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불문율 - 나이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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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주국방

군대 불문율 - 나이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by 깨알석사 201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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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가장 많이 겪는 혼란 중 하나가 나이다. 상급자와 하급자의 구분이 확실한 군 생활에서 계급이 아닌 나이가 개입되면 군번이 꼬이게 된다. 물론 훈련소나 자대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 적용된다. 조교나 교관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동갑인 경우가 사실 꽤 많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1~2살 차이가 대부분이며 생일로 따지면 1년 이상 벌어지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한마디로 동년배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훈련소처럼 동기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에서는 이런 나이의 파장이 확실히 크다. 특히 조교와 교관의 나이는 절대로 묻지도 말고 알아서도 안되는게 불문율이다. 나이를 아는 순간 모든 장벽이 허물어지고 믿음이 깨지기 쉽다. 연장자를 우대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자신보다 어리거나 동갑인 것을 아는 순간 상급자로서 대우하려는 마음이 사그라들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조교들은 "형"처럼 느껴진다. 그들만의 아우라나 포스가 있지만 일단 누구보다 듬직하고 늠름하며 씩씩해 보인다. 무언가 많이 알고 있고 만능이며 철저하다. 훈련 당시에는 생각지 못하지만 머리속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나 보다는 5살 이상이나 10살 정도 차이가 나는 형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후임중에 30살이 되서 군대에 온 사람이 두 명 있었다. 한 사람은 계급에 맞게 행동하며 이등병 시절에는 상병과 병장 앞에서 시키는데로 나름 재롱도 부렸다. (물론 억지로 시킨 것이지만...) 맞선임들에게도 깍듯이 대하며 한 기수라도 차이나는 상급자에게는 무조건 깍듯이 예의를 지켰다. 그 사람의 상급자들은 대부분 20~21살이고 많아야 22살 정도

 

 

다른 한 사람은 나이값을 좀 했다. 이등병 시절에는 그나마 눈치는 봤지만 상병도 아니고 일병 말호봉이 되고부터는 30살 형 노릇을 슬슬 하기 시작했다. 맞선임은 물론이고 상병, 병장들도 처음에는 쿠사리를 좀 주더니 나중에는 포기했는지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다들 직업군인이 아니라 그런 분위기는 생기기 마련이다) 나중에는 상급자 중 몇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형"이라는 표현도 종종 섞어 쓰며 누구야~ 이름을 부르는 대신 형~이라는 말로 부르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다. (물론 사병끼리 있을 때)

 

 

내무생활 개판 되는 건 한순간이다. 군대는 어차피 계급사회. 꼽냐? 꼬우면 군대 일찍 오던가? 라는 명언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 나이를 무시할 수 있는 군대만의 포인트인데 이게 무너지면 군대는 사실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조교가 동갑이거나 나이가 더 어리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그 순간부터 굉장히 무섭고 늠름했던 모습은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반감만 생긴다. 무엇보다 그 때부터는 조교가 무서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교의 나이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게 서로간에 좋다. 자대에서는 상관없지만 훈련소에서는 동기가 아니고서는 나이를 묻지 말아야 한다. 나이를 묻는 순간 상대는 물론 본인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인트 컨트롤이 안되기 때문이다.

 

 

조교나 교관은 사회로 치면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알고보니 나보다 어리거나 동갑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지는 뻔하다. 선생님을 무시하게 된다는 것. 과거 학출을 나가 교육생들과 만담을 즐길 때 어떤 녀석이 "조교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조교마다 다르겠지만 조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답변은 "조교 나이는 묻지 않는다"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가 보통이다. 하지만 일단 분위기 상 회피하는 뉘앙스를 풍기면 나이가 어리다는걸 훈련병들이 직감하기 때문에 이런 것도 사실 나름의 노하우를 조교들이 키워두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너는 내가 몇살로 보이냐?" 라고 주로 되묻는다. 그러면 여지없이 한살 위나 두살 위가 가장 많이 나오고 5살 내외 연령차가 그 다음으로 줄줄이 나온다. 동갑이거나 한살 어리다는 건 완전 배제된다. (본인들도 그걸 원하지 않는 눈빛이다. ㅋㅋ) 군대라는게 여러가지 입대제도가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던 것이 입대시기 신청인데 병무청에서 신검 받을 때 본인이 원하는 시기를 적게 되어있다. 대부분 여름에 가면 개고생하고 겨울에 가면 죽어난다는 걸 알기에 봄과 가을에 몰려 날짜를 기입해 둔다. 동갑이어도 봄에가는것과 겨울에 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이등병과 상병으로 만날 확률도 크다. 그만큼 입대 전 1국민역에게는 그런 계급 짬 차이가 와닿지 않기에 별로 신중하게 생각지 않는다. 나는 겨울군번으로 12월에 입대했다. 땀이 많은 편이라 겨울이 오히려 펀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겨울군번이 된것을 엄청 후회했지만서도..

 

 

그래서 사실 복무 당시에 병장과 상병들이 동갑내기였다. 일병부터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많았고 동기중에도 어린 친구가 많았다. 그 덕에 조교가 되고나서도 훈련병들 나이가 나보다 어린 경우가 많아 나이를 밝혀도 사실 큰 문제는 없었다. 자대가면 상병이나 병장들이 너희들과 나이가 같을 것인데 그걸 인지하고 기억하는 순간 군생활은 꼬인다는 설명만 해주면 알아서 척척 새겨 듣는다. 물론 나이는 밝히지 않는게 상책이고 밝혀도 말주차 퇴소시기에 알려주는게 낫다. 진짜 사나이 공병편에서 (프로포즈 했던 분대장) 분대장이 나이를 묻는 질문에 마지막에 알려주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군대라는게 요즘에야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고 공부한다고 빠져서 나이차가 좀 생기지 예전에는 군대 가는 나이가 뻔해서 사실 동갑일 확률이 70% 한살 어린 경우가 10% 한 두살 위인 경우가 10% 나이차이가 꽤 많은 경우가 나머지 10% 비율로 거의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동갑이거나 연년생들이다.

 

 

 

 

간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부대에 있던 하사관 중 절반이 나와 동갑이었다. 그 중에는 심지어 친구의 친구로 안면을 사회에서 미리 튼 녀석도 있었다. 나름 위아래 계급에 대해 철저하게 대우하던 나는 그 친구의 친구에게 동반 외출이나 휴가시 깍듯이 대했는데 이런 장소에서는 그냥 편하게 친구로 불러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전역하는 날까지 꼬박 존칭을 써주었다. 내가 벽을 허무는 순간 부대생활에서도 그 사람의 군생활은 꼬이게 된다. (얼차려 받을 때나 주는 쪽이나 곤란하게 된다) 부대에서 상급자로 대우해주고 병사들 분위기 잡게 해줘서 고맙다는 그 간부 친구의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알다시피 하사관이라는게 병사들에게 이리 치고 저리 치는 초급자라 여차하면 개무시 당하기 좋은 계급이다.

 

 

훈련소 조교와 부대 하사관 나이는 묻지도 말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게 좋다. 일단 알면 의식하지 않아도 마음에는 개무시하는 심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서로에게 좋을 것 없는 그야말로 쓸데없고 부질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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