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고지서가 오는 적십자회비가 주는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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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회복지

매년 고지서가 오는 적십자회비가 주는 메세지

by 깨알석사 2016.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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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적십자회비 통지서가 날라왔다. 지로용지로 오는 적십화회비는 공과금처럼 보이는 "지로용지"와 "회비"라는 납부명 때문에 뒷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모금인데도 그것이 마치 꼭 납부해야 하는 공과금 용지처럼 모든 세대에 납부 고지서(!)를 보내다보니 생긴 오해다. 거기에 연령별로 세대차가 있는게 적십자회비 납부다. 과거에는 통/반장이 성금 모집을 하러 다녔고 반강제성으로 납부자/미납부자를 따로 명단으로 만들어 "독촉"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적십자회비에 대한 반감이 나이가 많을수록 좀 있다.

회비라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 정기후원을 통해 가입 활동을 하거나 봉사자로 활동하는 경우라면 그곳에 속한 회원들이 납부하는 회비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가입도 하지 않은 단체에서 회비를 내라고 오해하기 쉽다. 딱히 설명이 없다면 국민 모두가 마치 자동 가입이 되어 "의무"처럼 받아들일 수 있고 모두가 대한적십자회의 회원이 되는 걸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적십자회라는 단체명에서 비롯된 말이라 대한적십자회+비를 대한적십자+회비로 어떻게 띄어쓰고 붙여 사용하느냐에 따라 회원이 되는 회비로 오해할 소지가 많은 만큼 개선해야 할 명칭이다. 대한적십자회에 내는 돈(비)이라는 뜻이 원 뜻인데 대한적십자회에서 회가 비와 묶여 회비로 되버리면 회원금이 되버린다.

회로 끝나는 단체다보니 회비라는 말이 혼동될 수 있다. 대한적십자회 성금, 대한적십자회 기부금 식으로 바꾸는게 맞지만 사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꼭 내야 하는 회비처럼 오해의 소지가 "납부"를 독려하고 "성금"모집의 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성금을 모금하는 적십자회 입장에서는 고칠 것 같지는 않다.

시대별로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부흥도 한 몫을 했지만 별별 복지단체들이 활개를 쳤고 민간에서는 눈 먼 돈처럼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악용한 사례도 많았으며 정부가 나서서 하는 성금 모집 역시 뒷말도 많고 탈도 많고 더 나아가 지금처럼 정확하게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상세하고 공개하지 않다보니 권력자의 비자금이나 뒷돈으로 활용된다는 오해도 많았다. 가장 큰 반감은 나라가 해야 할 일과 나라가 써야 할 돈을 국민 개개인에게 할당해 강제 기부 분위기의 형태를 취했다는 점인데 이런 감정이 아직 있다보니 뭘 해도 거부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서민을 등친다, 세금으로 오인하게 해 납부를 종용한다, 지능적인 사기수법과 비슷하다라는 적십자회비 고지서 방식을 두고 이 방법은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쭉 논란이다. 다른 방식의 모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도 많지만 대한적십자회에서는 이 모금 방법에 대해 포기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왜?

강제성이 없는 순수 자발적 모금이라고 해도 솔직히 말해 그런 오해로 인해 납부되는 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회비의 한 해 모금 절반 이상이 연말과 연초에 가정마다 고지되는 지로용지에서 발생이 되기 때문에 이걸 포기한다는게 만만치 않은데 툭 까놓고 보면 그런 공과금으로 인한 착각과 오해로 인한 납부가 많다는 걸 알고 있어도 모금하는 입장에서는 스스로 나서서 포기할 만한 수단이 아니기에 논란에 대해 암묵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 자체만 놓고 보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고 해도 공과금처럼 "속여서" 납부하게 하는 것과 순수한 마음으로 자발적 모금 납부를 하는 건 다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오해를 떠나 생각을 좀 다르게 할 필요성도 있다. 대한민국도 먹고 살 만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이제는 남을 되돌아 볼 정도의 능력은 어느정도 있다. 또한 과거처럼 통/반장이 찾아와서 적십자회비를 강제로 걷거나 명단을 만들어 납부자와 미납부자 관리 같은 것도 안한다. 관제모금에서 순수한 원래 형태로 되돌아 간 건 사실이다. 

예전에는 홍보나 캠페인 따로 없이 연말이 되면 가정에서 반강제로 뜯어가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정말로 자발적인 성금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그 내용과 안내가 잘 되고 있는 편이다. 사람들이 알만한 유명한 연예인들이 좋은 목적으로 홍보대사에 참가하는 것도 그런 시대를 반영한 변화인데 과거 대한적십자는 국민에게 할당된 금액을 가지고 좋은 일을 하도록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할당 개념 없이 성금에 의해서만 운영되도록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대한적십자회가 어떤 단체이고 뭘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물론 지금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적십자라는 붉은 십자가 때문에 종교단체로 아는 사람도 있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처럼 나라에서 운영하는 또 하나의 그저그런 사회복지 관변단체로 아는 사람도 많다. 

적십자회비의 고지서 (지로용지) 방법에 대해 여전히 불편을 느끼고 사기다!, 속임수다!라고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대한적십자회가 주었던 이미지가 별로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좋은 단체이고 좋은 목적으로 운영된 국제기구 성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대북관련 사업에 투입이 되고 북한에 물자를 보내는 역할을 맡으면서 우리가 힘들게 모은 돈을 북한에 퍼날라준다라고 생각해 더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적십자회비를 꼭 납부했던 사람은 아니다. 통/반장이 찾아오던 시절에도 우리집에서는 거의 안냈다. 적십자회, 대한적십자회를 못 믿거나 몰라서가 아니라 그걸 걷으러 오는 걸 신뢰하지 못해서다. 통/반장을 의심한다는게 아니라 성금을 낼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 성금을 받으러 올 사람이 움직이는 건 미묘하지만 차이가 크다. 내가 형편이 되고 시간이 되면 자기 양심에 따라 내고 싶을 때 내면 되지만 이건 찾아온 날에 꼭 내야 하고 현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내야 하는 모양새라 싫었다. 

자선냄비가 동네 길목에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 형편에 맞게 자발적으로 모금에 동참하는게 일반적인 자선냄비 모금이다. 그런데 만약 이 자선냄비가 전국의 모든 가정을 방문해 냄비를 코 앞에 들이밀고 기부 좀 해주세요~하면 삥 뜯으러 왔다고 느낌을 갖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모금을 하는 자가 움직이는 것과 모금을 받는 자가 움직이는 것은 이렇게 차이가 크다. 

이제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고지서를 받고 내가 형편이 되고 여유가 되고 원할 때 성금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납부를 시작한 것이지 기존처럼 직접 받으러 왔다면 여전히 납부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지서가 날라오고 나서 몇 년전부터는 지로를 통해 내고 있다. 최근 홍보 영상이나 캠페인을 보면서 기존과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고지서가 세금처럼 오인되어 납부를 종용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핑계다. 고지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봤고 대한적십자회가 어떤 단체인지 안다면 애초에 그런 공과금 형태의 고지서가 날라온다 해도 오해를 할 이유도 없고 줄어들게 된다. 나보고 돈을 내라고 하는 고지서를 보낸 단체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알아보지 않는 자신의 문제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적십자회비 뿐 아니라 어떤 경우라도 마찬가지, 이걸 안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

매년 연말과 연초에 두 번씩(납부를 하지 않은 경우 연초에 다시 한번) 날라오는 적십자회비를 처음 봤다면 몰라도 이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까 아는 사람이 더 많을까. 그냥 지로용지로 날라와서 기분 나쁠 뿐이다. 일방적으로 돈 걷으러 오는 형태도 마음에 안들지만 그게 공과금처럼 보여서 더 기분이 나쁠 뿐이다.

그러나 왜 예전부터 유일하게 나라에서 동사무소나 구청 등의 행정력까지 동원해 성금을 걷으러 노력했고 동네 통/반장을 직접 보내어 걷으러 다녔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것부터 따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다른 단체는 몰라도 적십자는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순수 민간단체가 아니다. 국제구호단체다.

NGO라고도 불리우는 비정부 기구(국제 비정부 기구) 중 하나로 어떤 국가나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사회단체 중 하나인데 국제적십자연맹의 한 일원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구다. 국내는 물론 국제구호도 함께 한다. 수 많은 비정부 기구들이 있고 여러 직간접으로 정부가 후원/지원을 하고 있지만 적십자만큼은 법까지 제정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잘 모르고 판단하면 굉장한 특혜인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적십자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아 둘 필요가 분명하다.

세계의 모든 적십자회는 7가지 대원칙(=기본원칙)이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인도주의, 공평주의, 중립주의, 독립주의, 자발적 봉사주의, 단일주의, 보편주의로 모두 7가지 원칙에 따라 운영되게 되어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인도 :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없이 돕고 국제적, 국내적 역량을 발휘하여 어디서든지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고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적십자운동의 목적은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장하는데 있다. 이러한 적십자운동은 모든 사람들 간의 이해, 우정, 협력 및 항구적 평화를 증진시킨다.

공평 : 국적, 인종, 종교적 신념, 계급 또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는다. 오직 개개인의 절박한 필요에 따라 고통을 덜어주고 가장 위급한 재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중립 : 지속적으로 모든 사람의 신뢰를 받기 위해 적대행위가 있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또는 이념적 성격을 띤 논쟁에 개입하지 않는다.

독립 : 각국 적십자사는 정부의 인도주의 사업에 대한 보조자로서 국내 법규를 준수하지만 어느 때든지 적십자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항상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자발적 봉사 : 자발적 구호운동으로서 어떤 이익도 추구하지 않는다.

단일 : 한 나라에는 하나의 적십자사만 존재할 수 있다. 적십자사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야 하며, 그 나라 영토 전역에서 인도주의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보편 : 각 나라의 적십자사들이 동등한 지위와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서로 돕는 범세계적인 운동이다.

첫 번째 인도 항목만 봐도 적십자는 전쟁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적십자운동 태동 자체가 전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보니 주 임무도 전쟁이다. 전쟁 부상자, 인간의 고통, 생명과 건강을 보호, 인간의 존엄성 존중, 이해, 우정, 협력, 평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전쟁 부상자(군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와 전쟁 고아 등을 살피는 목적이 크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반도에 있었던 전쟁을 잊을 수가 없는데 쑥대밭이 되고 이산가족이 생긴 한국전쟁만 보더라도 이런 적십자운동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한적십자가 한국전쟁 당시에도 존재했지만 감당하기에는 누가봐도 역부족이다. 이 때 국제적십자연맹(적십자,적신월)은 한국의 피난민과 부상자를 도와줄 것을 다른 적십자 회원국들에게 호소하게 되고 이에 35개의 다른 나라 적십자회가 응답을 보낸다.

35개의 다른 나라 적십자회들은 구호물품과 의약품을 보내어 한국 피난민과 차별 없는 부상자 치료를 하게 도와주는데 그 혜택을 받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지금의 대한적십자회 국제구호 노력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국제적십자연맹의 다른 적십자회 도움을 많이 받은 나라 중 하나다.

보통 평시에서는 (전쟁이 없을 때) 자국에서 봉사를 통한 구호단체 역할을 하고 전시에는 (전쟁이 나면) 직접 나서서 부상자와 전쟁고아, 피난민(물자지원)을 구호하는게 핵심 역할이다. 중립을 지향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포로 관련 임무도 주로 맡게 되는데 실제 한국전쟁에서도 남북한 포로 교환은 적십자가 담당했다.

대북관련 사업과 통일 관련 사업에서 물자 지원 및 약품 지원에 항상 대한적십자가 등장하고 대한적십자가 도맡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차별 없이, 논쟁을 따지지 않고 어려움에 처한 당사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는게 적십자의 존재 목적이자 이유다.

인도, 공평, 중립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적십자회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전쟁 고아, 전쟁 부상자, 피난민을 돕는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고통을 줄이고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적십자 마크를 달고 있다면 "절대로" 공격해서는 안되고 그들이 전쟁터 한 복판에 나설 경우, 위 사진처럼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해 전쟁터 한 복판에 뛰어 들 경우에 그들이 데리고 가는 부상자 역시 포로로 잡아갈 수 없다.

왜? 그게 공격하는 사람들 입장이 될 수 있고 저들은(적십자요원) 공격했던 자들도 같은 상황이 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누구의 편도 아닌 "내 편" "나를 이 전쟁터에서 살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공격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공격하면 정말 비양심적이고 야만스러운 행동이 된다. 싸우면 어차피 화해를 하게 되고 언젠가는 평화를 이루게 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먼 미래를 보고 적당한 룰은 지키자고 만든 것이 국제적십자운동이다. 적십자 요원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맺은 나라는 194개국이고 그게 제네바 협정이다. (약속하고도 공격하면 모든 국가에게 쓰레기 취급 받는거다)

우리는 실제로 뼈 아픈 전쟁을 직접 겪었고 그게 먼 이야기도 아니다. 또한 대한적십자는 고종 때 만들어져 임시정부에서도 활동했던 유일한 구호단체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봉사와 자발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행정력을 동원한 "모금"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도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한 것도 분명 있다. 부자 국가라면 상관없지만 나라도 부자가 아니었고 순수한 봉사와 자발에 의존하기에는 대한적십자의 운영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어려웠던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 반강제식의 성금 모금 방식이 그동안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게 반감요소가 된 것도 분명하다.

재난 활동 역시 구호단체로서 역할이 빠지지 않는데 국제구호는 차후에 벌인다고 해도 생활과 형편이 어렵고 수시로 이재민이 생기는 예전의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적십자의 구호활동이 누구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어 구호물자 확보와 의약품 지원, 활동비를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컸다. (지금은 이재민도 많지 않고 정부 자체의 구호활동과 재난 방지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편이라 국제활동에 많이 노력하는 편) 

결론은 매년 오는 적십자회비 고지서가 어떤 고지서이고 이게 뭔지 다 안다는 점이다. 가스요금, 전기요금, 통신요금, 기타요금으로 둔갑해 오는게 아니라 정확하게 기부금 납부 고지서로 보내진다. 기분이 언짢고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은 고지서라는게 나에게 오면 "상세하게" 보게 되어있다.

돈을 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고 납부하는 사람은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고지서"는 무조건 들여다 보게 되어 있다. 그게 싫은거다. 바쁜 세상에 내가 꼭 내야 할 돈도 아닌데 마치 내야 할 고지서로 와서 그걸 읽느라 내 시간을 뺏고 내 돈을 뺏으려고 하는 그 방식이 마음에 안드는건데 이건 "이해"해야 할 부분이 더 크지 그걸 납득이 안된다고 깔 대상은 아니다.

고지서에 나온 내용만 보더라도 초졸 정도의 지적 능력만 있어도 이게 강제 납부인지, 공과금인지 꼭 내야하는 것인지 다 안다. 다만 지로용지를 택한 건 납부하기 편하게 하기 위함이고 공과금 납부를 지로로 하는 분들이나 은행 방문시 이용하기 쉽게 하기 위함인데 이게 논란과 혼란의 이유는 된다고 해도 충분히 감내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 처음부터 사람들을 속일 마음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고지서(지로용지) 방식을 택한 건 수납 때문이다, 정기후원이나 계좌이체가 아닌 1회성 기부를 보다 쉽고 접근하기 좋게 하기 위해 채택된 방식인데 이게 신청을 통한 고지서 도착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일괄 발송이라 오해가 있다고 하지만 역으로 일괄 발송이라 오해는 오히려 줄어든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공동 우편함을 쓰는 아파트, 빌라 같이 우리나라 주택 형태에서 가장 흔한 공동주택 시설에서는 한번에 모든 집에 꽂혀 있는 이 고지서를 본 경험이 있다. 우리집 뿐 아니라 모든 집에 다 왔다는 걸 대부분 알며 이게 매년 반복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더 많다.

공과금 형태의 지로 고지서라고 해도 전체 발송 건수에서 납부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고지서 내용을 잘 봤거나 이미 이게 뭔지 알기 때문인데 (안 내도 된다는 걸 안다) 내막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매년 오는 고지서가 무슨 오해가 있을까. 솔직히 생각하기 나름이고 판단하기 나름이다.

"자선냄비"가 어떤 것이고 이것이 "강제"와 "자발" 중 어떤 형태의 납부인지 안다면 오해는 줄어들 수 있다. 남을 돕는 일이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고 요청에 대해 싫다며 "거부"가 가능하며 "형편"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금액을 기부할 수 있기 때문에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하더라도 금액은 자기 형편에 따라 하면 그만이다. 그것과 다르진 않다

매년 크리스마스 캐럴과 트리를 보면 겨울이 왔구나~ 연말연시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뉴스에 자선냄비 장면이 나와도 마찬가지, 적십자회비 고지서가 우편함에 꽂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행복, 평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연말이 왔다는 알림장과 비슷하다.

물론 적십자회비에 대해 잘 모르거나 무조건 납부해야 하는 걸로 착각해 납부를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 내지 않아도 되지만 내야 되는 줄로만 알고 납부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걸 뒤늦게 알았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억울해 하는 사람은 많이 못봤다. 나중에라도 그 돈은 기부금으로 좋은 곳에 쓰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수단이 잘못되고 방법이 잘못되어 걷는 돈은 사용되는 목적이 아무리 좋고 선의의 행동이라고 해도 문제 제기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적십자회비 만큼은 예외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나 하는게 내 생각이고 그렇게 받아들이는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해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적십자운동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와 그 목적에 따라 활동한 활동 중에서 우리도 한국전쟁은 물론(국제적십자) 이후 국내 재난(대한적십자)에서도 큰 수혜를 받았던 당사자로서 없는 살림이지만 그래도 그 때보다 나으니 도와주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 컸고 그 때나 지금이나 나라 밖 보다는 나라 안 자국민의 궁핍함을 도와주는데 더 많이 활용되는 단체라서 딱히 이 단체를 기피할 이유는 없다.

1년에 기부를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좋은 일을 해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나름대로 기준을 갖고 합리적인 선행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또한 생각은 있는데 실천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 때 가장 쉽고 가장 편리하고 가장 효율적인 건 적십자회비 납부다.

1년 동안 아무것도 타인을 위해 노력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았어도 "적십자회비 1만원" 납부를 했다면 사실 난 다 OK 한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하고 1년치 봉사는 다 했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설령 그게 남을 돕거나 선행인 줄 모르고 했다고 해도 선행이라는 행동에서는 알고 하나 모르고 하나 결과적으로 같기 때문에 칭찬 받을 일이라고 본다. 살다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거나 내 뜻과 달리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게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은 우리나라 헌혈 사업을 담당하며 국민 건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고 북한 적십자회(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적십자회)와 정치적, 외교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사실상의 유일한 대화 채널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관심을 두고 지원에 동참하는게 좋다고 본다.

가장 쉽고 가장 간편하고 가장 보편적인 배려와 봉사는 대한적십자의 헌혈과 회비 납부라고 본다. 착한 일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막상 돕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장 쉽게 권유하는 것도 이 두가지 (헌혈, 적십자회비) 다. 여유가 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납부하는 것도 좋고 더 여유가 되면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아무것도 못하고 뭘 해야할지 모른다면 이걸 하면 된다. 그것만 해도 충분하고 자랑스러운 행동이다.

[국가/사회복지] - 적십자와 녹십자 그리고 청십자

[국가/사회복지] - 적십자와 적신월, 적수정

http://www.redcross.or.kr/ (대한적십자회 홈페이지 / 레드 크로스)

좋은 목적을 갖고 10명에게 설명을 해도 참여자는 그 절반도 안되는 것이 현실, 그 절반도 지속적으로 참가하는 사람은 소수다, 국가가 나서서 법으로 제정하고 국외는 물론 국내 원조 장치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 그리고 그게 크게 부담되지 않는 하루 28원 꼴, 1년에 만원짜리 배춧잎 한장 수준이라면 공과금 오인 형태의 고지서 방식이든 세금 방식이든 충분히 분담할 수 있고 참가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

군대에서 내가 원하지 않았고 내가 신청한 적도 없고, 내가 부르지도 않았지만 헌혈버스에 오른다. 누가봐도 군대에 있으면서 시켜서 하는 것이지 원한 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동참하고 다 뿌듯해 한다. 그 방식이 회비 납부 방식과 크게 달라 보이진 않는다. 보기에 따라서는 와서 들이밀고 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군인들 대부분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군인들에게 호소하는 걸로 볼 뿐이다. 그래서 기꺼이 참가한다. 

나라가 부자고 시스템이 선진국처럼 잘 정비되어 있고 구호 시스템과 재난 방지 시스템이 철저하다면 그 자체로 해결이 가능하고 정부 외 민간단체나 특별단체는 필요없다. 그러나 그게 안되고 있거나 부족하거나 미약하거나 보충이 필요하다면 이게 쉽게 생각할 건 아니다. 외국은 적십자 활동이 봉사 위주고 순수 자발 성금 형태라고 비교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잘 사는 나라의 선진국과 후진국/중진국의 적십자 활동을 동일시 하면 곤란하다.

통/반장이 직접 걷던 방식이 사라지고 고지서로 변경된 것처럼 우리가 조금 더 잘 살고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된다면, 복지국가로서 흔들림없는 위치에 올라선다면 그 때 또 다시 방식이 바뀌어 고지서조차 사라질 수 있다. 그 때까지는 모두가 감내하고 이해하려고 생각해야 한다. 딱 거기까지...오해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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