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없는 양 / 오살 Sheep Without a Shepherd, 誤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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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양치기 없는 양 / 오살 Sheep Without a Shepherd, 誤殺

by 깨알석사 202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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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오살", 우리 말로 해석하면 실수로(착오/과오) 사람을 죽이는 형태, 즉 과실치사를 말한다. 사람을 해치거나 죽일 의도를 갖고 사람을 죽이면 살인인 것이고 사람을 해치거나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을 죽게 하면 과실치사가 된다. 명목 상 둘 다 살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라 과실치사의 경우에는 살인과 다르게 본다. (실제 죄값도 다르다)

오살은 중국 영화이지만 사실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은 인도 영화로 드리쉬얌(드리샴/의혹의 맹점)이라는 제목의 2013년 작품이고 이를 바탕으로 총 6편의 또 다른 리메이크 작품이 만들어졌다. 다언어 국가인 인도의 특성에 기인하여 4편은 인도 각지에서 현지 유명 배우를 기용해 새로 만들어졌고 1편은 스리랑카에서, 그리고 이번에는 중국에서 태국을 배경으로 "오살"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다시 또 리메이크 되었다. 원작까지 포함하면 이번 영화까지 모두 6편이 동일한 시나리오로 영화가 만들어진 셈.

어떤 면에서는 그만큼 흡입력 강한 스토리라는 증거가 될 수 있는데 실제로 국내 관객들 반응도 꽤 높은 편이다. 다음 영화 평가 기준 8.3점으로 영화 평점은 상당히 높다. 특히 중국 영화로는 보기 드문 평점을 받았는데 (물론 원작은 인도) 태국에서 사는 중국인을 배경으로 일부 각색이 되었지만 중국 영화 같지 않고 태국 영화 같다고 느끼게 만든 것도 그런 이질적인 느낌을 많이 줄이는데 한 몫 하지 않았는가 생각이 든다.

영화 "오살"은 가족이 중심이 되는 영화다. 그리고 아빠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의 힘겨운 싸움이 메인 스토리다. 아빠는 고아 출신이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덕분에 작은 전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유일한 취미는 영화 보기.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이 그에게 듬직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어느새 훌쩍 자란 큰 딸과는 꽤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아빠를 글도 모르는 까막눈이라고 놀리던 사춘기 큰 딸이 여름 캠프에 가길 원한다. 아빠는 흔쾌히 동의하나 이내 참가 비용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거부한다. 아빠가 구두쇠라서가 아니라 꽤 비용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빠의 말에 밥도 안 먹고 방으로 가버린 큰 딸, 그날 밤 아빠는 딸이 자는 방에 올라가 몰래 여름 캠프 동의서를 놓고 나온다.

딸의 여름 캠프, 남학생 하나가 딸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캠프가 잘 끝나는가 싶었는데 얼마 뒤 딸은 밥도 안 먹고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행동한다. 가족들은 딸이 친구들과 다툰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아빠가 출장을 간 그날 밤 딸이 걱정된 엄마는 딸의 방을 찾는다. 그리고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딸이 그 남학생에게 겁탈을 당하고 심지어 동영상을 찍혀 협박을 당하고 있었던 것. 그 남학생은 지역 경찰서장의 아들이자 시장 선거에 출마한 강력한 후보의 외아들이었다. (아빠가 경찰서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엄마가 경찰서장)

경찰서장 아들은 사람을 폭행하고 눈까지 멀게 할 정도로 난봉꾼 행태를 벌이지만 경찰서장 엄마는 그런 아들을 오냐 오냐 키우며 사건들을 무마 시킨다. 그런 서장 아들 눈에 들어 온 것이 하필 주인공의 딸이었다.

아빠가 출장 간 날, 서장 아들은 딸을 창고로 부르고 딸은 엄마의 도움을 받아 동영상을 삭제하려고 하지만 서장 아들과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서장 아들을 죽이게 된다. 이 사실을 안 아빠는 어린 막내 딸까지 포함하여 가족 회의를 갖고 완전 범죄를 위해 계획을 세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알리바이의 조작, 아빠는 그 동안 보았던 수 많은 영화 속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가족이 서장 아들과 연관성이 없다는 걸 증명할 완벽할 알리바이를 만들기 시작한다.

아빠의 완벽한 알라바이 조작에 의해 주변 이웃들의 증언은 가족에게 유리하게 진행이 되게 무고한 시민을 잡아 갔다는 말이 돌자 경찰은 가족을 풀어주고 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들 가족을 추적한 경찰서장은 전태일 뺨치게 추적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이들 가족을 다시금 조여 들어온다. 그 과정에서 서장 아들이 이들 가족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게 되지만 (경찰서 안의 모든 경찰이 전부) 이들은 오히려 아들이 벌인 짓은 함구할 것을 종용하며 자신들이 벌인 짓은 감추고 가족이 벌인 짓을 찾는데만 혈안이 된다.

그리고는 아빠가 한국 영화를 보고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있다는 걸 안 서장은 이들 가족을 다시 체포하게 되는데 어린 두 딸까지 체포하자 이미 부패한 경찰에 민심이 흔들린 군중들은 경찰들에 의해 아빠와 엄마가 집단 구타와 협박까지 당한 걸 알고 시위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는 서장 아들의 시체를 찾는다며 이들 가족의 주변에 있는 묘지들을 파헤치기까지 하는데.....(성난 군중에 기름을 부어 버렸다)

무죄가족

우리나라 개봉 이름은 "무죄가족", 실제 무죄라는 것 보다는 무죄이어야 하지 않겠냐는 스토리 전개를 그대로 반영한 제목이 아닌가 싶다. 애초에 오살(과실치사)을 반영했다면 과실치사 자체가 무죄가 되진 않으니 말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 일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이 생각된다고 하지만 (카피) 영화를 보면 실제로 용의자 X의 헌신이 연상되진 않는다. 단지 알리바이를 만들고 조작한다는 포맷만 같지 그 전개는 완전 다르고 설정 인물과 연결되는 이야기도 다르기 때문에 표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빠로 나온 인물을 보면 마치 송강호가 연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리메이크를 다시 또 한다고 하면 송강호가 딱 생각날 정도로 인물 감정선의 전달이 상당히 비슷하다. 느낌이나 분위기도 마찬가지, 단지 인도와 태국(중국) 경찰의 분위기와 우리나라 분위기가 완전 다르기 때문에 과거 쌍팔년도 군부독재 시절의 치안 당국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면 모를까 현재 관점에서는 악인으로 나오는 경찰 무리들을 그대로 스토리로 쓰기에는 억지가 있어 재벌 가문이나 유망 정치가의 집안과의 대결로 그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리메이크 전작 모두 경찰이 악인으로 나오고 또 그게 성난 군중의 불씨가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되기는 어려울 듯 싶다.

사죄

영화 결말은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고맙게도(?)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완벽한 알리바이로 사실상 무죄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빠는 자수를 하고 자신이 서장 아들을 죽였다고 공식적으로 자백한다. 서장 아들이 자신의 가족에게 어떤 짓을 했든 서장 아들이 죽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게 맞다. 그 점에 있어서는 결국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보면 다 된 밥에 초를 친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진짜 해피엔딩이 되어 버렸다. 아빠는 경찰서장 부부에게 사죄를 했고 죽은 서장 아들에게도 사죄를 했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든 것에 대해서도 이웃들에게 사죄를 구했다. 사죄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죄값도 받겠다고 했다. 이웃들은 그의 돌발 회견에 당황했고 그의 말에 많이 놀란 눈치다.

서장 부부는 아빠의 사죄를 받기 전 가족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해 사죄했다. 하지만 그건 자신(서장)이 한 것에 대한 사죄의 범주일 뿐 아들이 벌인 범죄에 대한 사죄라고 볼 수 없었다. 서장 부부와 아빠는 서로 사죄를 주고 받는 와중에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아빠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안함을 보였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서도 원인을 제공한 서장 아들에 대한 미안함도 크게 내비쳤다. 반면 서장 부부는 끝까지 자신들의 아들을 우선시 하는 행동을 보였다. 상대 가족에 대한 미안함, 특히 자신들 아들이 이쪽 가족의 딸에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이 없어 보였다. 단지 아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만 내비칠 뿐이다.

멍 때리고 보면 두 가족이 서로 용서하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미안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착각이다. 사건의 순서가 바뀌었을 뿐 엄밀히 따지면 피해자는 주인공네 가족이고 가해자는 서장네 부부다. 그러나 어찌된 건지 서장네 부부는 피해자 모습만 보이고 주인공 아빠는 가해자의 모습만 보인다. 주인공 아빠는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이 상황에 대해 깊은 성찰과 고민을 보이지만 서장네 부부는 피해자로서의 입장만 보인다. 이게 아마 영화의 핵심 아이덴티티가 아닌가 싶다. 결국 그런 자세가 두 가족의 고통을 이겨내는 근본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이웃들은 이들 가족을 용서했을까. 자신들을 이용해 기억을 조작하고 서장 아들을 죽인 것을 감추는데 도와 준 꼴이 되었는데 이웃들은 이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사건과 연관된 이웃이든 제3자의 시선에서 보는 먼 이웃이든 사건만 놓고 보면 한 쪽은 강간 피해자, 한 쪽은 살해 피해자다. 분명 대중은 이 둘 중 한 쪽에 더 연민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만 생각하기에 따라 피해자의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생각이 다른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분명 같은 동선에 놓고 볼 수 없는 범죄지만 피해자만 놓고 보면 4명의 피해자와 1명의 피해자 집단으로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 평가는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로 나 역시 높은 점수대를 주고 싶다. 가장으로서의 역할, 가족이라는 것의 힘, 가족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책임이라는 단어가 두드러지게 표현된 작품으로 그 책임을 끝까지 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것이 가족 안에서의 책임은 물론 사회적 책임 (죄값) 까지 포함 되었기에 더 값진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가족만 우선시 하고 마지막에 정말 무죄가족으로 남았다면 7점 아래 평이한 점수를 주었겠지만 끝까지 올바름이 무엇이고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의견도 내포되었기에 점수를 높게 줄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에서 인도 리메이크 및 중국 리메이크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탭 스크롤 자막이 올라 간 뒤 나온 쿠키 영상에 대한 의견

이게 참 묘한 것이 영화 속 이야기의 핵심 주제는 기억의 조작이다. 아빠는 수 천편의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각색하고 편집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가족에게 사건이 벌어지자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알리바이를 조작하는데 이를 활용했다. 영화 속 이웃들은 아빠의 기억 조작과 기억 편집에 의해 사실 만을 말했지만 오판된 (판단 착오) 증언을 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말한 건 아니다. 기억은 쉽게 조작될 수 있고 편집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영화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애매한 교도소 장면은 여러가지 여운을 남긴다. 내 생각을 정리하면 우린 다 속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범죄자가 자신이 원래는 착한 사람이고 성실한 사람인데 운이 없어서 교도소에 왔다고 하는 헛소리를 진짜로 듣고 믿게 된 것처럼, 영화 속 이웃들처럼 우리도 아빠라는 인물의 "이야기"에 홀려 조작된 기억과 편집된 기억으로 어느 가족의 이야기로 착각하고 영화를 보았을지 모른다. 

감독이 의도한 건 실제로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어느 범죄자의 기억 조작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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