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 6화
본문 바로가기
금융/증권투자

인버스 - 6화

by 깨알석사 2015. 1. 3.
728x90
반응형

한 동안 시세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다보니 나름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고른 회사의 5일 뒤 주가를 보고 시세가 오른 것을 확인할 때는 뿌듯함이 컸다. 무엇보다 고르는 족족 반타작 이상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떨어진 것도 물론 있지만 다섯 개를 종합해 보면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그래도 꼬박 꼬박 벌고 있었다. 내가 이런 주식공부에 한참 빠져있자 주변에도 영향이 갔다. 참모를 비롯해 가까운 주변 인물들이 관심을 보이다가 같이 해보게 된 것이다.

이 때 참모2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는데 알고 보니 원래 모친께서 주식투자를 예전부터 쭉 해오셔서 어느 정도 어깨 너머 보고 배운 것이 있다고 했다. 주식투자를 어머니가 직접 한다고 해서 새삼 놀랐는데 조금 더 들어보니 강남 돼지엄마라 불리우는 전문 투자자셨다. 당시에도 강남은 핫한 동네였는데 강남 부동산 투자와 주식을 하고 계셨다.

"어머니는 무슨 회사에 투자하시냐?"

나의 질문에 참모2는 몇 가지 회사를 지목 했는데 보니 5일치 한정된 우리만의 게임이었지만 해당 회사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었다. 

"어머니 실력이 나보다 못하네~"

나는 참모2를 살짝 놀리며 어머니가 종목 보는 눈이 없다고 살짝 놀렸다, 그러나 참모2는 아무런 내색 하지 않고 자주 있었던 일인 듯 무심히 넘겼다. 그래도 항상 결과만 놓고 보면 시세차익을 보고 빠져 나온다고 한다. 특정 기간의 시세만 보고 판단하면 섣부른 잘못된 투자라고 할 수 있지만 투자 기간을 넓게 보고 매입 단가를 따져 보면 손해는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강남에서 활동하신다고 하니 그래도 선수는 선수인가 싶었다. 

며칠 가상투자 게임을 재밌게 하다보니 어느샌가 그 뒷심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5일치 종이 쪼가리로 하는 것이 한계가 온 것이다. 월요일을 제외한 화/수/목/금 답안지를 보다보니 알게 모르게 나중 오른 시세를 보게 되고 종목을 고를 때 나도 모르게 그런 종목을 선정하게 된 것이다. 실제 투자를 위한 연습인데 연습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부정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곤란하다. 무엇보다 생생한 활어처럼 살아 있는 현재의 시세 정보가 아닌 이미 오래 전 죽은 정보로 게임을 하다보니 시세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대한 가중치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는 간호장교에게 신문 구독을 요청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예전에는 더더욱 병사, 사병이 신문 구독을 개인적으로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군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병사 신분으로 자대에서 내무실을 주소지로 하여 매일 아침 신문을 받아 보는 건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신문 배달부가 부대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예 말이 안되지만 위병소로 건네 준다고 해도 그걸 병사 개인 한 명에게 건네주는 (배달해주는) 과정 자체가 말이 안된다. 부대 중대장이나 행보관에게 신문 구독하겠다고 하면 무시 당하기 딱 좋다.

군병원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아무리 자대 보다는 널널한 환경이라고 해도 군부대는 군부대다. 병원 정문에 신문을 갖다 준다고 해도, 또 그걸 내가 가지러 간다고 해도 내 마음대로 신문 구독을 할 수 없는 건 똑같다. 군대를 아주 놀러갔구나 하고 욕 먹기 딱 좋다.

하지만 나의 학습 의욕은 끝날 줄 몰랐다. 죽은 시세표로 공부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었다. 매일 매일 신선한 뉴스와 시세를 보고 오늘 가상 투자를 한 것에 대해 진짜 내일의 오름, 내림 정보를 보길 원했다. 그렇게 난 간호장교에게 병실장으로서 지금까지 해 온 노력과 성과를 빌미로 신문 구독을 요청했다. 간호장교는 한참 듣다 역시 곤란하다는 말로 거절을 했다. 병원장님이 따로 시간을 내어 칭찬까지 했고 지금까지 역대 병실장과 다른 나의 노력과 성과는 인정해도 특정인에게만 그런 과도한 특혜를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시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대로 물러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승부수를 던졌다. 병원장님, 또는 최소 간호부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군병원에서의 모든 부장 타이틀이 그렇지만 간호부장 위치는 상당한 자리다. 신문 구독을 하려는 이유가 심심해서 보려고 생각한 간호장교는 내가 그렇게 강력하게 요청하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 간호장교에게 심심해서 보려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기 위함이고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병동에서 관심 있어 하는 아이들을 모아 스터디를 할 생각이라며 신문은 교재로 쓰기 위한 목적이지 연예인 뉴스나 스포츠 정보를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주식이라는 거창한 부분은 빼고 의병전역을 하든 자대로 복귀를 하든 병원에서 보내는 치료 기간이 침대에 누워 주사 맞고 약 먹는 것이 전부인데 그런 시간에 모여 신문을 가지고 스터디 하겠다고 하니 간호장교의 눈썹이 씰룩거린다. 대의적으로 보다 좋으면 좋지 나쁜 건 아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병동에서 군기 빠진 아이들 보는 것보다 공부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무래도 보기 좋은 건 사실.

간호장교는 간호부장님이나 행정실장님과 상의해 보고 결정하겠다며 나를 돌려 보냈다. 돌아서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간호장교에게 그냥 이대로 애들 매점 가서 뒹굴고 침대에서 짝다리 짓고 책이나 보면서 시간 허비하는 걸 보고 싶으면 신문 구독 신경 쓰지 마시고 그래도 병원에 있는 동안 혈기 넘치는 아이들 공부하는데 도움 주고 싶으시면 신문 구독하게 꼭 좀 도와달라 신신당부를 했더니 간호장교가 입맛을 다지며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간호장교에게 신문 구독 요청을 한 날 바로 저녁이 되고, 점호시간을 마친 시간이었다. 간호장교가 취침을 앞두고 병동으로 들어온다, 당직이었다. 나를 부르더니 조용히 메세지를 남긴다. 신문 구독은 허용 되었고 행정실로 신문이 들어 올 것이며 행정실에 가서 매일 아침 수령지에 체크를 하고 신문을 받아 가라고 했다. 하루도 걸리지 않고 바로 어려운 요청이 통과되자 나는 나도 모르게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소리로 간호장교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간호장교는 더 나가서 신문 구독료는 자신이 부담할 것이라 했고 따로 월 구독료에 대해 신경은 쓰지 말라며 아침 수령 할 때 행정실장님에게도 따로 감사 인사를 드리라는 말을 했다. 연신 감사하다는 나의 말에 간호장교는 내가 일반 스포지신문을 보겠다고 한 게 아니라 경제신문을 특정해서 요청했기 때문에 행정실에서도 좋게 보았다는 말을 해주었다. 한겨레, 조선, 중앙, 동아 및 기타 일간지, 중앙지를 본다고 하고 그걸로 스터디를 하겠다고 하면 아무리 좋게 봐도 그걸로 무슨 공부를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경제전문지를 보고 스터디로 하겠다는 것이 의도가 충분히 잘 전달되어 어렵지 않게 잘 해결 되었다는 것이다. 

신문을 보되 조선, 한겨레, 중앙, 동아일보 이런 것 말고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과 같은 경제신문으로 경제 공부를 단체로 하겠다고 하니 진짜로 경제 상식 관련하여 공부를 하려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제대로 전달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난 병원에서 매일 신선한 신문을 보게 되었는데 내 덕에 도서관의 신문 스크랩 품질도 업그레이드 된 건 보너스였다.

예상보다 열심히 하고 또 직접 신문까지 구독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자 병장도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지 수시로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아쉬운 건 스승의 가르침이었는데 딱히 가르침이라 하기 애매한 수준으로 주식 보다는 그냥 경제에 대한 이야기, 미국 경제 이야기, 일본 경제 이야기 등 포괄적인 경제,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실제 투자를 하고 시세 차익을 얻는데 그렇게 도움은 되지 않았는데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투자 방법, 주식 투자 테크닉, 매매법, 단타, 기술 매매 등을 원했지만 병장은 그런 쪽은 전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분명 수통에서 짧은 시간에 단타 매매를 해서 큰 돈을 벌었던 사람인데 정작 나에게는 그런 핵심적인 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고 평범한 이론만 가르치니 스승에 기대기 보다 신문의 시세표를 가지고 가상투자 게임 하는 시간에 더 몰입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음이 오는 법, 나는 나도 모르게 머털이가 되어 있었고 나는 내가 인지하지 못해도 알아서 스승에게 수 많은 가르침을 전수 받고 있었다. 실전 투자를 하면서 더더욱 그걸 크게 느꼈는데 머털이, 머털도사 수업 방식은 역시 뒤늦게 깨닫는 맛이 있다.

그렇게 난 신문을 구독하면서 가상 투자를 꾸준히 연습하게 되고 모르는 종목은 물어가며 종목들 연구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나의 이런 학습 분위기에 의해 병동도 공부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는데 무엇보다 애들이 진지해지면서 차분해졌다는 건 미처 생각지 못한 선물이었다. 넌 오늘 얼마 벌었어? 넌 오늘 얼마 빠졌냐라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여자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같은 비생산적인 이야기 대신 사회 나가 먹고 사는데 도움 되는 투자 이야기가 병동에 더 많이 들리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로부터 얼마 뒤의 일이었다. 주말을 빼고 매일 도착하는 신문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던 어느 날, 나의 주식투자 공부에 먹구름이 낀다. 



[금융/증권투자] - 우리나라에 전쟁이 나면 내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될까?

[금융/증권투자] - 기업 홈페이지에서 체크해야 할 기본 항목 - 대표이사 소개 및 경영 철학

[금융/증권투자] - [주식투자] 당신이 장기투자자라면 알아야 할 자산운용회사 - 블랙록/BlackRock

[국가/안전방재] - 불이 나면 던지는 가정 인테리어 겸용 꽃병 소화기 (투척식 소화기)

[교육/전통역사] - 풍수 인테리어로 호랑이 그림은 좋다?

[금융/증권투자] - SM, YG, JYP 3대 기획사의 차이점과 특징으로 보는 주식 투자 방향

[식탐/맛집탐구] - 골목식당에서 자주 언급되는 식당 원가 계산 문제와 인식

[금융/증권투자] -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남편의 주식투자 종목 분석과 투자 실력

[금융/증권투자] - 노시아르 시그널 기업 차트 공개 - 스프레드시트로 만든 주식 가치 투자 정공법

[교육/전통역사] - 당기시오 철학으로 보는 출입문을 당기세요, 당기시오, 당겨주세요, 당기라고!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