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잔병도 없이 잘 자랐는데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병원 갈 일이 많았다. 간단한 수술도 받았는데 그 수술이 워낙 나에게 스트레스도 많이 주고 무엇보다 여러가지로 사고의 전환을 일으켜 준 계기도 되어서 그 때 많은 걸 새로 배우고 깨닫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20대 초반 무렵이다. 나는 쌈밥을 즐겨 먹지 않았다. 집에서는 쌈채소를 자주 상차림으로 내어주었지만 난 솔직히 쌈 싸먹는게 귀찮다. ㅜ.ㅜ
가끔 귀차니즘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젓가락 신공으로 손 하나 까닥이지 않고 젓가락만을 이용해 쌈을 쥐고 쌈을 싸서 먹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주 가끔이고 쌈을 먹더라도 밥 따로, 쌈 따로, 된장 따로..이런 식이다. 남이 싸주면 그건 또 겁나게 잘 먹는다. 일단 손에 물 묻는게 싫었다. 밥 먹는 와중에 눅눅해진 손으로 다시 젓가락질 하는 것도 싫었고 고상하게 먹고 싶다는 매너리즘(?)에 일찍 빠져서 밥 먹을 때 손 쓰는걸 거부했다.
그러다 머리가 무거워지고 철이 들고 성년이 되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팠던 경험으로 쌈밥과 다시 만나게 된 사람 중 하나다 (이렇게 말하면 큰 병 걸린 줄 알지만 그 정도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70%는 고생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다만 심해서 수술을 했을 뿐...아~ 물론 치질 그런거 아님..난 여드름도 난 적 없는 깔끔이라구...ㅋ)
우연히 아팠던 시절을 겪고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예전에는 신경도 안 쓰던 건강이라는 걸 부쩍 신경 쓰게 되었는데 어느날 알게된 사람에게서 보약 다 필요없고 매 끼니 쌈밥만 먹으면 블로초가 따로 없다는 말에 어디서 약을 팔아? 하고 넘겨 들었다가 차 한잔 하면서 쌈밥의 효능과 매력을 다시 한번 상세하게 듣고 난 이후 쌈밥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육식이 많아지고 인스턴트가 많아지고 과식도 많아지고 좋지 못한 밥상재료도 많아지는 세상에서 쌈밥과 메인으로 먹으면 고른 영양섭취와 건강한 밥상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설교에 빠져 난 지금 쌉밥 매니아 중 한명으로 거듭났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식문화이고 채소를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그것도 거대한 소쿠리에 담아서 상 위에 딱~하고 올려놓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 한식에서만 볼 수 있는 쌈밥의 매력이다. 서양의 샐러드와 차원이 다르다. 샐러드와 달리 우리는 쌈에 밥과 반찬, 양념을 담아 만두처럼 한 입에 먹는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실제 식당에서 먹을 때 제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쌈 문화다 (삼겹살, 불고기가 좋다는 외국인들 대부분이 쌈을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고기를 싸먹는 것 자체가 생소)
쌈밥 선구자가 나에게 말했다. 입맛도 없고 마땅히 먹을 반찬이 없을 때 쌈채소에 된장 하나만 가지고 먹어보라고..입맛 드럽게 까다롭고 깐깐한게 나라서 밥에 물 말아서 김에 먹는게 차라리 낫지 그건 못 먹겠다고 했지만 얼마 못가 나는 마트에서 쌈 채소를 장보고 있어고 멀지 않아 어느날 정말 딱히 먹을게 없던 날 쌈에 된장, 그리고 맨밥만 가지고 밥을 먹게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말 맛있다는 걸 알았다.
쌈밥 선구자는 나에게 쌈밥을 끼니마다 먹거나 최소 한끼 정도만 챙겨 먹어도 평생 약이 필요없고 편식 걱정을 할 필요도 없으며 기본 상차림에 쌈만 추가해서 먹으면 영양소도 대부분 고루 갖추기 때문에 좋은 점이 너무 많다고 설교했다. 무엇보다 쌈밥은 쌈을 싸는 과정과 쌈을 먹는 과정이 필요해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기는 빨리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딱맞춤이었고 (대부분 이런 사람이 비만도 많음), 이 쌈밥정식 자체가 하나의 다이어트식도 된다는 말에 헬스장 다니던 시절 많이 먹기도 했었다. (밥을 천천히 먹게 해준다..확실히!!!!)
시골에서 할무이, 할배들이 강된장에 쌈채소 하나만 가지고도 배부르게 끼니를 해결했는데 단순히 끼니를 해소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건강식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쌈을 즐겨 먹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실히 틀리다는 말에 난 우리집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석에 들어갔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할 수 있으나 확실히 쌈을 즐겨 먹는 사람은 골고루 먹었고, 무엇보다 채소를 많이 섭취했다. 쌈을 안 먹는 사람들은 기존의 내 방식대로 밥, 국, 반찬....평범한 식사)
쌈밥을 접하기 전에는 난 강된장의 존재도 몰랐다. 쌈밥을 알고 난 이후 새로 만나게 된 녀석들은 모두 건강식의 대표주자들이었고 쌈밥정식에 나오는 여러가지 반찬들은 평소에 내가 즐겨 먹던 것이 아니었지만 쌈밥 덕분에 이제는 다 좋아하게 되었다. 쌈에 싸서 먹으니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게 되었다.
수요미식회에서도 쌈밥정식이 소개된 바 있다. 내가 최고로 꼽는 건 역시 신동엽과 마찬가지로 호박잎 쌈...특히 쌈밥정식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갈치속젓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우렁쌈밥을 접하면서 우렁이 맛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기존에도 제육을 참 좋아했지만 쌈밥을 즐겨 먹으면서 제육의 참맛도 새로 느끼게 된 케이스다. 쌈밥의 매력은 채소를 풍부하게 먹도록 도와주면서도 육고기 맛도 살려준다는 것!
전현무의 쌈 싸먹는 마임은 쵝오!! 실제로 쌈밥을 먹는 것과 같은 리얼함은 먹어본 자만이 아는 행동이다 ㅋ
호박잎의 신세계를 만난 이후 내가 새로 사귄 친구가 바로 양배추 삶은거...그 단맛은 된장과 딱이다
호박잎 삶아서 주는 집은 양배추도 자주 삶아서 먹는 것 같던데 우리집도 마찬가지~
쌈밥정식에 정신이 팔려 한동안 소원하게 대접했던 나의 사랑 깻잎...난 깻잎전을 알러뷰한다.
쌈밥의 또 다른 매력, 둘이 먹거나 사랑하는 연인, 가족들이 먹으면 꼭 먹여주게 되는 묘약
먹여주는 사람이나 받아먹는 사람이나 기분 좋은 음식, 괜히 받아먹으면 어깨 들썩이면서 오두방정 ㅋ
쌈밥은 진리다. 맛도 맛이지만 보양식으로는 최고다. 일반인부터 암환자까지 이것보다 좋은 식단은 없다
누가봐도 건강한 것들로만 이루어진 쌈밥과 그 친구들...비타민 약으로 버티는 것보다 백 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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