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박사의 음식 탐구생활
식당의 기준을 맛으로 따지는 사람이 많은데 맛 보다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 식당이라는 곳이 음식을 조리하고 판매하여 시식하는 곳인데 맛이 있어야 하는건 너무 당연하다. 더군다나 가정식이 아니기 때문에 맛은 식당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식당의 기본 요소로 중요하다 아니다의 차원이 아닌 당연히 있어야 하는 존재다. 누구나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좋은 식당인지, 괜찮은 식당인지 소문이 날 만한 레스토랑인지, 한식집인지 맛과 가격만 주로 따지고 외적인 요소로 고객 서비스와 실내 인테리어, 조금 더 나아가서는 전반적인 위상상태를 고려하게 되는데 식당 주인들도 전문적으로 가업을 이어서 하는 경우가 드문 시대에 식당의 진정한 본보기가 부족한 것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좋은 식당, 괜찮은 식당은 객관적인 사실 몇가지로 대강 추려낼 수 있다. 맛이라는 것은 만든 사람의 컨디션, 재료, 신선도, 날씨, 환경 등이 좌우하며 먹는 사람도 식사량, 기분, 가격, 재료, 신선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맛집인지 아닌지는 한번에 평가할 수 없다.
가끔 텔레비젼에서 맛집 평가를 하는 것을 보면 한번 먹어보고 평가를 주로 하는데 3번 이상 날짜를 달리해서 먹어봐야 하고 3번 이상 먹은 사람의 평가를 곁들여 참고해야 하며 단골 손님이 있다면 단골이 왜 단골이 되었는지도 파악해야 진짜 맛집인지 알 수 있다. 엄마의 음식 솜씨가 한결 같고 매번 똑같을 수는 없다. 음식점이라고 해서 맛집이라고 해서 맛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최소한 3번 이상 먹어봐야 하고 평가를 위한 시식이라면 배고픈 상태가 아닌 식사를 적당히 하고 난 뒤에 배고픔이 없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 배가 고프면 뭘 먹어도 맛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 맛집을 평가한답시고 여러 집을 거치면서 먹게 되는데 음식은 조금씩 배부르지 않는 선에서 먹어야 평가가 용이하다. 맛집은 두가지다 맛이 주가 되는 집이 있고 맛이 부가 되는 집이 있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맛집은 맛이 "주"인 경우로 진짜 맛집은 맛이 "부"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부는 나중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뒤따라 온다는 개념으로 주만 있으면 맛만 존재한다.
깨알이 평가하는 맛집 기준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금 유별나다고 한다면 몇가지가 있긴 하다. 우선 주인장. 주인장이 주방에 있느냐 없느냐가 크다. 식당 맛을 주인이 결정하는 것과 주방장이 결정하는 것은 차이가 난다. 주방장은 재료의 신선도를 따지지만 주인장은 원가와 판매가를 따진다. 원가가 저렴한 재료를 주인은 원하지만 원가가 저렴한 재료 일수록 맛은 떨어지기 때문에 주방장은 원가가 높은 좋은 재료를 선호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어떤 절충점을 찾느냐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주인장은 주인이지만 맛에 대한 결정권이 없고 주방장은 맛에 대한 결정권은 갖지만 식당 서비스에 대한 결정권과 판매는 전적으로 자기 권한 밖이라서 분업 형태가 다양하고 잘 되어 있으면 상관없지만 5인 이내의 소수 분업이라면 오히려 좋지 않다. 진짜 맛을 내려면 엄마가 이웃 아주머니나 이모의 도움없이 항상 저녁밥상을 혼자 차려내듯 식당도 한 두사람이 직접 일일히 다 하는게 낫다. 호텔과 같이 큰 식당은 작은 것 하나까지 세분화 되고 분업화 되어 있는데 호텔 음식이 맛있고 좋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로 분업을 하려면 세부적으로 완전히 다 해야 맛이 좋고 분업을 하지 않거나 하기 어렵다면 한 사람이 독자적으로 맡아서 하는게 좋다. 식당 주인이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경우에 맛집이 많은 경우도 이와 같아서 식당주인과 맛의 결정권자를 동시에 취득함으로서 고객을 맞이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위생관념이 철저한 집이 맛집일 확률도 높다. 식탁보로 사용되는 종이와 비닐이 있는데 요즘에는 이런 식탁보를 깔아주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고급 식당이 아니라면 찾기 어려웠다. 식탁보를 비닐로 쓰는 곳은 주로 횟집들이고 고급 한정식에서는 종이를 쓰는데 지금은 그 경계를 나누지 않고 종이와 비닐을 함께 쓴다. 그냥 아무 곳이나 찾아 들어가 먹는게 아니라 맛집이라고 소개를 받고 갔다면 기본적으로 식탁보가 셋팅 되어 있거나 먹는 자리 앞에 개인용 식탁보는 있어야 진짜 맛집이다. 위생이 무너지는 순간 맛도 무너지기 때문에 맛 만큼 중요한게 위생관리다. 비닐의 경우에는 헹주로 닦아서 재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오히려 비닐을 쓰는 집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종이는 세척이 어렵고 한번 더러워지면 눈에 금방 띄기 때문에 재사용이 어렵다. 그래서 종이를 깔아주는 집이 더 낫다.
공기밥을 내어 주는데 지금은 대부분 밥그릇에 밥만 담아주지만 밥뚜껑이 닫힌 체로 주는 집도 있다. 밥알의 맛과 먹는 사람의 입장, 그리고 맛에 대한 자부심을 고려한다면 밥은 기본적으로 밥뚜껑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 내어주어야 한다. 밥뚜껑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야 하는데 예전에는 가정에서도 밥그릇에 밥뚜껑을 얻혀놓아 밥을 내어주거나 아랫목 이불속에 밥뚜껑을 닫아 놓고 보온을 많이 하기도 했다. 가정에서도 밥뚜껑 문화가 사라지면서 식당에서도 보기 힘들다. 쇠밥통에는 밥뚜껑이 달려 있어 쇠로 된 밥그릇에 밥뚜껑이 닫힌 체로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밥을 미리 퍼담아 보관하기 용이한 관점에서 밥뚜껑을 닫아놓고 쟁겨두어 쓰는 것이라 좋은 모습은 아니다. 진짜 맛집이라면 밥 그릇은 철이 아닌 사기 그릇에 담아주는 집이 진짜 맛집이다. 물론 밥뚜껑은 닫힌 체로~
카운터에는 자녀나 직원이 있고 주문을 주인이 직접 받는 집이 있다. 때로는 카운터와 주문만 주인이 하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홀 서빙도 함께 한다. 서빙, 계산, 주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이 할 때 가장 좋은 건 당연히 "주문"이다 메뉴의 선택과 맛, 그날의 추천 메뉴, 그리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자부심을 주문할 때 들을 수 있어서 주인이 직접 주문을 받는다는 건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새끼를 귀하게 여기듯 자신의 식당에 있는 음식들은 곧 자신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기 때문에 주문을 받을 때 선택의 폭을 알려주거나 부연설명을 통해 맛이 좋은 음식을 추천하기가 좋다. 직원의 주문은 단순히 그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고 하기 때문에 주문 받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고급 개인 레스토랑이나 식당에서 주인이 직접 주문을 받는 경우라면 그 집은 대체적으로 맛집이다.
인사를 잘한다. 손님에게는 누구나 친절하지만 친절에도 정도가 있다. 몸에서 베여 나오는 친절과 호갱님에 대한 친절은 격이 다르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기다리는 주인장도 그 자리에 서서 손님이 앞에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카운터 옆으로 나와 손님이 나올 때 가볍게 목례를 하며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리조트나 호텔 프론트에서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를 하듯 자신이 하는 행동을 말로 표현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주인장의 식당 서비스가 좋은 곳도 이런 모습일 때가 있다. 계산을 하더라도 아무말 없이 카드나 현금을 계산하고 잔돈이나 카드를 돌려 줄때도 그냥 주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이럴 때 "감사합니다"가 대부분이다. 카드 받았습니다.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얼마 나왔습니다. 카드 여기 있습니다. 잔돈 여기 있습니다. 불편한 사항 없으셨습니까? 맛있게 드셨습니까? 다음에 또 오십시요 등등 끊임없이 손님과 대화를 하는 주인들도 있다. 손님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손님을 손님으로서 가치있게 대하기 때문에 대화가 잦을 수 밖에 없고 남의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일찍이 터득했기 때문에 돈과 관련한 행동에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런 주인장과 만나면 대부분 아. 네~ 하고 멋쩍어 하면서 잘 먹었네요. 정도 답을 해주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을 챙겨준다는 기분을 받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식당 출입문 앞에서 오고 가는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주인들이 있는데 이런 집도 괜찮은 집이다. 특히 계산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손님에게 목례가 아닌 허리인사를 하는 주인이라면 그 집의 맛은 이미 보장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앞서 맛이 주가 되는 집이 있고 맛이 부가 되는 집이 있다고 했는데 맛이 아닌 전반적인 형태를 보면 먹어보지 않아도 이 집이 맛이 있을지 없을지는 구분하기 쉽다는 뜻이다. 최악의 맛집은 24시간 식당이다. 음식 조리에 끊임이 없고 식당 운영에 끊임이 없으면 그건 맛이 주인공이 아니라 돈이 주인공이다. 손님은 호갱님일 뿐이다. 누구는 메뉴의 특성상 24시간 운영을 해야 하는 집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개소리다. ㅡ..ㅡ;; 우려내야 하고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려서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서는 주방이 24시간 돌아간다고 할 때 주방만 24시간 하면 된다. 손님은 정해진 시간에만 받고 주방만 24시간 하면 상관 없지만 주방이 24시간 한다고 해서 홀도 24시간 해야 한다는 것은 계산적인 이치만 따진다는 것 밖에 안된다. 그런 집은 아무리 소문이 나고 맛집으로 평가되도 안간다.
대형식당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24시간 운영 식당은 그냥 24시간 김밥천국과 같다. 24시간 운영 식당은 인류 식당문화에 있지도 않고 필요도 없었다. 식당의 메뉴가 외계인에게서 배운 것이 아닌 이상 24시간 운영해야 할 메뉴 따위는 없다. 무엇보다 가장 최악인 점은 직원들의 복지다. 24시간 운영은 주야간 체제로 운영되는데 사람의 신체리듬을 배려하지 않는 근무체제는 권유할 만한 것이 못된다. 똑같이 8시간 근무를 해도 야간근무가 훨씬 힘들다. 그래서 야간근무가 보통 주간근무보다 급여가 쎄다. 직원을 사랑하고 챙기는 주인장이라면 하라고 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24시간 운영이다. 주간 근무만 하는 맛집 중에서는 점심과 오후 일부, 그리고 저녁에만 운영하면서 틈틈히 직원들을 쉬게 해주는 곳도 많은데 그런 곳이 진짜 식당 다운 식당이다. 홀 운영시간이 정해진 식당이 대체적으로 맛집인 경우가 많다. 아무때나 가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맛집이 될 수 없다. 재료의 신선함과 직원의 근무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무때나 가도 상관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부모님한테 아무때나 수시로, 마음대로 맛있는 음식을 달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한 게 음식이다. 음식을 만들고 내어야 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한정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24시간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지 않는다. 먹는 시간이 있고 엄마가 만드는 시간이 따로 있다. 무엇보다 엄마도 쉬어가면서 만들어야 한다. 직원 근무를 고려하지 않는 24시간 식당들은 엄마에게 24시간 주방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언제든지 밥 달라고 하면 밥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원가를 따지지 않고 최소한의 마진만 보고 주는 쌀밥의 형태도 중요하다. 대부분 흰쌀밥을 주지만 밥을 시켰는데 기본 밥이 잡곡이거나 콩밥인 집이 있다. 맛집의 식당은 주메뉴와 함께 소소한 작은 것들까지 챙기는게 주방에 있는 사람과 주인의 마음이다. 우리는 주식으로 밥을 먹기 때문에 의외로 밥이 중요하다. 밥에 정성을 들여 제공하는 집은 반찬도 맛있다. 특히 공기밥 추가분이 매우 저렴하거나 밥은 공짜라는 집들도 맛집의 범위에 많이 든다. 밥에 인색하면 모든게 꽝이다. 밥이 맛있다고 느끼는 집은 음식들도 다 맛있다. 밥을 짓는데 신경을 쓰고 쌀을 수매하여 사 들이는데도 신경을 쓴다면 그 집은 식당으로서 자질이 있다. 주변의 식당들은 업자에게 받는 쌀이 얼마인지, 적당히 괜찮은지가 기준이지 진짜 좋은 쌀로 손님에게 주지 않는다. 밥만 봐도 맛집이 구분되는 이유는 이런 주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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