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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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투자

인버스 - 2화

by 깨알석사 201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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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점호를 마치고 병실장 훈계 시간이 되었다, 오늘 새로 전입 온 신환자 4명을 소개하고 베드 대기 기간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몇 가지 주의 사항과 새로 전달된 안내를 공지한다. 일병은 일주일, 상병은 3일, 병장 둘은 오늘 포함 내일까지 이틀간 베드 대기를 고지한다. 베드 대기 기간에는 실 계급 무시하며 계급에 상응하는 대우를 요구할 수 없다. 무탈하게 얼마나 규율을 잘 따르고 이행하는지 최소한의 확인 시간인 셈이다.

우리 병동에는 부사관방과 장교방이 함께 있다. 부사관방과 장교방은 별실로 벽이 나뉘어져 있지만 병동 출입문 자체는 모두 같이 쓰게 되어 있다. 또한 점호 역시 모두 함께 받으며 부사관과 장교라도 해도 병동에 입실한 이상 사병인 병실장의 관리 및 감독하에 점호가 이루어진다. 점호 등의 경우처럼 모두가 규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 일직사관인 군의관(대위)보다 계급이 더 높은 영관 장교가 환자로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때 병실장은 장교가 TV를 보고 있으면 꺼달라고 형식상 "부탁"은 하지만 그 조치에 대해 장교라 해도 거스를 수 없다. 병실장의 요구에 대해 정당한 거절이 아니라면 간호부에 보고하여 퇴실 조치 할 수 있게 건의하게 되고 최후 퇴원까지 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짬밥에 대해 이해한 경우 대부분 잘 따른다. 

이틀이 지나고 병장 두 명의 베드 대기 시간이 풀렸다. 다만 베드 대기 시간이 풀렸다고 해서 즉시 실 계급 짬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기 시간이 끝난 이후 저녁 점호를 마치고 병실장 훈계 시간이 되었을 때 대기 종료와 함께 계급 대우에 대한 고지가 선행되어야 비로서 실 계급대로 짬밥을 인정 받는다. 물론 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병장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는 경우, 장교나 부사관이라고 예외 없는 것처럼 상황은 다르지 않다. 베드 대기 시간을 늘리거나 계급열외를 시켜 병원 생활에서 선임자 행세를 하지 못하게 막거나 역시 최후의 경우 퇴실, 퇴원 조치 시킨다. 아무리 계급이 있더라도 자대 생활보다 편할 수는 없는 법,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으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게 여기 룰이다.

그래서 병실장을 뽑을 때 병원은 신중을 기한다, 상당 부분 담당 간호장교에 의해 결정되지만 사소한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병실장 하나에 의해 크게 확산되거나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병실장 임명을 중요하게 여긴다. 잘 뽑으면 군병원 간부가 편한 것이고 잘못 뽑으면 이것보다 더 한 골치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병실장감이 없다면 결국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모든 걸 하나하나 다 체크하고 챙겨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한 건 사실, 또 절대 권력을 믿고 되려 까부는 병실장이 있을 수 있는데 병동 환자가 모두 따를 수 있는 인재이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위, 아래 모두에게 잘 하면서 나름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너무 말년이면 몸에 밴 습관 때문에 의욕이 없고 너무 계급이 낮으면 병동 환자들이 잘 따르지 않는다, 대체로 상병 꺽인 호봉에서 말호봉까지를 우대하고 경우에 따라 병장 1호봉 내지 2호봉까지를 병실장으로 두는데 대부분 꺽인 상병이 군기 및 지도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상병 8호봉 중 6호봉 내외에서 하도록 룰을 짠다. 나 역시 상병 7호봉 때 병실장이 되었다.


새로 온 신환자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모든 대기가 순조롭게 풀렸다. 병장 하나는 첫 날부터 그런 것처럼 내 앞 자리의 목 좋은 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상당 부분 거슬렸지만 이젠 사소한 것에 대해 사사건건 개입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 병실장 생활도 조금 지루해 지기 시작했다. TV 채널 선택권은 전적으로 내가 독점하지만 병장이 보려고 마음대로 채널을 돌려도 신경 쓰지 않는다, 곧 내 의무심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신경이 다 그 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가나 똑같지만 걸그룹이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던 나는 고개를 좀 더 TV쪽으로 가져 가는데 그 찰나,,의자에 앉아 있던 병장이 채널을 뉴스로 돌린다.

이봐요, 김병장님, 거 좀 전에 보던거 그대로 좀 보죠

나는 소가 눈을 껌벅껌벅하듯 귀찮은 말투로 병장에게 한 마디를 내 뱉는다. 병장은 흠칫 놀라며 "아..미안" 외마디를 던지고 채널을 원상 복귀 시킨다, 그리고 내가 TV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리를 옆으로 옮겨 시야에 거슬리지 않게 위치를 바꿔 앉는다. 그 때 옆 침대에 있던 참모2가 말을 한다

저 사람은 맨날 뉴스를 보네, 뭐가 재미있다고...

별 생각없이 듣고 있는데 그 옆의 참모3이 병장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저 사람하고 같이 온 상병한테 들었는데 저 양반 나이가 30 가까이 된다나 봅니다, 그리고 수통에 있을 때 큰 일 치루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큰 일?

누구를 크게 도와 줬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아직 듣지 못했고 다만 죽어가는 사람 살렸다는 말이....

저 양반 무슨 의대생이야?

아니 그건 아니고 같이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치료비를 대신 구해줬다고 하는데 궁금하시면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됐다, 만사가 다 귀찮고 언제 집에 가나 그게 더 궁금하다.



그 병장과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 날 TV채널 원상복귀 시키라는 말이 거의 전부였다, 신환자들이 대기 하던 기간에 기존에 입실해 있던 이등병 일부가 점호 시간에 침대를 마주하며 서로 히히덕 거리다가 나에게 발각되어 호되게 얼차려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점호 만큼은 해병대의 순검 뺨 칠 정도로 확실하게 했던 나로서는 도저히 참기 힘들어 마대 자루를 들었던 날이 있었다. 병실 구석 창고에 녀석들과 함께 들어갈 때는 멀쩡 했던 마대 나무자루가 나올 때는 부러져 있었기 때문에 병동의 모든 군인들이 분위기를 탈 수 밖에 없는 상황, 보통은 병실장 윗 계급이면 대기가 풀리고 나서 친하게 지내거나 같이 매점에서 이런 저런 주전부리를 하기 마련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어울릴 시간도 없었고 그들도 (병장 둘) 나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에 대화를 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나눈 첫 대화가 나의 건방진 말투 였고 대기 기간에 보여준 이미지가 깐깐하였기에 더더욱 다가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난 갓 20대고 그 사람은 30줄이니 세대차이도 있어 서로 어울리기 더 어려운 모양새였다.

군병원은 바라보기에 따라 별천지라 할 수 있다, 상식 밖의 상황이 전개되기도 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사관과 장교 사병이 허물없이 지내기도 하고 연령이 비슷한 병장, 하사, 소위는 나름 마음만 통하면 형 동생 먹으면서 따로 어울려 지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장이 하사보다 나이가 많고 하사가 소위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어 다른 사람 없을 때는 편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럿이 없을 때만 그렇다.

그 병장은 금세 다른 부사관과 장교들과 친하게 지냈다. 특전 부사관 일부와 중위 계급의 장교랑 친하게 지냈는데 연배는 그 병장이 가장 많은 걸로 기억한다. 특전사 하사관들과 중위는 20대 중반, 그 병장은 30대 초반이었다. 가끔 특전사들이 쓰는 개인 휴대전화를 그 병장이 쓰는 걸 봤기에 전화기 쓰고 싶어서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 했었다. 사병 개인 전화도 아니고 부사관 전화를 빌려 쓰는거니 딱히 뭐라고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개인 시간은 보장되고 별 문제만 없음 만사형통인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병동 전체 청소를 마치고 청소 상태 검사 차원에서 둘러 보는 중 TV앞에 앉아 있는 그 병장을 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다가 지난 번 참모3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수통에서 큰 일을 했다는 것 말이다. TV를 보다 우연히 생각난 김에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모든 군인이 다 그렇듯 첫 질문은

사회에서 뭐 하다 오셨어요?

나? 그냥 대학 다니다 직장 생활 좀 하다 병역특례 받으려고 했는데 잘 안되서 결국 나이만 먹고 군대왔지 뭐..

수통에만 계셨어요? (여기서의 수통은 국군수도통합병원이다)

수통에 있다가 전국 군병원은 다 돌고 결국 마지막 최후의 보루인 여기까지 왔지

아니 얼마나 심하게 다쳤길래 그렇게 뺑뺑이 다 채우고 여기까지 오셨어요? 수통 출신이 오기엔 너무 먼데

많이 아픈 건 아니고 그냥 빽이 있으니 병원 생활로 날짜 채우는거지 뭐...

아 그래요? 대단하시네, 근데 여기서도 날짜 채우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는데 어디로 가시려고?

어차피 만기 전역이 3개월도 안 남았는데 자대 복귀해도 상관없고 또 후송 되면 수통으로 갈 수도..

그렇다, 이 병장은 전국의 병원을 다 돌며 병원짬을 꽉꽉 채우고 있었다, 일반적인 군병원은 3개월이 한계점이다. 아무리 죽을 병에 걸려도 3개월 넘어가면 입원을 계속 시킬 것인지 자대로 복귀 시킬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대부분 3개월 안에 의무심사를 통해 의병전역이 결정되기에 3개월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3개월 안에 전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는 치료가 끝나서 정상 퇴원 (자대복귀), 끝내 치료가 다 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일단 자대복귀해서 자대 의무대 생활을 하거나 (자대에서 알아서 하라는 뜻) 의무대 생활도 어려운 경우 보직 변경 등을 통해 자대 생활을 다르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우스병) 3개월을 약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3개월 간에 전역도 안되고 퇴원도 안되고 계속 머물게 될 경우 병실 침대가 그 사람에게 계속 쓰여지기 때문에 새 환자를 받을 수 없다. 병원과 병실 침대는 그 수가 고정되어 있다. 병원이 꽉 차면 누군가는 나가야 새로 받을 수 있다. 3개월 안에 치료가 불가하다면 어차피 계속 치료 의미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부대 복귀를 시키지만 그래도 치료를 계속 해야 한다면 조금 더 병실이 여유로운 후방 병원으로 배치를 하게 된다. 그 병원에서도 개월 수가 차면 병실 침대가 꽉 차기 때문에 또 여유가 되는 아랫 지방 병원으로 후송을 보내게 되는데 이런 후송 신환자가 생각보다 많다.

다만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한 번 정도 후송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 병장처럼 전국구 병원 생활을 하는 건 극히 드문 일, 본인 말처럼 누군가 계속 후송이 가능하게 윗선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방에서 후방으로 내려가는 후송은 있어도 다시 후방에서 전방으로 가는 후송은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후방으로 뺄 이유가 없다. 후송이라는 것이 환자든 전투병력이든 전방에서 후방으로 빼는 것이지 후방에 있는 환자를 전방으로 넣는 건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 더 이상 후방에 병원이 없는 경우 100% 자대행인데 이 사람은 수통으로 다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빽이 꽤 든든했던 모양이다. (아시다시피 수통은 군병원 중 하이 클라스 최고 시설이다)

혹시라도 그 빽 도움을 내가 전역 후 사회 일자리 얻는데 이용할 수 있을까 싶어 빽 존재에 대해 물으니 답을 안한다. 언제 봤다고 도와줄까 싶기도 했지만 아쉬울 것도 없어 보여 내가 딱히 해줄 것도 없고 결국 대화에서 별 소득이 없었다. 지나가는 말로 사회 나가면 뭘로 먹고 사나 혼잣말을 했는데 그가 한참 후 반응을 한다.

종잣돈이 좀 있으면 주식투자를 해보지 그래요?

엥? 주식투자요? 아이구 병장님이 세상 물정 모르시네, 주식 함부로 했다가는 인생 종치는 거 몰라요!

아, 그래요, 그래도 제대로 배워서 하면 괜찮을텐데

아이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쇼, 멀쩡한 사람도 바보 된다고 하고, 거 병장님 뉴스 자주 보시던데 주식하다 쫄딱 망해서 한강에서 투신하는 뉴스는 안 보셨나요, 그런 도박도 똑똑한 사람이나 하지 나는 까먹기 딱 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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