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쫄깃 야식의 일등공신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족발 탐구생활 (앞다리, 뒷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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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음식탐구

쫄깃쫄깃 야식의 일등공신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족발 탐구생활 (앞다리, 뒷다리)

by 깨알석사 2017.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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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나왔던 백종원의 3대천왕 족발 편을 다시보게 되었다. 족발은 야식 메뉴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음식이자 남녀노서 말 그대로 가리지 않고 누구나 잘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아주 흔하게 먹다보니 잘 아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막상 족발에 대해 깊이 아는 사람은 드물다, 대체로 음식점 주인들이 해주는 말에 의존하는 편이지만 장사에 쓰이는 음식을 장사하는 분이 하는 설명은 아무래도 전달자의 입장이 더 클 수 밖에 없어 차이가 난다. 대표적으로 족발 육수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오늘은 족발에 대해 조금 더 포괄적이면서 잘못 알고 있는 몇 가지 상식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기로 한다.

족발은 이북음식이고 이북(북한)은 중국과 연결되는 경로라 중국 음식 유입의 통로가 된다. 우리가 먹는 현대적인 족발 음식은 중국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중국과 가까운 이북 사람들이 즐겨 먹다가 한국전쟁 이후 남쪽으로 내려온 이북주민들에 의해 음식점 장사 메뉴로 자리잡은 케이스다. 이북음식 중에서 평양냉면 만큼 유명한 것이 사실 족발인데 족발을 이북음식으로 알고 먹는 사람은 드물다. 

앞다리가 더 비싸고 뒷다리가 더 싼 이유는 간단하다, 살(고기)의 양이 다르고 차이가 많이 난다, 크기 자체도 달라 앞다리는 고기 양도 많고 크지만 뒷다리는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크기도 크지 않다. 판매하는 업장 입장에서는 앞다리만 쓰는 곳이 있고 앞다리, 뒷다리 모두 쓰는 집이 있는데 국산 족발이라고 표기하고 장사하는 집들은 대부분 양쪽 다리를 모두 쓰는 편이다.

삼겹살의 경우처럼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삼겹살은 한정되어 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삼겹살 부위만 선호하고 가장 많이 구매하는데 그 삼겹살 한 부위 때문에 돼지를 매번 잡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삼겹살 수급에 차질이 없는 건 그만큼 수입산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삼겹살 부위는 가격이 높고 나머지 부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되는 구조가 되는데 족발도 마찬가지다. 

돼지에는 족발이 4개 이상 나올 수가 없다(!) 족발 하나씩 가지고 4개 테이블에서 먹는다면 돼지 1마리 분량이 이미 끝난다, 그러나 식당 하나만 해도 4개 테이블은 금방 소진되고 회전률까지 따지면 돼지 수가 어마어마해진다. 고기 전체를 다 먹고 나야 돼지 한 마리를 또 잡는게 상식이지만 선호하는 부위들이 따로 있고 그건 계속 모자르기 때문에 결국 그걸 먹지 않는 곳에서 수입하는게 일반적인 시스템이다. 족발, 삼겹살은 그래서 수입산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돼지는 앞다리와 뒷다리의 고기 양과 상태가 다르다, 양도 푸짐하고 고기 씹는 식감도 좋은 건 앞다리다, 결국 다리는 4개 뿐인데 그 안에서도 선호하는 앞다리쪽이 따로 있다보니 앞다리가 더 비싸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앞다리만 쓰겠다고 하면 결국 뒷다리 2개는 남게 된다는 점이다. 가게마다 앞다리만 쓰겠다고 하면 남은 뒷다리 족발은 어디로 갈까..도매급으로 가공 공장에 넘겨지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 앞다리는 계속 모자르게 되고 뒷다리는 계속 남게 된다. 돼지 한 마리에서 앞다리 달랑 2개만 나오기 때문에 광역시급 도시 하나에서만 먹는 족발 수급량만 따져도 돼지 도축량은 꽤 받쳐줘야 한다. 결국 앞다리는 수입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앞다리만 쓰는 족발집은 대부분 수입산이 많다. 앞뒷다리를 다 쓰고 앞뒷다리 구분 없이 "대""중""소"로만 나누어 파는 경우에는 앞뒷다리를 섞어 준다. 앞다리 양을 줄이고 뒷다리 살로 보충하는 격인데 이걸 두고 싫어하는 손님도 있고 앞다리로 해달라고 따로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기양이 많다는 것만 주워듣고 고기 맛은 모르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고기양과 식감은 앞다리가 좋을 지 몰라도 맛은 뒷다리가 더 좋다. 돼지 자체가 날씬한 동물이 아니라서 기본적으로 살과 지방이 많다. 다만 같은 다리인데 어느 쪽에 고기양이 더 많냐는 차이일 뿐, 살과 비계, 지방이 많은 앞다리는 고기양은 많을지 몰라도 조직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뒷다리는 그만큼 찰지고 맛있다. 어차피 "대중소" 양으로 먹을 거라면 뒷다리를 포함해서 먹는게 더 낫다.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훨씬~비싸다고 해서 더 좋거나 더 맛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음식 재료의 질량 때문이지 맛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맛은 뒷다리가 더 좋다. 고기양이 더 많아서 단지 뒷다리 보다 비쌀 뿐이다. 대중소 접시에 담긴 고기양으로 먹는 건 고기양을 맞춰주기 때문에 굳이 앞다리살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셈

요즘에는 족발에 간이 잘 되어있고 짭쪼름한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새우젓이 필요한 만큼 싱거워야 정상

간장색깔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 요즘 먹는 족발의 진한 갈색은 카라멜 색소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색이 연한게 더 좋은거고 색이 진할수록 좋다고 할 수 없다. 장충동의 족발 색이 맞는 색이다. 간혹 오래 쓴 육수 (수십년 동안 쓴 족발 육수) 때문에 색이 진하게 나온다고 하는 집도 있지만 육수 때문에 족발 색이 갈색으로 나온다고 하는 집은 가지 않는게 낫다. (집에서 생간장에 아예 담가서 수육처럼 끓여보시라 간장색 입힌 수육이 나오나...)

백설명의 말처럼 새우젓하고 먹을 때 맛 좋은 족발이 상급이고 새우젓이 따로 필요없거나 오히려 너무 짜서 언발라스하다는 느낌이 강하면 그 족발은 잘못된 족발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간이 너무 되었거나 인공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뜻도 된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의 궁합에 대해 누구나 당연히 여기면서도 족발에서는 새우젓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건 애초에 조리가 잘못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요즘에 족발이 거의 차갑게 나오는 편인데 맛으로 족발을 먹으려면 뜨거울 때 먹는게 가장 좋고 (모든 음식은 갓 만들어 따뜻할 때 먹는게 원래 진리다, 차가운 메뉴가 아닌 이상..) 족발을 차갑게 먹는 건 오로지 식감 때문이다. 더 쫄깃쫄깃하고 씹는 식감이 좋아 더 맛있게 느껴질 뿐이고 차갑게 식은 만큼 기름진 맛도 덜하다, (기름진 맛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라 그래서 이런 형태가 더 많다)

바로 썰어서 주는게 족발이지만 대체로 족발 삶은 걸 상온에서 식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선풍기로 식히는 곳이 더 많음) 1~2시간 이상 식혀서 파는 집이 많다. 족발이 가장 맛있는 타이밍은 사실 족발을 썰어내는 주인장 입장에서도 손이 뜨거워서 족발을 잡기 애매할 정도로 갓 조리된 직후가 가장 맛이 좋다. 기름진 맛과 야들야들한 고기는 향으로도 한번 먹게 되고 목넘김이 부드러워 좋다. (식은 족발은 그래서 향 자체는 거의 없다)

백설명의 말처럼 족발에는 쌈이 필수다, 족발을 쌈싸먹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최소한 깻잎은 기본 장착하고 먹어줘야 족발 답게 먹는거다, 입안의 식감은 물론 상추나 깻잎 등의 특유한 채소 향이 어우러져 족발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 쌈장과 쌈채소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혹은 그런것과 먹는 것이 익숙치 않다면 아직 족발성애자라고 할 수 없다.

특히 갓 나온 따쑴 상태의 족발이라면 더더욱 쌈과 함께 먹어야 한다. 먹을 때는 모르지만 워낙 많은 기름기가 포함된 것이 족발인지라 그냥 막 먹으면 쉽게 물리고 맛있게 많이 먹지 못한다, 쌈채소와 함께 먹으면 기름진 맛도 줄이게 되고 고기맛도 한층 더 맛있게 도와준다. 원래 고기는 채소랑 함께 먹으라고 하지 않던가. 맛 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라도. 기름이 유독 많은 족발, 특히 앞다리를 먹는 경우에서는 무조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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