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주는 충격과 반성 - 진링의 13소녀 (The Flowers of War, 金陵十三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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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상황이 주는 충격과 반성 - 진링의 13소녀 (The Flowers of War, 金陵十三釵)

by 깨알석사 2017.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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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에서 난징 대학살과 관련한 영화 한 편을 하길래 보게 된 것이 <진링의 13소녀>, 예전에 봤던 작품이지만 다시봐도 가슴 뭉클한 영화다. 일본이 중국의 난징에서 벌였던 일들을 극화한 것으로 소설이 원작이다. "전쟁속의 꽃"이라는 원제가 상징하는 것처럼 잔인하고 처참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여자들과 살아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여자들의 숙명 같은 "전쟁 도구"같은 삶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영화 제목의 "진링"은 난징의 옛 이름이다. 영화는 난징 대학살이 벌어지던 그 순간에 일본군들을 피해 성당에 숨게 되는 소녀들과 창녀들의 이야기다. 성당에 숨어든 두 집단이 같은 여성이면서 한 편으로는 완전 어울리는 세계가 다른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것과 "청"춘과 "매"춘이 한 장소에서 뒤엉켜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형식은 무척 흥미롭다.

일단 일본군이 등장하는 지역의 여자들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비참하고 참혹하다. 나 혼자 있는데 앞에 좀비가 떼로 몰려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건 설정 자체가 끔찍한거다. 사람들이 난징에서 벌어진 일본의 만행을 두고 난징 대학살이라고 부르지만 또 다른 말로 난징 강간, 난징 학살강간이라고 나뉘어 부를 만큼 여자들에게는 고통과 아픔을 더 많이 주었던 일이기도 하다. 남자는 그냥 죽이고 여자는 가지고 놀다가 죽였다는 말이다. 

지금의 일본이 여러 역사 문제로 여전히 충돌을 빚으면서 주변 국가들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많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만행만 보더라도 땅 속으로 파고 들 정도로 깊이 절하고 사과하고 죄송하다고 해도 용서가 쉽지 않은 판에 만행 자체를 부인하는 건 일본의 미래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사과와 반성, 용서가 마무리 되지 않고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당사국은 물론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우리나라, 일본, 기타 다른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고통과 아픔을 다시 연상케 하는 마음속의 응어리 같은 영화다.

일본군이 뒤쫒아 오자 도망가는 여학생 무리들, 뒤에서 총을 쏘는 일본군이 있지만 허공에 총을 쏘며 깔깔 대고 쫒아 올 뿐이다. 몰이 사냥처럼 도망가는 여학생들을 잡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일본군들

마침 길목에 있던 중국군의 도움으로 소녀들은 성당으로 안전하게 피신한다. 대신 그나마 있던 중국군은 전멸

성당에 몸을 숨겼지만 영원한 안전지대는 없다, 오는 길에 여학생 일부가 죽는다

성당이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 온 접대부들

소녀들은 그녀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더럽다고 무시한다, 그런 소녀들에게 역시 반감을 갖는 언니들

성당은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총을 쏘며 갑자기 쳐들어온 일본군 앞에서 모두 무방비로 기습을 당할 뿐이다. 극적인 장면은 영화 시간 내내 연출된다, 여학생 무리를 보고 "처녀다"라며 달려드는 일본군들 장면은 그 누구라도 숨죽이며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일본군의 그 한마디가 그 어떤 공포스러운 말 보다 더 무섭다. 성당 전체에 울려퍼지는 여학생들의 울부짖음과 비명소리, 옷 찢기는 소리는 고통이 따로 없다, 두 명의 일본군에게 끌려갔다가 반항하는 순간 난간에서 떨어져 즉사하는 여학생의 장면에서는 아뿔사라는 탄식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저 할 말을 잃고 방관자처럼 지켜 볼 뿐이다.

영화 속에 과도한 노출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묘사하지 않는다, 내용 전개치고 이것도 어느정도 과도한 노출 장면이 예상될 법도 한데 그런게 없다, 보통은 찢겨져 나가는 옷 사이로 하반신과 살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에서는 최대한 배제했다. 그걸로도 충분했지만 불필요한 장면은 배제하고 최대한 필요한 것들로 극적인 연출을 한 것이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머리채가 잡혀 질질 끌려가거나 탁자 위로 올려지는 등의 학생들 장면만으로도 충격 그 자체, 특히 귓전을 때리는 울부짖는 비명 소리는 머리속에 맴돌며 떠나질 않는다. 

미처 숨지 못한 소녀들과 지하에 먼저 숨은 매춘부들, 다 같이 들킬 뻔 했으나 소녀들이 지하 입구 앞에서 모른척 해서 언니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당 안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는 고스란히 들어야만 했다. 여학생 장면은 중국군 장교가 살아남아 스나이퍼 역할을 충실히 하다보니 극적인 구조 역할도 하게 되지만 그게 어설프거나 개연성이 없거나 상황 탈피를 위한 억지스러움이 전혀 없다. 짧게 등장한 중국군 장교의 역할이나 그가 했던 행동들은 멋짐 그 자체다. (요즘 사드 관련 보복 행위만 보면 짜증 나지만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

중국군 장교의 희생으로 아이들은 결국 무사했다, 그러나 한 명의 소녀를 하늘로 떠나 보내야 했다.

소녀들이 지하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 일본군을 다른 곳으로 유인한 덕분에 모두 무사했던 접대부들, 소녀들에게 신세를 졌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배트맨으로도 익숙한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으로 나오고 감독은 중국 영화계의 거장 장예모로 일반인들은 영화 속 소재와 이야기의 충격 그대로 노출되어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 편이지만 전문가는 영화의 연출력과 감독의 의도, 중화사상과 맞물려 낮은 평점을 주었다. 일반인은 평점 8점대, 전문가는 4점대로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관점에서 무엇에 기준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영화에는 전쟁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잘 담고 있는 편이다. 사탕발린 멋진 대사만이 있거나 무조건 희생이나 봉사를 강요하는게 아니라 인간들이 변하는 과정을 잘 그려낸 편이다. 

돈만 밝히고 여자를 탐하는 장의사지만 졸지에 신부가 되어 소녀들을 구하는 영웅이 되야 하는 크리스찬 베일이나 딸을 위해서 일본군에 협조하는 중국 사람이나 (친일파) 그 와중에도 창녀들이 더럽다며 목욕물조차 같이 쓰는 걸 거부하는 소녀들이나 상황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까지는 각자의 주관대로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이기주의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지하실에 부하 병사를 놓고 가기 위해 찾아 온 중국군 장교에게조차 여자들은 자신들이 숨는 건 당연하지만 군인이 숨으면 비겁한 겁쟁이라며 놀린다, 부정할 순 없는 말이지만 그걸 대놓고 당사자에게 하는 건 비수와도 같다. 남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천하의 XX 소리 나올 법한 장면이다. 도망자도 아니고 소녀들을 구했던 군인이 부상병을 놓고 가기 위해 잠시 찾아 왔던 것인데 그에게 넌 나가서 계속 싸우라고 하는 건 일본군보다 더 잔인한 말로 들린다. 그런데 그게 자연스럽다, 그게 바로 전쟁이고 그게 바로 전쟁터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소녀들과 매춘부 여자들에게 또 다시 찾아온 위기, 다시한번 일본군이 성당 안으로 쳐들어 오면서 위기에 봉착한다. 그러나 악랄한 일본군의 이미지가 아닌 깔끔한 신사 스타일의 일본군 장교가 찾아오면서 하나의 희망을 보게 된다.

고향과 집에 대한 향수병 이야기로 감정과 이성이 있는 군인이라는 걸 보여준 그는 첫만남에서부터 굉장히 아이들에게 호의적이었다. 먹을 것과 안전을 보장하며 다른 일본군이 무단 침입해서 소녀들을 겁탈하지 못하게 막아주기까지 했다. 

근데 선한 얼굴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결론은 악랄했다. 고위 장교들 축하파티에 성가대로 데리고 갈 예정이었던 이 장교에게는 먹거리는 그 때까지 소녀들이 잘 있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고 그들의 안전은 사실상 감금을 통해 탈출을 막기 위한 경비였을 뿐이다.

교육을 많이 받은 점잖고 학식있는 장교라 다른 일본군인과는 생각이 다른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상관들에게 스페셜(!)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하나의 술책이었을 뿐이다. 

아이들은 카운팅 되어 13명 모두 일본군 파티에 초대 되어야 한다는 강제 약속을 받게 되고

13명 소녀 전원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위기에 빠진다. 말이 성가대 초정이지 파티에 가는 순간 끝장이다.

일본군 파티에 끌려가면 모두 겁탈 당하거나 죽임을 당한다는 걸 아는 소녀들은 결국 성당 꼭대기에 오른다

차라리 자살이 낫다고 판단한 소녀들은 실행 직전 이들을 말리기 위해 온 매춘부들에 의해 하나의 제안을 받는다

소녀는 원래 13명이 아닌 12명이었다. 매춘부 한 명이 지하실에서 나왔다가 소녀들과 함께 카운팅이 되어 졸지에 일본군 모임에 가게 된다. 원래 소녀들은 12명, 매춘부들도 12명, 하지만 소녀들이 13명으로 일본군에게 집계 되면서 상황은 꼬이지만 오히려 이게 전환점이 된다. 13번째 소녀는 성인 여자였음에도 소녀로 봤기 때문이다.

어린 소녀들에게 이미 한 번 빚을 졌다고 생각한 언니들은 소녀들 대신 자신들이 소녀들로 변장해 일본군 모임에 대신 가자고 의견을 낸다, 어차피 13명 숫자만 채우면 잘 모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은 어차피 몸을 팔던 여인들, 더한 사람들도 상대하던 그녀들에게 일본군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다, 목숨을 위해 숨어 지낼 뿐 순결 따위는 이미 상관하지 않는 그녀들이기에 소녀들 대신 참석하는 건 쉽다. 

그러나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 살기 위해 도망쳤고 죽기 싫어 숨어 지낸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본군 모임은 자살과 다름 없다, 그러나 일본군을 상대하기에 소녀들은 너무 어렸고 설령 살아 돌아 온다고 해도 일본군을 상대한 소녀들의 이후 삶은 평탄할 수가 없는 건 당연하다, 소녀들이 자신들처럼 살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에 결국 그녀들은 용기를 내어 대신 참석하기로 결정한다.

접대부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게 제3자인 내가 봐도 참 껄끄럽다, 강제와 의지는 분명 다르다, 내가 원했다고 해도 본질이 다르다, 너는 그래도 되고 누구는 그러면 안된다고 절대적인 기준을 두고 말을 할 수도 없고 순결과 정조를 어느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단정 짓기도 애매하다.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그녀들의 결정에 대해 원래 하던 일을 하는 일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 누군가를 위해 "희생"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의지로 행동하지만 상황이 주는 건 분명 강제다, 강제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상황이 (파티참석)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발적인 의지로 나설 뿐, 이게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 행동이라고도 볼 수 없다. 

결국 그녀들은 그래도 된다거나 혹은 그녀들은 그럴 수 있어라고 쉽게 단정한다면 그것도 아주 크게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다. 그 누구도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강제적인 행동과 결정은 옳은 수단이 될 수 없다.

소녀처럼 변신을 한 언니들, 서로 어린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앞날을 잠시 잊고 모두 즐거워 한다

장난 어린 언니들의 모습을 보면 즐거워 하는 소녀들, 

언니들은 모두 깨진 유리로 만든 유리조각 칼을 가슴에 품는다, 일본군 만행을 익히 아는 그들은 자신들을 멀쩡하게 돌려 보낼 일도 없을 뿐더러 살려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괜히 울컥해 지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소녀 복장을 한 언니들이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솜씨를 보여준 장면이다, 매춘부 또는 창녀로 표현되지만 비파 연주와 집단 가무, 그리고 노랫말을 가진 기생이다. 일본 게이샤를 매춘부나 창녀라고 부르지 않듯이 이들의 모습에서도 차이점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애초에 이런 부류였기에 영화 속 이야기처럼 어린 여동생들을 대신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파티에 대신 참석하기로 결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주인공이 영어를 수준급으로 하는 것 자체가 평범한 접대부는 아니었음)

영화에서 가장 잔인하면서도 유일했던 장면 중 하나가 두 여성이 성당에서 나갔다가 일본군에 발각 되면서 처참한 일을 당하는 장면인데 그 때 성당 밖을 나간 이유도 비파 줄을 가지러 가던 길이었다. 몸만 파는 여자들이 결코 아니었다는 또 다른 상황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비평 전문가들 중에는 이런 설정 자체가 중화사상에서 비롯된 잘못된 구도라는 점을 들어 평점을 낮게 보기도 한다. (대륙의 여자들은 달라도 다르다는거나 그 와중에도 중국 문화 소개하기 바쁘다거나)

하지만 마치 군인이 출전을 앞두고 결심하는 듯한 인상도 들어 무척 흥미로웠던 장면이다

진링의 13소녀라는 제목은 그대로 받아 들이면 어린 소녀들 이야기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소녀로 변신한 13명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영어 제목인 전쟁의 꽃이라는 단어를 보면 확실히 이들을 보고 한 말이다.

각양각색의 치파오 의상과 13명의 그녀들 뒷태는 전쟁터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꽃이다.

누구는 여성을 두고 꽃이라는 표현 자체를 여성 비하, 성차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을 사람이 아닌 꽃으로 비유하는 것 자체를 사람이 아닌 하나의 소품이나 도구, 더 나아가 소모품과 같은 걸로 인식한다는 내용인데 물론 영화속에 나오는 일본군의 모습과 여성을 성상품화 하고 꽃으로 매도하는 일반 남자들이 다르지 않다고 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남자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여자는 이 와중에도 외모, 미모, 몸매만 따지면서 향락의 도구로만 인식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때론 감정적인 표현과 성적 도구로서의 표현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물론 남자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여성을 꽃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많다, 몸값으로 지불하는 "화대"라는 말 자체도 직역하면 꽃값이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과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성들의 꽃은 여성들의 시선에서 그려진 아름다움 그 자체다, 누구는 버려지는 쓰레기나 허물이 아닌 모든 여성은 아름다움의 미를 갖춘 꽃과 다름 없는 고귀한 생명으로 그려진다. 그게 핵심이다. 마지막 장면이 어린 소녀들의 시선으로 마무리 되면서 언니들이 처음 성당에 들어오던 그 장면으로 마무리 되는 것 역시 아름다운 꽃은 소녀나 매춘부들이나 다름이 없고 동일한 가치를 갖는 고귀한 존재라는 걸 말한다.

여자를 꽃으로 비유하는 건 성차별이 아니라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매력이다. 그리고 최고의 칭찬이다. 그것이 전쟁터 속에서도 시들지 않고 언제나 예쁨 받고 소중하게 간직하고픈 존재로 인식되길 바랄 뿐이다.

영화 전문가들은 대체로 낮게 평가하지만 난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로 에누리 없이 평가하고 싶다, 전쟁의 참혹함, 일본군의 잔인함, 극한 상황에서도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충돌, 그리고 그 안에서도 숨겨지지 않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 전쟁이 남기는 여러 교훈이 보인다. 생각할 것도 많아지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상황이 주는 충격과 반성이라는 나의 소제목처럼 사람이 어떤 상황이 되면 변화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유쾌하지 않지만 흥미롭다.

잔인하고 인간미 없는 일본군도 따지고 보면 어느 어머니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오빠이고 아내의 남편이고 딸의 아빠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내일, 아니 오늘, 심지어 당장 바로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윤리와 도덕 따위는 중요하지 않는 순간이 올 수 있다. 1시간 뒤의 생사도 알 길이 없는 상황에서 윤리적 가치는 개나 줘버려가 될 수 있다.

여자를 보고 발정난 개처럼 달려드는 일본군의 모습을 보고 인간이 아니거나 정신나간 일부 사람들로만 인식할 수 있지만 사람은 모른다, 상황이 바뀌면 기존의 상식과 기준은 파괴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남는 건 본능이다. 특히 그런 건 전쟁 상황에서 극명하게 잘 드러난다, 그래서 전쟁에는 모든 심리적 요소와 본능이 전부 출현한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돈 밖에 모르는 장의사가 아이들을 지키는 영웅이 되고 오로지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매춘부들이 소녀들을 대신해 죽음을 각오하는 것도 상황이 주는 변화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멋지게 그려냈지만 이들의 본 모습은 결코 아름답거나 멋지지 않다. 비굴하고 탐욕적이고 이기주의다, 결국 극안에는 상반된 변화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잔인함과는 거리가 있을 소시민 같았을 일본인들은 여성의 성기에 죽창을 꽂는 잔인한 인물들로 변하고 있고 돈과 목숨만을 위해 존재하던 탐욕주의자들은 영웅들이나 했던 행동들을 하며 삶의 가치가 바뀐다. 일상에서는 서로 상반된 입장이었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자리를 맞바꾼다. 상황이 주는 충격과 그에 따른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난징 대학살의 극히 일부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한 편의 영화만으로도 난징 대학살의 참혹함은 전해진다

어린 소녀의 삶이나 매춘부들의 삶이나 가치의 변화는 없다, 사람은 모두 같다, 그러나 가치를 어디에 두고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진다. 여자들이 보면 감정이입이 되어 더 슬프고 더 아프고 더 힘들겠지만 남자들이 봐도 그 감정의 고통과 깊이는 충분히 전달 받을 수 있다.

원래 사람은 12명인데 13명이 파티에 가게 되었다. 소녀도 12명, 매춘부도 12명이다. 실수로 중복 카운팅이 되면서 매춘부들이 소녀들 대신 참석한다고 해도 한 명이 부족하다, 결국 소녀 중 한 명은 같이 파티에 가야 한다. 그러나 소녀들은 모두 탈출했고 파티에는 소녀들이 한 명도 가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남주인 베일 아재도 소녀들과 함께 했다.

어떻게 파티 인원을 맞췄고 누가 파티에 소녀 대신 남은 한자리에 들어갔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보길 바란다. 교훈과 여운이 남는 건 보너스다. 전쟁터에 핀 하나의 꽃을 보는 건 잔인하면서도 비참하지만 희망어린 감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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