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울리기 쉬운 사람 딱 두 부류는 군인과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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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울리기 쉬운 사람 딱 두 부류는 군인과 아기

by 깨알석사 2016.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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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면 다 용감하고 씩씩할 것 같아도 아기마냥 울음보를 장착한 것이 군인의 또 다른 모습이다. 마음이 여리고 강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가장 용맹하고 가장 군기가 들어 있을 때, 오히려 가족과의 첫 만남, 첫 전화통화(목소리)는 무장해제감이다. 남자들 모두 2년간의 군생활을 제대로 한 경우라면 이등병 때의 첫 통화, 100일 휴가를 통해 만난 가족과의 첫 상봉만큼 깊게 자리잡은 추억도 없다. (요즘에는 훈련소에서도 면회를 한다며??)

부모님과의 첫 통화는 나 역시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다. (정확히 아버지../ 아들은 이상하게 아버지와 사이가 서먹서먹 ㅜ.ㅜ), 입대할 때도 부모님은 따라오지 말라고 했고 집 현관문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사내라면 응당 가야하는 것이 군대이고 아버지도 귀십잡는 그 곳 출신이라 작별 인사가 뭉클하지는 않았다. 잘 갔다오라는 말에 제대로 허리도 안 숙이고 고개만 까닥이며 "어여 들어가쇼~"하고 발길을 돌렸었다.

집에 전화 했을 때 아버지의 음성이 들렸다. 훈련소 퇴소하고 후반기 교육을 받을 때 처음으로 전화 통화할 시간이 주어졌었다. 그 때는 그저 무념무상, 경례를 하고 말을 해야하나, 다나까체로 통화를 해야 하나, 어머니가 안 받고 아버지가 받으면 어쩌나 하는 고민만 했었다.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여보세요~라는 아버지의 육성에 난 내가 그렇게 바뀔 줄 몰랐다. 거의 10초 동안 아무말도 안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여보세요~ 여보세요~라는 반복된 말에도 응답을 할 수 없었다. 입을 열면 울 것 같았다..(썅...ㅠ.ㅠ) 그런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건 아버지의 말이었다.

여보세요~라는 말에 오랫동안 대꾸를 하지 않았으면 장난전화인가~하고 끊어도 벌써 끊었을 아버지께서 여보세요라는 말을 3번이나 반복하셨다. 마치 누구의 전화를 기다린 듯한 모습으로 잘 안들려서 그런거라고 생각하신 듯 했다.

평소라면 "나야~" 했을테지만 나도 모르게 "저에요"가 나왔다. 그 순간 아버지는 내 이름 두 글자를 외치셨고 말을 하지 않으셨다. 내 목소리에 확신이 드신 듯 했지만 아버지도 말씀을 아꼈다. 미묘하게 떨리는 아버지의 음성, 흐느끼는 듯한 아버지의 육성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턱 아래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눈물이 흐르는 수준이 아니었다. 눈에 구멍이라도 난 줄 알았다. 옷깃이 다 젖었을 정도니 말이다. 잘 지낸다는 말에 밥은 먹을만 하냐, 잠은 잘 자냐, 다친 곳은 없느냐는 내 안부만 자꾸 물으신다.

시간 제한이 있어 미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멋진 녀석이 참 많다고 느끼는 건 닭살 돋게도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라는 멘트를 날리는 녀석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난 못했다....)

으하하하하..네가 웬일이니~....어무이...아들과 분위기 좋았는데 거기서 호탕하게 웃으시면 ㅋㅋ 

전역 하고 사회생활도 꽤 했을 때, 텔레비젼에서 이등병이 부모님께 첫 통화하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어무이랑 단 둘이 시청 중이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나에게 그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가 군대 간 날, 아버지가 저녁밥을 먹다가 수저를 놓으셨단다. 반찬투정이겠거니 하고 어머니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밥 먹다말고 일어나시면서 내가 잘 도착했는지, 겁 먹고 무서워 하는건 아닌지 신경이 쓰인다며 내 걱정을 하시면서 그냥 밖으로 나가셨다고 한다. 

눈가는 촉촉했고 옷에서는 찐한 담배 냄새가 났다고 한다. 나 때문에 처음 아버지가 식사조차 제대로 못 했다는 말에 정말 그 때 텔레비젼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여러가지 문제로 아버지와 사이가 또 틀어진 상황....내 자존심만 세우던 시절이었는데 어머니의 그 한마디에 내가 확실히 못난 놈이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기이기도 했다.

전화 거는 사람이나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나 제일 불안한 건 여자친구 한테 전화거는 사람, 군대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여자친구 유무다, 없으면 차라리 나은데 있으면 중점 관리다. 대부분 에이~하고 넘기지만 여친 있는 애들이 탈영하는 부류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한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 때문에 군대 생활 종치는 애들이 항상 있다. 편지 오고 전화통화 하고 하면 문제가 없는데 편지가 안 온다거나 전화가 안된다거나 하는 경우, 그 상황이 생각보다 심하다고 판단할 시 우리가 잘 아는 "관심사병"이 된다.

부모님 때문에 탈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전에는 거의 90%는 여자 문제다. 요즘에는 구타와 내무생활 때문에 탈영하는 비율이 더 많아 보이지만 여전히 여자 문제로 탈영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 군대에서는 점호 이전에 전화를 한다. 7시~8시 타임이 피크다. 여자친구와의 전화통화 실패 시 이 때 진사 장면처럼 여자친구가 일찍 "잠"을 잔다고 애써 변명거리를 찾게 되지만 현실은 9시 이전에 자는 19~21세 여자는 없다는 거~ ㅋㅋㅋ , 군대간 남자친구를 기다려 주는 여자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끝까지 기다려주면 독종이라고 오히려 싫어하는 것도 군대다. ^^;;;

군대 선임이 남긴 멘트 중에 당시 괜찮게 들은 명언이 하나 있는데 일말상초라는 말처럼 일병 말호봉이나 상병 초봉 때 고무신 거꾸로 신고 도망갔다가 약 1년 정도 지나서 사회 나가 다시 재결합 하는게 가장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그게 사실 진리더라. 사람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라는데 무작정 기다려 달라고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아~ 옛 남친이 훨씬 낫구나~하는 마음이 생기면 더 잘하게 된다눙....

우리 엄마는 면회 왔을 때 딱 한번 우셨다..물론 우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병원 입원함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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