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 나왔던 영어 문장
Can I help me ? (내가 나를 도와도 될까요? ㅋ)
우리나라 말이 아니니 잘못 표현할 수 있다. 외국 사람도 우리나라 말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 법.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국인 30명 단체와 어울려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난 영어에 있어서는 일자무식이다. 콩글리쉬 오리지널 버전이다.
그것도 생활영어 수준이 아니라 생존형 영어다. (헝그리, 슬리피 이런 본능적인 단어들)
사람이라는게 사는 곳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느낌이라는 게 있다. 더군다나 몸짓이라는 것 자체가 몸의 언어이기 때문에 손짓, 발짓만 잘해도 알아듣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이슬람 종교를 가진 외국인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 사람이나 국가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이들만의 특징. 먹는다고 해도 할람인가 뭐시기 인가 그런 의식을 거친 고기만 먹을 수 있다하니 우리나라에서 이들 식성을 맞춰 주는 건 정말 어렵다.
서울이면 그래도 이태원 같은 곳이 있으니 좀 나은데 수도권 벗어나면 답 없다. 라면에도 고기가 들어가는게 우리나라 (스프에 포함됨)
잘못하면 무례한 실수가 될 수 있어 식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젠장스럽게도 난 영어가 쉣뜨다...꽃보다 청춘에 나온 말처럼 태어나서 무슨 잘못을 그렇게 하고 살았는지 그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쏘리~ ㅋㅋㅋㅋ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얼떨결에 외국인과 동행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한국말을 전혀 못하고 난 그래도 영어 단어 최소 10개(?) 정도는 하는 편이니 내가 그들보다 우위에 있지만..대화가 안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모든 외국인에게 "공식적으로" 난 영어를 전혀 못해요라고 유창하게 "영어"로 말했더니 다들 웃는다 ㅠ.ㅠ
그런데 이게 참 웃긴게 분명 영어 대화가 안된다는 걸 서로 아는데도 불구하고 대화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손짓, 발짓 써가면서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친숙해지다보니 까먹었던 영단어들이 툭툭 나오기 시작한다. 문장의 어순은 완전 뒤죽박죽 엉망이지만 단어 하나만 제대로 설명하면 그들도 의외로 쉽게 알아듣는 편이었다.
외국인에게는 한 단어 가지고 다 설명하기 힘든데 신기하게 우리나라 사람은 한 단어만 듣고도 쉽게 전후사정을 파악한다.
외국인에게 솰라솰라 말해도 다 못 알아들으면 다 모른다고 하지만, 우리는 단어 하나만 알아 들어도 쉽게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대화를 걸 때도 보면 특정 단어 하나를 캐치해 풀어나가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조정석의 말처럼 나도 한 단어를 캐치해서 풀었던 경우인데 우리나라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과 달리 다른 나라의 언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데도 뭔가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무대뽀 영어 따라잡기 ㅋㅋㅋㅋ
내가 그랬다. 정말 사람들이 상상하는 어휘실력 그 이하다. 정말 모른다.
나에게 외국인이 물었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모였는데 부페에 놓여진 스프를 보더니 "여기에 고기가 들어갔느냐?" 라고 물었다. 물론 내가 알아들은 건 미트라는 단어 뿐 ㅠ.ㅠ....
눈치가 빠른 나도 한국인인지라 이 사람들 고기 안 먹는 무슬림이라 항상 음식 체크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미트 단어 나오자마자 고기 있냐 없냐 묻는걸 바로 알았다. 내가 과감하게 NO~ 라고 외쳤다. 왜냐면 스프 앞에는 양송이 버섯 스프라고 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의심했다. 스프에 떠 있는 작은 고기 알멩이 같은 것들을...그리고 나에게 솰라솰라 이 작은 조각은 무엇이냐? 어떤 재료로 만들어 졌느냐 묻기 시작했다..이게 편하게 설명할 상황이 아닌게 부페다 보니 이 한 사람과 말문이 막혀 진행이 안되면 줄이 밀리게 되어 있다. ㅠ.ㅠ
썅....버섯이 영어로 뭐지?.........난 머리속이 하얗게 타올랐다.
그들도 내가 영어 대화가 안된다는 걸 알았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지 못한 음식을 철저하게 구분해야 하니 급한데로 나에게 물어볼 수 없는 상황. 내가 괜찮다고 해도 정확하게 재료를 말해줘야 안심하는데 단어가 딸린다. 그 때 떠오른 나의 용기...무대뽀 정신은.....
나 : 헤이~ 스머프 하우스 !!
외국인 : 왓?
외국인2 : 스머프 하우스 ?????? @@
그리곤 정적...............10초 뒤 뒤에 있던 외국인 한 사람이 하하하하하하하..캬캬캬캬캬캬캬..배 잡고 뒤집어지더니 자기네 나라 발음으로 스머프 하우스..스머프들이 사는 집(버섯)이라고 설명해 준다...완전 대폭소...
이 사람들 내 한마디에 배꼽잡고 웃더니 너도나도 스머프 하우스 먹자고 줄을 선다. 내가 지나갈 때 마다 엄지를 치켜 세우며 굿~을 연발한다. 나중에 영어 잘하는 일행들이 (난 꼽사리로 낀 것임..) 한참 뒤에 나에게 오더니 한국인 3명 중에서 내가 제일 좋다고 하더랜다. 왜냐고 물었더니 대화는 안되지만 항상 어떻게든 설명해주려고 노력하고 또 어떤 방식이든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려고 해서 보기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동심을 잃지 않고 그 상황에서 만화 캐릭터로 설명해주어 내가 착하게 느껴졌단다 ㅋㅋㅋ
말 그대로 용기 있는 자의 승리다. (난 그 외국인에게 코리안 스머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ㅠ.ㅠ........)
놀이동산 갔을 때도 그랬다. 다른 영어 잘하는 친구들은 알아서 설명하는데 난 우리나라 말 섞어가며 히어~ 여기서 룰루랄라~ 오케이? 히어~ 저기서 와우~ 어메이징~ 오케이? ㅋㅋㅋㅋ 뭐 이런식...개쓰레기 영어 대화 그 자체...(그래도 다 알아들음)
이게 그렇다. 외국인도 내가 난 영어 몰라요~ 하고 계속 모른체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대화 안한다. 묻고 싶어도 묻지 못해 당황해 한다.
그런데 난 영어 몰라요~ 해도 항상 내 식으로 알려주려고 하고 만화, 가요에 나오는 가사 응용, 몸짓, 손짓, 발짓, 헤드뱅뱅 하다보면 영어 몰라도 상관없이 계속 대화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샌가 그들도 우리식의 우리만의 대화를 하게 된다. (츄츄츄..슈슈슈..뿡뿡뿡 외계어 남발..)
한국에는 콩글리쉬 문화가 따로 있고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 따로 또박또박 말해주면 한국사람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알아듣는다고 팁도 건네주었다.
본인들 말하는 속도로 쏼라쏼라 말하면 한번에 이해하기 힘드니 핵심적인 단어만 말해줘도 좋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 영어 대화에서 기겁하는 건 대화 속도...해석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덕분인지 난 신발(슈즈)이 필요하다는 젊은 외국인 처자와 함께 단 둘이 재래시장에 가서 부츠를 구매하는데 따라가 주기까지 했다..(나도 많이 늘었지만 그들도 나의 대화 방법에 금방 익숙해짐...ㅋㅋㅋ)
확실히 느낀 건..단어..단어만 많이 알고, 알아 들어도 문장이나 문법 따위 상관없이 대화 자체는 가능하더라
정말 필요한 건 과감한 무대뽀 정신. 어차피 서로 영어 대화가 안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용기만 있다면 대화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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