 하니 몫이 크지만 맡기는 사람은 다수니 맡기는 사람들이 자잘한 걸 해주면 빨래감이 확 준다. 빨래통 냄새 걱정도 안해도 되고 양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여행 갈 때는 봉지 같은 거 필요없이 씻을 때마다 같이 빨면 그만, (군대에서도 다 했던 일이라 껌이다) 여러모로 잇점이 많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자기 물건에 대한 책임감과 할 수 있는 집안 일은 같이 한다는 점에서도 교육상 좋다. 집안 대청소를 할 때 보면 예외없이 아빠나 엄마가 아이랑 함께 청소를 같이 해야 한다면서 업무 분담을 해주는데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넌 놀아라~ 청소는 부모가 할테니~ 이런 부모 보다는 청소도 교육이다! 라고 하면서 역활에 따라 집안 청소 구역을 정해주거나 담당하게 한다.
평소에 할 수 있는 걸 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빨래도 난 무조건 교육 시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단점이 딱히 없다. 양말과 속옷 만큼 많이 나오는 것도 수건인데 우리 집에서는 수건 빨 일이 있으면 상태 보고 세수나 샤워할 때 알아서들 빨고 나온다. 그래서 그런 잡다한 빨래감은 제로다.
가족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가짐도 생기지만 자기 물건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자립심을 키우는데도 좋다. 여행가서 냄새나는 빨래감을 챙길 필요도 없고 걱정할 이유도 없다. 여행가면 잠자기 전에 주변에 건조시키고 덜 말랐다 싶으면 드라이로 마무리 해주면 된다. 자잘한 빨래는 마르기도 빨리 말라 여행지에서도 큰 불편은 없다.
자기 빨래는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스스로 하게 만드는게 조기 교육, 조기 훈육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너 방 청소는 너가 해야지! 네 방은 네가 청소해라~" 이 말과 의미상통한 교육이자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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