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양념의 부조화 - 악질경찰 (Jo Pil-ho: the dawning 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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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과한 양념의 부조화 - 악질경찰 (Jo Pil-ho: the dawning rage)

by 깨알석사 2019.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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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연기의 폭이 자연스럽고 소화력이 좋아지는 배우는 이선균이다. 처음에는 별로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의 연기에 가끔 매혹 당하기도 하고 능청스러움이나 코믹적인 연기를 보일 때는 어색함이 더 크다고 느꼈는데 최근 그의 작품 연기 활동을 보면 그런 게 없다. 연기가 실제가 아닌 그냥 진짜 연기 그 자체로 보였던 배우였는데 점점 연기력이 농후해 지고 깊이가 있으면서 생동감마저 느끼게 해준다. 예전에는 걸러 봤던 배우라면 이제는 나름 나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인 셈이다.

이런 그가 이번에 악질경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제대로 악질 경찰 역할을 했다. 사회를 좀 먹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처단해야 할 경찰의 탈을 쓴 범죄자였는데 나쁜 짓을 하는 경찰이라는 뻔한 구도와 구성을 갖고 스토리를 이어 나갔지만 그게 생각보다는 진부하지 않다. 아마 이선균이 이 역할을 해서 더욱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점점 악질경찰이라는 제목이 생각보다 잘 지어졌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현대판 악질 순사의 이야기는 기대했던 것 보다 재미있게 그려진 "인간극장" 하나를 본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일단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것도 완전 대실패, 관객 동원이 26만 명 수준으로 굳이 비슷한 장르의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와 비교를 하자면 흥행에 성공한 경찰 수사극 "극한직업"의 관객 2%도 안되는 수준이다. 또 다른 경찰 영화 중 하나인 "베테랑"과 비교를 해도 악질경찰이 동원한 관객 수는 베테랑 영화의 관객 2% 수준, 나쁜 경찰과 대조가 되는 순수한 예비 경찰들 이야기를 다룬 "청년경찰"과 비교하면 청년경찰의 5% 수준을 동원했다.

흥행 실패 영화로 종종 등장하는 "염력"이 99만, "흥부"가 41만, 항상 빠지지 않고 주요 기준으로 삼는 "7광구"도 220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폭망 영화 "리얼"도 관객 동원 수가 50만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26만 관객은 정말로 낮은 관객이다. 나 같이 IPTV로 영화를 주로 보는 사람에게 2차로 뽕을 뽑는다 해도 제작비 90억원, 손익분기점은 250만 관객으로 알려졌으니 단순 계산만 하면 관람으로 얻은 수익은 제작비의 딱 십분의 일 수준으로 90억 들여 9억 벌어 들인 것이 아니라 81억 까 먹고 9억 회수 한 셈이 된다. 투자로 따지면 1억 투자해서 9천 만원 날리고 천 만원 겨우 보전했다. 주식으로 투자 했으면 하한가 연속 3번 맞고 사실상 휴지 조각 된 경우다.

영화는 왜 이렇게 대참사 흥행 실패를 했을까, 초반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흐름과 스토리 맥락, 구성 요소를 보면 200만 손익분기점 대의 관객은 충분히 불러 올 수 있는 수준이라 보이고 못해도 200만은 갈 수 있다고 봤는데 본전은 커녕 100만 동원도 하지 못했다. 초반 입소문에서 이미 이 영화는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뜻이다. 그 이유가 아마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나온 "세월호" 관련 부분으로 보이는데 나 역시 포스팅의 제목에도 그것과 연결해 타이틀을 지었지만 여러가지 양념들의 조합에서 일부 부조화로 인한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경우가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뭔가 쌩뚱맞기도 하지만 그게 영화의 중심축은 또 아니라서 화제성을 노린 부분이 더 크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영화 시나리오 자체는 그 사건이 없어도 충분히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더 잘 만들기 위해 넣은 양념(나름 획기적이고 신박하다고 생각했겠지만)이 결국 전체 영화의 맛을 떨어트렸다. 

되려 그 이야기가 들어가면서 본질이 바뀌고 주객전도가 되는 듯한 느낌, 주의력을 분산하고 몰입을 방해하며 스토리 본질의 방향이 관객이 보는 관점과 제작자가 보는 관점이 틀어지게 된다. 세월호가 등장하는 비중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중이 있다고 하기도 애매한 것이 오히려 탈이 나게 된 원인이라 보인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매도 당한 케이스라고 볼 수도 있다. 한 편으로는 악질경찰이라는 수사 느와르 장르에서 전혀 상황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아픈 기억을 등장 시켜 가지고 만든 것의 결과가 엉뚱하게 "액션물"을 기반으로 한 폴리스 스토리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아픈 기억으로 돈 벌려 했다는 오해를 충분히 살 수 밖에 없다. 큰 맥락으로 보면 꽤 잘 만든 폴리스 스토리지만 엉뚱한 양념을 제작자가 넣으면서 보는 내내 관객들 기분마저 언짢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많은 언론도 그 점을 말했고 많은 일반 리뷰도 그 점을 언급한다. 나 역시 그 부분은 비슷하게 느꼈다. 애초에 넣을 타이밍이나 소재 활용 이유가 없는 스토리인데 굳이 그걸 활용하면서 스스로 자가당착 늪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기 이전, 악질경찰에 관한 부분은 꽤 좋았다. 생각보다 재밌다는 느낌도 받았고 제목 자체가 뻔한 암시지만 그 악질의 수준을 점점 강하게 높이는 게 보였기에 기대감도 컸다. 데스 매치가 될 수 밖에 없는 나쁜 기업인과 그 부하들의 주변 인물도 이야기 역시 뻔한 이야기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영화 "신세계"나 "베테랑"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그 언저리까지는 나올 만한 새로운 경찰 이야기라 충분히 보였기 때문이다. 초반은 나름 재밌다!

누구는 주인공인 조필호 형사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아닌 매 맞고 다니는 무능한 모습에 더욱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악질경찰이라는 타이틀에서 주는 어감이 강하고 쎈 놈 이미지가 있는데 악행은 하지만 경찰로서의 방어 실력은 형편 없는 약간은 코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 반감이 들었을지 몰라도 영화 전체의 흐름을 볼 때 이런 모습은 오히려 더 적절하게 스며든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그 맞는 차원의 정도가 깊이가 다른데 몸빵으로 버틴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는 것이 무엇인지 오히려 악질경찰의 이미지에 더 근접하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최후에서는 정말 몸빵의 결정체를 보여주는데 영화 포스터에서 팔 깁스를 한 것이 대표 이미지로 나오는 것 자체가 정신적, 육체적 모두 탈탈 털리는 극강의 요소를 보여주는 것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그 모습은 참 좋았다.

그런 모습까지 그려질 정도가 되어야 악질경찰이 다루고자 하는 본래 취지가 나올 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악질경찰의 마지막 반전 모습이 그려질 수 있음에 그 "악질"이라는 단어가 "순악질"로 변질되지 않고 악이 악을 처단한다는 방향의 포커스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기에 형사의 고군분투기는 오히려 감정 이입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중간에서 이 주인공이 감정의 변화와 사건의 중심이 옮기는 계기를 세월호라는 사건과 연동한 것이 약간의 안습인데 분명 다른 요소나 스토리로 동기 부여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음에도 제작자의 노림수에 의해 주인공의 모습이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어 그 점은 역시 무척 아쉽다. 역시 주인공이 조금씩 변화를 겪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데 있어 관객에게 방해가 되고 부자연스러움만 남긴 건 세월호 사건의 개입이다. 그것만 아니었음 꽤 괜찮은 폴리스 스토리인데 여전히 그 점이 발목을 잡는다.

물론 그 사건의 영화 개입이 영화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완전히 이탈한 모습은 아니다. 영화에 그 부분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점들이 다소 있기는 했지만 억지스러움까지는 없다. 다만 나쁜 경찰과 아주 나쁜 범죄자 사이에 갑자기 세월호 유족이 끼어든다는 것이 약간 황당했을 뿐,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되어 있어서 그렇지 충분히 연결할 순 있지만 많은 관객들이 세월호에 대한 내용을 아직은 상업 영화에서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큰 것이 분명하기에 대놓고 세월호 다큐를 만들지 않는 이상 이건 감독의 의도나 제작자의 의도와 상관 없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미 흥행 성적 자체가 그걸 증명한 셈.

맛있는 음식을 엄청 잘 먹고 있는데 갑자기 돌을 씹었다거나 이물질이 나오게 되면 그 맛있던 음식이 순식간에 맛 없는 음식이 될 수 밖에 없다. 더욱 그 이물질이 내 감정을 건드리거나 내 신경을 예민하게 만든 경우라면 그 음식에 가졌던 모든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쁜 감정만이 남게 되는데 이 영화의 대부분 리뷰에서 세월호가 언급되는 것처럼 쓰지 말아야 할 영화적 요소를 쓴 것이 신의 한 수가 아닌 가장 큰 악수가 되었다. 그것만 신경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꽤 볼 만한 재미있는 형사물인데 그 하나가 갑자기 이야기의 전개를 이끌면서 형사물의 본질이 모두 무너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초반 입소문에서 밀린 것과 상관은 없다고 보이나 일부는 이 영화의 제작사(영화사) 자체를 문제 삼기도 하는데 영화사 "청년필름"은 분홍신(김혜수), 올드 미스 다이어리(예지원), 의뢰인(하정우, 박휘순),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박보영)을 비롯,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멋지게 성공하여 연작을 낸 제작사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각시투구꽃의 비밀, 사라진 놉의 딸, 흡혈괴마의 비밀로 3편까지 나오는 흥행 몰이를 했다. 제작사의 작품만 보면 꽤 유명한 영화를 많이 제작한 영화사인데 문제는 제작사와는 별개로 그 제작사의 주인이 되는 제작자가 사회적 이슈의 대상이 될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는 점이다. 

아직은 사회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영화는 영화로 봐야지 다른 것과 믹스하여 본질을 다르게 보면 안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이경규 아저씨가 대중들에게 멀어지고 사회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 제작만 맡고 감독과 배우는 다른 사람을 써도 그 영화는 잘 안 보게 되는 것처럼 대중들에게 거부감이 있는 제작자의 작품이면 일부는 분명 배척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대중들의 눈 높이에서 조금이라도 거부감이 있으면 매몰차게 대하는 것도 사람의 심리인데  영화 배우와 감독, 작품의 본질과 상관 없는 제작사(자)의 문제도 충분히 흥행 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영화사의 영화를 작품성이나 흥행 이슈와 상관 없이 배척부터 하고 보는 사람이 분명 있을 수 있다. 

물론 나는 그것과 상관 없이 작품으로만 보지만 (그래서 이 영화도 아무 문제 없이 봤지만) 사회의 다양한 양극이 교차되고 충돌하는 일들이 많은 다소 번잡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부의 사람들이 거부감을 표현 한다면 대중들에게 여러가지 형태로 전이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제작자는 김조광수), 보이지 않는 시선들을 무시할 수 없고 조선명탐정은 코믹 그 자체에 주안점을 둔 가벼운 영화이지만 진지함을 담은 영화, 사회 모순과 사회 문제를 거론하는 이런 영화에서는 그런 것도 다 취향의 걸림돌이 되거나 문제 될 수 있는 것이다. 홍석천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 것이 자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달라는 것과 사회 인식 자체를 바꾸려 하고 "개혁" 수준으로 몰아 붙여 이성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양성화 시대를 요구하는 건 분명 다르다.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있고 또 바로 직전 얼마 전에 "부모 성 함께 쓰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노린 건 아니지만 하필 이 리뷰와 타이밍이 딱 비슷하게 들어갔는데 바로 그런 사정 때문에 보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으리라 본다. 물론 난 그 사람에게 득이 되는 결제를 하고 영화를 봤지만 일단 점수는 1점 깎고 보는 심리는 어쩔 수 없다. 홍석천의 가게가 아무리 맛이 좋고 훌륭해도 그 사람이 싫으면 끝내 안 가기 마련인 것처럼 영화도 다르진 않다고 본다. 다만 그게 흥행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진 않고 그냥 영화 수준 자체가 저품이라 판단한 사람들이 많아 흥행을 못 했다고 봐야 하기에 흥행에 있어 제작자의 신분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일부의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 흥행이 안될 정도의 영화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소녀가 보여준 행동과 메세지 등은 충분히 이것과 연결될 수 있는 개연성은 있다, 또래 사춘기를 감안해도 우정이 아닌 애정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영화는 다음 영화 기준 일반인 7점대 후반 (거의 8점대) 꽤 높은 편이다. 저품이라고 말하고 폭망이라고 말하지만 영화 평론 점수 자체는 상당히 반전인데 평점과 평론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반비례 하는 경우는 또 처음 본다, 기승전결에 있어 중간 승전에 약간 엉뚱한 밸런스가 있기는 했지만 결국 마무리 하는데 있어 정리가 안된 것도 아니고 흐름의 맥이 아예 끊어진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 리뷰 결론은 똥망, 평점은 그래도 인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것이 내 리뷰에도 신기하게 그대로 적용이 된다. 리뷰를 보면 전반적으로 실망감, 안습, 안타까움이 많이 녹아 들어가 있고 칭찬 요소는 별로 없는데 나 역시 평점을 먼저 제시하면 10점 만점에 8점, 수우미양가에 "우" 정도로 평가 자체는 높게 하고 싶다. 다만 그 평가 과정에서 나 역시 리뷰는 달갑지 않게 되는데 분명 재미있게 봤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고 뭔가 몰입해서 흥미롭게 봤는데 엄청 재밌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는 것이 이 영화의 이중성이라 할 수 있겠다.

연출력 자체는 흠을 딱히 잡기도 어려운데 꽤 흥미진진한 요소를 잘 녹아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연출력에 대한 감점은 거의 없다. (감독이 만든 또 다른 영화가 그 유명한 원빈의 "아저씨") 다만 그 어린 소녀들의 우정이 너무 각별하다 못해 치킨 집을 하는 아버지 (유족) 보다 친구가 더 각별하게 그려지는데 물론 그게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지만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는 점, 그리고 그 소녀가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 자체가 트라우마 수준치고는 너무 과도하게 잡혔다는 점에서 마냥 재미있는 형사, 수사물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친구 아버지도 힘들게 버티고 사는데) 

나쁜 경찰에서 결국 나쁜 사람들, 더 나아가 나쁜 어른들로 진화 하며 관객의 시선을 점점 아래로 끌여 내리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쁜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를 세월호 사건에 빗대어 끝까지 가지고 간다는 점은 이 영화가 끝까지 가지고 가야하는 짐이자 숙제라 생각한다.

어른은 다 나쁘다는 편견과 무의식적인 주입, 꼰대가 아니어도 순수한 동심이 아니면 다 나쁜 것처럼 그려낸 시나리오는 그 자체가 함정이 될 수 있는데 결국 영화를 보는 관객의 절대 다수 99%가 어른이라는 점에서, 또 영화에서 소녀가 말하는 어른들이란 실제로 있었던 세월호와 연관 지어 말하는 부분이라 그 나쁜 어른들은 주관에 따라 당시 어른이었던 모든 사람에게 해당 되는 말일지도 모른다. 결국 영화 속에서 가상(상상)의 사건에 의해 어른들도 가상으로 그려지고 나쁜 어른들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무심코 실제 관객들 마음 속에 있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소녀를 통해 나쁜 어른이라 칭하니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곧 이 영화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거부감이 될 수 밖에 없다.

영화 속 소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 영화에서 말하는 소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세상에서 보면 다 없어져야 할 것들은 바로 지금의 모든 성년이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걸 너무 표면적으로 드러내면서 노골적으로 싸잡아 소녀의 캐릭터를 구축하다 보니 이해는 되지만 그런 맹목적인 소녀의 생각에 불편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친구 아빠가 모텔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려 했을 때 구해 준 경찰(주인공)에게는 고마움을 느꼈지만 다른 경찰에게는 그런 고마움을 못 느꼈던 소녀였기에 결국 세월호 사건을 그냥 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고 방치하는 모든 어른들은 다 나가 죽어야 한다는 결론 밖에 남지 않는다 (소녀의 관점에서 보면) 어린 사춘기 소녀에게는 충분히 그것이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을 가누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고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 것이 말하는 어른이 실제 관객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영화는 스스로 무덤을 팠을지도 모른다. 수학여행 중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다르게 표현해도 사람들이 민감하게 해석해 세월호를 연상할 수 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대놓고 세월호를 끄집어 주인공의 심적 변화에 이용했으니 영화가 좋게 흥행 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것만 빼고 보면 꽤 잘 만든 영화다, 사실 세월호 부분은 다 빼도 이야기가 연결되는데 문제가 없고 빼도 상관이 없다)

영화의 후반에서 약간은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소녀가 중반에 추락사를 했다고 관객은 믿었는데 마지막에는 환하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다. 교복을 입고 말이다. 전개 과정을 보면 사실상 부활한 셈이고 추락 했지만 다치기만 했지 죽지는 않았다는 점인데 나는 이게 원래 두 개의 결말을 예상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 본다, 조필호 형사가 두드려 맞다 못해 나중에는 총까지 맞게 되는데 사실 이 때 조필호는 죽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 방에서 본 줄넘기가 조필호의 총 맞고 쓰러진 시점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줄넘기가 등장한다는 건 세월호 사건의 아이가 그 현장에 있다는 말인데 결국 그 연출 자체는 조필호가 그 아이와 같은 세상에 있다는 것 밖에 해석이 안된다. 

영화의 절대 악으로 그려진 재벌과 소녀, 소녀의 친구(세월호 아이)는 아무 연고와 연결점이 없다. 그저 조필호의 끄나풀이 조필호와 소녀에게 범죄 영상을 보냈다는 것이 유일한 연결점인데 이마저도 세월호와 연관성은 없다. 그 소녀의 친구가 단지 세월호 사건의 친구라는 것 밖에,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재벌을 처단하고 난 뒤 뜬금없는 세월호 아이의 줄넘기가 나온다. 꽤 억지 구도지만 그 자체가 해석이 되려면 결국 그 아이와 같은 세상에 있다는 해석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뒤 추락사로 인식된 소녀도 멀쩡히 친구들과 노는 장면이 나오니 역시 세 사람은 모두 이승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다 같이 보게 된다고 풀이가 된다.

하지만 조폭들과 조필호의 동거녀가 나오는 장면, 그리고 뉴스 장면을 보면 범행 현장 검증을 위한 대리인의 장면이 아니다. 또 뉴스에서는 조필호 개인의 앙심을 갖고 생긴 사건이라고 나오면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구속 (혹은 영장) 되었다는 식으로 나온다. 그리고 실제로 형사계 봉고차에 실려 가다 소녀를 보게 된다. 뉴스 부분이 빠졌다면 앞서 해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조필호 역시 총 맞고도 살아 났다는 걸로 해석이 된다. 식스센스처럼 마지막 장면은 상상의 마무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결과만 놓고 보면 조필호도 살고 소녀도 살아났다고 봐야 한다. 결국 끝까지 다 파멸 되는 세드 엔딩이냐 그래도 마무리는 좋게 하자는 해피 엔딩이냐 차이인데 끝내는 악질경찰 주인공도, 또 다른 주인공인 소녀도 다 살아나는 헤피 엔딩을 택한 것 같다. (결국 그것도 실책인 듯 싶지만)

나쁜 역할로 모두 그려졌지만 실제 배우들 모습을 보면 이렇게 순하게 생긴 사람들이 따로 없다. 영화와 달리 정말 순박한 이미지들인데 사람은 행동하기 나름이고 보여주기 나름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세월호 부분만 들어가지 않았어도 다른 식으 소녀를 그려냈어도, 어차피 핵심은 범죄 영상을 두 사람에게 보낸 것에서 출발해 그 영상을 찾는 과정인데 거기에 왜 세월호가 개입해야 하고 활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나 역시 크게 남는다. 영상을 찾는 것과 영상을 보내는 것, 영화의 시작과 흐름에 있어 전혀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학폭(학교폭력), 원조교제,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과 연결해 소녀의 환경을 만들어도 충분한데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이 오히려 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참 괜찮게 잘 만들어 졌고 또 흥미로우며 이선균의 악질스러운 경찰 모습도 나름 잘 구현이 되었는데 전혀 엉뚱한 양념을 제작진들이 추가하면서 전체 요리가 다 망가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만 다르게 구현 했거나 달리 표현 했거나 아예 뺐다면 기본 300만 관객은 충분 했으리라 보는데 여러가지로 안타까움이 큰 영화다. 부조리를 담고 있으면서 부조합이 된 결과물, 그 부조합이 부조화까지 이루어 냈는데 영화 영어 제목이 "the dawning rage (새벽의 분노)" 라는 점에서 제목마저도 부조화의 끝판왕이 되었다. (아마 가장 어두운 심야를 악의 중심으로 하여 이제 막 어둠을 벗고 밝은 세상으로 나오기 직전의 주인공 분노와 외침, 악과 단절하는 의미로 쓰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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