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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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투자

인버스 - 5화

by 깨알석사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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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대식당에서의 만남이 있고 날이 밝아 하루가 지났다, 오늘은 스승에게 처음으로 주식이라는 걸 배우는 첫 날이다. 잔뜩 기대감을 갖고 아침 점호와 식사를 마치고 오전 일찍 병장에게 다가간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눈 인사를 건네 본다, 병장도 살짝 미소를 띄며 눈 인사로 반겨준다. 

"빨리 본격적인 수업 시작하시죠"

나의 재촉에 병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살짝 웃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주식투자의 주짜도 꺼내지 말라고 다그쳤던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식 좀 빨리 가르쳐 달라고 재촉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니 누구라도 그럴 것 같다. 작은 노트와 필기구를 챙겨 병장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장화 신은 고양이의 애절한 눈빛으로 병장을 쳐다본다. 이제 나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 때 병장이 드디어 입을 연다

"증권, 혹은 주식이 무엇인지는 아시죠?"

"네?"

나는 어물쩍 거리며 말 끝을 흐린다, 딱히 증권이나 주식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회사 주식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사두면 값이 올라 시세 차익이 났을 때 팔면 장땡이라는 단순한 생각만 했기 때문이다. 종이 쪼가리든 수표 형식이든 거래소에서 파는 주식을 잘 골라 사서 가지고 있다가 값이 오르면 판다라는 부동산의 집값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단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서 크게 부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병장은 예상 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주식투자에 대해 나 스스로가 별로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지 않았기도 했고 주식은 도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였기에 처음부터 도박으로 봤다면 개념 정리가 안 되었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라 병장 입장에서는 대답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나중에 한참 배우고 나서야 나도 깨달았지만 정의와 개념만 정확히 제대로 인지하고 있으면 도박이 아니라는 걸 알 수 밖에 없다.

"첫 수업은 도서관 파 먹기 입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네? 라고 되묻거나 반문 하지도 않았다, 도서관이 여기서 왜 등장하는지도 의아했지만 파 먹기는 생각 했던 범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혹스러움을 넘어 황당함이 약간 더 컸다. 고개를 살짝 움직여 무슨 소리인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병장은 말 그대로 도서관 파 먹기가 첫 수업 입니다를 다시 반복하며 내가 펼친 노트를 직접 다시 닫아 주었다.

"우리 병동 옆이 병원 도서관이죠, 거기서 소설과 인문 도서 등을 제외하고 잡지와 신문만 모두 정독 하십시요"

병장이 나에게 준 첫 번째 미션은 이랬다, 도서관에 가서 "모든" 텍스트를 읽되 소설은 무조건 제외, 일반 도서도 제외, 오로지 잡지와 신문(스크랩 뭉치)만 보라고 했다, 모든 잡지와 신문을 다 보고 나면 그 때 두 번째 수업이 진행된다며 병장은 바로 일어났다. 병장이 일어서서 돌아서는 순간 정말로 난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 했다. 잠시 동안 이 황당함을 극복하며 저게 미쳤나, 라는 혼잣말을 잠깐 해보지만 뭔가 신선하고 색다른 수업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뭔가 생각이 있으니 그렇게 한다고 생각 했기 때문에 일단 눈동자를 돌려가며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을 잠시 했다. 내가 기초적인 경제 지식조차 없다는 걸 가정하고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는 생각에 결론이 도달하면서 나는 노트와 필기구를 내 자리에 던지고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군대의 도서관이라는 것이 다 비슷하겠지만 업데이트가 시원치 않다. 잡지라고 해봤자 종류나 부수 자체가 많지도 않았지만 이미 철이 지나 최신 잡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 몇 개월 전이 최신이다. 신문도 마찬가지, 병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나마 일간지가 좀 스크랩 되어 있기는 해도 절반 이상은 국방일보다. 국방일보를 아무리 탐독해 봤자 주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지는 않았기에 나름 사제 신문을 찾아 보지만 녹녹치 않다.

어떻게든 공짜로 수업을 받는다는 생각에 첫 날은 그렇게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냈다, 점심 먹고 도서관, 저녁 먹고 도서관에 가서 죙일 뒹굴었다, 병실장이라 가능했지만 다음 수업은 도서관 파 먹기가 끝나야만 진행된다고 했기에 빨리 후딱 끝내고 싶었다, 그리고 분명 여기에 있는 잡지, 기사 자료로 날 테스트 할 것이라 여겨 나름 열심히 읽기를 시도 했다.

하루가 지나 다음 날이 되었다, 병장은 나에게 별 다른 눈길을 주거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에게 도서관 간다고 말하고 터벅터벅 도서관 쪽으로 걸어간다. 가는 중간에 잠깐 병장을 살짝 쳐다 봤지만 내 쪽에는 신경도 안 쓴다. 나름 실력 있는 스승이라 여겼기에 약속은 허술하게 어기기 싫었다, 다음 클래스를 위해 다 읽었다고 하거나 보지도 않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다 보라고 했지 외우라고 하지 않았으니 그냥 무조건 텍스트만 줄줄 보고 본 책과 보지 않은 책을 나눌 뿐이다.

근데 생각보다 양이 꽤 된다, 처음에는 별로 없어 보였지만 막상 하나 둘 읽기 시작하면서 잡지 두 세권만 읽어도 오전, 오후가 후딱 지나갔다. 하다보니 일주일이 되었고 그렇게 난 일주일 내내 도서관에서 모든 시간을 보냈다. 소설이나 문학책이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모든 잡지와 신문을 다 읽은 날, 병장 앞에 가서 당당하게 말한다.

"도서관 책과 신문 다 읽었습니다. 이제 뭘 할까요?"



두 번째 수업이 드디어 시작 되었다. 병장은 신문 하나를 가지고 와서 시세표를 펼친다. 여기서 내가 아는 회사 이름이 있는지 보고 아는 회사가 있으면 동그라미 표시를 하라고 했다. 나는 시세표에 적힌 수 많은 회사 이름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회사 이름을 살펴 보았다. 누구나 다 똑같겠지만 현대, 삼성, 엘지 등의 대기업들이 우선적으로 동그라미 표시가 되었다.

얼추 동그라미를 다 표시하고 나니 꽤 많이 표시를 했다고 생각 했는데 모르는 회사가 훨씬 더 많았다, 거의 90%는 모르는 회사들이고 그나마 아는 회사가 겨우 10% 수준, 별별 회사들이 다 있구나 하며 모든 회사를 한 번씩 다 훑어 보게 되었는데 병장은 내가 표시한 것들을 유심히 보며 나에게 첫 질문을 한다.

"동그라미 표시한 이 회사는 무슨 회사인지 아십니까?"

병장은 나에게 어느 회사를 가리키며 무슨 회사인지 물었다, 그 회사는 삼성전자였다. 나는 텔레비젼, 비디오, 세탁기 등을 만드는 가전제품 회사라고 바로 말했다, 이 회사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정도로 무슨 회사인지는 따로 공부 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다시 묻는다

"휴대폰도 만들지 않나요?"

"휴대폰을 만들기는 하는데 팬택 같은 회사가 휴대폰 회사지 애니콜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전자회사 아닙니까"

나는 그가 어떤 의도로 질문을 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설명을 했다. 병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동그라미 표시를 한 회사 중 실제로 내가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고 다섯 개의 회사(종목)를 골라 보도록 했다. 내가 종잣돈 천 만원이 있을 때 각각 250만원씩 주식을 산다고 셈치고 다섯 개의 투자회사를 골라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익히 알만한 것 중 유명한 대기업 몇 개를 골랐다, 일단 유명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안전하다는 생각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다. 병장은 내가 찍은 회사 다섯 개를 보더니 다른 신문들을 꺼내 펼친다.

그 신문들은 처음 신문 시세표에서 정확히 5일째 후가 되는 5일치 신문 시세표였다. 병장은 내가 고른 회사의 주가를 노트에 적고 처음 동그라미 한 신문의 시세표에 적힌 그 날의 주가를 "매입"이라는 단어와 함께 회사 옆에 적는다. 그리고 5일간의 시세를 나란히 적는다. 그는 5일치 주가 변화를 적더니 나에게 시세 변화를 보라고 건네 준다. 다섯 개의 회사 중에 3개는 올랐고 2개는 처음보다 떨어져 있었다. 오른 회사들의 시세 차익과 떨어진 두 개 회사의 시세 차익을 종합해 보니 약 20만원 정도 이익이 났다. 천 만원 투자해서 20만원 벌었으니 단순하게 수익률로만 따진다면 나의 첫 모의투자 수익은 2%, 정확히는 하루가 아닌 일주일(5일)간의 투자에서 발생한 5일간의 수입이었다.

"운이 좋으시군요, 역시 초심자의 행운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병장은 알 수 없은 말을 건네며 5일치 시세표를 다 줄테니 첫 월요일 한장만 보고 나머지는 답안지로 생각해 지금 한 것처럼 몇 개를 골라 5일 뒤 시세를 보고 내가 고른 종목이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체크를 해보라고 했다. 군대라는 특성상, 또 아직은 HTS가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이라 나름 아날로그식의 투자 공부였는데 가상의 모의투자였지만 눈에서 당장 확인이 되고 실제 시세를 가지고 공부를 하다보니 묘한 매력을 느꼈다. 무엇보다 첫 투자에서 2%, 약 2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으니 나름 고무적인 것도 있었다. 그렇게 난 주식투자의 세계에 입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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