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 1화
본문 바로가기
금융/증권투자

인버스 - 1화

by 깨알석사 2014. 12. 10.
728x90
반응형

병실장님, 병실장님, 그만 일어나십쇼 신환자 올 시간 되었습니다.

누군가 날 깨우는 소리에 지그시 눈을 뜬다, 만사가 귀찮은 나는 짜증 섞인 얼굴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니 아직 해가 쨍쨍하다. 

지금 몇 시야?

오후 2시 조금 안 되었습니다.

간만에 꿀잠 잘 자고 있는데 귀찮게시리 신환자가 오고 그래

신환자가 왔다는 말에 난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2층에서 내려와 야외 매점 앞으로 걸어 간다. 아직 신환자를 태운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고 나처럼 신환자를 데리러 온 다른 여럿 무리들이 매점 앞 의자에 모여 앉아 광경만 눈에 들어 온다. 늘 그랬던 것처럼 매점으로 들어간 나는 커피 캔 하나를 사서 야외 볕 좋은 자리를 찾아 어슬렁 거리며 앉는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병원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병동 환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전방에서 돌고 돌아 여기 후방까지 오는 중고 신환자의 경우 배정은 그야말로 운빨이다.

버스 앞 출입문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며 우리 병실 호수가 나오길 기다린다. 몇 명의 신환자가 각자 자신이 가야 할 병동이 호명되자 해당 병실장의 지휘 아래 인솔 되어진다, 아직까지 다행스럽게도 우리 병동 환자는 없다. 하지만 착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우리 병실 번호가 호명 되었다. 인상 자체가 이미 병장스러운 병장 2명과 역시 상병스러운 상병 하나, 그리고 아직도 어리버리한 티가 나는 일병 하나였다. 기본적인 서류 확인과 병동 인솔 관련하여 몇 가지 체크를 하던 중 양손이 묶이고 몸은 포승줄로 감은 환자 하나가 내린다. 교도소 법무차량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다.  

순간 쫄아서 뭐지 싶었는데 역시 버스 출입문 발판을 내려 서자마자 기간병 2명과 의무병 하나가 붙는다, 기간병 둘은 양쪽에서 팔짱을 껴서 죄수 다루는 헌병처럼 행동했고 의무병 하나는 그 환자의 뒤에 서서 등의 포승줄 마디와 허리 부분의 혁대를 잡아 챈다. 걸어가는 앞 쪽을 빼고 양 옆과 뒤로 움직이지 못하게 완전 봉쇄한 것이다.

나보다 병원 짬밥이 더 많고 경험이 풍부한 옆에 있던 나의 참모에게 물어보니 정신병동 환자라고 한다. 양들의 침묵 그런거라며 눈도 마주치지 말라고 넌지시 말한다. 무서울 것 없는 천하의 병실장으로 군림했지만 그 순간 만큼 그 말 듣자마자 조용히, 그리고 겁 먹은 티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본다. 그렇게 그 날 우리 병동에 윗 지방에서 돌고 돌다 온 군병원 짬밥 만료가 되어 다시 후방으로 조치된 중고 신환자 4명이 새로 들어오게 되었고 나의 새로운 운명은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아무 생각이 없다,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군대 전역하고 뭘 하고 무슨 일을 하고 어디서 돈을 벌고 취직을 해야 하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직 전역 날짜가 몇 달이나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지친 군생활에서 벗어나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 일단 전역하고 좀 쉬다가 일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일자리는 전역 후에 고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쩌다 다쳐서 군병원에 오게 되었고 어쩌다 의무심사 대상자까지 올라가다 보니 예정보다 전역이 빨라졌고 무엇보다 몸이 예전처럼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서 마음 놓고 쉬기에는 무리수가 있었다. 몸이 성할 때는 일단 쉬고 나중에 일자리를 찾을 생각이었지만 몸이 성하지 않게 되면서 일자리부터 알아보고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된 것이다.

군병원에서 내 군바리 인생을 끝낼 것이라고 미처 생각을 못 했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매일 군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가면 뭘 해 먹고 살지, 나가서 어디 직장을 알아봐야 하지 고민하는 날이 많았다. 



신환자는 모두 4명, 병장 둘, 상병 하나, 일병 하나다. 일병 찌그래기는 당연히 몸보신을 해야 하기에 자기가 알아서 각 잡고 침대 위에 올라 앉아 있다. 일명 베드 대기다. 상병 하나는 다른 상병들에 둘러싸여 이곳 세계에 대한 정신 교육을 받고 있다. 병장 둘 중 하나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보고 있고 다른 하나는 내 앞의 나무 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감히 이 시간에 내 앞에서 텔레비젼 시야를 가리면서 말이다. 짬대우를 해주냐 마냐는 어디까지나 나의 재량이고 권한이다. 해병에 기수열외 제도가 암암리에 있는 건 알지만 여기서의 계급 대우는 그런 것과 개념이 다르다. 육군과 공군, 해병, 특전사가 모두 한 공간에서 같은 식구로 지내다보면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생각보다 파장이 크다, 같은 육군끼리도 부대가 다르면 아저씨라 부르며 서로 내외하는 건 당연지사, 부대가 다르면 계급대로 서로 상대하지 않는 것도 군대 간 사람들은 다 안다. 하물며 공군, 해병, 특전사랑 다 같이 한 방을 써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나라 군대가 따로 없게 된다.

더군다나 해군과 공군은 육군보다 복무기간이 더 길다. 나보다 먼저 군대 왔어도 계급이 밀리는 수가 있다, 해병은 지원제다 보니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다. 육군에 비해 또래보다 1살 어린 친구들이 많다. 애초에 육군하고 어울리는 병과가 아니다보니 같은 해병 군인이 상급자가 아니면 따르지도 않는다. 모든 군병원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규율이 엄격하기로 소문 난 군병원 일부는 그래서 병원 짬밥을 많이 따진다. 외부에서 보면 다친 것들끼리 쇼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는 병사와 부사관, 장교까지 모두 같이 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공간이다보니 일정 부분 병원 짬밥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게 또 중요해서 외부에서 보는 당나라 군대 쇼와 많이 다르다, 일반인이 아닌 군인을 상대로 하는 병원이면서 체계를 잡고 군인으로서 규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자체적인 룰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계급은 절대적이다. 병원 짬밥이 아무리 강해도 실제 계급 짬밥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다만 실 계급 짬을 인정 받기 위해서는 자대에서 신병이 갓 전입 했을 때 스마일 배지를 달고 이등병이 아닌 신병으로 대기 시간을 주는 것처럼 병원 대기 시간이 지나고 이후 병실장의 판단에 의해 별 문제가 없거나 이상이 없을 때에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완전 군생활을 처음 하는 신병과 달리 사병 계급의 신환자는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자대 군생활을 이미 경험한 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입을 하더라도 말썽을 피울 우려가 있다면 이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병원 짬밥으로 눌러 계급만 믿고 까부는 걸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병대의 기수열외는 부작용과 단점만 있지 장점은 하나도 없는 반면 병원 짬밥에 의한 계급열외는 말썽을 피우지 않으면 적용하지 않는 좋은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상황이 같다고 볼 순 없다. 암묵적이면서 실제로는 중요하게 여기는 병원짬의 경우 병원에 있는 군인 환자들 묶임 자체가 단일 부대가 아닌 복합 부대이기 때문에 육해공, 해병이 모두 다른 계급 체계를 그대로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는 법이다 (육군 병장 1호봉과 공군 병장 1호봉은 계급만 같지 실제 짬이 다른 것처럼) 무엇보다 병원 짬 상관없이 계급 우선을 그대로 할 경우 50명이 있는 병동에서 똘끼 있는 꺽인 상병이나 병장이 어느 날 신환자로 들어와 행패를 부리면 계급이 낮은 애들은 다친 몸 상태에서 시중 들고 노예 생활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자대 선임도 아니고 어제 처음 본 다른 부대 상급자인데 부사관이나 장교라면 그나마 인정해도 같은 사병끼리 계급만 믿고 선임자 행세 하면서 불침번 열외, 작업 열외, 청소 열외, 당번 열외 등을 하면 병원 내무생활 체계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이 모든 체계는 그래서 모든 걸 규합하고 총 지휘할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계급 상관없이 해당 병동을 책임지는 최고 선임자, 병실장이다. 관습적으로 병실장은 의무 전역이나 퇴원을 할 경우 새 병실장을 지목하여 담당 간호장교에게 보고 하게 되고 간호장교의 판단 아래 새 병실장이 선임되어 병동 관리가 지속하게 된다. 그래서 병사간의 자체적인 룰이 아닌 병원의 행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병실장이 점호 등을 이유로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별 권한 없이 존재 가치도 없는 군병원이 있지만 치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적으로 병실장에게 위임하는 병원도 있다. 이런 경우 병원장 아래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각 병동 병실장이다. 내가 있던 병원이 바로 후자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권력을 부여 받는다.



[금융/증권투자] - 인버스 - 2화

[금융/증권투자] - 인버스 - 3화

[금융/증권투자] - 인버스 - 4화

[금융/증권투자] - 인버스 - 5화

[금융/증권투자] - 인버스 - 6화

[금융/증권투자] - 영화 리미트리스(스릴러/미스테리)와 연가시(공포/전염/재난/기생충)의 공통점은?

[금융/증권투자] - 노시아르 차트 V2 - 주식 적정 예상가 포함 

728x90
반응형

'금융 > 증권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버스 - 4화  (0) 2014.12.28
주식투자 차트로 보는 매수신호, 매도신호  (0) 2014.12.28
인버스 - 3화  (0) 2014.12.27
인버스 - 2화  (0) 2014.12.25
분할매수 및 손절매 방법과 의미  (0) 2014.12.07
종목분석 및 추천 - 리드코프  (0) 2014.12.06
주식고수가 공개한 자신의 수익률  (0) 2014.12.05
맥쿼리인프라 투자가치  (0) 2014.12.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