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개평(깨평)과 뽀찌(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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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어유희

[잡학사전] 개평(깨평)과 뽀찌(뽀지)

by 깨알석사 201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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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평 좀 주세요, 뽀찌 좀 주세요

나이가 있는 분들은 대부분 무슨 말인지 알지만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단어가 개평과 뽀찌다. 도박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도박판의 세계를 종종 다루다 보니 도박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도 자연스럽게 이 단어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명절이나 친구 모임 등에서 종종 놀이 형태로 도박을 즐기기도 해서 모르는 사람 보다는 아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더 많다. 그래서 가끔은 일상 생활에서도 쓰인다.

개평은 국어사전에서도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인지도가 높다. 또한 상평통보와 엮어 상평통보의 "평" 글자에 낱개를 의미하는 "개"를 써 "개평"이라는 단어가 생겼으며 이는 말 그대로 엽전 몇 개, 푼 돈, 적은 돈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데 노름이나 내기에서 이득을 얻은 자에게 조금 얻어가는 돈을 의미한다.

뽀찌 역시 비슷한 의미로서 노름과 내기 등에서 이긴 사람에게 서양의 팁 개념처럼 승자에게서 약간의 돈을 얻어 가는 걸 의미한다. 단어의 어휘가 약간 귀엽게 들리거나 발음이 재미있어서 개평 보다는 뽀찌를 쓰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 크게 보면 의미가 다른 건 아니라서 개평 대신 뽀찌를 써도 상관은 없다. 다만 뽀찌는 우리말 보다는 일본식 단어들의 발음에서 나오는 비슷한 분위기를 갖는데 실제로 일본어에서 파생된 단어라 보기 때문에 뽀찌는 국어로서 인정하지 않지만 어차피 개평이나 뽀찌나 특정(노름) 상황에서 쓰는 은어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 뭐가 더 낫고 뭐를 쓰면 안된다 하는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경우이기도 하다.

장땡은 사구 파투나도 먹는 겁니다. 그리고 속이기 없고, 상한선 없고, 개평 없고

영화 "타짜"에서 유해진이 노름을 할 때 노름판에서 첫 마디로 꺼낸 말이 이 말이다. 여기에서 개평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겨서 돈을 왕창 따도 밥값, 술값, 차비 같은 거 달라기 없기라는 말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돈을 많이 딴 사람에게 구차하게 몇 만원 요구해서 괜히 시비거리 만들지 말라는 뜻도 된다. (그렇게 따고 개평도 안 줘? 야박하네...이런 말 하지 말라는 것)

뜻 풀이에 있어 큰 의미는 없지만 재미 삼아 노름 세계에 더 근접해 풀어 보면 개평은 보통 준다라고 하지 달라고 하진 않는다. 개평 달라고 하는 말도 많이 쓰고 똑같이 사용된다라고 하겠지만 개평은 내기에서 이긴 사람이 자의적으로 내 놓은 위로금이기 때문에 개평 자체는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주는 것이지 받는 사람 입장에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위로금이라는 것이 통상 위로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평에는 팁 개념 보다는 위로 개념이 더 많다. 내기에서 진 패자에게 약간의 위로금을 주는 것이 개평이다. 반면 뽀찌는 위로 개념 보다는 팁 개념이 더 많다. 그래서 패자가 아닌 제3자, 구경꾼이어도 뽀찌 달라고 하거나 실제로 뽀지를 같이 받는 경우가 많다. 승자가 주는 기준 좋은 팁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평을 억지로 받으려 하면 개평을 뜯어냈다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제로 위로금을 받아내다)

패자에게도 팁을 줄 수 있으니 개평도 팁 개념이라 할 사람도 있겠으나 서양의 팁 개념과 문화는 패자에게 주는 위로금과 완전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단 승자의 기분에 따라 노름판 돈에 따라 위로금에 팁까지 얹어 줄 수 있기에 개평과 뽀찌는 같게 쓰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여기서 개평과 뽀찌는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사용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타짜의 유해진이 개평은 없다라고 잘라 말해도 뽀찌는 언급하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 위로금 달라 징징 떼 쓰는 건 무조건 없지만 기분 좋게 팁 달라는 수준은 어느 노름판이나 존재할 수 있고 또 그게 시비거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뽀찌는 제3자, 구경꾼도 받거나 요청할 수 있는 거절해도 상관 없는 "부탁"수준이라 더욱 그렇다.

개평과 뽀찌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존재하지만 분명 다르게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 뽀찌는 반대로 위로를 받는 패자 입장에서 "달라고" 요구하는 상대적인 말이기 때문에 개평은 주는 것이고 뽀찌는 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개평과 뽀찌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타짜에서 유해진이 개평 없다고 시작 전부터 잘라 말하는 것 자체가 돈을 주는 사람(승자) 입장에서 정리해 주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름판에서 그런 단어 사용 구분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개평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지) 달라고 요구할 때 쓰는 말이 아니라 해도 돈 잃은 사람 입장에서는 한 푼도 아쉬운 판에 그걸 따질 이유가 없다. 

뽀찌는 일본어 ぽち (발음은 포치)에서 유래한 말로 보고 있다. 실제로 뜻도 의미도 우리가 쓰는 뽀찌와 거의 같다. 팁 개념으로 쓰이기도 하고 고작, 요것, 고것 등 뭔가 터무니 없이 작은 크기를 말할 때 쓰기도 하고 포치가 쓰이는 문장을 보면 애걔~, 달랑?, 요거?, 겨우 등과 같이 쓰일 때가 많다. 개평에서의 말하는 푼돈의 개념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일본에서도 아주 작은 푼돈과 엮어 쓰일 때 포치가 종종 나온다. 재미있는 건 포치의 유래인데 일본 토착어라기 보다는 포치 역시 외래어라 보는 인식이 있다. 영어 파우치(pouch)에서 유래하지 않았는가 하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파우치 - 파치 - 포치는 발음 구조가 비슷할 수 있고 영어가 일본에만 가면 약간 실제로 이런 식으로 발음이 변화 되는 것들이 워낙 많아 영어의 작은 포켓(주머니)을 의미하는 작다라는 개념의 파우치가 일본에서도 작다라는 개념의 포치로 정립이 되어 그것이 우리의 뽀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영단어 파우치에도 "팁" 개념이 있다는 것 역시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된다.


안 쓰는 은어, 속어 같아도 실제 사용되는 빈도와 범위가 생각보다 많은 것이 도박 용어다. 생활 환경과 어울리는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중 문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재치있는 상황에서 재미로 쓰는 말이기도 해서 일상에서도 종종 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역시 타짜에서 유해진이 말한 "파투", 화투판이 깨졌다는 뜻인데 뭔가 하고자 하는 상황이나 진행이 깨졌을 때 파투났다라고 대신 말하기도 한다. 판 자체는 깨지지 않고 해당 게임만 깨졌을 때 주로 쓰는 "나가리"역시 비슷한데 "오늘 일 완전 나가리 됐어"라는 건 헛탕 쳤다는 뜻이 되는 것도 그래서다. (일본말 무효, 헛일을 뜻하는 나가레에서 유래한 것으로 봄)

피똥 쌌다 역시 같은 테두리, 보통 피 섞인 똥 그 자체로 해석해 굉장히 안 좋은 일로 (몸에 해로운 상황) 해석하지만 화투 판에서 똥패가 쌌다는 상황 자체는 쌍피에 광까지 포함된 경우라 싼 사람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상황이 된다. 현실에서 피똥 싸는 상황과 확률 보다는 화투 노름에서 피똥 싸는 상황이 훨씬 더 압도적으로 많고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극한 상황의 전개라 사실상 이 피똥 쌌다는 말은 실제 몸에 문제가 생긴 상황을 빗댄 말이라기 보다는 노름에서 유래한 말로 보는 것이 맞다. (재미있게도 실제로 화투에서 다른 것보다 똥 싼 거를 먹을 때가 제일 신나기도 하다, 그 만큼 역전의 빌미를 제공할 만한 큰 데미지를 갖는 경우다), 노름판을 뒤엎는 "깽판"도 빠질 수 없다.

큰 행운을 말할 때 "나 오늘 땡 잡았다" 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 이 말은 특히 세대를 넘나들며 여전히 많이 쓰이는 말인데 길거리에서 돈을 줍기라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야호 땡 잡았다"하는 것도 땡 놀이에서 땡패를 잡았을 때의 환호성과 기쁨을 대신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땡을 잡으면 대부분 이기기 때문) 반대로 "끗발 없다"라는 말도 자주 쓰이는 용어다. 되는 일이 없거나 무언가 일이 꼬일 때 "끗발 안 서네"하는 말을 간혹 쓰는데 땡 놀이에서 가장 낮은 패가 바로 끗, 그 와중에 끗이 높으면 승부라도 할 수 있지만 끗이 매우 낮으면 이길 확률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굉장한 스트레스가 된다. (땡 놀이를 해 보면 알겠지만 정작 땡을 잡는 건 확률이 적고 대부분 끗발 싸움이다)

도박에서 쓰는 단어지만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용돈이나 팁을 달라고 할 때 "뽀찌"를 대신 쓰기도 하고 뇌물과 관련해 뽀찌를 얻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가서 뽀찌 좀 얻어와라 하면 뭔가 얻어 먹을 콩고물이 있으니 대신 가서 얻어오라는 뜻이 된다. 원래 주 사용처와 목적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는 것이라 긍정적인 상황에서 바르게 쓰이는 말은 아니다. 뭔가 얻어 먹을 것이 있어도 정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공돈(꽁돈)처럼 노력이나 댓가 없이 얻는 것을 같이 나눠 먹자는 것이라 누이 좋고 매부 좋고와는 약간 다르다 할 수 있다. (노름 자체가 노력이나 댓가를 따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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