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심리학 책을 들춰보면 아이들은 대여섯 살 정도가 되어야 자기 물건에 대한 소유의 개념이 형성된다고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예전 시대에는 그랬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의 물건들은 대부분 ‘내 물건’이 아니라 ‘가족의 물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두세 살만 되어도 친구나 형제와 ‘이건 내 거야’라며 싸우는 것을 요즘 부모들은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족 물건’이 아니라 ‘내 물건’을 선물 받기 때문에 소유의 개념이 생기는 것이 무척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어른이든 아이든 자신의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무척 어릴 때부터 자기 물건을 소유하다보니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물건에 대해 소유만 있고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자란 아이들이 바로 ‘물건이 귀한 줄을 모르는 요즘 아이들’이다.
초등학교의 교실을 청소하다보면 연필과 지우개가 수도 없이 떨어져 있다. 교실 뒤에 놓여 있는 분실물 상자에는 비싼 물건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찾아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잘 사용하는 것은 아이들이 익혀야 할 올바른 소비습관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습관을 들여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집안에 있는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데에는 누구의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연필이나 볼펜 같은 것들은 아이들 물건인지 부모의 물건인지 명확하지 않은 집안 물건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힘들다.
무엇이 아이의 물건인지 소유권을 명확히 해주면 해결이 될까. 앞에서 말한 대로 자신의 소유한 물건에 대한 책임을 져 본 경험이 없다면 소유권을 주는 것만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습관은 책임을 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소유에 대한 책임을 지는 훈련 방법으로 ‘두꺼비 식 물건 관리법’을 실행해 볼 것을 권해 드린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동요 가사를 응용하는 방법이 있다. 두꺼비 식 물건 관리법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하나, 아이가 책임을 지고 관리할 물건을 정한다.
아이에게 느닷없이 자신의 물건을 모두 책임지라고 요구하면 당황해 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해 지레 포기하기 마련이다. 먼저 아이가 책임을 지고 관리할 물건을 고른다. 아이가 항상 사용하는 물건 중에 소모품 성격을 지닌 물건이 좋다. 아이에게 항상 필요한 물건이지만, 아이들이 쉽게 잃어버리는 물건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생각하면 대상을 선정하기 쉽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연필, 지우개, 색연필 같은 학용품 정도를 관리하게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손수건이나 속옷이나 티셔츠 같은 것도 관리 항목에 포함시킨다.
둘, 물건을 다 쓰고 나면 새로운 물건으로 교환해 준다.
아이가 관리하기로 한 물건에 대해 개수를 지정한다. 연필은 다섯 자루, 색연필은 12가지 색깔의 한 세트를 관리하게 하는 방식이다.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아이들이 항상 지참해야 할 학용품을 개수까지 지정하는 초등학교도 많다. 연필은 반드시 몇 자루 이상을 지참할 것, 지우개, 자, 풀은 항상 사물함에 넣어둘 것 같은 식이다. 이런 것을 참고해 가면서 개수를 정한다.
관리할 물건과 개수를 정해두고, 어떤 물건을 다 쓰면 새것으로 교환해 준다. 아이가 다 쓴 물건을 가져오고, 부모가 보기에도 더 이상 쓰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새것으로 바꿔 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풀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거나, 연필이 작아져서 손으로 쥐기 힘들게 되면 새것으로 교환해준다. 몽당연필의 경우 볼펜 자루에 끼워서 사용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물건을 끝까지 사용하는 방법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다.
셋, 물건을 잃어버리면 자신의 용돈으로 사게 한다.
아이가 물건을 잃어버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것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용돈으로 새것을 사서 보충하게 해야 한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물건을 함부로 다루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교훈을 확실히 주려면 비교적 고가의 물건을 관리대상에 포함시켜 두어야 한다. 연필이나 지우개처럼 싼 물건은 잃어버렸을 때 용돈으로 보충해야 하는 아픔을 느끼기 힘들다. 게다가 새 물건을 사지 않고도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교실 바닥에는 주인 없이 굴러다니는 연필과 지우개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우산, 실내화, 신주머니, 잠바, 운동화 같은 것은 비교적 고가이고, 아이들이 쉽게 공짜로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다. 이런 물건을 잃어버리고 용돈으로 사는 경험은 자기 물건을 소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이어질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것은 물건이 없어서 곤란한 일을 경험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물건을 만들어주면 물건이 없어서 곤란한 상황을 쉽게 경험시킬 수 있다. 작은 물건을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것은 큰 물건도 잘 다루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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