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의 구속, 비리판사 해명만 믿고 재판 계속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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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황당사건

현직 판사의 구속, 비리판사 해명만 믿고 재판 계속 맡겨

by 깨알석사 201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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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판사 해명만 믿고 大法, 9개월간 재판 맡겨

2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21호 형사 법정. 현직 판사 신분으로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수원지법 최민호(43·사진) 판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해도 법복(法服)을 입고 다른 사람을 심판했던 최 판사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선배 판사인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해 신문을 받을 처지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최 판사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서 혐의를 자백한 그는 "자숙하는 의미에서 영장실질심사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자기 방어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검찰이 제출한 서면 기록만 살펴본 엄상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0시 10분쯤 "범죄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최 판사)를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최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판사가 앞으로 기소되면 현직 판사 신분으로 법대(法臺) 아래의 피고인석에 자리한 채 법대 위에 있는 동료 법관들한테 재판을 받게 된다.

앞서 최 판사는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명동 사채왕'으로 알려진 최모(61·구속 기소)씨로부터 2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됐고, 19일 밤늦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예전에도 최 판사와 비슷한 법관 비리가 없진 않았지만 대부분 검찰 소환 조사 직전 스스로 사표를 내 그나마 전직(前職) 판사 신분으로 재판받는 모양새를 갖췄다. 최 판사는 체포 직전인 18일에야 사표를 냈지만 대법원이 징계 절차를 이유로 수리하지 않아 이례적으로 현직 판사 신분으로 구속됐다.

최 판사에 대한 금품 수수 의혹은 작년 4월 불거졌다. 법정에서 당사자들에게 "진실만 말하라"고 했을 그는 정작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거짓 해명으로만 일관했다. 최민호 판사는 처음에는 금전 거래 자체를 부인(否認)했다. 이후에는 아는 사람에게 빌렸고, 빌린 돈을 갚았다며 말을 바꿨다. 최 판사는 지난 17일 검찰 소환 조사 직전에 소환을 통보받은 사실을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이때에도 최 판사는 "사표를 제출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라"는 권유에 대해 "나는 떳떳하다. 통장이나 관련 자료를 통해 해명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도 그동안 그의 말만 믿고 9개월 넘게 재판을 맡기는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당시 "해당 판사를 상대로 진상 조사를 벌인 결과 본인 소명도 그렇고, 주변 정황에도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최 판사를 조사했다. 검찰도 2009년 검사에서 판사로 전직(轉職)한 최 판사에 대한 수사를 질질 끌면서 "사실무근"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었던 대법원과 함께 사법부 신뢰 추락을 자초했다. 최 판사는 자신의 혐의가 불거진 이후 1년 가까이 수원지법에서 가사 사건을 맡아 왔다.


대법원은 판사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더라도 강제 수사권이 없는 이상 본인 해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본인 해명을 듣는 것 말고는 돈을 전달했다는 제3자를 강제로 불러 조사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또 "사실관계가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이상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는 이유만으로 판사를 직무에서 배제할 수도 없다"고 했다.

우리 헌법은 법관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비리 판사를 그대로 법원에 둔 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법관의 신분만 보장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는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최 판사 사건을 계기로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법원 구성원에 대해서는 직권조사와 같은 감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모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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