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신문기사 2015년 1월 20일자
72억원, 전국 어린이집 1만 6590곳 CCTV 설치할 수 있는 비용
세종청사 어린이집 CCTV 화면, 부모 스마트폰 앱으로 '생중계'
최근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서 보듯이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는 어린이집은 상황이 열악한데 국회와 정부청사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시설이나 운영방식, 보육교사의 수준 등이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교사 1명당 아동 수는 6명 정도로 국공립 어린이집(보통 10명 내외)의 절반에 불과하다.
국회 어린이집의 건축비용은 일반 국공립 어린이집의 2.5배 가량 된다.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부산 사하구갑)등 국회의원도 아이를 국회 어린이집에 맡길 정도다. 세종정부청사 어린이집은 구석구석에 CCTV가 설치돼 있다. 부모들은 스마트폰으로 CCTV 화면을 실시간 시청할 수도 있다.
- ▲ 국회제1어린이집 놀이터 전경
보건복지위원회 여야(與野) 의원들은 전국 4만3000여곳의 민간 국공립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예산 부족과 보육교사 인권보호를 이유로 보류했다. 그런데 국회는 청사 내 있는 총 3곳의 어린이집을 짓는 비용으로 71억8800만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제2 어린이집을 준공한 지 3년 만인 지난 2013년 26억원짜리 제3어린이집 신축예산을 편성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국회운영위원회의 결산심사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국회 제1어린이집과 온실 신축공사(2007년 완공)에 25억9200만원이 쓰였고, 2010년 완공한 제2어린이집 신축공사에 20억3300만원, 지난해 완공한 제3어린이집 25억6300만원 등 총 71억8800만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지난해 6월 완공해 7월 개원한 제3어린이집은 오는 2월 2015년도 원생 모집에 들어간다.
- ▲ 국회는 2007년 제1어린이집 온실 신축공사에 25억9200만원, 2009년 제2어린이집 신축공사에 20억3300만원 등 46억24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국회운영위원회 예산결산보고서
인천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아동 폭행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아동 학대 근절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앞다퉈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회가 자신들의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짓는 예산은 펑펑 쓰면서 일반 서민 자녀의 안전에는 무관심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어린이집은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포함한 국회 소속 공무원 등 국회 업무와 관련 있는 사람의 취학 전 자녀만 다닐 수 있는 시설인 만큼 ‘특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 국회는 2013년 제3어린이집 신축공사 예산으로 25억6300만원을 책정해 빈축을 샀다/국회운영위원회 예산심사보고서
국회 운영위가 제3어린이집 신축 예산 26억여원을 의결한 201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예산부족과 보육교사 인권을 이유로 보건복지부와 일부 위원이 제안한 전국 민간 및 국공립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 법안을 소위에서 부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소재 국·공립 어린이집 한 곳(정원 80명)을 짓는 데 든 비용은 건축비 9억원, 기자재비 1억원등 약 10억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 수는 9만9405명에 이른다.
복지부는 당시 소위에서 전국 4만3000곳의 어린이집 CCTV 설치 비용을 약 176억원(1기당 65만원으로 추정)으로 보고했다. 국회가 총 3 곳의 어린이집을 짓는 데 쓴 72억원을 역산하면, 현재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3만 4000여곳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1075곳의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 국회제3어린이집 건립공사 기공식/ 국회사무처 제공
국회의 '호화 어린이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회가 2010년 2월 24일 '국회 제2어린이집'을 개관할 때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공사비가 논란이 됐다. 이 밖에 2010년 국회운영위 예산심사보고서를 보면 국회는 어린이집 운영경비로 1년에 7억2600만원을 책정했고, 이듬해 해당 예산을 7600만원 가량 증액하는 등 매년 경비를 올려 구설에 올랐다.
이후 국회사무처는 이 비용을 '기타예산'으로 분류해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회는 어린이집 교사, 부서별 임시채용자(단기간 행사지원) 등 연 평균 약 55명의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는데, 이들에게 연간 4억2900만원에서 8억4000만원까지 추가 비용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국회 어린이집은 저렴한 보육료에 좋은 시설과 교육프로그램으로 영등포 일대 학부모들 사이에 유명하다. 제1, 2 어린이집은 이화여대 사범대 유아교육학과, 제3 어린이집은 중앙대 유아교육학과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 ▲ ▲ 지난해 7월 개관한 국회제3어린이집. 국회어린이집은 우리나라 최고시설과 교육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국회제3어린이집 전경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의 자녀도 국회 어린이집에 다닌다. 국회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는 평균 6.1명(63명/384명)이다. 가장 최근에 개원한 제3어린이집은 정원 96명에 교사 30명으로 보육교사 1인당 3.2명에 불과하다. 현행 기준이 보육교사 1인당 1세 미만은 3명, 2세미만은 5명, 2세 이상은 7명, 3세 이상은 20명이며, 일반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는 10명 내외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내에 있는 어린이집도 좋은 시설로 유명하다. 세종청사 내 아이온어린이집은 CCTV화면을 부모들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 어린이집에도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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