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장갑은 장애인과 벙어리를 정말로 비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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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회복지

벙어리 장갑은 장애인과 벙어리를 정말로 비하할까?

by 깨알석사 2017.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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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사정이 있어도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애태우는 것....어떤 단어를 설명하고 있는 것일까? 말 못하는 부분을 눈여겨 봤다면 냉가슴, 더 나아가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단어와 연결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벙어리라는 단어를 의외로 많이 쓴다. 꿀 먹은 벙어리가 대표적이다. 어떤 이유로든지 입 닫고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벙어리와 연결지어 말한다.

벙어리는 말을 못하는 사람에게 붙는 명칭이다. 우리말에 해당하며 예전부터 사용했던 말이다.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벙어리라는 말을 찾을 수 있다. 귀먹어리(귀머거리)처럼 뒤에 "~어리"가 붙어 귀가 안들리거나 말을 못하면 귀먹어리/벙어리로 불렀다. 귀먹어리는 귀를 먹었다 (먹어서 없다) 는 뜻이고 이 말은 가는 귀를 먹었냐는 말처럼 말귀를 잘 못알아 들을 때 요즘에도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멀지 않은 최근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고난도 퀴즈를 자랑하는 <문제적 남자> 에 이 벙어리 장갑과 관련한 이야기가 잠깐 소개된 적이 있다. 2005년도 MBC 방송국에서 방영한 눈을 떠요라는 예능을 통해 눈 수술을 하여 시력을 찾게 된 홀어머니와 어린 아들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꽤 화제작이었다. 당시 어린 효자였던 아들이 지금은 건장한 성인이 되어 글로벌 기업의 직원으로 입사해 문제적 남자의 게스트로 출연했던 것이다.

그는 기업에서 사회공헌팀에 속해 있었고 여러가지 사회공헌사업을 진행 하던 중에 벙어리 장갑의 명칭이 말 못하는 청각, 언어 장애인들에게 듣기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명칭 바꾸기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벙어리장갑이라는 말 대신에 엄지장갑이라고 부르자고 말이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폐지와 공병을 주워 기초생활을 했던 그의 어머니는 청각 장애도 있어 자연스럽게 언어 장애도 있었기에 그에게는 더욱 남다른 기획일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어머니가 벙어리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벙어리장갑에 대한 명칭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부모님이 벙어리인 경우에는 대부분의 자녀들이 벙어리장갑을 사용하는 건 금기시하는게 자연스럽다보니 이 개명 프로젝트가 가동 될 때에는 청각, 언어 장애인들의 자녀들에게서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 벙어리 장갑 명칭과 관련해 농아인들의 불편한 심기를 담은 인터뷰를 보니 자식들에게 선물을 줄 때도 벙어리 장갑 만큼은 무조건 제외 한다며, 언어 장애인들에게 벙어리 장갑은 조롱의 의미나 마찬가지라서 자신이 언어 장애인으로서 자녀들에게 줄 수 없는 선물이 되었다고 말한다.

JTBC의 뉴스룸에 소개된 것만 보더라도 벙어리 장갑에 대한 명칭 사용은 바꿔야 하는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우세한 것 같다. 국어사전에서도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나올 정도니 벙어리에 대한 명칭과 인식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막다/막히다의 벙을다라는 단어와 버벅(버버)거린다해서 벙어리라고 불리웠다는 유래(설)가 있지만 벙어리 장갑이 왜 벙어리 장갑으로 불리우게 되었는지가 중요하지 벙어리 자체의 어원은 여기서 중요한게 아니다. 왜 하필 수 많은 이름 중에 벙어리라는 이름이 장갑 이름에 쓰이면서 대중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벙어리가 아닌 벙어리 장갑에 대한 명칭 유래 역시 정확하게 나온 건 없다. 혀가 붙어서 말을 못한다고 여겼던 우리네 사람들에게 엄지만 빼고 나머지 손가락이 붙어있어 벙어리 장갑 형태가 벙어리 이름을 얻었다는 말도 있지만 너무 단편스러운 해석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벙어리와 달리 벙어리 장갑에 대한 느낌, 감정, 생각, 감성이다. 벙어리 장갑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대부분 귀엽거나 앙증 맞거나 예쁘다, 장갑 자체는 물론 장갑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 역시 키티스럽게 그려지기 마련이다, 연인에게는 필수인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 귀염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남자가 쓰는 경우 보다는 여자가 많이 쓰고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많이 사용된다. 

벙어리 장갑하면 떠오르는 모든 이미지들, 연상되는 모든 상황과 표현들이 아래 나오는 벙어리 장갑 사진들과 같지 않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다음 나오는 사진과 벙어리 장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비슷할거다.

알록달록 하트 뿅뿅 귀염 포텐 터지는 건 기본 탑재

핵심은 왜 벙어리는 결코 좋은 어감이 아닌데 벙어리 장갑은 전혀 다른 느낌과 분위기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이다. 무엇보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벙어리 장갑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부터 지금 현재까지도 그 누구도 벙어리 장갑이 벙어리를 비하하거나 농락하거나 조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과 벙어리 장갑과 벙어리, 혹은 언어 장애인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위에 열거한 사진처럼 귀염귀염, 큐티캬캬의 대명사일 뿐이다.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를 이유로 불편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낮잡아 부르기 위한 목적과도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물론 언어 장애인 당사자가 듣기 불편해 하고 사회 인식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고치는게 낫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덧붙여야 할 것은 비하나 상처를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역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가장 효율적인 명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처와 고통을 주기 위해 만든 용어라면 당사자는 당연히 불편할 수 있으니 고치는게 맞지만 상처와 고통을 주기 위함도 아니고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 당사자의 인식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이 된다. 확실한 건 벙어리 장갑을 쓰는 사람도 벙어리를 떠올리거나 장애인을 연상하지 않는다는거다. 오히려 둥글둥글한 발음과 모양 때문에 더 친근감있게 사용한다고도 볼 수 있다.

때론 무심코 던진 말한마디가 누군가를 아프게 합니다. 청각, 언어 장애인의 가슴을 시리게 하는 벙어리라는 말 대신 이제부터 손모아장갑이라 불러주세요, 두 손 모아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손모아장갑 입니다.

복지단체와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곳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엄지장갑, 손모아장갑, 양갈래 장갑, 모둠손 장갑 등) 다르게 부르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캠페인에 호응하는 사람들 중에는 벙어리가 우리말이고 다른 외래어나 대체어가 없기 때문에 벙어리 자체도 사실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은 아니라는 것에 공감한다. 원래 다른 말이 있는데 비하하기 위해 벙어리가 만들어졌다면 사용하지 말아야 할 말이 되지만 유일하게 벙어리라는 말 하나만 있다면 이건 비하가 아닌 그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일 뿐이다.

사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장애인을 장애자라 불렀다, 장애인들 스스로가 장애자라는 말은 인격모독이고 비하의 대상이 될 수 있다하여 장애인으로 고쳐달라 하여 지금은 아예 법률까지 장애인으로 고쳐졌지만 따지고 보면 장애자는 아무것도 아닌 그냥 인칭 대명사다. 환자, 노동자, 근로자, 자영업자, 사업자처럼 어떤 대상을 말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애자가 비하의 명칭이 되고 인격 모독이 되면 환자, 노동자도 쓰면 안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대상에 따라 명칭이 주는 표현과 사용 방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존재한다, 다시말해 장애자를 보고 "애자~"라고 놀리면 애자라는 말 자체가 장애자를 비하하는 단어가 된다. 그걸 장애인으로 고치면 똑같이 두 글자만 떼어내 "애인~"이라 불러도 놀릴 수 있는 말이 되지 않고 사랑하는 애인처럼 감미롭게 쓰일 수 있어 애자라고 놀리는 걸 방지하는 효과는 매우 크다, 실제로 장애인으로 바꾸고 나서는 애자라는 놀림이 줄어들었고 장애인 이라는 이름 역시 다른식으로 달리 표현되지 않아 비하하는 용도로 변하지 않았다. 

처음 근거는 부족했지만 뒷글자 애인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잘 바꾼 말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과정이 추가된다. 장애인도 이상하다하여 나온게 장애우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며 차별하지 말고 친구처럼 잘 지내자는 이유로 장애우라는 말 쓰기 현상이 벌어졌다. 중요한 건 장애인 단체쪽에서 먼저 제시했다는거다.

그러나 이 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어떻게 친구라고 불리울 수 있냐며, 어린 아이가 장애를 겪는 할아버지에게 장애우라는 말을 사용하는게 과연 맞냐는 의문이 제기 되면서 장애우는 실패작이 된다. 장애인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장애우라고 불렀다고 생각하지만 장애우라고 불러달라고 한 건 장애인쪽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모두 장애자에서 장애인으로, 다시 장애인에서 장애우로 넘어가는 과정이 장애인쪽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바뀐 것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잘못 바뀌어 곤욕을 치루게 된 적도 있다, 장애우처럼 말이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자,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 동남아의 생산기지를 갖고 있던 신발회사가 있다. 그 공장에는 어린 소녀들과 소년들이 아동착취라는 명목으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신발을 만들어냈다. 아동복지 단체들이 이 사실을 알고 공장 앞에서 시위를 했고 아동의 노동착취와 불법노동에 대해 세계 언론에 까발리며 질타를 했다.

글로벌 스포츠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아동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신발 문제는 큰 타격이 되는게 당연하다, 이미지 실추는 물론 기업 존폐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결국 공장은 폐쇄되었고 아이들은 다시 집과 학교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후의 문제는 더 큰 고통을 남겼다, 애초에 어린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고 생산 현장에 뛰어 든 자체가 생활고 때문이다. 학교를 안 가는게 아나리 못 가는 상황, 힘들고 어려워도 구걸하지 않고 생계 보탬이 된다면 상관없다는 아이들이 몰리면서 아이들만의 공장이 된 것이다. 그런데 공장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학교 시설도 부족하고 학교를 간다고 해도 배우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형편이 되어 학교를 가더라도 학교를 새로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다시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잘못된 걸 막기는 했어도 사후대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케이스, 아동착취와 노동착취에 대한 접근은 했어도 이후 아이들이 돌아가 생활할 집과 학교, 그리고 생활고에 대한 대책 없이 자기들(아동단체) 눈에 거슬린다하여 결국 아이들이 더 나쁜 상황에 빠진 케이스다, 이제 공장일은 하지도 못하고 굶어 죽을 순 없고, 결국 아이들이 선택한 건 극단적인 상황밖에 없다. 하루 커피값도 안되는 200~300원에 몸을 파는 소녀들이 나오면서 결국 차라리 그 때 공장에서 일하는게 낫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선의의 목적과 올바른 신념으로 행한 행동이라고 해도 상황과 경우에 따라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거나 더 나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벙어리 장갑도 난 그 선상에서 놓고 본다, 언어 장애를 겪는 당사자와 그 자녀들에게서 불편함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건 분명하지만 (마치 장애인들이 장애인 명칭도 싫다며 장애우로 불러달라고 한 것처럼) 벙어리 장갑에 대한 인식이 전혀 나쁘지 않은데 이걸 나쁘다고 스스로 인식하며 자신들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기사에서도 언어 장애인인 부모님은 자녀에게 벙어리 장갑 선물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장갑 명칭이 잘못된게 아니라 부모님과 자녀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봐야 한다. 내가 벙어리인데 자식들한테 벙어리 장갑을 선물할 수는 없지!, 우리 부모님이 벙어리인데 내가 벙어리 장갑을 쓸 수는 없지!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판이다.

실제 벙어리 장갑이 주는 상징성과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면 벙어리 장갑은 순수함, 따뜻함, 행복 등 여러가지 좋은 것들과 연상된다. 벙어리 장갑 대부분이 보온 효과가 큰 뜨개실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특징이다, 가죽장갑처럼 다른 장갑은 여러가지 재질이 있지만 벙어리 장갑은 수제의 뜨개실 장갑이 거의 전부다. 또한 벙어리라는 말 자체가 낮잡아 부르거나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게 아니기 때문에 너무 과몰입해서 생고집을 피울 이유도 없어 보인다.

자신이 벙어리라 해서 자녀에게 벙어리 장갑을 주지 못한다면? 스스로 차별하고 스스로 고립하고 스스로 마음의 장벽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벙어리인 아버지가 자녀에게 오히려 벙어리 장갑을 주면서 "이거 벙어리 장갑이야, 이름이 벙어리 장갑인데 귀엽지? 아빠 생각하면서 써"라고 하거나 자녀가 "이거 벙어리 장갑인데 난 아빠, 엄마가 벙어리인게 부끄럽지 않아~ 이 장갑 쓰면서 엄마, 아빠 생각 자주 할꺼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벙어리 장갑이 주는 느낌과 감성, 따뜻함과 포근함이 주는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벙어리라는 단어에만 꽂혀 장애가 있는 부모와 그 자녀들 스스로가 고립된 생각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내가 어릴 때도 벙어리라는 말을 속담이나 상황 설명을 할 때나 썼지 사람에게 직접 쓴 적이 거의 없는데 요즘엔 벙어리라는 말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아이들)도 많아서 굳이 벙어리가 낮잡은 말이라고 설명을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다, 청각 장애인, 언어 장애인은 괜찮고 벙어리는 안된다는 것도 우습다.


무엇보다 언어 장애인, 청각 장애인 스스로가 농아인이라 부르고 법률이나 명칭도 농아인이라 쓰고 있는데 농은 [귀먹을 농]이고 아는 [벙어리 아] 자로 되어 있다. 농아인으로 불러주세요~라는게 한글로 벙어리는 안되고 한자로 된 벙어리는 된다는 말인데 이것도 장애인 입장에서는 고집할 이유도 없고 말이 안된다. 애초에 벙어리 자체가 비하의 대상이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한자로 하나, 한글로 하나, 그냥 쓰나 돌려 쓰나 의미가 같다. 

귀먹을 [농], 청각 장애인, 벙어리 [아] 언어 장애인, 농아인 (농아인 말 자체가 그대로 귀먹고 벙어리인 사람) 은 되고 귀먹어리와 벙어리는 안된다는 건 정말 바보같은 해석이다. 비약적인 표현이지만 개XX 욕은 나한테 쓰면 안되고 도그 베이비는 써도 된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애자도 안되고 장애인도 안되고 장애우로 해달라는 우를 다시한번 스스로 범하는게 아닌가 싶다, 사실 다른 건 몰라도 벙어리에 대한 인식 개선에 벙어리 장갑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벙어리 장갑이 허투르 쓰거나 막 쓰는 장갑이거나 특별한 감정이 없는 단순한 장갑이라면 벙어리라는 단어 인식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겠지만 벙어리 장갑 명칭 사용이 대중화 되면서 벙어리라는 말에 대한 느낌을 전혀 다르게 준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며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쓰지 말라고 할게 아니라 더 많이 써서 벙어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훌륭한 장치, 계기가 될 수 있다는거다.

스키장갑으로 많이 쓰이는 오버 미트 역시 대표적인 벙어리 장갑 (극한용, 방한용, 극지 탐험용)

벙어리 장갑이라는 이름 유래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지거나 알려진게 없어 오랜 시간 틈틈히 관련 정보를 찾아 해맸다. 헬스장갑으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손가락 부위가 없는 장갑 형태가 벙어리 장갑의 형태였다고 하는데 나중에 반대로 손가락 부위를 덮으면서 형태가 달라졌다고 나온다, 18세기에는 그런 형태가 벙어리 장갑 이름으로 쓰인 것 같다. 처음에는 이 부분에 착안해 손가락이 노출되거나 (장갑에서 손가락이 되는 형태와 모양) 생김새가 있냐 없냐로 일반 장갑과 벙어리 장갑으로 나뉘어졌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장갑 관련 정보를 계속 찾다보니 벙어리 장갑은 붙어있는 4개의 손가락 (검지, 중지, 약지, 새끼) 이 주인공이 아니라 엄지가 주인공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엄지가 툭~ 튀어나와 있는 엄지와 나머지 4개의 손가락으로 집게 처럼 쓰게 만든 장갑이 벙어리 장갑이라는거다. 장갑이라고 딱히 할게 없던 아주 오래전에는 천조각으로 손을 덮는게 전부였다가 토시 형태가 생기면서 토시 안으로 손을 넣는 방식이 나왔고 (우리나라는 토시를 썼기에 장갑이 없다) 거기서 엄지만 튀어 나오면 미트(위에 나온 스파링 미트나 오버 미트처럼), 손가락 모두가 있으면 글로브로 나뉘어 불렀다고도 한다. 권투 글로브는 딱 봐도 벙어리 장갑 형태의 권투 장갑인데 미트로 불리우지 않고 글로브로 불리운 건 딱히 이유를 모르겠다. 서양에서 넘어온 건 말에 대한 유래가 꽈배기처럼 꼬인 부분이 의외로 많다. 미트 유래만 찾아봐도 중앙을 뜻하는 미들과 연결될 정도로 여러 나라를 거치면 말이 달라진다.

벙어리 장갑 자체가 서양에서 넘어온 것이고 우리는 토시만 쓰다가 1900년대 초에 서양인들과 유학생들이 나라 밖에서 쓰던 걸 가지고 들어와 쓰이게 되었다고 나온 걸 보면 벙어리 장갑은 서양에서만 쓰던 것이고 우리는 쓰지 않던 장갑이라는 건 확실하다.

우리나라에서 수화를 할 때 벙어리라는 뜻과 벙어리 장갑이라는 뜻이 같다고 한다, 수화는 실제 언어처럼 사용하는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벙어리 장갑이 우리것이 아니라면 벙어리를 뜻하는 수화가 벙어리 장갑 수화와 같다해서 벙어리와 벙어리 장갑을 연결할 수는 없다. 지금 형태의 장갑을 10세기부터 썼고 벙어리 장갑도 18세기에는 썼던 것이 해외인 만큼 해외에서도 어떻게 불리우는지를 봐야 하는데 국제수화를 접할 순 있어도 벙어리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난감한데 다행이 영어 수화는 알파벳으로 모든 수화를 한다하여 벙어리 장갑인 미트와 벙어리라는 뜻의 뮤트를 찾와봤다. (사실 벙어리 장갑을 뜻하는 미트와 벙어리인 뮤트라는 영단어 자체가 굉장히 흡사하다는 것도 참고할 만한데 우리와 벙어리와 벙어리 장갑을 연결 시킨게 아니라 서양에서 먼저 같은 연결고리로 만들어졌을 확률이 크다)

놀랍게도 영어로 하는 수화에서도 벙어리와 벙어리 장갑은 수화가 비슷하다, 같다고는 할 수 없고 보기 나름인데 손가락을 어디 "만지느냐"에 따라 다를 뿐 형태는 비슷하다. 다른 알파벳은 갈고리 형태, 동그란 형태, X자 형태 (크로스) 등 다양하게 나오지만 뮤트와 미트를 표현하려면 중지, 약지, 새끼 손가락을 만지기만 하면 수화로 벙어리와 벙어리 장갑을 표현할 수 있다. 4개의 알파벳 중에서 겹치는 걸 빼면 (mitt 와 mute) 겹치지 않는 다른 알파벳은 I와 E 그리고 U 세 가지인데 이게 왼손 중지, 약지, 새끼를 가리키는 형태로만 이루어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거나 익숙치 않다면 그게 그걸로 보일 수 있다. 단어를 표현할 때 확연하게 다른게 아니라 어떤 손가락을 가리키냐에 따른 차이만 있다.

서양에서 서양 농아인들이 쓰는 영어 수화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미트(벙어리 장갑)와 뮤트(벙어리, 묵자)가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파생된 단어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네 말처럼 서양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을 보면 아마 서양에서 먼저 벙어리와 벙어리 장갑의 연결점이 만들어졌고 그게 그대로 우리에게 넘어오면서 우리도 그대로 벙어리 장갑이라고 불린 것 같다. (정확하지 않다)

군대에서도 요긴하게 스이는 벙어리 장갑

예식 장갑 중에서 신부가 사용하는 장갑 역시 벙어리 장갑에 속한다고 한다 둘다 미튼(mitten)으로 불림

미튼은 인도, 유럽, 게르만어를 거쳐 고대 프랑크어, 다시 고대 프랑스어, 다시 중세 영어로 와 현재 영어 (미튼)으로 안착했다고 알려져 있다. 각 단계에서 의미와 뜻이 조금씩 다르다, (미튼에서 미들의 뜻인 중앙은 물론 절반의 뜻도 파생된 만큼 다른 단어가 생겼을 여지는 크다) 그만큼 중간에 원뜻과 다른 뜻이 섞이면서 다른 갈래의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벙어리 (언어 장애인)가 연상되어 사람과 물건이 연결되어 벙어리 장갑이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특정 장갑 명칭이 벙어리 발음과 유사해서 벙어리 장갑으로 정착된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본다.

장갑이 없던 시절에는 토시를 사용, 손목을 넣고 다니는 건 요즘에도 흔하다 (추운 날 점퍼 손목에 손을 넣고 다님)

서양 예식에는 장갑이 필수지만 (부모님도 예식 장갑을 낌) 우리네 예식에는 장갑이 불필요

옛날 자료를 찾아봐도 방한용품 중에 장갑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매사냥, 화살쏘기에는 나옴)

높으신 양반이나 평민, 노비나 우리는 소매 사이로 양손을 교차해 넣고 다닌게 보통

요즘엔 토시 형태의 장갑도 패션 아이템으로 나온다, 이것도 벙어리 장갑이라고 해야 하나...

벙어리 장갑의 사촌이라 할 수 있는 야구 장갑, 엄지와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집게처럼 사용하는 건 같다

손가락 부위가 없는 이런 헬스클럽 장갑이 원래 벙어리 장갑이라 불리웠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18세기

다양한 장갑이 존재한다, 흔하디 흔한 면장갑, 그리고 면장갑 중에서도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일명 목장갑(아래)

빨간장갑이라 불리우기도 함

예식장갑, 고속버스 기사님들 필수품

가죽장갑은 잇템

골프장갑

어느 집에나 다 있는 고무장갑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역시 자주 쓰이는 말인데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로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판단한다는 말) 장님도 비하의 말이고 낮잡아 부른다고 하지만 그것도 오해다. 괜히 "님"이 붙는게 아니다. 관련 기사도 있어 참고를 했는데 과거 국어사전에서는 장님이 눈이 안보이는 사람을 "높여"부르는 말이라고 했다가 다시 개정된 국어사전에서는 눈이 안보이는 사람, 이후 다시 개정된 국어사전에서는 눈이 안보이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바뀐 것처럼 높임말이었다가 평범한 말로 바뀌고 다시 하대하는 말로 바뀌면서 시대 상황에 따라 원뜻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들어질 때부터 (벙어리도 마찬가지겠지만) 비하나 상처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라 대상을 설명하는 명사로 쓰였을 뿐인데 괜히 트집을 잡아 낮잡아 부른다고 해석을 하면서 실제로 낮잡아 진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대체로 "장애인" 특히 시각 장애인이란 말이 등장하면서 이후 나머지 우리말이나 다른 말은 모두 비하나 낮잡아 보는 식으로 돌려버렸다는건데 (장님, 벙어리) 이게 일반 사람들에 의한 것보다는 장애인이나 장애단체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다보니 나머지 말들이 누명을 쓴 것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 비하하기 위해 쓰이거나 낮잡아 부르는 경우는 없다. 문학이나 음악 예술에서도 많이 쓰인다

산, 형제(형) 등 여러가지로 쓰이는 뽀큐 형태의 수화

따지고 보면 이것도 비슷하다, 만약 수화를 할 때 형이나 산을 뜻하는 수화 표시가 서양의 뽀큐와 같게 되면서 욕이 된다하여 이 수화를 쓰지 말자고 하거나 다른 걸로 바꾸자고 하는 것!!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해석해서 이해하면 되는데 괜히 오지랖 떨어서 다르게 바꾸자고 하는게 호들갑이 아닐까,

벙어리라는 말 자체가 아무렇지 않고 다른 대체어가 없는 유일한 우리말인데 그게 비하를 목적으로 쓰였거나 다른 말이 있음에도 쓰였다면 쓰지 말아야 하지만 원래부터 단독으로 쓰인 만큼 뽀큐와 벙어리 장갑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뽀큐하는 손가락 수화가 이상하다해서 쓰던 걸 바꾸자고 하는게 옳은 것인지 벙어리를 비하한다 하여 트집잡아 잘 쓰던 벙어리 장갑을 다른 말로 바꾸자고 하는게 옳은 것인지를 장애인과 그 가족들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벙어리 장갑은 벙어리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거나 악화 시키는게 아니라 거꾸로 굉장히 좋은 이미지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걸 잊고 있는건 아닐까...100명 중 몇 명이 벙어리 장갑 이미지를 나쁘게 볼까.

벙어리 LG텔레콤 (수화 편)

킥 미트, 혹은 주걱미트라고 불리우는 태권도장에서 자주 보는 미트, 생김새가 벙어리 장갑과 같다

주방의 필수품 역시 키친미트, 오븐미트, 뜨거운 거 잡을 때는 무조건 벙어리 장갑, 엄마의 손을 보호하는 녀석

민경훈이 부른 벙어리라는 노래도 있다. 솔직히 난 벙어리라는 명칭에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없다. 내가 만약 벙어리라면 날 보고 벙어리라고 불러도 상관없을 것 같다. 물론 실제 당사자와 그럴 것 같다라는 느낌은 다르겠지만 말이 중요한게 아니라 말을 쓰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나쁜 생각으로 쓰는 말이 아니고 환자를 보고 환자라 하고 노동자를 보고 노동자라 하고 근로자를 보고 근로자라 부르는 것처럼 벙어리를 보고 벙어리라 부르는게 왜 나쁜 건지 오히려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귀먹어리(귀머거리)는 반대! 어감도 그렇고 표현도 딱 귀 먹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어 좋은 표현이 아니다. 사실 벙어리도 언어 장애인 혹은 농아(생각할수록 어이없지만)라고 부를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게 나을 수도 있지만 벙어리는 특별히 벙어리 장갑이라는 물건이 있어 애정어린 감정을 주는 만큼, 또한 문학이나 예술 등에서도 스스럼 없이 쓸 수 있는 표현이고 때로는 시적으로 쓰이기도 해서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그건 그거고 농아는 되는데 벙어리는 안된다는 발상 자체는 접자. 진짜 조삼모사 그 자체고 눈 가리고 아웅이다.

장애인의 경우 정상인으로 쓰면 안된다고 많이 표현한다. 정상인의 반댓말이 장애인이면 장애인은 비정상인이냐는 뜻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정상인은 물론 일반인도 쓰지 말고 "비장애인"으로 대칭해서 불러야 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게 더 웃기다.

장애인을 기준으로(중심으로) 두고 비장애인으로 써야 한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장애인에 포함된다, 근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보면 주류가 비장애인이다. 대부분은 비장애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무언가가 아니다라는 뜻이지만 원래 이게 맞는데 아니다라고 느낄 수 있어 오히려 장애인이 아닌게 이상하게 들린다. 이게 맞는걸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말에는 내 눈에 "장애"밖에 안 보인다. 세상이 다 장애로 둘러싸인 장애의 시선에서 본 시점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말을 결정하는데도 마치 결정 장애가 있는 것처럼 장애를 우선 기준에 두고 장애인 반대는 비장애라는게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장애와 일반은 안되고 내가 장애니 너도 장애라는 (비장애지만) 단어를 넣어 써야 한다라는게 과연 맞는 표현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장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왜 거부하고 같다고 할까, 장애가 다르다는 걸 인정은 하지만 다르다하여 차별하면 안된다는게 올바른 자세 아닌가 싶다, 흑인과 백인은 누가봐도 다르다, 근데 같다고 우기면 난감하다, 흑인과 백인은 분명 다르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게 정답이다. 가난한 자와 부자도 다르다, 이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다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부자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같다. 결국 다르지 않다가 아니라 다르지만 차별하면 안된다가 목표가 되야 하지 않나 싶다.

니가 장애인이 아니라서 개소리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다 싶다, 꼭 대상이 되고 당사자가 되어야 그 심정을 공감하고 느낀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이 혹여 있다면 걱정마라, 우리집도 장애인이 있는 장애인 가족 사람이다. 벙어리라는 말을 다르게 쓰면서 벙어리가 정작 비하의 단어가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지, 벙어리 장갑에 다른 말이 붙는다면 벙어리와 벙어리 장갑은 정말 비하의 단어가 되는게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벙어리 저금통이 아이고 무거워~ 하하하하 우리는 착한 어린이~ 아껴쓰며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

수 많은 자료를 봐도 대부분 벙어리 장갑이나 벙어리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하니 다들 그런가보다 하고 따라야 하는 걸로 안다. 자료를 찾다 우연히 벙어리가 과연 장애인 비하인가?라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12년 전에 쓰인 글이다. 세상 천지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 반갑기도 하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6&mcate=M1005&nNewsNumb=2013096707&nidx=6707

아래는 4일 전에 쓰인 벙어리 관련 글과 엮은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쓴 글

http://news.donga.com/Main/3/all/20170516/84376305/1 

결론은 단어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단어를 쓰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그 단어를 쓰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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