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사격보다 더 긴장되는 가장 위험한 훈련 "수류탄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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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사격보다 더 긴장되는 가장 위험한 훈련 "수류탄 투척"

by 깨알석사 2016.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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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육체적인 고통이나 힘겨움 없이 오로지 정신적인 멘탈 붕괴만으로 고통을 야기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생방(가스), 사격(총기), 그리고 수류탄 투척이다. 모두 공통적으로 두려운 훈련이다. 그 중에서 실전의 필수인 사격과 수류탄은 본인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고도의 위험한 수준이라 특별히 경계를 요하는 훈련들이다.

일반적으로 사격까지는 조교가 붙는다. 일대일로 붙지는 않고 사수 뒤에 부사수를 따로 두어 1~3개조를 담당하는 것이 보통이다. 위험한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총기 사고는 미치지 않고서 총구 안을 들여다 보는 사람이 없고, 총기 고장이 아닌 이상, 총이 폭발할 이유가 드물기 때문에 안전수칙만 잘 지켜도 사격 솜씨가 안 나올 뿐, 위험 요소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반면, 대부분의 훈련 중에서 유일하게 조교가 붙지 않는 훈련이 있는데 바로 수류탄 훈련이다. 교관이 직접 나서며 일대일 맨투맨으로 교육하고 훈련도 직접 같이 한다. 손에 들고 있는 수류탄을 놓치기만 해도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손에서 놓치는 경우도 있어 무조건 교관이 직접 상대하는 훈련이다.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수류탄 훈련은 실제 투척 이전에 반복적인 방어 훈련을 한다. 수류탄을 잘 던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실수로 놓쳐서 떨어트렸을 때 대처법을 먼저 배운다. 상대 적군을 살상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살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잘 던지는 것 보다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게 핵심이다.

정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기 때문에 훈련 중 예고 없이 교관이나 통제관이 수시로 "호 안에 수류탄" "호 밖에 수류탄" 식으로 별별 명령을 다 내린다. 교관 및 통제관의 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바로 실행해야 한다. 수류탄은 총기 훈련과 달리 심하게 얼차려를 주지 않는다. 특히 육체적인 얼차려는 주지 않는게 통설이다.

자칫 손떨림, 몸떨림, 신체 활동이 부자연스러워서 수류탄을 놓칠 위험도 있고 너무 정신을 뺏으면 정신이 나가버려 실수를 더 할 수 있기 때문에 호 밖에 수류탄, 호 안에 수류탄~ 식으로 연습은 많이 해도 못 한다고 까지는 않는다.

지금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세열 수류탄을 연습용 수류탄, 모의 수류탄으로 알고 지낸 남자들이 꽤 있었다. 일단 훈련소에서 사용하는 수류탄은 모두 세열 수류탄이고 세열 수류탄이라고 말은 하면서 정확하게 세열 수류탄과 고폭 수류탄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연습용 수류탄이라고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니 세열=훈련/모의/연습/가짜 라는 인식이 없는 건 아니다.

수류탄은 다 수류탄이지 세열 수류탄은 뭐야? 하는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설명을 잘 해주는 교관이 있지만 수류탄 내부와 장치 보다는 던지는 훈련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아 훈련병은 세열 수류탄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가진 수류탄이 훈련 수류탄의 다른 이름으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내가 군생활 할 때도 그랬고 심지어 자대에서도 병장이 세열 수류탄은 훈련 수류탄의 다른 말이라고 했을 정도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는 꽤 많았다. 

수류탄이라는 말 자체는 "손 수" 한자를 쓴 말이다. 손으로 던지는 유탄(류탄), 그래서 수류탄이다. 총기에 장착한 유탄발사기가 있는 것처럼 손으로 던지는 유탄이 말 그대로 수류탄이다.

세열 수류탄은 이름 그대로 미(세)한 균(열), 작은 틈이라는 뜻이다. 여러가지 틈이 벌어져 철판이나 쇠구슬이 날라가는 수류탄으로 폭발력은 강하지 않지만 파편이 날라가는 수류탄이라 근처에 있는 대상을 주로 상대하는 근접용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수류탄이 터졌을 때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피를 흘리는 사람이 있고 사지가 절단되는 경우가 있는데 세열은 파편탄으로 파편이 날라가서 치명상을 입히는 경우라 사지를 절단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류탄은 고폭 수류탄으로 파편이 아니라 화약 자체가 터져서 화염으로 주변을 초토화 하는 수류탄이다. 뻥~하고 엄청나게 큰 소음과 함께 터지는데 건물 같은 곳의 출입구에 수류탄을 던졌을 때, 어떤 구멍이나 돌출구에 수류탄을 던졌을 때 불길과 함께 펑~ 터지는 것이 고폭 수류탄

세열은 폭발력 자체는 약해서 폭~ 수준의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살짝 나는게 특징, 폭발력과 화염이 아닌 파편이 중요한지라 화력 자체는 크지 않다. 훈련에는 이 세열을 쓴다. 다만 고폭 보다는 낫기 때문에 세열을 쓰는 것이지 세열이 훈련용은 당연히 절대 아니다. 진짜 사나이 방송에도 수류탄 훈련 연습 장면을 보면 미필자 입장에서 어라? 저게 뭐야~ 할 수준으로 미약하게 터지는 걸 볼 수 있다. 

폭~소리와 함께 연기가 살짝 나고 지축을 흔드는 어마한 폭발력은 온데 간데 없고 깡통이 튀어 오르는 수준의 폭발력을 보고 연습용이구나~ 오해를 하기 딱 좋은데 그건 실제 세열 수류탄의 모습이고 그건 진짜 수류탄이다. 최근 발생한 군대 사고 관련 뉴스에서 내무실(생활관)에 수류탄 깐 녀석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생활관 안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다치지 않은 것도 이런 세열 수류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디로 어떻게 던졌냐가 중요하다. 아마도 침상 위로 던졌거나 관물대 아래 침낭 쪽으로 들어갔거나, 침상 아래 구석에 들어갔다면 폭발이 아닌 파편만 생기기 때문에 파편이 멀리 나가지 못해 큰 사고가 안 생겼을 수도 있다.

다만 훈련소에서는 실제 모의 수류탄, 훈련용 수류탄이 따로 있기는 하다. 이런 세열 수류탄이나 고폭 수류탄의 장약을 아주 적게 쓰고 터지는 모양만 흉내내는 것인데 이 정도만 하더라도 가까이 있거나 몸에 닿으면 다칠 수 있는 건 마찬가지라 안전한 건 없다. 

전국구인 육군훈련소와 각 사단의 신병교육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방송에 나오는 수류탄 투척 장면 중 물 구덩이가 아닌 땅에 그대로 던지는 경우 자세히 보면 수류탄이 그대로 있는 경우도 많다. 연기와 폭음은 나오지만 수류탄 형체가 터지지 않는 훈련용이다. 보통 색깔이 파란색인 경우가 많고 장약을 더 적게 넣어서 화약 터지는 흉내만 내는 경우도 있다.

구버전 예비군 형님들이 보면 깜짝 놀랄 일, 방탄조끼, 전군 훈련소마다 모든 훈련병이 입는지는 모르겠으나 방송에서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추측한다. 부사관 이상 장교의 간부 과정에서는 방탄조끼 이야기를 들어 보긴 했지만 병사들 수천명 훈련할 때 방탄조끼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물론 요즘 같은 신버전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전군 훈련병에게 착용 중이라면 다행~

여름 군번말고 겨울 군번은 땅도 얼고 날씨도 춥고 몸도 경직되고 전투복도 내복까지 포함해 두껍게 입는 경우가 많아 솔직히 더 위험 부담이 크다. 몸이 부자연스럽다. 특히 면장갑 겉에 가죽장갑까지 끼는 경우가 많고 수류탄 투척 할 때, 부대마다 다르지만 장갑을 그대로 착용한 상태로 훈련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맨 손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실전 훈련인 만큼 실전에서 장갑 벗고 수류탄 던지고 총 쏘고 할 군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와 똑같이 훈련한다면 장갑을 끼고 던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 역시 겨울 군번으로 장갑을 벗지 않고 그대로 던진 케이스. 다만 손의 감각과 손잡이와 손 사이의 이격을 가늠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맨 손 투척이 원래 답이고 겨울이어도 맨 손으로 던지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왜? 아직 신출내기 새내기들이고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너무 추웠다. 훈련소에는 영하의 날씨에 따라 훈련 중지라는 최악의 경우가 있는데 훈련이 중지 되어 모든 훈련이 취소되었을 정도로 혹한이었다. 장갑을 벗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 얼마나 추웠으면 동상 환자가 속출했고 수통의 물은 얼어서 아예 먹을 수 없을 정도, 강원도 동기가 자기가 살던 산골에서도 이렇게 춥지는 않았다고 할 정도로 혀를 내둘렀던 상황이었다. (기억에 점심 후 가장 따뜻할 때가 영하 20도 정도?)

물에 던지는 건 파편 때문이다. 파편이 멀리 튀지 않기 위해 평지가 아닌 높은 곳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물에 던진다. 수류탄 훈련에서 "안전클립 제거" 실행 단계가 들어가면 말 그대로 안전장치 제거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절대적인 순간이다. 간혹 안전클립 제거 후 수류탄은 안 던지고 클립을 대신 던지는 사람이 있다. 우스개로 훈련 전 이런 상황을 듣게 되었는데 내가 훈련 받을 때 실제로 수류탄 대신 다른 손의 클립을 던진 녀석이 있었다.

교관이 황당해서 오른손에 쥐고 있는 수류탄을 발견하고 "그대로 가만히 움직이지 말고 손 놓지 말고 있어라!" 해서 다들 초긴장, 수류탄을 던진 걸로 안 그 녀석은 여전히 자신에게 수류탄이 있다는 말에 반 정신 나간 상태가 되었다. 교관들이 뒤쪽의 우리들을 대피 시켰고 그 녀석 곁에 있는 교관은 그대로 던지라고 말을 했지만 그 녀석은 너무 놀라서 던지지 못했다. 겨우겨우 교관이 움켜 쥔 수류탄을 그대로 잡아서 대신 던졌는데 안전클립을 수류탄 대신 던졌다는 전설은 어느 부대나 다 있고 훈련소마다 다 있다. 다만 난 그걸 직접 봤고, 별별 사건을 다 목격했을 뿐이다.

앞에서 누군가 실수를 했다고 해서 훈련을 중지하고 그런거 없다. 실수를 감안하고 하는 훈련이라 죽거나 심하게 부상을 입지 않으면 나머지 병력의 훈련은 지속되기 마련이다. 기초군사훈련 때 기본 걷기 조차 팔과 다리가 따로 놀거나 같이 움직이는 애들이 항상 있는 것처럼 훈련 동기 중에는 꼭 문제를 야기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팔과 머리, 다리와 뇌가 따로 노는 애들이 요주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던지는 행위를 많이 해보지 않는 이상 누구든지 실수는 생길 수 있다. 

대부분 오른손 잡이라는 것을 전제로 오른손으로 배우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왼손 잡이가 오른손으로 그대로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왼손 잡이는 왼손으로 던지고 방향도 달라야 하는 건 당연. 왼손 잡이라면 반드시 왼손 잡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필자들을 위해 설명하면 항상 밑에 깔린 사람은 훈련병, 위에 있는 사람은 교관이다. 둘 다 각자 엎드리는 게 아니라 아래 사람을 몸으로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덮어주는 것이 교관의 임무, 사실 교관을 신뢰하고 100% 믿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큰 사고는 막을 수 있다. 다만 교관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막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훈련병 보다 더 크게 다치는 건 항상 교관쪽이다. 교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훈련병을 보호하도록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

예전 대구 지역에서 훈련소 수류탄 훈련 중 큰 사고가 있었다. 언론에서도 빠르게 소식을 전했는데 교관 1명 사망, 훈련병과 다른 교관은 부상을 당한 큰 사고였다. 수류탄을 훈련병이 놓친 상황이다. 다만 교관을 믿고 따르면 안전사고는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 것처럼 교관을 의지하면 살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명 사고가 났다. 교관이 바로 옆에서 예지 훈련을 하고 실제 사고 발생시 즉각적인 안전 조치를 했을텐데 수류탄 사고에서 교관이 사망까지 한 결정적인 이유는 훈련병의 실수 보다는 수류탄 자체의 결함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3초 미만, 보통 4초에서 길게는 7초까지 시간이 지난 다음에 터지는 것이 우리가 쓰는 수류탄의 특징, 이것이 너무 빨리 터지면 손에서 던지거나 던지는 과정에서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최소 4초 이상 지난 뒤에 터져야 한다. 그런데 이게 3초 미만으로 터졌다면 수류탄을 놓쳤을 때 교관과 훈련병이 대피할 시간치고 너무 촉박하다. 대피하기 전, 또는 대피하는 과정에서 이미 터지게 된다. 관련 뉴스를 보면 직접 결함이 있다고 본 6만발은 폐기, 결함이 의심되는 같은 종류의 수류탄은 모두 100만발인데 사용 후 남은 것이 아직 25만발이나 있어 계속 사용 중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대목이 나온다.

결국 수류탄을 놓쳐 떨어트려도 수류탄 자체 결함으로 빨리 터져서 생긴 사고이지 정상적인 예지 훈련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인명사고가 생긴 사건 중 하나다. 이런 수류탄 결함을 제외하면 결국 교관을 믿고 의지할 경우 실수를 하더라도 큰 사고는 생길 수 없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훈련에 임하는게 최선이다.

내가 훈련소에 있을 때 동기가 사고가 났다. 손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세열 수류탄이었지만 화약을 엄청 줄인 사실상 가짜 수류탄이었다. 그 전까지 원래 훈련 수류탄이 손에서 그대로 터졌다면 손목이 절단되는 상황이었지만 우리가 훈련하기 전 안전사고가 이미 한 차례 있어서 한시적으로 폭약의 양을 조절한 상황이었다. (천만다행, 불행 중 다행). 

더군다나 면장갑에 가죽장갑까지 끼고 있던 상황이라 직접적인 피해도 많이 줄였다. 손바닥과 손가락을 다치기는 했지만 절단 사고는 없었다. 우리는 물이 아닌 야지, 눈 앞의 땅에 그대로 던지는 훈련이었는데 고폭이 아닌 세열을 쓰는 경우 파편이 날라가는 건 똑같고 위험한지라 물도 아니고 더군다나 평지 그대로 20~30미터 내외에서 던지는 훈련이기 때문에 폭약의 양을 다른 부대보다 훨씬 많이 조절할 수 밖에 없다. 세열 수류탄을 그대로 쓰거나 조절하더라도 많이 줄이지 않으면 파편이 날아 올 확률이 큰 만큼 역대 최저치로 사실상 가짜 수류탄을 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가죽장갑은 다 뚫렸고 면장갑도 뚫렸다. 손바닥은 좀 심하게 다쳤는데 화약을 많이 줄였는데도 이 정도다. 그만큼 조심하고 위험한 것이 수류탄 훈련이다.

참고로 이 동기 사고만 보더라도 손에서 터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간혹 있다. "손 안에 격발" 상황인데 이 경우는 예외없이 훈련병의 실수 "더블클릭"이다. 수류탄 안전핀을 뽑고 손잡이를 움켜 잡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또는 겁이 나서 손에 힘이 살짝 빠지면서 손잡이를 순간적으로 놨다가 다시 잡는 경우다. 손잡이가 펼쳐지지만 않으면 된다고 오해하는데 한번이라도 손잡이가 펴치면 4초 후 수류탄은 터지게 된다.

당시 그 동기도 무의식적으로 수류탄을 잘 잡기 위해 움켜쥔 손을 움직이면서 손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손을 완전 펼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꽉 쥐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이 겁이 나고 심약한 상태가 되면 손에 힘이 빠져서 손가락이 벌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수류탄이 작동한다. 더블클릭은 가장 무서운 일로 한번 쥔 손, 오므린 손은 던지기 전까지 계속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사전에 주먹을 그대로 쥐고 있는 연습은 개인이 알아서 충분히 해야 한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몸이 고생한다. 호 안에 수류탄~ 했는데 자기가 먼저 그대로 엎드리는 경우가 있다. 뭔 소리인지도 모르고 누가 큰 소리치면서 "수류탄~"이라는 말만 듣고 반응하는 경우인데 이러면 큰 코 다친다. 호 안에 수류탄~인데 호 안에 엎드리면.....답이 없다. 호 밖인지, 호 안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 훈련 성과, 훈련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정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하고 모든 말에 귀를 집중해야 한다. 오로지 "수류탄"만 생각해야 하는 훈련이다.

군대에서 유일하게 열외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수류탄, 훈련소에서는 훈련병이 모든 훈련과정을 이수해야만 퇴소가 가능하다. 하나라도 이수하지 못하면 안된다. 하지만 유일하게 수류탄은 제외다. 본인이 못하겠다고 하거나 도저히 안되겠다고 하면 빼준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 목숨이 달린 실전 훈련이고 장난감 수준의 가짜 수류탄을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실제 수류탄 또는 화약을 조절한 수류탄이라 인명사고는 무조건 생긴다. 

본인이 끝가지 못하겠다고 하거나 교관이나 통제관이 판단했을 때 멀리 못 던지는 경우,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 예지 훈련 과정에서 제대로 숙지를 못해 우왕좌왕 하는 경우 수류탄 훈련을 하지 않게 한다. 대부분 끝까지 하지만 간혹 전체 훈련병 중 1명 꼴로 포기자가 나오기도 한다. 총기를 사용하는 사격과 달리 "정말 못 하겠다"라고 말 한마디만 해도 빼주는게 수류탄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열외하면 곤란하다. 

앞서 수류탄의 결함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하더라도 교관들이 나를 보호해 주고 안전하게 모두 대피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두려워 하거나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겪는 일이고 무사하게 마치는 걸 봤다면 자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수류탄은 사실 멘탈 싸움이라 여기서 지면 모든 정신력 싸움에서 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포기하지 않게 도와준다. 수류탄을 무서워 해서 던지지 못했다면 사실상 전쟁터에 나가 싸울 수도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정신으로 사회 나가서 자기 인생을 책임지고 가족을 챙긴다고 하는 것도 이치가 맞지 않는다. 안전 대책과 대비책이 충분히 있음에도 도전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 그렇게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나도 수류탄을 잡았을 때 처음으로 손을 떨었다. 내가 여러 공포증이 있어도 몸을 떨거나 손을 떠는 수준은 아니다. 그냥 겁이 날 정도지 다리가 후덜덜~ 그런 건 없다. 하지만 나도 유일하게 발발~ 떨었던 건 수류탄. 더군다나 나는 동기가 손에서 수류탄이 터진 후에 그걸 보고 던진 케이스라 무서움이 극강이었다. 내 인생에 그렇게 있는 힘껏 무언가를 던진 건 처음이다. 야구를 했으면 외야수까지 한방에 공을 보냈을 정도로 무섭게 던졌다. (겁나서 던진 것이 더 정확)

예지 훈련을 할 때 교관하고 대화 중, 교관이 설명 중, 또는 투척 대기 훈련 중일 때 하는 경우도 많지만 수류탄을 건네 받고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화약을 거의 줄인 장난감 수준의 수류탄 일 때가 많다. 하지만 예지 훈련 중에서도 완전 실제와 같은 상황이라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정신력을 놓지 않고 얼마나 잘 버티는지 통제관이 간혹 시범적으로 하기도 하는데 "무조건" 교관 지시대로 순간적이라고 해도 교관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던질 때 못 던지면 교관이 같이 던져준다. 그렇다고 건네주면 절대 안된다. 그럼 터진다. 교관이 같이 던져 준다는 건 손목을 잡고 팔을 같이 휘저어 준다는 것이다. 손을 펼치는 건 오로지 자기 몫이다. 이 때 만큼은 교관이 "내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믿고 따르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다.

아래는 여군의 투척 실수와 교관의 대응 영상

교관이 여군을 무자비하게 집어 던지는 걸로 보이지만 살리기 위해 100% 능력을 발휘한 100점짜리 대응이다.


아래는 남군의 투척 실수 상황, 교관도 물론 피하지만 끝까지 훈련병을 챙기는 것이 바로 교관의 역활이다. 왜 교관을 끝까지 믿고 신뢰하라고 하는지 내가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런 실수를 하고 나면 대참사를 일으킨 죄로 엄청난 얼차려와 고생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대체로 크게 혼은 내도 생각한 것 만큼 심하지 않다. 당사자 또한 많이 놀랬고 심약한 상태라 처벌 보다는 보호, 심리적 안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통제관 및 교관을 믿어라! 그러면 산다!

군대가서 쫄지말자. 크레모어 시범 한번 보면 수류탄도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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