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 우리 집 베란다에서는 남산 에펠탑(?)과 63빌딩이 보였다. 동네가 절대 가까운 곳이 아니었는데 집이 좀 높은 지대인 이유도 있었지만 내가 어릴 때는 그런 높은 것들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사실상 두 녀석이 유일했다. 날씨만 좋으면 아주 저 멀리 혼자서 우뚝 선 63빌딩을 볼 때마다 신기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초딩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63빌딩을 견학(?) 간 적이 있다. 지하에 있던 아이맥스 영화관이라 하여 움찔움찔 거리던 영화 극장의 객석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뭐 공룡이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청룡열차 타는 장면이랑 폭포에서 떨어지는 장면 (객석 의자도 앞으로 쏠리게 만든 스토리) 만 생각난다. 별로 재미없었다. 그리고 수족관도 경험하고...(나는 물고기 관람하는 게 별로...)
그렇게 유딩시절 꿈에 그리던 63빌딩은 초딩 시절에 처음 가게 되었고 전망대에 올라서 인천 앞바다까지 보인다는 말에 한강 물을 보면서 저게 인천이야? 했던 기억도 난다..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무럭무럭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면서 어른이 되었다. 그러다 업무 때문에 우연히 63빌딩을 가게 되었는데 어릴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녀석은 언제 봐도 멋진 빌딩으로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어찌어찌하다 업무 중 긴 타임이 생겼는데 근처에서 할 것도 없고, 시간은 남아돌고, 그 때 누군가 63빌딩 관람표를 끊어주는 바람에 시간이나 떼우자 하는 마음에 들어간 수족관...(ㅠㅠ...물고기 관람 재미없다구....)
진짜 큰 고래 한마리를 보여주지 않는 한 이상하게 생기고 오묘하게 생긴 심해 물고기를 보여줘도 관심이 없던 나..(수족관, 동물원....동물 가두는 거 별로 안 좋아함..가두어 두고 구경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함. 식물원은 좋아함 ㅡ..ㅡㅋ
그 어두컴컴한 63빌딩 수족관 코스를 쭉 걸어다니다나 거의 중간을 넘어 끝날 때......어디선가 갑자기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그것도 엄청 큰 음악...아니 방송사고인가? 이런 곳에서 웬 음악? 음악 소리에 이끌려 뭔 일인가 싶은 호기심에 음악이 나오는 곳에 갔는데..
헉....벽면 하나가 통째로 유리로 된...통유리가 나왔다. (흔히 텔레비젼에 나오는 그런 거...액자 스타일이 아닌 벽 전체가 수족관) 거기서 갑자기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인어!!! 인어공주님이닷!!!
잠수복도 아니고 웬 인어 아가씨가 흐트러진 머리와 자연스럽게 나풀거리며 출렁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인어공주처럼 수족관 안에서 유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배경음악으로 아이리스 드라마의 OST 잊지 말아요 (백지영) 가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정확하게는 쥬리스의 영어버전이어서 당시에는 이 음악이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원곡인지 몰랐다. 낯익은 노래인데 그 땐 그냥 팝송인줄 알았음.. 심지어 나 아이리스 좋아해서 다 보고 노래도 굉장히 좋아했는데...ㅠㅠ영어버전은 그 노래인지 못 알아 들었다 ㅋㅋㅋ 백퍼 똑같은 노래이고 영어가사만 붙은 건데 난 딴 노래인 줄 ...)
평일이었고 오후였다. 관람객이 내가 보기에 한 열명?? 더군다나 그 대형 통유리 앞에는 나 빼고 3명밖에 없었다...아마도 정해진 날에 하는 관람 코스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인어공주님이네~ 하고 보다가...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마치 진짜 인어공주를 본 것처럼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가 노래가 끝날 때까지 구경했는데 다 끝나고 나 혼자서 신나게 박수까지 쳤던 걸 생각하면....(아...쪽팔려 ㅋㅋ) 음악에 맞춰 그냥 물속에서 수영만 하는 건데도...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노래도 좋았다.(참고로 긴 머리 때문에 얼굴 잘 안 보인다..인어 공주님이 물속에서 움직이는 그 장면 자체가 괜히 좋았다) 정말로 그 순간에는 인어공주님을 만난 것 같았다. 그 날 이후로 난 이 노래를 나의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항상 듣곤 한다. (들을 때마다 인어공주님 생각 꼭 한다 ㅋ)
63빌딩에 있는 인어공주님이 아직 있는지 모르겠지만..(그것도 이제는 꽤 오래전...) 마치 내가 보고 싶어하던 달타냥이나 미래소년 코난, 또는 피노키오, 말괄량이 삐삐를 만난 것처럼 내 마음속에 이제는 없어진 줄 알았던 9살짜리 꼬마 녀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알게 해주었고 나의 어린 동심을 자극했던 날이었다. 사람도 없는 어느날 구석탱이에서 쇼가 끝나고 남자 녀석 혼자서 미친듯이 박수를 친 걸 보고 인어공주님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ㅋㅋㅋ
인어공주가 있다면 저렇게구나 상상하게 만들어준 63빌딩 수족관의 쇼...관람객도 없고 3~4명이서만 본 거라...이런 좋은 무대를 독점적으로 본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그 인어공주님은 여전히 지금도 잘 계시나몰라..ㅎ
인어공주님 나를 잊지 말아요~ 저도 인어공주님 잊지 않겠어요~ 당신은 나의 사라진 동심을 깨운 나의 우주대스타예요 ~ ㅎㅎ 나는 일요일 아침마다 해주던 애니메이션이 제일 좋았구요...돈테크만 주전자랑 스머프를 엄청 좋아했었죠...다시 어릴 적 우주대스타들을 찾아 보려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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