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은 시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변화를 추구했다. 지역 이름이 적힌 번호판에서 주거지를 옮기면 자동차 번호판도 바꾸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전국구 번호판이 다시 나왔다. 이후 전국구 번호판은 번호에 따라 지역을 유추할 수 있게 되면서 부자 동네를 의미하는 특정 지역 번호를 받기 위한 쏠림 현상이 일부 발생했고 결국 번호를 랜덤으로 돌려 이제는 자동차 번호판만 보고 차주의 주거지를 알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아직 번호판이 개정 되기 이전의 구 버전 번호판과 신 버전 번호판이 동시에 사용되니 지역별 부여 번호가 완전히 적용 안되는 건 아니지만 01~16 서울 번호판, 17~20 부산 번호판, 21~24 대구 번호판 하는 식이 이제는 꼭 맞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차를 바꿀 때 승용에서 화물로 승용에서 승합으로 차량급을 달리 하기 보다는 승용에서 승용으로 그대로 타는 분들이 더 많다보니 번호판을 새차에 그대로 승계하기도 하여 구 버전의 지역별 번호가 실제 차주의 거주 지역과 맞는 경우가 더 많다. 완천 생애 첫차라면 몰라도 차를 바꾸는 경우라면 이것도 꼭 적용되는 건 아니라서 아직은 번호판을 보고 차량이 어디 지역인지 맞추는게 더 쉽다.
참고로 아직 통용되는 번호판도 많기에 남은 지역을 표기해 보면 25~28 인천 번호판, 29~30판 광주 번호판, 31~32판 대전 번호판, 33 울산 번호판, 34~49 경기 번호판, 50~51 강원 번호판, 52~53 충북 번호판, 54~56 충남 번호판, 57~58 전북 번호판, 59~60 전남 번호판, 61~64 경북 번호판, 65~68 경남 번호판, 69 제주 번호판이다.
이후 한글 가나다, 거너더 등은 해당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에 따라 부여 된다 (강남구를 뜻하는 "조"가 그래서 인기가 많았다) 물론 영업용은 기초자치단체에 따라 부여되지 않고 우리가 흔히 아는 "아빠사자 (아, 바, 사, 자)가 영업용 전용 글자만 부여되며 지역 변호가 달라 16 가 (서울 번호) 35 가 (경기 번호) 처럼 한글 표기는 겹칠 수 있다.
나는 예전에 황당하면서도 놀라운, 그리고 신비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면 그런 기분일까 하는 내 차와 완벽하게 닮은 쌍둥이차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차종도, 색상도, 차량모델도, 심지어 번호판까지 내가 내 차라고 혼동할 정도로 완벽하게 닮은 쌍둥이었다.
당시에는 쌍둥이 번호판에 대해 신기함만 있었고 특별히 문제가 되거나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이후 쌍둥이 번호판이 생각나면서 여러 군데 알아보니 이게 신기함만 따질 게 아니라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긴 상식적으로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나와 완벽하게 동일한 차량이 차량 사고를 일으키거나 (뺑소니) 과속을 하거나 통행료가 엄청 누적된 상태라면 그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 나에게 뒤집어 씌여질 확률이 컸고 나는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걸 매번 증명해야 할 것이다.
약 4년 전에 목격했던 쌍둥이 번호판이 생각나 (현재는 차량과 번호판이 바뀐 상태) 사례를 찾아보니 차량색상과 차종이 같고 번호판은 일부가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 두자리 숫자만 다르거나 한글만 다른 경우다. 완벽하게 모든 것이 일치하는 사례에 대한 글은 아직 못 봤지만 뉴스나 기사를 통해 작전차, 쌍둥이차라는 불법 대포차에 대한 정보는 많았다. 대포차에 쓰인 번호판인 만큼 실제 번호판 주인도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 결국 그런 경우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쌍둥이 번호판인 만큼 사례가 나오기는 오히려 더 힘들 것 같다.
근데 나는 왜??
인천국제공항 주차장이었다. 나는 공항에 마중을 가는 길이었고 인천공항 주차장(단기)에 주차를 하러 들어갔다. 차를 주차하고 걸어 나오는 순간 내 차 옆옆 차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시다시피 운전을 오래 한 차주들은 무의식적으로 차를 떠날 때 고개를 돌려 차가 선에 맞춰 잘 주차되었는지 어디 이상이 없는지 쳐다보게 된다. 뽁뽁이를 누를 때도 마찬가지 (2회 점등 확인)
그 순간 내 옆옆 차가 눈에 들어왔고 완벽하게 같은 동일 모델의 동일 차량의 동일 색상을 보며 "내 차랑 많이 비슷하네"라고 생각 했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 차의 번호판에 눈이 내려갔고 그 순간 난 얼음이 되었다.
00 가 0000.....표기된 모든 숫자와 글자가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게 가능한가 싶어 내가 잘못 봤다고 생각해 다시 돌아가 그 차 앞에 섰다. 번호판을 다시 봐도 완벽하게 일치한다. 그 때는 놀라움과 신기함이 컸다. 차량 내부를 살짝 보니 상당히 비슷했다. 좌우, 뒤까지 확인을 했는데 타이어도 같은 타이어였고 내가 옵션으로 달았던 여러가지 차량 용품도 (외장품) 거의 비슷하게 설치가 되었다. 차주인 나도 헷갈릴 정도인데 아마 내 차를 타는 다른 사람이라면 100% 착각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의 주인을 반가운 마음에 보고 싶었지만 공항인 만큼 기다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10분간은 우두커니 그냥 그 차를 바라봤던 것 같다. 너무나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마중 나온 사람과 만나 조금 전 겪었던 쌍둥이차, 쌍둥이 번호판에 대해 알려줬는데 믿지 못했다. 어딘가 글자나 숫자 하나가 다를거라고 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게 흠이었다. 당시 난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잘 쓰지 않았다. (4년전 자체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뿌려진지 1년 조금 넘었을 때다)
지인과 함께 공항 주차장에 돌아오니 그 차가 없다. 그새 가버린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쪽지라도 적어둘까 했는데 그 때는 그 이별이 무척 아쉬웠다. (완벽하진 않지만 번호판 4자리 숫자만 같아도 쌍둥이차나 쌍둥이 번호판이라 해서 흥분하는 차주가 있는데 그 심정 100% 공감한다, 진짜 놀라고 흥분된다, 너와 나의 운명~)
한참 후 그 차에 대해 잊고 지내다 다른 새차, 다른 번호를 받으면서 당시 있었던 쌍둥이 번호판 이야기를 딜러에게 한다. 딜러는 생각한다. 그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면, 누군가 실수로 이중 등록이 되었다거나 의도를 가지고 조작을 했다는건데 번호 조회를 할 때 둘 중 한 사람은 차적조회가 안되고 자동차 검사도 받을 수 없을거라고 했다 (둘 중 하나가 받으면 이미 검사 완료가 되니), 교통범칙금이나 주차 과태료 등의 문제, 자동차 보험은 또 어떻게 할거냐고 했다. (하긴 자동차 보험에 차량번호만 말해도 다 조회가 되니...)
결국 내가 잘못 봤거나 착각했을 것이라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차와 관련해 아무일도 없었지만 내가 본 것이 착각이었다는 건 쉽게 납득이 안되었다. 나 역시 당시 너무 놀라 정말로 "10분" 넘게 거기에서 아예 앉아서 뚫어지게 봤기 때문이다. 난 타이어를 당시 출고 전 타이어와 다른 걸로 교체를 했었는데 그 차의 타이어도 교체 된 타이어가 같았다. 내부의 자잘한 장식물과 룸미러 크기 (그 차는 사제를 추가) 차이만 있을 뿐 기본 옵션은 거의 같았다.
현실에서는 완벽하게, 완전하게 동일한 차량 번호판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하지만 (행정은 물론 차주에게도 피해) 난 실제 나와 완벽하게 똑같은 차량 번호판을 목격했다. 좌측 운전석 뒷자리 문 옆의 작은 유리창에 적힌 스티커를 보면 차량 연비 및 제조에 관한 바코드가 붙여 있는데 차량 출고 시기까지 같은 건 당연했다. (난 정말 모든 걸 확인했다)
대포차(작전차)가 폐차를 대상으로 번호판 부활을 하여 운영한다고는 들어 봤어도 멀쩡한 차를 그대로 복사해 타고 다닌다는 건 분명 바보가 아닌 이상 멍청한 짓이다. 대포차가 마음대로 타고 다니는 건 그 번호판 주인을 찾지 못해서인데 나의 경우에는 둘 중 하나는 확실하게 통보가 되기에 자기가 하지 않은 행정처분이나 과태료에 대해서는 분명 따지고 들어갈 것이고 쌍둥이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내가 잘못 봤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지나가면서 봤거나 운전 하면서 봤던 경우가 아니다. 주차를 하고 걸어 나오면서 옆옆 차량을 보게 되었고 난 그 차의 본넷부터 트렁크까지 손으로 만져가며 그 차를 둘러봤다. 번호판은 앉아서 코 앞에 두고 하나씩 봤고 멀리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면서 (반가운 마음에 주인이 오길 기다리며) 새겨진 번호판의 숫자들도 직접 손으로 터치했었다. 그 정도로 흘기면서 본 수준이 절대 아니다.
색이 달랐거나 차량모델(급)이 달랐거나 (2,0과 2.4 등의 배기량) 번호판 한 글자라도 달랐으면 그 자체로도 흥분 했겠지만 그 차는 달랐다. 다른 걸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 가끔은 생각해 본다. 그 차도 차량번호로 보험사 조회도 하고 (만기) 주차 딱지도 끊고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에 차량 존재가 등재가 될텐데 어떻게 나와 겹치지 않고 잘 있는지 말이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쌍둥이차, 쌍둥이 번호판이 합법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난 외계인의 존재는 안 믿어도 그 때 내가 본 나의 쌍둥이차는 믿는다. 그게 착각이든 또 다른 세계의 차량이든 내 눈은 속여도 내 촉감마저 속이긴 쉽지 않을거라는 걸....(너무 놀라면 번호판에 적힌 글자 숫자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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