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알에서 태어난다. 고로 알이 먼저다.
알은 닭에서 나온다. 고로 닭이 먼저다.
어느 학자가 과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연구한 결과 닭이 먼저다라는 것을 밝혔다고 하는데, 닭과 알을 너무 이분법 차원으로 나눠서 고민이 되는 것 같다. 닭은 성체고 알은 미성체다. 닭이 아버지면 알은 자녀인데 아버지가 먼저인 것은 당연. 물론 이 닭과 알의 문제는 이렇게 단순한 접근이 아니라 나름의 철학적 요소를 가미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한번 더 꼬아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마찬가지로 성인이 먼저냐 아이가 먼저냐에서 아버지가 먼저냐, 자식이 먼저냐로 이어 생각할 수 있다. 같은 개념이니. 닭과 알에서는 이 문제를 나누어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점이 빠져있다. 함정이 있는 것이다.
아버지 위에는 아버지가 있고 그 아버지 위에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 위에 자녀가 있다라고 하지 않는다. 닭 위에 닭이 있고 닭 위에 닭이 존재한다. 알은 닭의 초기모습이니 닭=알이 된다. 결국 닭만이 존재한다. 인간세계에서도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등, 윗대로 올라간다고 해도 자녀가 아닌 성인으로만 본다. 알이 먼저가 되면 이론적으로 인간도 족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자녀-자녀-자녀-자녀)
또한 알은 닭의 수정란이다. 닭이 있고 수정을 해야 가질 수 있는게 알이다. 반대로 알은 닭을 가질 수 없다. 닭을 가지는게 아니라 닭으로 커간다. 이 말은 닭이 알을 자기와 분리시켜 새로이 알이란 것을 창조하여 낳지만 알은 닭으로 성장만 할뿐 닭을 새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닭과 알에서 닭은 닭과 알을 모두 가지고 있고 알은 닭만 가지고 있다. 닭은 닭 본연과 알이라는 분리체가 있는데 이 두개의 유형을 가진 경우다. 반대로 알은 알에서 닭으로 변화만 할 뿐이지 성체는 1개만 계속 존재 한다. 단지 언어적으로 알이 닭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알도 닭이 된다는 것을 알에게도 닭이 있다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닭은 성체의 분화이고 알은 성체의 변화다.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면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애초에 닭에게는 두가지의 의미가 있고 알에게는 하나의 의미가 가지고 있어서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것이다.
[이 주제만 가지고 토론하면 밤 샌다]
이렇게 아리송한 것 중에 하나가 사형제도다. 인간의 생명은 존중 받아야 하고 귀하다고 여겨진다. 설령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고 사형수의 인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귀한 목숨을 잃게 만든 것은 그에 합당한 죄값을 치뤄야 하고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목숨으로 죄값을 치뤄야 한다는게 사형제도 찬성자다.
닭과 알처럼 모두 맞는 말이고 모두 의미있는 말이다. 누가 옳고 틀리다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찬성자나 폐지자나 모두가 인간의 생명과 인권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다. 닭과 알도 충분히 풀수있는 문제인 것처럼 이 사형제도 역시 답이 있다.
인간의 생명은 귀중하고 값지다.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처할 수 없다라는 전제하에 풀어보자, 찬성과 반대가 모두 유일하게 동의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의 생명을 범죄자의 생명과 대중의 생명으로 나눌 필요도 없다. 모든 생명을 전제로 하자. 인간의 생명은 귀중하고 값지다라는 이 전제가 만약 깨지면 어떻게 될까? 그 전제가 깨지지 않고 버티면 찬성과 반대가 계속 대립하는 양상구도를 갖지만 깨지게 되면 둘 중 하나의 쪽 의견에 힘이 실리게 된다.
인간의 생명이 귀하다는 것의 반대는 괄시 또는 멸시다. 인간의 생명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이 시점에서 지금 우리들의 생명은 귀하게 대접받고 있을까? 그렇다라는 사람보다는 아니다라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사회문제나 국가재난 사태에서 그런 사례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가족을 몰살하고 잔인하게 살해를 해도 사형을 당하는 법이 거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을 평생토록 망가트려도 사형을 당하는 경우가 없다. 사형은 선고를 받되 집행은 하지 않는 모순점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생명이 존중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괄시를 당하는 이유는 죽일 놈, 죽어야 하는 놈, 죽어 마땅한 놈이 죽지않고 처벌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죽게 만들어도 극형이라는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인간생명의 귀중함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인간생명의 존중을 말하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그 때문에 인간생명이 존중 받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저 사람은 왜 사형 당해? 사람을 죽이고 못된 짓을 많이했어, 사람 목숨 귀한줄 알아야지, 저렇게 사람 목숨까지 뺏으면 큰 벌을 받는거야!
저 사람은 왜 사형 당하지 않는거야? 사람을 죽이고 못된 짓을 많이 했지만 사람 목숨은 귀한거야 어떤일로도 그 대신 처벌로 사람 목숨을 뺏을 수는 없어!
여기서 닭과 알처럼 생각의 범위를 달리 해보자. 사형수의 입장에서 보면 둘 다 맞는 말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생명에 대해 논할 때도 이 두말은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대화는 이 행위(사형이라는 처벌)로 인해 다른 인간생명체에 영향을 끼친다. 처벌을 해도 대중에게 영향을 주고 처벌을 하지 않아도 영향을 준다. 결국 둘 다 영향을 주는데 처벌을 하면 인간생명은 고귀하다. 함부로 해쳐서는 안된다가 성립되는 반면에 처벌을 하지 않으면 인간생명은 고귀하지만 처벌은 제대로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생명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함부로 취급된다라는 인식이 퍼지게 된다.
인간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는데 거기에 도전한 사람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게 인간의 법칙이자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제조건에 도전한 사람마저 인간생명의 존중의 잣대를 들이대면 혼란만 불러일으키면서 정작 인간생명의 귀중함이라는 본연의 의미는 퇴색된다. 국회의원이나 지도자가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 사회에서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약해지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도 그러는데 나는 왜 안되느냐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하고 처벌에 대한 정당성도 부정하게 된다. 더 나아가 동물이나 물건취급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사형이라는 말 자체가 공포다. 사형 당했다라고 말하면 그 주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경각심을 갖는다. 사람 목숨 뺐는건 천벌감이다라는 의식을 갖는 것이다. 지금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고 한다. 사람 몇 죽어나가도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인간생명의 귀중함을 앞세울수록 그것에 반하여 도전하는 생명들은 귀중한 생명으로 같이 보아서는 안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동급으로 보기 때문에 난제로 남는 것이다. 닭은 닭으로 알은 알로 보면 답이 보이듯이 일반 사람의 생명은 일반인대로 범죄자의 생명은 범죄자대로 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차원적으로 범죄자의 생명을 논하는 사이 모든 사람들의 생명은 반대로 괄시를 받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바로 이 사형수 문제다. 사형수의 인권과 생명이 보장 될수록 대중의 생명과 인권은 괄시와 멸시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사형제도와 사형수의 인권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찝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인간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위협받으면서 괄시와 멸시를 받는 경향이 늘게 되고 오히려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겨서 인간생명을 미존중하는 역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건 내가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반 범죄나 사형수나 생명이라는 거대한 절대적 기준만을 앞세워 근본이 되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짓지 못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생명은 오히려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는 되레 범죄자, 가해자의 인권과 생명만 존중받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머리는 찬성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반대를 외치는 결과가 된다.
병아리 열 마리를 키우던 아이가 병아리를 잔인하게 죽이면 부모는 엄하게 혼을 내야 할까? 혼을 내지 말아야 할까? 아이에게 아이는 물론 병아리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존엄성과 귀중함을 알려주고 그 댓가를 치루어 다시는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까. 내 아이는 소중하니까~ 하면서 아이가 괜히 혼나서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고 못 본체 해주는게 아이는 물론 타인에게 도움이 될까?
예나 지금이나 사고의 경중에 따라 처벌은 반드시 받아야 하는게 인간사회이고 인간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는 원동력인 것이다. 이미 일부 지도층, 권력가, 재벌가들의 미꾸라지 처벌에 대해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그런 사회를 비난하고 규탄하며 더 나아가 본인들의 죄의식도 떨어지고 있지 않는가..사람 죽었다고 호들갑 떨면 그 사람이 웃긴 사람이 되는 세상이다.
생명존중을 논하면서 그럴수록 생명이 멸시되는 것, 전제가 깨졌으면 답은 하나다. 그리고 답 뒤에는 그 깨진 전제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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