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를 제대로 읽으면 소름 돋는 노찾사와 거북이의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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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다방

가사를 제대로 읽으면 소름 돋는 노찾사와 거북이의 사계

by 깨알석사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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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겹지만 슬픈 곡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의미하는 사계(사계절)라는 말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노래 가사나 곡 제목에도 사계라는 말이 종종 쓰인다. 동일한 제목의 곡이 여럿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령에 따라 어떤 사계를 생각하는가 차이가 있는데 누구는 비발디의 "사계"를 떠 올릴 것이고 누구는 태연의 "사계"를 그리고 또 누군가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와 거북이의 "사계"를 생각한다. 제목은 같지만 모두 다른 곡이다. 어느 시대에 태어났고 어느 시대에 어떤 "사계"를 주로 들었는지에 따라 각자 생각하는 "사계"라는 곡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중에서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 부른 "사계"는 다른 사계 곡과 차이가 있다. 이 노래는 대중가요가 아닌 노동자의 삶을 다룬 민중가요이기 때문이다. 이곡은 나중에 거북이가 리메이크를 해서 동일한 제목으로 불러 40대 이하 연령층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특히 신나고 정겹게 들리는 거북이의 리믹스 버전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고 지금도 많이 화자 되기 때문에 거북이의 "사계"는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대중적인 가요인데 사실 이 노랫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가사를 정확히 음미하며 따라 부르면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만 멜로디에 섞여 감정이 흐트러지면 가사의 숨은 의미를 쉽게 간과하게 되는 곡이 바로 이 곡이기 때문이다.

첫 소절로 시작하는 "빨간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여기까지만 들어도 꽤 동화 같은 가사에 아름다운 표현들이 등장하는 가사이지만 후렴을 들으면 이 노랫말이 무얼 의미하고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하는지 알 수 있다. 먼저 노래부터 들어보자.

아래 가사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데 뜻하지 않게 재봉틀(미싱)이 주요 가사로 등장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공장이라는 단어도 나온다. 대부분 이 노래의 앞 소절은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는데 뒤는 잘 모른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구름 솜구름 탐스러운 애기구름 짧은 샤쓰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저 하늘엔 별들이 밤새 빛나고 찬바람 소슬바람 산 넘어 부는 바람 간밤에 편지 한 장 적어 실어 보내고 낙엽은 떨어지고 쌓이고 또 쌓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 눈이 온 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공장엔 작업등이 밤새 비추고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이 노래는 나 역시 어렸을 땐 그저 흥겹고 신나는 노래인 줄 알고 재밌게 따라 불렀던 곡이다. 특히 거북이의 사계로 리믹스되면서 더욱 정겹게 불렀던 노래였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사를 되새겨 보게 되었고 그 정겹던 노래가 다르게 들리는 걸 늦게 깨닫게 되었다. 원래 이 노래가 대중가요가 아닌 민중가요였다는 것도 몰랐지만 대놓고 가사에 직관적인 애환을 담았음에도 그걸 잘 몰랐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 노래가 민중가요로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놀랍도록 잘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곡이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특정인들, 소수자들이 아닌 다수자들과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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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비가 날아드는 담장은 공장의 담벼락이었고 솜구름 가득한 뜨거운 여름 날씨의 땀은 여공들이 재봉틀 앞에서 흘린 땀이었다. 별이 빛나는 찬 바람 솔솔 부는 밤도 해가 떨어지고 별이 뜬 밤까지도 일을 하는 근로자들의 야간근무, 밤샘 근무라는 걸 알았고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날에도 추운 날씨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창백한 얼굴로 일을 해야 하는 어린 여공들의 삶을 담은 노래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특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곡가의 의도가 잘 느껴지는 노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노래에서 느껴지는 멜로디의 감정이 하나의 기계같이 굴러가는 노래처럼 만들어져 있고 하루하루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거 같게 느끼게 만든다. 흥겹지만 시곗바늘처럼 반복되는 후렴 멜로디가 가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기계가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가사를 이해하고 가사의 의미를 마음에 담은 상태로 노래를 다시 들으니 멜로디에서조차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가며 기계적인 노동을 하는 장면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 같다. 노래 자체도 밝고 경쾌한데 묘하게 아무 표정도 가사처럼 새하얗게 얼굴 색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절로 든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다시 들으니 너무나 슬프고 소름 끼치는 곡이다. 뭔가 낭만적인 듯 하지만 반대로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한 합창의 절규를 듣는 것 같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리믹스한 거북이 사계 버전은 어떨까. 그동안 원곡의 일부만 갖지 랩이 있어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가사로 생각했는데 리믹스 버전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짧았던 원곡이 담지 못한 것들을 더 알차게 담은 것이 거북이의 사계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개인적으로 원곡도 훌륭한데 대체로 리믹스한 경우 원곡보다 못하거나 원곡의 힘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원곡의 의미를 최대한 잘 살리면서 더 한 발짝 진보하게 나아간 곡이 아닌가 싶다. 굉장히 빠른 템포의 비트임에도 노래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르면 굉장히 슬퍼진다. 그런 역설적인 비트와 흥겨움 때문에 슬픔도 더 배가 되는 것 같다.

보통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아침이슬 노래가 많이 등장하는데 사실 그 노래가 시위 현장에 자주 불려서 민중가요처럼 불릴 뿐 노동자들의 삶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곡은 바로 노찾사와 거북이의 "사계"가 아닐런가 싶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이런이런 어쩌나 봄이 왔다나 봐 언제나 항상 내 맘의 시작을 알리는 봄 누구나가 그럴 테지 좋을 테지 허나 나말야 남들이 다짐하며 시작하는 새로움 느끼지 못해 알잖아 나 새로운 삶을 꿈꿔도 되나 희망 가져도 되나 다 필요 없어 모두 다 가져가 내 맘속 개나리는 언제나 꽃 피울지

이 세상 온통 꽃빛으로 물든 봄날에도 가끔 봄비 내려 세상을 적신대도 내 머릿속에 미래들 꿈을 향한 노래들 멈출 수는 없어 하늘 높이 날 수 있어 이리저리 바쁜 예쁜 나비 I like 여기저기 피고 지는 꽃은 Like life 모든 게 시작돼 세상이 아름다운 천지 공장의 도는 기계들만 나를 놓지 않네

흰구름 솜구름 탐스러운 애기 구름 짧은 샤쓰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너도 나도 짧은 옷차림의 시원한 여름 해변가의 연인들은 (나 잡아봐라) 이 뜨거운 태양 아래 지붕 하나 가려진 땡볕 아래 나는 힘겨운 나는 출렁이는 바다와 노니는 그대들과는 다른 삶의 나는 오늘도 돌아가는 미싱기에 의지하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바람 불어도 언제나 도는 나의 미싱

시원시원한 바람이 작업의 흘린 땀을 주렁주렁 알리던 어느 여름 하얀 앞치마 비바람아 날아가는 김에 내 눈물도 가져가 여름 더위속에 지쳐 세상에 미쳐 한 번도 못 가본 저 바다 건너 해변들 모래판 그 위에 누워 내 몸을 태워 꿈을 꿔 나 이루지도 못할 내 슬픈 현실 속에

찬바람 소슬바람 산너머 부는 바람 간밤에 편지 한 장 적어 실어 보내고 낙엽은 떨어지고 쌓이고 또 쌓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가을바람 소리 없이 내 귀를 스쳐 지나는 사람들도 내 옆을 스쳐 지나쳐 모두가 우수에 젖을 수 있는 분위기 있는 계절에 태어났네 자랑스런 터틀맨 책을 읽고 영화도 봐 Music I like 맛있는 거 너무 좋아 Drive like life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져 와 지금 눈앞에 지쳐가는 기계들의 굉음 속에

손이 꽁꽁 발이 꽁꽁 호호 불어가며 돌아가는 바퀴처럼 스키 타는 사람들과 썰매 타는 사람들과 놀며 즐기려면 얼마든지 좋은 이 겨울에 난 또다시 공장으로 또 다시 언젠가 떠날 이 공장을 나의 둥질 위해 언젠가 펼쳐질 내 꿈을 위해

세상을 향해 힘껏 모두 함께 달려봐

흰 눈이 온 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 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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