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의 어원과 알밤 (밤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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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어유희

아름답다의 어원과 알밤 (밤톨)

by 깨알석사 202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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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방송을 보다가 아름답다의 어원과 관련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농촌의 모습과 지역별 특산물을 재치있게 그려내는 자급자족원정대라는 방송 예능에서 시청자 퀴즈로 낸 문제 중 "아름답다"라는 말의 어원과 관련한 문제가 나왔는데 답이 알밤에서 아름답다라는 말이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아래 영상은 해당 퀴즈가 나온 장면. 영상 끝 부분에서 시청자 퀴즈로 나온다. (당연히 이날 소개된 농산물은 밤이다)

그런데 아름과 밤이라는 단어가 연관되지 않아 어느 부분에서 아름다움이라는 표현과 어휘가 밤에게서 나왔는지 국어사전이나 국립국어원 자료를 찾아봐도 관련 자료가 나오진 않는다. 물론 아름답다, 아름, 밤(열매) 개별 낱말 사전 항목에서도 그와 관련된 유래 설명이나 어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름다움에 대해 김수업 교수가 쓴 <우리말은 서럽다>라는 책에서 아름답다와 밤의 연관성에 대한 항목을 겨우 찾았다.

김수업 교수의 의견을 보면 ‘아름’은 원래 ‘알암’이고 그 "알암"은 ‘알밤’이라고 했다. 알밤(알암)이 아름으로 말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 알암이 발음 그대로 아람이 되고 그 아람이 아룸으로 그리고 아룸이 아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밤이 아름다움이나 예쁜 것과 연관되어 사용되는 예시도 들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기 머리 모양이다. 머리털이 많지 않은 갓난아기 보면 “알밤 같네”라는 표현을 우리가 쓰는데 그게 꼭 모양을 의미하는 것 뿐 아니라 예쁘다라는 의미로도 쓰이기 때문에 이때의 밤톨 머리는 예쁘다라는 뜻과 의미가 같다고 여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밤이라는 열매는 겉으로 험상궂은 ‘밤송이’에 싸여 있다. 손이 닿으면 찔리는 가시투성이인 밤송이 안에 알밤은 깊이 감추어져 있다. 이 거칠고 험상궂은 밤송이를 애써 까고 나면 거기에는 반들거리는 ‘밤톨’이 드러난다. 밤톨도 매끄럽고 딱딱한 껍질로 알밤을 단단히 감추어 싸고 있다. 이 딱딱하고 매끄러운 밤톨 껍질을 벗기면 이제는 또 트실트실한 ‘보늬’가 드러난다. 보늬는 부드럽지만 텁텁한 맛을 내어서 그냥 먹으려고 달려들기 어렵고, 벗기려 해도 단단히 달라붙어서 쉽지 않다. 그만큼 알뜰하게 감싸고 있는 보늬를 공들여 벗기면 그제야 마지막으로 알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마다 깊은 뜻을 지닌 세 겹의 껍질로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이것이 밤이라는 열매의 모습이다.

겉모습으로 보고는 험상궂어서 쉽게 다가갈 마음도 먹기 어려운 밤송이를 한사코 벗겨 내고, 한결 나아졌지만 그래도 매끄럽고 딱딱한 밤톨의 껍질도 애써 까내고, 한결 더 부드러워졌지만 텁텁하여 입에 대기 어려운 보늬까지 벗겨 내고야 만날 수 있는 알밤. 세 겹의 만만찮은 껍질을 벗기고 들어온 이에게는 하얗고 깨끗하고 단단한 속살과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알밤. 그런 알밤은 온통 보얀 살결로만 이루어져서 어디를 뒤져 보아도 흠도 티도 없이 깨끗하다.

겉으로 드러내어 떠벌리며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은 좀처럼 닿아 볼 수 없도록 겹겹이 깊숙하게 감추어진 알밤. 이런 알밤을 우리 겨레는 아름다움의 참모습을 알고, 이런 알밤다우면 그것이 곧 아름다운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알밤은 서낭에게 바치는 제물의 맨 윗자리를 차지한다. 알다시피 서낭에게 제물로 바치는 열매는 모두 꼭지 쪽으로만 자르고 껍질을 벗기지 않는 법이지만, 오직 맨 윗자리에 놓는 밤만은 세 겹의 껍질을 모두 벗겨 내고 알밤으로 바쳐야 한다. 알밤을 아름다움의 알맹이로 여기는 우리 겨레의 마음이 서낭에게 바치는 제물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말이다. - 김수업, <우리말은 서럽다> 297쪽

 

오랜 시간 아름다움과 관련한 어원에 대해 찾아보았지만 김수업 교수가 쓴 책에서 이 알밤과 아름답다의 연관성이 유일하게 나온다. 방송에 소개되어 퀴즈로 나올 정도면 어딘가 잘 정리가 되어 있는 말의 유래에 관한 기초 정보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알밤과 관련해 아름다움과 연관되어 정리된 공식적인 자료는 없었다. 오히려 아름다움, 아름이라는 단어와 밤과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 (작가는 어디서 자료를 보고 퀴즈를 냈던 것일까)

그런데 이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생각은 일절 들지 않는다. 일단 밤과 아름다움의 연관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된 자료는 없지만 밤에 관한 농산물 정보와 밤과 관련한 어휘들을 보면 잘 익은 밤을 "알암"이라 지금도 부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알암은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나 그런 열매를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는데 이 알암은 "아람"이라는 다른 말로도 쓰인다고 사전 정의가 되어 있다. 발음은 같지만 표기는 다른데 "알암"을 빠르게 발음하면 "아람"이 되니 짜장면과 자장면처럼 발음에 따른 차이가 문자화되면서 생긴 말로 보인다.

그런데 이 아람은 아래 정의처럼 비슷한 말로 "알밤"과 연동이 된다. 결국 알밤은 아람이 되고 아람은 알암이 되면서 그 알암은 알밤을 여전히 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김수업 교수가 말한대로 알밤(밤)에서 아름까지는 충분히 말이 이어지고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아람(알암)이라는 것이 단순히 밤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의 상태에서만 쓰인다는 것이다. 

아람 - 명사.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
비슷한 말 = 알밤

또한 아람(알암)은 밤이나 상수리(도토리) 따위라고 지칭하면서 두 개의 경우만 정의했는데 이 두 열매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의 상태의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이 살짝 남녀의 성기를 닮았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된다. 충분히 잘 익은 도토리는 귀두 모양과 비슷하고 충분히 잘 익어 스스로 떨어진 밤은 대체로 밤송이가 벌어져 일부가 보이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우리말(순우리말 등)을 만들 때 대체로 어떤 사물의 모양새를 보고 견주어 표현한 경우가 많다. 아름이라는 것이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말이기 보다는 무언가를 보고 "답다"처럼 같다는 의미로 쓴 경우가 많은데 밤의 경우를 보면 알암은 충분히 익어 스스로 떨어져 밤송이가 벌어진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모양새를 보고 완숙미와 비교해 알암답다라고 한 것이 아닌가 추정이 가능하다. 풋열매처럼 아직 덜 익은 경우와 달리 충분히 익은 경우를 사람의 모양이나 생김새, 성장기 모습과 맞물려 표현했다는 것인데 너 참 알암답다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사춘기 이전의 어린 남녀에게는 지금도 아름다움이라는 표현만큼은 여전히 잘 쓰지 않는다.

잘 익은 밤을 의미하는 알암이 아람으로 그 아람이 아름으로 바뀌면서 아름답다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암이 정말 밤나무 용어로 쓰이는가 찾아보니 잘 익어 떨어진 밤에게만 알암으로 부르고 있었다. 근데 이게 발음으로 인해 알암(아람)이 아람이 되었다는 것이고 이건 지금도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그래서 아람의 원래 의미와 뜻도 찾아보니 마찬가지로 밤과 관련해 잘 익은 밤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그럼 일암이 아람으로 그 아람이 아름으로 바뀌었다는 것인데. 현재 국립국어원은 물론 사전에서도 아름 또는 아름답다와 관련해 정확히 어원을 밝힌 자료는 없지만 아름과 알밤의 상관계를 설명한 과정을 보면 이 밤에서 유래한 것이 상당 부분 일리가 있지 않는가 생각이 든다.

참고로 김수업 교수는 국내에서 우리말 연구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권위를 갖고 있는 교수님으로(경상대) 알려져 있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또 다른 이의 연구인데 위에 설명한 것과 상당히 유사한 의견을 갖고 있다.

아름답다 어원 및 가설에 대하여 - 아름답다의 새로운 설

결국 ‘아름답다’는 단어의 뿌리는 ‘알밤답다’와 같은 의미가 된다. 그 중에서 잘 익은 알암에 빗대어 "알암답다"가 되고 그 알암이 아람과 발음이 같기에 "아람답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아람답다"가 "아름답다"로 정착되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어떤 낱말의 어원이나 유래를 보면서 이것만큼 뇌리를 강하게 때리면서 의미와 표현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적이 없다. 김수업 교수는 알암과 관련해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과정, 그리고 속살(열매)의 깨끗함과 연결해 알암이 아름으로 이어졌다고 간접적으로 표현했으나 실상은 그 모습 자체가 조숙미가 아닌 완숙미를 의미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그 모양새로 인해 생긴 말이 아닌가 하는 결론이 든다. 결국 세세하게 나뉜 의미는 차이가 있으나 하고자 하는 말뜻과 원래 의미는 같다는 것이다.

알흠답다

간혹 댓글을 보면 아름답다를 발음 그대로 재치있게 표현하는 걸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흠답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알암과 아람을 보면서 사람들의 "알흠"표현이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표현은 의외로 자주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발음 그대로 쓴 경우가 우리 주위에 많은 편인데 알암 역시 아름으로 바뀌는 과정은 이런 사람들의 말 장난이나 또 다른 동음어의 표현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기에 무시하기 어렵다.

예능 방송에서 나온 퀴즈를 보고 찾게 된 아름다움의 어원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정작 그 의미와 뜻과 관련해 밤과 연결하니 방송에서 소개한 밤의 연관성이 크게 틀려 보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어원과 유래와 관련해서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우리말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이게 맞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알밤에서 유래했을 수 있다는 쪽이 더 확률적으로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이 정의한 아름다움에 관한 정의보다는 알밤에서 유래한 정의가 더 정확성을 갖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며 마무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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