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인가 사고사인가 - 쇳가루의 진실 (조선소 직원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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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수사반장

자살인가 사고사인가 - 쇳가루의 진실 (조선소 직원 사망사건)

by 깨알석사 201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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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은 우리나라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이다. 이번 사건은 궁금한 이야기 Y 에 나온 이야기로 앞서 설명한 시사고발 전문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은게 조금 아쉽다. 파급력을 따진다면 궁금한 이야기 Y 보다는 아무래도 위 3곳의 방송 프로그램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깊이있는 방송수사로 또 하나의 잘못된 사건을 뒤집어 파헤치는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의 수사력에 박수를 보낸다.  

국내 굴지의 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하는 한 사람이 근무 도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샌딩 또는 블라스팅이라 불리우는 고압의 쇳가루를 분사하여 녹을 제거하는 작업자로 페인트를 작업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하는 중요한 일이다. 근무중 사고를 당해 죽음에까지 이르렀는데 부검의와 경찰의 수사 결과는 '자살', 유가족은 물론 직장동료들조차 사고사가 뻔한데도 자살이라고 규정한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애초에 방송에서 근무복으로 병원에 실려와 얼굴 부위와 목 부위에 심한 상처를 입은 사진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직감적으로 자살과는 거리가 먼 경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반적인 자살자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그야말로 사고를 당한 사람의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은 "자살" 회사도 "자살"

 목 부위에 있는 심한 상처 (철가루가 잔뜩 묻었다)

경찰이 말하는 남자가 자살한 이유는 아내의 외도(의처증)와 빚 때문, 하지만 실제 유가족을 만나 실태를 알아보니 직장생활 때문에 서로 떨어져 지내고 있었고 (남편은 울산, 아내는 경기도) 거의 주말부부처럼 지낼수 밖에 없었지만 부부간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생계 때문에 떨어져 지낸 경우였다. 

의처증에 관한 부분은 아내가 멀리 타지에 혼자 있다보니 아내가 혹시 바람을 피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 아내의 권유나 아내의 강요가 아닌 남편 스스로가 정신과에 찾아가 상담을 했던 것으로 일반적인 의처증의 증세라고 보기 어렵다. (의처증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의처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빚의 경우에는 남편의 월 급여가 500만원 정도 되었는데 부부가 서로 떨어져 살다보니 수입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남편이 회식자리에서 술값을 낭비하는 일이 잦아졌고 그것을 아내가 고쳐주기 위해 카드값을 일부로 연체하여 카드사용을 못하게 막은데로 비롯된 오해였다. 심지어 경찰의 주장과 달리 (빚 때문에 자살) 그 빚이라는 카드값은 사망하기 전에 아내가 완불한 상태로 카드를 아예 못쓰게 할수는 없으니 카드대금을 늦게 납부하는 방식으로 남편의 카드 사용을 자제하게 한 경우다. 

빚 때문에 자살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면 정말 빚이라고 생각할 만한 정신적 부담감이 큰 액수가 있어야 하는데 카드로 쓴 술값 (식사비) 연체, (그마저도 일부로 아내가 연체) 가 빚의 전부인 상황이고 그 빚도 사망 이후가 아닌 사망 이전에 해결된 상태였다.

직장동료들은 사고가 있기 전 이미 장비에 문제가 있어 그것 때문에 남자가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장비 리모콘이 불량이라 작업이 제대로 안된다고 동료에게 통보한 남자는 리모콘을 바꿔보라는 말에 한번 더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하며 재작업에 돌입했고 그 뒤로 결국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여기서 경찰은 이것을 자살, 직장 동료들은 사고사로 보는 것이다. 경찰이 자살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목을 메고 죽었다는 것인데 실제 직장동료이자 목격자 3명은 현장에서 남자가 목을 메고 있는 것을 발견, 한사람은 목을 메고 있는 줄을 끊고 한 사람은 아래에서 남자를 받치고 구호작업을 했었다. 경찰은 목을 멘 것 자체가 자살이라는 입장, 직장동료들은 그 상황에서는 줄이 목에 감길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목격자이자 직장 동료 중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취재를 거부한 경우도 있다. 사고사인 경우 책임 공방 연관

현장에서 발견된 남자의 마스크, 이 마스크(우측)를 잘보면 파손되어 있다. 목을 메고 자살한 사람의 마스크가 파손될 이유는 없다. 남자의 얼굴과 목에는 작업장에 쓰이는 쇳가루가 박혀 있었고 마스크가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보아 쇳가루에 맞아서 정신을 잃었거나 심각한 중상을 입어 밖으로 탈출하다 나오는 중간에 작업줄에 걸려 목이 감겼고 그 뒤로 바로 낙상, 그와 동시에 줄이 목을 메어 목이 메달린 체 사망하게 되지 않았나 추측하는 상황이다. 

경찰에서는 자살이라고 했지만 목을 메고 자살한 사람의 얼굴에 쇳가루가 박혀 있을 수는 없는 상황, 자기 얼굴에 자신 스스로가 쇳가루를 분사하지 않는 이상 쇳가루는 묻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마스크가 파손되었다는건 사망하기 전에 이미 마스크가 손상되었다는 증거

해당 조선소의 촬영불가로 근처에 있는 다른 조선소에서 동일한 장비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쇳가루를 분사할 때는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고압이 발생하고 쇳가루에 맞으면 총알과 다를게 없이 살을 그냥 다 뚫고 들어갈 정도로 매우 위험한 장비라고 한다. 일반적인 자살이라면 이 쇳가루와 자살자 남자와는 연관성이 없다. 쇳가루가 원인이 되어 사고를 당한건지, 쇳가루는 그냥 바닥에서 묻은건지만 구분하면 되는데 병원에 실려온 환자의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단순히 쇳가루가 묻은 정도가 아닌 박힌 상태임에도 경찰과 부검의는 바닥에서 일부가 묻은걸로 판단하고 있었다.

송기 마스크가 작업장 내부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분의 증언대로 송기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기 마스크를 벗었다는건,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부에서 작업 도중 문제가 발생했고(이미 직장동료가 실제로 사건 10분전 리모컨 문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것을 조치하기 위해 송기 마스크를 벗은 후 밖으로 나와 조치를 취하다 다른 사람의 쇳가루에 얼굴과 목 부위를 강타 당하고 (그 때 입에 쓰고 있던 일반 방진 마스크 파손) 쇳가루를 피해 밖으로 나가다 줄에 감겨 떨어짐과 동시에 줄이 목을 메어 사람이 줄에 매달리게 된 상황이라는 것이 제작진들의 사건 추정이다. 경찰은 이런 주장은 모두 동료들의 말 뿐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없으며 부검의는 목 부위의 손상을 사망 이전이 아닌 사망 이후에 생긴 자국으로, 즉 바닥에 있는 쇳가루가 몸에 묻은것으로 재확인 해주었다.

 

부검의가 말하는 쇳가루가 묻었다는 사진이다. 그것도 사망 이후에 묻은 것으로 주장했다. 저 특정 부위에만 묻은 것도 놀랍지만 저런 상태로 저렇게 살색이 변색이 될 정도로 묻을 수 있는지, 왜 다른곳은 묻지 않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부검의는 우리나라 모든 의사가 할 수 있고 법의학자로서의 부검의는 소수의 몇명만 있기 때문에 이 사진을 가지고 법의학자에게 가서 다시 자문을 구해 보니, 사망 이전에 쇳가루에 맞은 것으로 확언했다. 

부검의와는 상반된 의견으로 직장 동료들과 같은 주장인 셈, 경찰행정학 관련 교수의 자문 역시 이 경우에 중상을 입을 수 있는 강력한 쇳가루에 얼굴이나 목이 맞았다면 정신적 공황상태가 발생해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그 상황, 그 장소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왕좌왕 하기 쉽다며 추락할 확률이 높다고 자문했다. (이 남자는 추락할때 줄이 목에 감겨 결과적으로는 추락이 아닌 목을 메 자살한 것으로 보였을 뿐이라는 뜻)  

남자의 목에 줄이 두번 이상 감겨 있었는데 사람 목에 한번도 아닌 매듭 형태로 두번 이상 감을 수 있는건 자의적으로 직접 목에 줄을 감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하다는 경찰의 주장, 두번 이상 감긴 매듭에 사람이 목을 집어넣는다 해도 그리고 그 길로 추락해 목을 메 숨졌다고 해도, 그런 연속적인 우연의 확률이 존재 가능하냐고 경찰은 되묻는다. 

그래서 제작진은 실제로 그것이 100% 불가능한지 직접 실험을 해봤다. 그런데 실험을 하기 위해서 현장검증 사진을 토대로 똑같이 줄을 만들어 실험을 하려고 하니 줄이 감겨져 있는 봉에 줄을 묶을수가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찍힌 현장검증 사진대로 줄을 묶으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기는데 줄을 끊어서 묶거나 쇠 봉을 절단해서 묶은 후 봉을 다시 결합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줄을 끊는 경우에는 사고가 나서 직장동료가 남자를 구조하기 위해 상단 줄을 잘랐다고 증언했다. 즉 목을 메고 메달려 있는 것을 보고 나서 구출하기 위해 줄을 끊었다는 것이다. 현장검증에 나온 사진도 바로 그 직후의 사진이다. 줄이 목을 감고 있었고 사람이 메달려 있었으니 그 줄은 매듭이 지어져 봉에 감겨져 있었을 터, 하지만 현장검증에 나온 사진대로 줄을 감을 수 없는 것이다. 가운데 봉을 휘감고 있는 줄은 줄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줄 사이로 봉을 절대 집어넣을 수 없다. 물론 봉도 빠지지 않는다. 결론은 하나, 사후에 현장검증이 이루어지기 직전 누군가에 의해 현장이 훼손되었다는 뜻이 된다.

줄이 잘라져 있으니 봉을 쇠봉에 감을 수 있지만 줄이 잘리지 않은 원 상태라면 쇠봉에 줄을 감을 수 없다

줄을 잘라야지만 경찰이 주장하는 매듭이 가능하다. 줄은 사건이 벌어지고 구조자가 나중에 잘랐다.

남자의 목에 걸린 줄 상단 매듭은 실험을 통해 현장검증이 불가능했다. 현장검증 사진대로는 줄을 봉에 묶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들의 증언에 의하면 걸쳐 놓는 것이 보통이지 묶지 않는다고 한다. 목에 걸린 줄이 고정부분이 그렇다면 남자 목에 걸린 줄에 대한 부분도 재검증을 할 필요성이 있다. 

경찰은 남자가 목에 줄을 두번 이상 감고 목을 메고 뛰어내렸다고 하지만 실제 목에 줄을 두번 이상 감기고 낙하 실험을 하니 줄이 목에서 모두 그냥 빠졌다. 이것은 일반적인 줄이 아니라 아주 단단하고 큰 고무호스이기 때문에 줄을 목에 단단히 고정하기 어렵고 경찰의 주장대로 최대한 감아서 낙하실험을 해봐도 줄 자체가 고무재질에 두껍고 커서 낙하하는 물체의 중력과 무게로 인해 줄이 풀어져 버리거나 빠져버렸다. 

줄이 목에 감겼고 두번 이상 매듭이 지어진 것이 우연치고는 불가능하다는 경찰의 주장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 작업자들은 그런일이 매우 빈번하며 모두가 몸에 줄이 감기거나 발에 감기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고 증언한다. 실제 실험을 위해 마련한 실험장에서도 주변 바닥에 놓인 줄 (사고자가 쓴 동일한 고압 작업호스) 이 8자 모양으로 꼬여 있는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실험에 참가한 교수는 실제 실험을 통해서도 보았듯이 일반적으로 목에 줄을 감아 뛰어 내리면 줄이 풀려서 감기지 않는데 경찰은 물론 실제로도 감겨서 메달린 상태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장대로 (자살이라고 주장하는 경찰) 목에 단순히 둘러메어 감지 말고, 바닥이나 봉 위에 있는 꼬인 줄 그대로 목에 감아서 실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가정에서도 아주 긴 고무호스를 쓰면 줄이 팽팽하게 되는게 아니라 중간에 많이 꼬이게 된다. 그 꼬인 상태로 그 줄에 목을 넣어봤을 때, 앞서 실험한 것처럼 똑같이 줄이 그냥 목에서 빠지는지 재실험을 하는 것이다.

줄이 그냥 빠지던것과 달리 꼬인 형태로 목에 감으니 사람이 걸렸다!, 경찰의 말대로 단순히 목에 줄을 감으면 줄이 오히려 빠져서 목에 감기지 않는데 비해 사람이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꼬인 줄 그대로 목에 감으면 (학자는 공황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의식 행동이라고 추정) 사람이 목을 메고 메달려 있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 

10번의 낙하실험에서 줄에 메달린 경우는 총 3번, 경찰은 유가족과 직장동료의 주장이 허무맹랑하고 우연의 연속이라며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10번의 실험만으로도 3번이나 줄이 목에 걸렸다는 것은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실제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확인하니 줄이 감겨 메달린 경우 쓰고 있던 방진 마스크와 줄의 균형이 맞춰진 경우 메달리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정감사에까지 거론된 이 사건, 국회의원이 국감에서 경찰관계자에게 이 사건에 대해 성토를 하자 경찰은 재수사를 하겠다고 답변했고 결국 현재는 재수사 진행중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람이 목에 줄을 감고 메달려 죽은 경우로 말 그대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자살자의 모습과 같다. 

하지만 막상 파헤쳐보니 자살이유라는 의처증은 의처증이 아니었고 빚 때문이라는 것도 빚이 아니었다. 자살이라는 증거 역시 다른 직장동료들이 매번 겪는 일이었고 다반사였다. 자살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이런 우연의 결과물이 연속되어 사망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납득이 되냐고 반문하는 경찰이지만 실제 가상실험을 해보니 우연의 결과물이 연속된 것이 아니라 인재와 장비결함, 그리고 우연이나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영역이 아닌 충분히 발생 가능한 "사고"라는 것이 제작진의 결말이었다. 

직장동료 중에서 한분만 취재를 거부했다. 4명이 함께 일했고 누군가의 쇳가루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자살이 아닌 "사고사"라면 결국 그 동료 중 한사람의 쇳가루 분사에 맞아 사망하게 된 것이 된다. 남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스스로의 잘못(구역이탈)도 있지만 그 원인의 제일 앞은 "리모콘 불량"으로 생긴 일로 리모콘 불량 하나가 결국에는 여러사람 다치게 한 꼴이 된 것.

사고사면 기업이 책임져야 하지만 자살이면 개인 책임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증거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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