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가지 않은 여자를 아가씨라고 보통 부른다. 요즘에 그렇게 많이 쓴다는 것이지 좀 정확하게 하려면 아가씨 보다는 처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가씨란 말이 아가+씨로 생각해 아가를 가질 수 있는 씨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가씨의 아가는 아가를 잉태할 수 있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그 대상 자체를 어린 아이, 아가로 보는 것이다.
아가씨는 도련님과 함께 쓰이던 말로 우리는 하인들이 양반댁의 미혼 여자에게 아기씨~, 아씨~ 애기씨~라고 부르는 모습을 알고 있다. 새로 시집 온 며느리를 새아가, 새아기, 새아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며늘아기, 며늘아가라고 하는 것처럼 아가를 가질 몸이 아니라 그 여자 자체를 보호해야 할 어린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넌 우리집에 새로 난 아가다 ~)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남자나 여자나 시집, 장가를 가지 않으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성인(어른)으로 보지 않는게 동양적 관점이다. 물론 좀 더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결혼을 했어도 자녀를 갖지 않으면 진정한 성년으로 보지 않는다. 홀수(개인)가 만나 결혼을 하면 짝수가 되는데 이 짝수로 인해 홀수 또는 짝수가 또 생겨야 분화의 정점이 되기 때문에 결혼을 하거나 또는 결혼은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낳거나하면 그 때 서야 성년, 어른으로 인정해 준다.
결혼을 하면 남자가 댕기 머리에서 상투를 트는 것도 비슷하다.
아가씨의 씨는 씨족(씨앗)이 아니라 존칭어다. 높임말이다. 아가[씨]라고 보지만 도련님, 서방님의 "님"처럼 높여 부르는 말로 아가씨와 아저씨는 촌수 관계와도 관련이 있기에 높임말이 기본형이다. 시집을 가지 않은 어린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 높임말과 상관없이 시집을 가지 않은 것만 따진게 처녀 (총각),
그래서일까? 여자들은 이봐 처녀~ 보다는 이봐~ 아가씨를 은연중에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아가씨는 전통스러운 요정 문화, 술집 문화, 룸과 단란단란한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술집 아가씨라는 표현이 대중화 되었는데 그런 술집 처녀를 술집 아가씨로 막 부르기 시작할 옛 시절에는 아가씨라는 말을 여자가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술집 여자로 볼 소지가 그 분위기에는 나올 수 있었기에..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남자의 당연한 심리 때문인지, 술집에 있는 여자는 모두 시집을 가지 않은 처녀나 아가씨가 붙는다. 술집 처녀, 술집 아가씨, 나이와 상관없이 쓰는데 젊고 어리다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다.
아저씨는 아비, 아재, 아범처럼 아버지와 관련이 있는 말이다. 아버지와 항렬이 같은 아버지 형제들에게 쓰던 말인데 아주 오래전의 시절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꼬마 녀석이 "아재요~"하고 아저씨를 부르는 모습이 간혹 나온다. 다르게 생각하면 식당에서 여종업원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것 처럼 잘 모르더라도 누군가를 부를 때 성인 남자에게 우리가 요즘 "삼촌~"하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식당같은 곳에서 쓰기도 한다)
결국 이런 호칭들은 남자나 여자 그 자체를 부르기 보다는 가족안에서, 집의 가문안에서 쓰던 말로서 가족(가문)의 구성원들 위치(항렬)와 상태(혼인여부)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만든 호칭들이다.
아주머니, 아줌마도 아저씨의 항렬과 같은 경우로서 아저씨(큰아버지, 작은아버지)의 배우자를 뜻하는데 여자에게는 "ㅁ" 미음이라는 자음이 특징 중 하나로 "ㅁ" 미음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어감이 달라진다. (아줌매, 아주매 - 여기 아줌매요~ 이리 와 보소)
아주머니, 아줌마 모두 "ㅁ" 자음이 들어가는데 엄마, 어멈, 어무이, 할멈, 할매, 할머니, 어머니, 할무니(꼬마발음) 엄니처럼 모두 "ㅁ"이 들어가는 걸 알 수 있다. (남자는 아부지, 아범, 할범, 할아버지처럼 "ㅂ"이 등장한다. 부모라는 말 자체가 한자어고 그 뜻을 가지면서 부(ㅂ)가 아버지, 모(ㅁ)가 어머니이니 파생된 단어들이 모두 그런 유형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주머니 보다 아줌마가 괜히 더 정겹게 들리는데 "ㅁ"이 강조되면 정겨운 말로 들리게 되어 있다. 어머니 보다는 "ㅁ"이 하나 더 들어간 엄마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마더~라는 영어보다 마미, 맘~ 이라는 외국어도 더 정겹게 들린다. "ㅁ" 미음이라는 자음의 발음이 뭔가 비밀이 있는 듯..
친숙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줄여 쓰는 말로 그런 정겨운 느낌이 있기에 우리가 아줌마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데 요즘엔 여자들이 싫어하는 말이 되버리기도 했다. 내 부모와 항렬이 같은 집안 여자를 부르던 것이 내 어머니와 나잇대가 비슷한 여자를 부르는 말로도 쓰이면서 지금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내 어머니와 비슷한 상황의 나이가 있는 여자를 보통 부르는 말로 쓰인다. 이래보나 저래보나 내 부모(그 중에서 어머니)와 항렬이나 그 항렬의 연세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두 대상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진 않다.
근데 나도 궁금한게 확인하기 귀찮아서 찾아 보지는 않았지만 아주머니의 머니나 어머니의 머니, 할머니의 머니가 "여성"을 뜻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머니라는 말이 주머니라는 것이 연상되는데 주머니라는 것이 무언가 담는다는 걸 뜻하기에 혹여나 여성을 뜻하는 이 머니가 아기를 담는다는 뜻에서 여성을 부르는 호칭으로도 쓰이지 않았나 호기심이 생긴다..(이건 그냥 생각이다..)
아가씨는 나이 안 들어보이는 말로 들려서 보통 좋아하고 아저씨는 나이 들어 보이는 말로 들려서 싫어하는데 아가씨는 시집을 가지 않은 어린 여자를 (시집 안가면 다 어리게 보는게 우리의 사상) 뜻하는 거니 당연히 어리게 생각하는 말이고 그래서 여자 입장에서는 늘 듣기 좋은 말이 될 수 밖에 없고 아저씨는 결혼하지 않은 삼촌이라는 호칭을 결혼하면 큰아빠, 작은아빠라고 바꿔 부르듯 배우자가 있는 것과 아버지와 같은 항령의 어르신을 뜻하는 말이기에 당연히 나이가 어느정도 있는걸 포함한 말이 될 수 밖에 없다. 내가 있으면 나를 낳아준 아버지가 있을 것이고 그 아버지와 항렬이 같다면 대체로 아버지와 연배가 비슷하기에 원래 나이가 들어 보이는 말로 들리게 되어 있다. (아기발음 중 하나지만 아찌라는 표현도 있다)
아저씨는 노땅처럼 들리고 나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 든다. 하지만 아가씨와 아저씨는 비슷한 상황에 쓰일 뿐 원래 비교 대상이 안되는 서로 다른 의미의 말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 시집, 장가를 가지 않는 경우 아가씨의 반댓말은 아저씨가 아닌 도련님이다. (근데 도련님이라는 말 자체가 많이 사라져서 젊은 남자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젊은 남녀에게 아가씨, 아저씨를 붙여 쓰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짝궁을 지어야 한다면 아줌마, 아저씨, 처녀 총각, 아가씨 도련님이다. 예전에는 그래서 시골 등에 가면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젊은 남자에게 도련 총각이라 부르기도 했다, 가끔도 할머니들은 젊은 남자에게 이봐요 아저씨 보다는 이봐 총각~하고 부르기도 하는데 앳된 경우라면 (고딩?) 도련 총각이라 하는 할배, 할매도 있었다. 총각인 건 맞는 것 같은데 어리니 도련 총각이라 따로 부른 것
지금은 아가씨 반댓말로 아저씨 외 다른 말이 없지만 짝궁이 안 맞는 서로 다른 유형을 남녀 호칭으로 쓰다보니 아가씨는 듣기 좋은 말, 아저씨는 듣기 싫은 말이 되었다. 처음부터 나잇대가 맞지 않는 궁합이라 젋고 늙은 표현이라 매치가 안되는 건 사실, 그래서 장사를 해도 꽃집 아가씨와 쌀집 아저씨처럼 업종에서 쓰이는 말로도 신선함(?)이 다르다.
신기하게 꽃집은 아가씨가 먼저 떠오르고 쌀집은 아저씨가 먼저 떠오른다 ^^ 젊은 남자에게 젊은 사람들도 아저씨 아가씨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저기 도령~ 이봐요 도련님~이 어색한 건 사실, ...그냥 저기 아저씨~ 하는게 지금은 나을지도 ...(이봐, 총각, 이봐 청년은 어르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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