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연봉 6천만원짜리 신의 직장 - 제도 개선이 필요한 치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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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방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연봉 6천만원짜리 신의 직장 - 제도 개선이 필요한 치안센터

by 깨알석사 2017.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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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센터?

파출소 혹은 지구대는 알아도 치안센터는 또 뭐야, 하고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치안센터라는 이름 자체는 꽤 거창하고 멋진데, 파출소가 지구대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폐쇄된 파출소 건물을 활용한 경찰민원 창구다.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쓰지 않게 된 파출소 건물를 이용한 쌍팔년도 구 버전의 "방범초소"라고 보는 어르신도 간혹 있다.

파출소가 사라지고 지구대로 개편되었다고 많이 알고 있지만 파출소는 아직 존재한다. 없앴다가 다시 부활했다 ㅠ.ㅠ..그렇다고 지구대가 다시 파출소제로 복구된 건 아니다. 파출소와 지구대가 같이 운용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사실상 시민 안전을 위한 치안서비스 접점 구간을 넓혔다 (실패한 정책이지만 이렇게 알흠답게 포장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농어촌에서나 보는 작은 파출소(혹은 파출지소, 출장소 등)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파출소를 지구대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남은 파출소 건물을 활용한 것이 치안센터이니 대도시(서울 포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아직도 천여개 이상의 치안센터가 존재할 만큼 은근 주변에 깔려 있다.

경찰청은 치안센터를 치안 민원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남아도는 파출소 건물을 이용해 퇴임을 앞둔 나이든 경찰관을 배치해 편하게 근무하게 만든 근무지라고 봐야 한다. 혼자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고 출퇴근을 감시하는 사람도 없으니 완전 천국이다. (출근이 늦어져도 외근 중이라고 하면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다) 짬밥되고 호봉되는 경찰이 근무하니 하는 일에 비해 급여도 많다, 신의 직장이라고 하는 이유다.

병력도 없고 책상과 컴퓨터 등 기본적인 사무 기자재 외에는 갖추고 있는게 없어 경찰관이 상주하는 치안센터라고 해도 일반적인 경찰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건 분명하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안다.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아 외부로 나가기라도 하면 치안센터에 찾아오는 사람은 헛고생하기 쉽다. 112로 그냥 신고하는게 더 빠르다.

문제는 치안센터를 바로 옆에 두고도 실제로 이용하는데 불편하면서도 실제 도움이 안된다는 점이다. 경찰관이 있다하지만 퇴임을 앞 둔 몸사리는 경찰관에게 큰 도움을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경찰은 경찰이다~라고 할 사람도 있지만 치안센터에 경찰관이 있어도 문을 대부분 잠그고 있는 것 자체가 본인들 안전을 위한 것이라 변명이 안된다. (세상 어떤 경찰이 무서워서 문 잠그고 있을까...)

관련 기사에도 문 잠그고 있는 내용이 나오지만 내가 갔던 곳도 문 잠그고 안 열어줬다. 유리문(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왜 오셨냐?하며 굉장히 귀찮아 하는 얼굴이 그대로 보였다. 상황 설명을 다 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을 해서 "겨우" 출입이 가능했던 경우다.

http://v.media.daum.net/v/20170425033620515 (개점휴업, 신의직장 치안센터)

경찰 내부에서도 말이 많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퇴직한 경찰을 활용해 치안센터 인력으로 이용하면 훨씬 저렴한 운영비로 세금도 줄이고 치안 서비스도 보강할 수 있음에도 현직 고령 경찰의 안식처, 쉼터로 활용한다는 것에 불만 제기가 많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치안부재, 세금낭비, 인력낭비라는 최악의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파출소에 소속된 치안센터지만 파출소장보다 치안센터장이 나이나 경력이 더 많은 선배(선임)인 경우가 많아 컨트롤이 안되고 치안센터 발령은 경찰서장이 직접 한다는 기사 내용도 치안센터가 시민을 위한 치안서비스가 아닌 내부자를 위한 쉼터라는 걸 증명한다. 외부(민간인)는 물론 내부(경찰)에서도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그냥 퇴직하는 날까지 쉬엄쉬엄 일하면서 몸사리라는 "말년병장"에게 주어지는 보직 같은 케이스다. 근데 그걸 시민 안전을 위한 제도로 활용한다는게 문제다.


근무태도(근태)가 불량하거나 치안센터 운영에 문제가 있더라도 어떤 사건사고가 계기가 되어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터치할 일이 없다, 문 잠그고 불 끄고 건물 내부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하고 있다는 기사 내용이 무얼 의미하는지 대부분 눈치는 챘을거다. 신의 직장도 이런 신의 직장이 없다. (이 정도면 놀고 먹는것도 귀찮을 법 하다)

몇년 전에 치안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치안센터인지도 몰랐다, 당연히 파출소로 알고 있었다. 그 지역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파출소가 있었다는 걸 알았기에 그 쪽으로 갔던건데 "여기는 파출소가 아닙니다"라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벙~쪄서 황당해하다 보게 된 푯말(네온등)의 "치안센터" 문구를 보고 치안센터 존재를 처음 알았었다.

경찰관이 문도 안 열어주고 파출소가 아니라고 손짓하자 치안센터가 아닌 관제센터 (시에서 운영하는 CCTV 센터 같은 곳) 라고 처음 생각했었다, 교통시설 관련해서 다른 곳으로 바뀐 줄 알고 민망한 순간이었다.

근데 아무래 봐도 내 눈에는 포돌이, 포순이가 눈 앞에서 웃고 있었고 유리문 건너 문 알여주고 있는 사람의 복장은 경찰관이었다. 고개를 들어 유리문 위 간판을 봐도 흔히 보는 경찰 마크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경찰 아니세요? 

대도심 한가운데라면 112 신고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농복합도시나 대도시 주변 확장 신도시 주변은 개발이 되지 않은 전원 풍경을 갖춘 곳이 많다, 일산이나 성남(분당)도 시 경계를 조금만 벗어나면 농촌 풍경과 다르지 않다. 수도권에 산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한적한 시골 동네를 접하는 건 흔하다. 신도시에서 나와 예전 구길을 지나고 있었고 종작치는 여객터미널이었다. 배 시간에 맞춰 가야했고 페리호에 자동차도 실어야 했다.

어둑어둑해진 저녁 시간에 찻길에 넘어져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고라니로 착각했다가 자세히 보니 사람이었다. 놀란 마음에 다가가니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셨다, 직감적으로 치매 노인이라는 걸 느꼈고 헤매다가 넘어져서 다친 걸로 보였다.

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했지만 조금만 더 가면 과거 읍내였던 동네가 나오고 (10분 거리) 거기에는 파출소가 있었다, 내가 왔던 신도시쪽으로 되돌아가면 30분 거리다. 뒤로 돌아갈 필요없이 가던 방향으로 가면 되었고 112나 119 신고를 하는 것보다 내가 바래다 주는게 더 빠를 수 있다는 판단에 차로 모시고 읍내 파출소로 갔던 것이다. 무릎이 까지고 상처가 조금 난 것을 빼면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찾아간 파출소가 치안센터라면서 문도 안열어주고 문전박대했던거다. 할아버지가 길에 혼자 넘어져 계셔서 모시고 왔어요~라고 말을 해도 (웃긴건 이 상황에도 유리문을 안 열어줌) 경찰은 여기는 폐쇄되었고 신도시 지구대로 다 옮겨갔으니 그 쪽으로 가보라고 "안내"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당황을 넘어 황당한 건 당연하다, 문 안열어준 건 그렇다쳐도 나보고 할아버지를 모시고 신도시 지구대로 되돌아 가라고? 이쯤되면 살짝 화가 날 정도가 된다.

할아버지가 아프시다고요!!!

귀찮다는 듯이 문을 결국 열어준 경찰관은 할아버지를 파출소에 있는 흔한 목재 의자에 앉히셨다. 그리고는 아무 조사도 하지 않았다 (어디 사시냐? 왜 거기 계셨냐? 성함이 무엇이냐?....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제 볼 일을 위해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하는 사이 경찰이 "휴대폰"으로 순찰차 1대를 호출했다. 아마 지구대로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배 시간도 있고해서 그냥 갈까 하다가 할아버지 걱정도 되고 해서 (믿고 맡길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 여긴 뭐냐, 치안센터가 뭐하는 곳이냐? 치안센터 경찰은 무슨 일을 하는거냐 꼬치꼬치 캐물었다. 뭐 당시 들은 얘기는 파출소가 사라지고 지구대로 개편되면서 30분 거리에 있는 신도시 지구대로 통합되었고 경찰들은 다 그쪽으로 갔고, 순찰차가 가끔 와서 순찰 한번 하고 자기는 그냥 상주한다면서 폐쇄된 파출소를 치안센터로 바꿔 1인 파출소처럼 운영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무전기는 있었으나 작동여부는 알 수 없었고 (무전기가 놓인 충전거치대 전원불이 꺼져 있었다) 파출소에 남아있는 건 책상과 컴퓨터가 전부였다. 두 번의 지구대 연락을 휴대폰으로 하는걸 보니 통신수단은 휴대전화가 전부로 보였다. 할아버지를 데리러 순찰자가 온다는 말에 그나마 안심하고 되돌아가는 길,

경찰이 내 뒷통수에 대고 한 마디했다. "다음 부터는 그냥 112 신고를 하세요" 나는 훗~하고 썩소와 함께 "네~"라고 하고 나왔다.

젊은 경찰관 (남녀) 이 상주하는 것과 퇴임을 앞두고 있는 노령 경찰관은 안전 서비스를 받는 시민 입장에서는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경험 많고 법률지식이 풍부한 베테랑 경찰관이 있는 것도 좋지만 진짜 그 목적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퇴임을 앞둔 경찰관이나 나이가 많은 경찰관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원래 그런 제도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고 무엇보다 경험과 풍부한 경찰 업무 지식은 무시할 수 없다, 그걸 동네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어울려 동네 보안관 역할을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고액 연봉을 받는 계급 높은 일부 사람의 안식처, 쉼터로 전용된다는게 문제고 그걸 모르고 여길 찾는 사람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긴급 대처가 어렵다는게 문제다.


내가 치안센터를 나오면서 담배 한대 피우며 생각한 건 딱 하나다, 지금 할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그렇지 내가 무슨 큰 일을 당했거나, 누군가에게 쫒겨 이곳까지 왔을 경우 과연 포돌이, 포순이, 참수리 마크를 보고도 안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건 이내 공포감으로 이어졌다. (생각만 해도 끔찍)

나처럼 파출소라고 알고 왔다해도 위치를 이미 알고 온 사람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면, 또는 전화를 할 수 없거나 사람의 도움을 못 받을 상황에서 (납치 등) 급하게 이곳으로 뛰어 왔는데 문이 잠겨있거나 인기척을 들을 수 없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더 무서울 것 같다) 전봇대마다 요즘에 잘 설치되어 있는 응급벨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긴급호출벨이라도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여성기동대를 활용해 2인 1조로 근무토록 하거나 (남경보다는 여경이 동네 사람들과 더 친화적으로 어울릴 수 있고 경찰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으니) 의경들이라도 배치해서 경찰관1인, 의경1으로 상주 인력 최소 1명은 센터에 있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해본다. 

“치안센터요? 경찰 로고가 그려진 걸 보면 경찰과 관계된 건물 같기는 한데 문은 잠겨 있고, 인기척도 없어서 정확히 뭐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어요.”-시민 유모(38·여)씨

지난 21일과 22일 이틀간 각각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악구와 동작구 등 서울의 치안센터 10곳을 취재진이 무작위로 점검한 결과 문이 열려 있는 곳은 1곳뿐이었다. 나머지 9곳은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주민은커녕 기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안에 근무자가 있는데 문을 걸어둔 곳도 있었다.

치안센터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고, 그렇다고 동네 순찰을 하는 경찰을 본 적도 드물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치안센터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모(50·여)씨는 “궁금해서 한 번 가봤는데 불은 꺼져 있고 문은 잠겨 있었다. 돌아가려니까 안에서 경찰이 나왔다”면서 “치안 유지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안센터 앞에서 만난 김모(20)씨는 “치안센터 앞을 자주 지나다니지만 경찰이 안에 있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1주일에 한 번도 만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11시쯤 찾은 A 치안센터의 문도 열리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안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이 나왔다. 기자가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데 문을 잠그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A 치안센터장은 “강력사건이 많아서 예방 차원에서 문을 잠갔다. 경찰도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센터장은 관내 지역 주민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등 복잡한 임무를 수행해야 해서 순경이나 경장이 담당하기에는 버거운 업무라 주로 나이가 지긋한 경위를 발령내는 것

순경과 경장이 담당하기에는 버거운 업무라서 치안센터 근무자는 나이가 지긋한 경위를 발령낸다는 경찰청 관계자의 말,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그런 말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경장이 들으면 웃고 순경이 들어도 황당해 할 것 같은 답변이다. 경사가 들으면 버거운 업무, 과중한 업무 좋으니 치안센터 발령 내달라고 할 것 같다. 그 정도 짬이면 경위 아니어도 경사 정도면 되지 않을까,, (경사도 하기 어려운 업무라고 하면 할 말없고....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분도 많겠지만 실제 치안센터(파출소로 알고 간 경우) 이용해 보면 느낌이 다르다, 황당함을 넘어 경찰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편견을 심어주기 딱 좋다. 내가 의지하거나 내가 도움을 받기 보다는 마음만 먹으면 내가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 치안센터, 나에게 되려 도움을 요청한 것도 그렇고.. (할아버지 모시고 되돌아가기) 구설수 오른 전직 대통령 사저에도 수십명의 경찰관이 함께 있는데 혼자 일하는 경찰관은 확실히 특별하다, 문제는 혼자라서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혼자라서 뭔 일을 당해도 대응이 어렵다는거, 문 걸어잠그고 있다는 현실이 그걸 재확인 시켜준다, 내가 봐도 나쁜 맘 먹으면 충분히 제압 가능하겠더라, 확실한 건 농어촌 외진 곳의 파출지소보다 못하다는거다. 그 사람들은 마음가짐이라도 되어있지 치안센터는 누가 올까봐 불 끄고 숨어지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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