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장소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생각보다 괜찮았던 구강액션 - 만담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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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하나의 장소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생각보다 괜찮았던 구강액션 - 만담강호

by 깨알석사 2017.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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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병맛 같은 포스터를 보고 볼까말까 고민하다 오인용이 만들었다는 문구를 보고 선택한 애니메이션 영화 <만담강호>, 솔직히 세상 맛도 이제 어느정도 알아 버렸고 신선한 것 보다는 식상한 것들이 더 많게 느껴지면서 추억으로나 기억할 오인용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재밌게 보았던 오인용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병맛이 될까봐 살짝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만담강호>를 다 보고 느낀 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거다. 처음엔 호기심에 보고 중간에는 이런 난장판이 된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할까 궁금증에 보고 결말에서는 어이구야~ 하고 식겁 하면서 봤지만 결과적으로 만족 (대만족까지는 아니다)

말로 싸운다는게 어떤 것인지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또 다양한 캐릭터들의 거친 입담 보는 맛도 있어서 욕설이 난무하다고 하지만 딱히 거부감은 없다. 오인용 제작진이 한 인터뷰에서도 나름의 소신과 철학(!)이 있는 욕설을 한다고 하는데 욕을 들었을 때 불쾌감 보다는 시원한 맛이 있고 여성과 관련한 욕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의 철학적 욕설 해석에 일정 공감한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들이 하는 욕은 겁나 많은데 불쾌감 보다는 시원한 맛이 있다.

선비들이 등장 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들의 수를 세어 본다. 역시 아재들은 생각하는게 똑같다 ㅋㅋㅋㅋ

그림체가 망작이지만 오히려 이게 묘미

고려에서 왔다는 3인방의 레드불 음료 장면은 조금 더 재밌게 각색하면 더 좋았을텐데 오히려 이게 좀 아쉽다 (어차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마지막 퇴장할 때 빨간 소를 타고 나가는 장면은 나의 첫 "헛웃음"이었다. 어쨌든 내 표정의 변화와 함께 처음으로 입에서 피식 소리가 나게 만든 부분.

초반 5분 정도 보면서 재미 없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별로 웃기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연타로 들었다. 웃더라도 어이가 없거나 웃더라도 상황이 웃길 뿐 아재 개그 따위에 웃을 일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근데, 의외의 포인트에서 내가 빵 터졌다. 강시가 등장할 때다, 특히 부적 장면에서 닭피가 없다하여 손가락 깨물어야 한다는 장면에서 "잡아"라는 짧고 굵은 대사는 나에게 치명적인 스킬이었다. 내가 웃지 않으려고 맹세했지만 역시 오인용 개그 코드는 나랑 맞는거 같다. 진짜 병맛이다.

오인용을 처음 접하고 즐겨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30대~40대 아재들이 되었다는 제작자의 말처럼 오인용 주 타켓은 중년이 된 남성들이 될 것이다. 세상살이에 지쳐 이제는 무거운 어깨짐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나이대가 되었지만 은근 감성 돋는 세대이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격동기를 모두 겪은 세대라 감정이 풍부하다.

반공만화부터 태권브이, 우뢰매는 물론 둘리, 하니, 드래곤볼까지 쭉 이어지며 삐삐와 시티폰, PC통신과 인터넷의 태동을 모두 겪은 세대들이라 추억거리가 많다. 강시 등장도 그런 축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진짜 어릴 적에는 강시가 제일 무서웠는데 강시를 등장시킨 것도 반갑고 나름 마음에 든다.

이마에 있는 점이 하나면 이등병이냐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이마를 본다. 생각하는게 어쩜 ㅋㅋㅋ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만두 2개가 바닥에 뚝 떨어지는 순간, 나도 쌍욕이 나왔다 ㅋㅋ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평점 8점대, 전문가 평점 5점대다, 일반인들 평점이 생각보다(?) 높다. 역시 이런 저급한 구강액션은 남자들에게 통하기 마련이다. 8점(우)까지는 무리고 나는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로 보통으로 평가를 하고 싶다. 딱히 나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좋다고도 할 수 없는 그냥 딱 즐길거리, 볼거리, B급으로 치면 최상이고 A급으로 치면 부족한 딱 저품질 세계에서 통용되는 우수작이다.

친구들끼리 간만에 모여 맥주 한모금 하면서 보기에는 딱 좋고 시간 때우면서 보기에도 무방하다, 마찬가지로 구강액션으로 평가 받는 영화 데드풀에서 느낀 것과 상당히 비슷한 감정이 든다.

마지막 장면은 좀 아쉬움이 크다. 무공비책이 담긴 책을 지나가는 사람이 아예 주워가게 하여 허무하게 만드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그 상황에서 주는 교훈 자체가 피 터지게 싸워봤자 개이득은 엉뚱한 사람이 차지하게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할텐데 마무리는 좀 아숩아숩

남자들 세계에서도 실제로 말로 싸우는게 더 많다.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해 선방 대신 선언(?)을 먼저 하는 경우가 흔하다. 오죽하면 수 많은 영화들 대사에서 "말 겁나 많네, 그냥 덤벼~"라는 대사가 자주 나올까, 

말만 그러지 말고 행동을 보여봐~처럼 남자들 입싸움도 만만치 않다. 그런 말싸움을 가지고 1시간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도 대단하다, 단순하게 보면 별 의미없고 재미없고 평범해 보일 수 있어도 은근 이야기의 구성이나 짜임새가 있다. 솔직히 이런 스토리를 1시간 30분 이상 쭉 이어가게 만들어 보라고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오인용 특유의 욕설이 많고 황당한 장면이 많을 뿐, 스토리 전개 자체는 하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치고 훌륭하다. 다 만들어진 것을 쉽게 보니 간단해 보여도 간단한 소재 (책) 하나로 많은 권법자들이 몰려 들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내용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텐데 나름 잘 풀어나갔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 생각외로 시간 잘 갔다는 말이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불구경"하고 "싸움구경"이라고 했다. 거의 진리다. 남자들 허세로 말싸움 하는걸 유치한 개그로 잘 풀어나간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제작자들 생긴 것만 보면 욕도 못하고 어디 구석에서 찌질하게(?) 있을 순딩순딩한 아재들 같은데 실력이나 말빨은 큰 인물감이다. ㅋㅋ 의외로 깔끔하게 생겨서 마음에 든다

인터뷰 영상을 보니 더 호감이 간다, 앞으로도 오인용 자주 찾아봐야겠다. 영화에도 나오고 인터뷰에도 나오고 여러 곳에서 좀바라TV 이야기가 있어 호기심이 찾아보니 오인용의 새로운 아지트인가 싶다. 유튜브 채널이 있던데 이번 기회에 채널 구경도 함 해보시라, 병맛 코드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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