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 오뎅 / 덴뿌라(덴푸라) ,그리고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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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어유희

어묵 / 오뎅 / 덴뿌라(덴푸라) ,그리고 쓰나미

by 깨알석사 201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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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 오뎅, 그 오뎅을 보고 오뎅은 일본식의 잘못된 말이며 어묵이라는 우리나라 말로 순화해서 불러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오뎅이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어묵이라고 고쳐주는 친절함까지 보여주는 사람들까지 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어와 일본식 이름인데 "순화"해서 우리말로 써야 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어서 그것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정작 언어사용에 대해 정확하게 쓰지 않게 된다.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라고 권고하는 경우 중 첫째는 우리나라에 이미 표기법이 있거나 우리말로 써도 상관이 없는 경우, 굳이 외래어를 남용해서 우리말 사용을 줄이거나 우리말 사용에 혼탁함을 야기시킬 수 있기에 우리나라의 우리말로 바꾸어 쓰라는 것이 두 가지 중 하나로 예를 든다면 굳이 외래어로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 캠퍼스(교정), 스쿨(학교), 레스토랑 (식당) 같은 것들이 있겠다. 굳이 외래어를 쓰지 않아도 의미 전달이 충분히 된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나 이탈리아 식당이나 의미 자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두번째로 순화해서 쓰라고 권고하는 경우는 잘못된 외래어나 불순한 외래어일 경우다. 대표적인게 일본어인데 오뎅도 바로 이런 이유로 "착각"해서 오뎅이 아닌 어묵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외래어라는 것이 외국에서 들어온 언어로 우리말에 없다면 그 외래어가 우리말로 똑같이 사용되지만 우리말이 있음에도 그 외래어를 우리말처럼 써야 한다면, 특히 그것에 강제성이 있다면 당연히 그 말을 따라해서도 안되고 불러서도 안된다. 코카콜라의 경우 우리말로 탄산수외에는 정확히 표현할 방법이 없고, 존재 자체가 없던 이름이기에 대신할 단어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코카콜라는 코카콜라다. 헬리콥터 역시 마찬가지, 헬리콥터나 헬기나 우리나라에는 원래 없던 말이이서 그대로 쓴다. 하지만 우리말에 있든 없든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써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말이 없으면 우리말을 만들면 되고 우리말이 있다면 우리말로 쓰면 되지만 우리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외래어로만 쓰게 한다면 그건 불순한 언어로서 사상 자체를 교란하는 행위다. 일본식 이름으로 잘 알려진 벤또(도시락), 와루바시(젓가락), 스메끼리(손톱깍기), 기장(바지길이), 마이(상의) 등등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거나 우리에게 전파된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일본 사람들에 의해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일본어만 쓰게 하였다가 해방 이후에도 일본어 사용이 익숙한 어르신들에 의해 남겨져 오랫동안 사용된 일본식 이름들로서 일본 외래어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전파된 계기, 우리가 쓰게된 이유 때문에 지금은 쓰면 안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익숙한 이 일본식 이름들은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일본 사람들 밑에서 눈치보고 고생을 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쓰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 때문인지 일본식 이름은 다 안된다. 무조건 안된다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서양 문물이 자연스럽게 유입된 것처럼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 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들어온 일본 외래어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일본 외래어와 근본이 다르다. 코카콜라처럼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과 벤또라고 해서 강제로 쓰게 만든것은 엄연히 다른 일본 외래어다.

 

 

더군다나 오뎅은 잘못된 말이고 어묵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상당히 잘못된 해석이다. 어묵은 말 그대로 물고기로 묵을 만들어 먹는다해서 물고기로 만든 묵, 어묵이라고 부른다. 어묵은 우리나라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는 생선음식이다. 우리는 이 어묵을 대중적으로 먹지는 않는다. 일부 항구도시나 어촌지역에서나 해먹을 뿐이지 대중적인 확산은 일본의 오뎅과 덴뿌라 때문이다. 오뎅을 어묵으로 순화해서 쓰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부적절하다는 이유 중 하나는 어묵과 오뎅은 그 자체가 다르다. 이것은 김치와 김치찌개와 똑같다. 김치찌개를 보고 김치찌개라고 부르면 안되고 김치라고 불러야 한다면 이해가 되나?

 

 

어묵은 물고기를 통째로 갈아 만든 묵이고

오뎅은 그 어묵과 무, 곤약등과 함께 국물에 담가 먹는 국물요리 이름이다.

덴뿌라는 어묵을 튀긴 요리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어묵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았고 국물요리라고 할 만한 대표요리가 없지만 일본은 오뎅국, 오뎅탕이라 해서 국물요리가 따로 있다. 결국 오뎅은 어묵이 아니라 어묵과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든 국물요리 이름이다. 김치찌개는 김치가 아니라 김치와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든 국물요리 이름인 것과 같다. 우리가 어묵을 집에서 먹을 때는 어머니들이 대부분 간장에 조린 어묵조림으로 많이 만들어 먹는다. 그것은 어묵을 가지고 만든 조림으로 어묵이 맞다. 하지만 그 어묵을 가지고 국물요리로 만들어 먹는다면 그건 어묵이 아니라 오뎅이다. 김치를 볶으면 볶아도 김치이지만 국물요리로 만든면 김치가 아닌 김치찌개, 김치전골이라는 전혀 다른 요리 음식을 가지게 되듯 어묵과 오뎅은 같은 말이 될 수 없다.

 

 

어묵을 가지고 국물요리로 담가 먹으면 오뎅이고 어묵을 가지고 튀겨 먹으면 덴뿌라다. 오뎅과 덴뿌라는 원래 일본 음식으로 일본 음식명을 그대로 쓰는게 정상이다. 우리가 김치를 가지고 해외에 가서 김치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오뎅과 덴뿌라는 잘못된 일본식 외래어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없는 일본의 고유 음식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순화해서 쓰라고 하는 어묵은 오뎅과 덴뿌라의 한 재료일 뿐이지 그 요리 이름을 어묵으로 통칭해서 대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오뎅과 덴뿌라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어묵이라고 써야 한다면 김치를 볶거나 (김치볶음) 찌거나 (김치찜) 국물로 (김치찌개/김치전골) 만들어 먹거나 무조건 김치라고 통칭해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본식 외래어에 대한 기준을 일제강점기 시대 들어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위적으로 쓰였던 말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일본식 외래어는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 생각이 올바르다라고 생각한다면 한국전쟁에서 분단의 아픔을 겪게 만든 결정타 중공군 때문이라도 한자는 물론 중국말 자체도 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일본이 쓰나미로 인한 재난이 한창일 때 어느 분께서 방송사마다 쓰나미라는 일본어를 대놓고 쓰는 것이 못마땅하다며 왜 우리나라 말로 순화해서 쓰지 않고 일본이 아닌 미국이나 동남아 지역의 쓰나미까지 쓰나미라고 불러서 방송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쓰나미 이야기를 설명하려면 우리나라 홧병이라는 말로 설명하는게 가장 적절하지 않나 싶다. 홧병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발병한다고 의학 리스트에 오른 병명인데 울화병이라고도 하는 속으로 삯히는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말한다. 이 홧병은 영문명도 홧병이다. 홧병은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생겨났고 우리나라 사람에게서만 그 특징이 잘 보이며 우리나라에 의해 연구된 결과물로 그래서 병명도 홧병 그대로 간다. 쓰나미의 경우 해일로 불러도 되지 않냐고 하는데 쓰나미와 해일은 다르다. 쓰나미는 쓰나미라고 하는 것이 따로 있다. 지진, 해일, 지반 침하 기타 등등 복합적으로 오는 것이 쓰나미다. 일본은 쓰나미 자체가 워낙 많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본인들이 살기 위해서는 쓰나미 연구를 일찍 하여 대비할 수 밖에 없다. 쓰나미 연구의 최고 권위자는 일본이며, 연구 업적은 일본이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다. 쓰나미를 모르던 사람이나 쓰나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쓰나미인지 아닌지 일본학자에게 자문을 구할 수 밖에 없을 정도다.

 

 

쓰나미는 일본식 외래어가 아니라 쓰나미 연구를 오랫동안 하던 일본인들에 의해 일본식 이름 쓰나미가 공용어로 채택된 것으로 쓰나미는 쓰나미 재난을 지칭하는 대표 명사다. 미국의 허리케인과 같은 말로 우리에게는 허리케인이 발생하지 않고 돌풍이나 태풍만 있어서 허리케인을 쓰거나 쓸 이유가 없지만 돌풍이나 태풍이 아닌 허리케인이 우리나라에도 생긴다면 우리는 그것을 허리케인이라고 부르게 된다. 쓰나미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쓰나미가 없어서 쓰나미라는 말을 쓸 이유가 없지만 쓰나미가 우리나라에도 생긴다면 당연히 우리도 쓰나미로 불러야 된다. 외국인이 홧병이라는 걸 모르다가 홧병 진단을 받으면 외국어로 "저 홧병 걸렸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잘못된 언어를 고쳐 부르는건 좋다. 하지만 고유의 영역까지 가리지 않고 무조건 고쳐야 하거나 해석을 다르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 모든것은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다르게 바뀐다. 그것을 일제강점기 일본식 외래어 표기처럼 인위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다른 부분까지 강제할 필요성은 없다. 길거리에서 오뎅 먹을 때 마음 편하게 오뎅 좀 먹자. 오뎅 먹는다고 하면 못 배운 사람처럼 쳐다보는 사람도 있는데 누워서 얼굴에 침 뱉기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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