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유치의 보이지 않는 마수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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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썰전열전

외국인 환자 유치의 보이지 않는 마수걸이

by 깨알석사 2015.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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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유명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몽골에서 간경화 환자가 생체 간 이식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환자는 간 절반을 내어줄 가족도 데리고 입국했다. 해당 병원에서는 진료비 규모가 2억원가량 나오는 해외 환자를 유치한 셈이다. 몽골 환자와 가족은 간 이식 수술이 가능한지 CT와 각종 정밀 검사를 받으며 국내에 체류했다. 간 이식 수술을 받았고, 환자의 건강 상태도 좋아졌다. 하지만 진료비를 중간 정산해야 할 시점에 이들은 치료비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수개월이 지나자 국민건강보험증을 가지고 나타났다. 취업이나 장기연수로 3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신분이 되면 국민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있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분명히 브로커가 끼었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수사권이 없어 더는 캐물을 수 없었다. 이 몽골 환자는 그동안 밀린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전체의 10~20%만 냈다.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한다. 병원 직원은 "우리는 건강보험료를 세금처럼 생각하고 내는데 이렇게 해외 환자들이 무임승차하니 화가 난다"고 했다.

 

한 의대 교수가 들려준 다른 이야기다. 우리나라와 사는 수준이 비슷한 국가의 대학생이 한국에 유학 왔다. 이 학생은 자기 나라에서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대학에 알리지 않고 유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하여 국민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했다. 유학생은 입학 또는 재학증명서만 있으면 즉시 가입된다. 그리고는 대학병원에서 고가의 항암 치료를 받았다. 암 환자 산정 특례를 받아 진료비의 5%만 냈다. 요즘 대학병원 해외 환자 진료 파트는 암 치료를 받는 외국 환자가 어느 날 한국 건강보험증을 취득하고 와서 암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한국에 취업하는 중국 동포들은 중국에 있는 자식에게 큰 병이 생기면 자신의 국민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시켜 국내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기도 한다. 한국어가 능숙한 불법 체류 동포들은 국내 지인의 건강보험 가입증을 이용하여 지병을 치료받는 경우도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2000만원이 드는 심장 인공판막 수술을 받은 환자가 알고 보니 건강보험증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네이버의 지식인 검색 창에는 "외국인 친구가 있는데 국내 건강보험 가입되나요?"라는 질문이 가끔 올라온다. 그러면 "'쪽지'(당사자끼리만 알 수 있는 교신 방법)로 연락드리겠다"는 답변이 붙는다. 국내 건강보험 가입을 알선하는 브로커라는 냄새가 짙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 알선 단체나 회사들이 이런 편법을 저지르고 건강보험으로 감면되는 진료비 차액 일부를 알선료로 받는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요즘 우리는 한 해 20만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하여 경제 수익도 올리고 고용도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알토란 같은 국민건강보험이 외국인 환자들의 무임승차로 질질 새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당한 신분으로 국내에 취업했거나 유학 와서 질병이 생기면 당연히 건강보험으로 진료받게 해야 한다. 하지만 편법·불법 무임승차는 강력히 제지해야 한다. 이것도 못 하면서 백날 해외 환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해 봐야 헛일이다.


[출처] 조선닷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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