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의 소송장사에 제동 건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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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황당사건

마약사범의 소송장사에 제동 건 법원

by 깨알석사 2015.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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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밀수입 혐의 등으로 복역 중인 40대 남성이 8년 전부터 전국 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150여건에 달하는 소송을 내오다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최근 마약사범 A(46)씨가 낸 8건의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해 “정보에 접근할 목적으로 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깼다고 24일 밝혔다.

 



“정보 공개 청구가 거부되면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승소하고 자신이 지출한 소송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받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수감 중 변론 기일에 출정해 강제노역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판단대로 그는 소송 ‘단골 손님’이었고, 승소율도 높아 소송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고 한다. 수감자가 어떻게 150여건의 소송을 하고 돈까지 벌 수 있었던 걸까.

 

 

미국에 오래 살아 영어에 능통한 그는 멕시코 등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2012년 3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전에도 2009년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출소하는 등 마약 관련 전과만 네 차례 있었다.

 

 

그와 관련한 여러 판결문을 보면 그의 소송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먼저 수백회에 걸쳐 전국 검찰청과 지청의 검사장과 지청장, 외교통상부장관, 안전행정부장관, 구치소장, 교도소장, 경찰서장에게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공개를 요구한 정보는 검찰청이 피고가 된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 판결문, 자신이 직무유기로 고소한 구치소 직원에 대한 수사기록과 업무 매뉴얼, 해당 직원에 대한 인사조치 내역 등 다양했다.


 

 

이후 해당 관청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면 이를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는 방식이었다. 그런 소송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묻지마 소송’들이 많았다. 2007년부터 2014년 1월까지 그가 낸 소송은 155건. 같은 기간 전국 법원에 제기된 전체 정보공개청구소송(1304건)의 11.8%였다. 소송은 특히 그가 구속된 2011년 이후 집중됐다. 교도소장을 상대로 목욕물이 충분치 못해 목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구치소와 교도소 수감 중에 제기한 동시다발적인 소송의 변론을 위해 2011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그는 약 90회에 걸쳐 법원에 출정했다. 12일에 한 번 꼴로 교도소·구치소를 나와 서울을 비롯해 인천·춘천·대전·대구·부산·전주·창원·청주·수원·의정부·광주 법원 등으로
‘전국 투어’를 다녔다. 징역형 수감자는 노역(勞役)을 해야 하는데 출정 때는 노역도 피할 수 있다.

 

 

그는 왜 무더기 소송을 낸 것일까. 그에 대한 판결문에 그 이유가 적혀 있다.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이던 그는 2013년 말 교도소 관계자와의 면담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서울구치소 수용 당시 서신 불허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행정·민사 소송을 사선 변호인을 선임해 진행하다 보니 돈벌이가 되며, 행정소송은 10건 중 최소 5건 이상 승소하고 소송비용(변호사비)은 건당 약 150만원 정도 수입이 돼 변호사 100만원, 내가 50만원 정도 배분키로 해 건수가 많을수록 재미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0월부터 소송 대리인을 선임했는데, 전체 소송 중 96건을 특정 법무법인 소속의 김모 변호사가 맡았다. 한데 김 변호사는 2011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세 차례만 그를 접견했을 뿐 사실상 소송은 그가 진행했다고 한다. 대부분 서면도 그가 직접 작성해 재판부에 냈다고 한다. 그는 소송 비용을 지출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당사자에게 법원이 변호사 보수 등 재판 비용을 대주는
‘소송구조제도’를 활용했다. 또 승소할 경우 피고인 국가로부터 소송 비용도 보전받았다.
 

실제로 그의 승소율은 높았다. 그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한 대구교도소는 재판 과정에서 “A씨는 155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해 약 87%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승소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3년에 승소한 경우가 많았고,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도 상당수라고 한다.

 

 


그렇다고 국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법원 출정에 든 비용을 납부하지 않은 그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감자가 법정에 나올 때는 2~4명의 교도소 직원이 동행하는 데, 교도소 직원의 출장비는 청구하지 않지만, 차량 이용 비용은 수감자 본인 부담이다. 그가 90차례 법정 출석을 위해 이용한 차량 비용만 620만원에 달하는데, 그는 아직 이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진의와 속셈을 파악한 법원도 그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고법은 지난 12월 선고한 사건에서
“A씨 스스로 진술하고 있듯이 소송구조 등을 통해 승소한 사건의 소송 비용을 보전받은 뒤 소송 대리인과 분배하기로 하였고, A씨의 많은 소송 제기는 경제적 이익 획득도 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종의 ‘부업’처럼 소송을 한 그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지난 12일 대법원이 그가 제기한 8건의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깬 것도 같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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