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넛마을 최진사 댁의 셋째 딸을 차지한 칠복이는 돌쇠와 먹쇠를 누르고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두고두고 느낄 아쉬움 하나가 있었음을 그때는 몰랐을 거다. 바로 막내딸과 결혼함으로써 자기에게는 처제가 없다는 것.
결혼과 동시에 남자는 장인, 장모 등 새로운 가족이 생기지만 그중에 제일의 선물은 바로 처제다. 특히 여동생이 없는 남자의 경우 처제는 더 각별한 존재일 테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언니와 비슷하면서도 언니보다 더 싱그런(?) 처제는 그저 귀엽고 보호해주고 싶은 대상이 된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형태와 정도를 달리한 정치적, 권력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벽이라는 것이 생기는 법인데 형부와 처제는 이런 부분에서도 탈이해적이고 편안하다. 장모가 사위에게 잘해주는 것은 자기 딸로 그 애정이 돌려지기를 바람이지만, 형부에게 잘하는 처제는 그런 생각까지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사위가 장인에게 잘해드리는 것은 결국 자기 아내가 시부모에게 잘해줄 것이라는 보상심리가 있지만, 처제에게 잘해주는 형부는 그런 식으로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다.
여기다 부부싸움이라도 한 날이면, 원수 같은 아내를 험담하면서 속을 풀 수 있는 대상으로 처제만큼 '딱'인 사람도 없다. 같은 상황에서 처남이라면 제 누이 편을 들 것이지만 처제는 끝내 형부 편을 들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남자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세상의 형부들은 처제 앞에서 늘 부처님 상이 되어 처제가 뭔가를 부탁이라도 하면 언니도 모르게 기꺼이 흑기사가 돼버릴 수밖에.
처제가 이모가 되었을 때, 처제를 향한 형부의 사랑도 한 단계 더 진화한다. 내 아이들에게 이모는 한없이 좋은 친구이며, 이야기 상대이며 또 하나의 엄마가 된다. 이상하기도 하지? 어느 집이든 똑같은 조카를 두고 고모보다는 이모가 더 가깝다. 집안만 그런가? 하다못해 '이모네 파전', '이모네 곱창집'은 있을지언정 '고모네 백반', '고모네 떡볶이집'은 보이지 않는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이모"라 부를지언정 "고모"라고 부르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이렇듯, 고모가 '엄숙함' '무게감'의 느낌을 줄 때 이모는 '경쾌함' '친근함'의 분위기를 주는 것이다. 이것을 모계사회의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고 남매 쪽보다는 자매 쪽이 더 살가운 정을 나누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내 아이를 자기 새끼처럼 보살펴주는 처제를 보면 형부들은 무슨 보험이라도 들어놓은 양 든든하고 고마운 것이다.
돌이켜보니, 보너스가 하나 더 있었다. 결혼을 앞둔 남자에게 예쁜 처제가 있을 때, 친구들이 보이는 호감지수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 재보다는 잿밥에 관심 많은 늑대의 무리로 인해 예식장이 하객으로 꽉꽉 채워진다는 것도 처제가 주는 특별한 부록의 혜택이다. 이렇듯, 처제 사랑이 나라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의 칠복이는 평생 몰랐을 테니 얼마나 아쉬웠을까?
노매드 미디어&트래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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