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건 참 신기한 것 같다. 서로 모르는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만나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는 것이 곱 씹어 보면 볼수록 참 요상하고 대단하면서도 신기하다. 분명 가족도 아니고 남남인데 어느 순간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나중에는 정말로 그 외인이 또 다른 가족이 된다는 건 철학적 고찰을 탐구하는 기분마저 들기도 하는데 부부 사이는 무촌이라는 것처럼 촌수가 없는 남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촌수를 따질 수 없는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해석도 되기 때문에 인연이라는 건 정말 미지의 세계이고 놀라운 이야기다.
예전 아는 남자 후배가 장난을 치다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허리를 다쳐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였는데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때 이 후배에게 부모님과 누나,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병 간호를 해주었는데 후배의 말이 걸작이다. 입원을 하고 있고 또 허리를 다쳐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일어나고 움직이고 화장실도 가는데, 가장 우려한 건 속옷 갈아 입기라고 했다. 허리를 다쳐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양말 갈아 신는 것도 큰 일이다.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들 걱정이 먼저이니 옆에서 일일이 챙겨주고 특히 어머니가 많이 간호를 해주었는데 부모님은 생업 전선에 있어야 할 분들이라 (병원비도 있고) 항상 아들 옆에 붙어 있을 수는 없다. 그럴 때는 잠깐 짬을 내어 누나가 대신 간호를 하고 주말에는 여자친구와 와서 가족 대신 간호를 해주었는데 후배 말에 의하면 속옷은 여자친구 있을 때만 갈아 입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아버지에게 부탁하자니 더 큰 아들 녀석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어머니에게 부탁하자니 상상도 못 할 일이고, 누나도 마찬가지, 결국 가장 가깝고 모든 걸 다 공유하는 가족에게 정작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인데 반대로 여자친구에게는 부탁하기도 쉽고, 여자친구도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듯 해주니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가 똑같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간호사를 비롯 남에게 보여주기 보다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낫지만 정작 이 때는 아직은 남이라 할 수 있는 여자친구, 애인이 더 부담 없고 어색하지 않다는 것인데 듣고 보니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여자의 경우라도 마찬가지, 다 큰 처녀가 아빠나 오빠에게 속옷을 갈아 입혀 달라고 하는 건 당연히 어렵고 어머니에게는 그나마 덜 부담이 되지만 사랑하는 아주 가까운 애인이 있다면 엄마 보다는 애인에게 부탁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것이다.
그 때 그 이야기를 병문안 갔을 때 듣고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무섭고 때로는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릴 때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 가족 외 나머지는 모두 외부인이라는 인식이 있고 가족의 테두리로 전혀 들어 올 수 없었음에도 다 크면 그 가족보다 우선시 하는 인연을 만나 가족이 되려 불편하고 그 인연이 더 편한 날이 당연하게 여기는 날이 온다는 것인데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긴 그 사랑의 대단한 힘이 바로 가족의 원천이고 부모가 되는 과정이며 또 다른 인연과의 (2세) 만남을 만든다는 점에서, 또 그 2세도 결국 나중에 다 크면 자신에게 (아버지) 그렇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사랑으로 맺은 인연은 도돌이표 같다. 엄마, 아빠 앞에서는 발가벗고 있어도 부끄럽지 않던 어린 자식이 다 크면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부끄럽지 않고 부모에게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이 인생의 뫼비우스 같은 이야기 같다.
그 위대한 갈림길에서 결실을 맺으면 또 다른 부모가 되고 가족이 되고 인연이 되어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성장하게 되는 것이고 그 위대한 갈림길에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서로 다시 원래처럼 남남이 된다면 가족이라는 테두리 바로 앞까지 갔었기에 그 헤어짐의 고통과 슬픔은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랑 때문에 죽고 살고 하나 보다. 오늘도 사랑의 아픔과 고통에 힘든 마음을 추스리는 당신께, 여전히 입술을 깨물죠를 청해 본다.
가지려고 가지려고 가져보려고
무던히 원하고 바랬죠
잠시라도 그대 곁에 있는 동안엔
모른 척 내 것이라 믿었죠
웃는 그대 얼굴을
한참 못 본 후에야
알았죠 더는 어려운 일인 걸
갖지 못한 그대 마음이
못내 서러웠지만 보내야 했죠
사랑이란 못된 이유로
그대 맘을 잡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 알죠
잊으려고 잊으려고 잊어보려고
여전히 입술을 깨물죠
하루라도 그대 없이 살아보려고
아닌 척 웃어보기도 하죠
어떡하죠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아서
눈이 시리도록 보고 싶은데
바보 같은 나는 이래요
사랑했던 순간만 기억해내고
내 마음도 그대 마음도
모두 잃어버린 채 아파하네요
눈물도 기다려보겠단 말도
보일 수 없던 나를 모르죠
변해버린 건 그댄데
왜 내가 미안할까요
갖지 못한 그대 마음이
못내 서러웠지만 보내야죠
사랑이란 못된 이유로
그대 맘을 잡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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