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 VS 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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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어유희

방제 VS 방재

by 깨알석사 201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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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게시물을 쓰다가 보니 방재 이야기가 나와서 문득 떠올라 쓰게 된 방제와 방재

'방재(防災)'는 "폭풍, 홍수, 지진, 화재 따위의 재해를 막는 일."을 뜻하는 말이고, '방제(防除)'는 "재앙을 미리 막아 없앰."을 뜻하는 말이다. 의미상으로는 같은 말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방재로 쓰고 어떤 경우에는 방제로 쓴다. 해충과 관련해서는 방제를 거의 쓰고 소방 안전, 재난에서는 방재를 쓰는데 가끔은 혼용해서 쓰기도 한다.

방재와 방제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 사전적 의미에서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방제는 "미리" 막아 없애는 것이고 방재는 "막는" 일을 뜻하는 것으로 재앙(재난)을 예방하고 구제한다는 차원에서 혼용할 수 있으나 의미상으로는 충분히 구분해서 쓸 수 있다. 즉 예방을 통해 재앙의 근원을 막아 그런 일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방제이고 이미 일어난 일, 진행중인 재난에 대해, 또는 일어날 것이 확실시 되는 경우에는 그 재앙(재난)을 막거나 대처해야 하는데 이때는 방재가 되는 것이다.

태풍을 예로 든다면 미리 막아 예방할 수 없고 재앙을 없앨 수 없다. 최소한의 대비만이 가능하다. 재난의 원인인 태풍을 우리가 발생하지 못하게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 방제가 될 수 없다. 태풍, 폭풍, 지진, 화재는 모두 100% 차단이 어렵다.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면 그것이 "확산"되지 못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그래서 재해를 막는 일, 바로 행위에 해당하는 방재가 성립된다.

서해안 기름 "유출 방재 작업"과 서해안 기름 "유출 방제 작업"에서 어떤 말이 맞냐고 묻는다면 방재 작업이 맞다.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해서 재해를 막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방재는 재난이 벌어진 상황에서 주로 쓰고 방제는 재난이 벌어지기 전에 쓴다. 해충 방제를 하면 해충이 생기지 않아 농작물 피해가 없도록 예방하는데 해충 방제에 방제는 그 원인인 해충을 완전히 박멸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방제가 맞다. 해충이 생기고 나서 피해 예방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일은 방제가 아닌 방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소방 안전을 담당하는 부처의 이름이 소방방재청이다. 소방방재청의 방재는 사전적 의미인 재해를 막는 일이 주 업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방제의 의미인 미리 막는다는 예방을 방재에서도 하지만 방제에서의 예방은 단순한 예방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근원을 뿌리 뽑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소방방재청의 구난, 구조, 구급, 화재진압은 발생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없는 범위로서 그런 일이 적게 발생하거나 늦게 발생하거나 작게 발생하도록 예방하는 업무일 수 밖에 없다. 의미가 놓고 본다면 소방방재청이 아니라 소방방제청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재난과 재앙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이 되버린다. 그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조건이다. 100% 재난/재앙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재난/재앙에 대해 출동하여 저지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방방제청이 아니라 소방방재청이 된다.


방제의 개념은 일기예보 분석, 판단, 점검의 범위와 비슷하다. 방제의 개념 안에 방재가 포함되기 때문에 방재에도 예방이 포함된다. 너무 어렵다고 생각이 들면 재난/재앙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은 이전의 상태가 방제이고 재난과 재앙이 진행중이거나 발생한 이후에는 방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제는 "의미"로서 쓰이고 방재는 "행위"로서 쉽게 나누어 쓴다. 미래형은 방제이고 현재 진행형은 방재가 된다. 이렇게 되면 방제 업무를 하는 사람은 방재사가 되는 것이다. 방재사의 업무는 방재와 방제가 모두 포함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방제사라고 부를 수는 없다. 방재의 사전적 의미처럼 재앙을 막는 "일"을 하는 사람, 그 "일"에 동원되는 물건, 장비, 기구들은 방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방재 행위들이 모여 나타난 결과가 방제가 되는 것이다. 서해안 기름 유출은 미리 막지도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그런 일이 생기지 못하게 없애지도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제의 사전적 의미로 쓸 수 없다. 서해안 기름 유출 방재 작업이 맞는 이유다. 막을 수 있으면 "방제"이고 막을 수 없거나 이미 일이 터졌다면 그 다음부터는 "방재"다. 방재의 합이 방제이듯이 방제가 뚫리면 방재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 방재실과 방제실에서 대부분 방재실이라고 쓰는 것도 방제실이 있다면 그 건물에는 사고가 생길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방제는 무사고/무재난과 같은 절대적인 대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재난/사고 발생시 출동할 인력이 필요 없다. 애초에 무사고/무재난을 뜻하기 때문이다. 

방제는 감독관, 예방관의 형태이고 방재는 출동요원, 대응요원의 형태로 보면 이해하기 조금 더 쉽다. 방제실이라고 한다면 방제 감독관만 있으면 되지만 작은 사소한 사고라도 생기면 방제의 성립이 안된다. 그래서 방제와 같은 의미의 예방과 대응을 포함한 행위인 방재로 쓰는게 현실적으로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방제실이 아닌 방재실이 된다. 그렇기에 방재실에서는 해당 업무를 점검예방하고 사후 사고 발생시"수리"하는 기사(전기기사 등)님이 있을 수 밖에 없다.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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