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매너라는 건 와인 자체가 주인공일까? 그 나라의 음주문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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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주방탐구

와인 매너라는 건 와인 자체가 주인공일까? 그 나라의 음주문화일까?

by 깨알석사 2015.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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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일반술과 다른 대접을 받고 술의 종류나 브랜드에 따라 값도 엄청나기 때문에 와인 매너 역시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오늘 재미있는 신문 기사 하나를 봤는데 거기에 나온 와인 매너라는게 참 재밌다. 그 중에서 3가지가 관심을 끄는데 다음과 같다.




1. 주인은 와인을 손님에게 따르기 전에 먼저 시음 (와인 테이스팅) 을 해야 한다. - 와인잔을 기울여 색상을 확인하고 잔을 흔들어 향을 음미한 다음에 입에 한 모금을 머금은 다음 맛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손님에게 따라준다.



2. 와인은 두 손이 아닌 한손으로 따라준다 - 와인의 정보가 담긴 라벨이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3. 연장자와 여성이 함께 있을 때는 연장자가 아닌 여성에게 먼저 와인을 따라 주어야 한다.



기타. 와인은 잔이 비어 있지 않아도 따라 주어야 한다..등등..





이건 사람이 와인을 먹는건지 와인이 사람을 먹는건지 모르는 소리 같다. 와인이라는게 그 술은 무조건 이런 매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음주문화의 한 부분으로 그 문화권에서 그 문화권의 지배를 받은 그 사람들에 한정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다시말해 서양의 어느 나라에 내가 직접가서 와인을 즐겨 마시는 서양인들과 함께 먹는게 아니라면 절대적인 매너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어떤가? 대표적인 술이 소주인데 (뭐 굳이 소주가 아니어도 음주문화는 크게 다르지 않다) 소주는 가정이든 밖에서 마시든 기본적으로 작은 소주잔에 먹는게 기본이요, 술잔을 받을 때나 줄 때는 연장자를 따져야 하고 두 손을 써야 하며 연장자 앞에서는 몸을 뒤로 돌려 술 마시는걸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이 있다. 그 외에도 따지고 들어가면 차이점이 꽤 많다. 술잔을 들고 술을 받는게 우리는 보통이지만 서양은 술잔을 테이블에 그대로 두고 따라 주는것도 마찬가지



이처럼 우리에게도 소주문화라는게 있고 술 매너라는게 있는데 이게 외국에 나가서 한국의 술문화 또는 소주 문화와 매너라고 소개하면서 우리가 먹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면?....술은 꼭 두손으로 받고 잔은 무조건 소주잔으로, 연장자 앞에서는 뒤로 돌아 마시고 잔은 비어 있을 때만 따라주는 등...와인 매너와 상반되는 것들이 꽤 많다. (동양은 원래 여자에게 술을 따라주지 않는다, 술을 따를 일이 거의 없기 때문)



서양권에 갈 수도 있고 와인을 마실 수도 있으니 알아두면 당연히 좋은 매너가 아니겠는가 하겠지만 음주문화의 주인은 술 자체가 아니라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있다. 결국 내가 동양인이고 동양문화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서양권 국가에 가거나 그곳에서 와인을 마실 때 그들 방식과 조금 다르게 마시거나 내 방식대로 먹는다고 해서 매너 꽝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 인류는 술 문화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반감을 살 정도로 잘못되거나 나쁘지 않다. 



와인을 마실 때 와인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상대방이 불쾌해 하거나 매너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는데 와인이 어느 나라에 있고 어느 나라에서 마시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사 먹는 경우라면 와인 매너는 어디까지나 그렇다 정도로만 알고 있음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자기 나라에서 우리나라 소주를 어떻게 먹든 상관 안한다. 막걸리도 마찬가지다. 한국 전통주는 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와인을 전통주로 보기는 어렵지 않나...) 다만 그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먹거나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과 함께 먹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고 와인 매너에 나오는 것처럼 내가 집주인이 되어서 와인을 따라주기 보다는 와인을 받는 입장일 확률이 대부분이다.



외국 레스토랑이나 술 먹는 자리에서 웨이터가 남녀 커플에게 와인을 따라 줄 때는 여자에게 먼저 주는거 많이 봤다. 근데 가정집에서 먹는거 보면 연장자가 먼저 받는다. 부부의 경우 남편이 먼저, 그 다음이 아내인 경우도 자주 보인다. 말 그대로 요식행위를 해야 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야 할 때는 저런게 통하지만 평범한 상황에서는 결국 와인도 연장자가 우선인 셈이다.



와인 매너랍시고 잘난척 한다고 와인을 지가 지 손으로 먼저 자작 한 다음에 시음하고 나서 손님에게 주고, 줄 때는 한 손으로 준 다음에 어르신 연장자나 연배가 있는 상사를 뒤로 하고 갓 20살 여자에게 먼저 술을 따라 준 다면 공감할 동양인이 몇 명이나 될까? 저 쉐이...또라이 아냐...이런 말 안나오는게 천만다행일지도 모른다.



와인 매너를 보면 두개의 행동이 나온다. 와인이라는 술을 마실 때의 매너와 와인이라는 술을 상대에게 줄 때의 매너다.



술을 먹는 행위는 서양의 고유문화를 따라 주는게 나쁘지 않다. 오히려 따라서 하는게 그 문화를 존중하는 예법이다. 다만 술을 먹는 행위(음미하거나 향을 느끼는 것)가 아니라 술을 건네주는, 따라주는 행위는 서양의 고유문화를 절대적으로 따를 필요가 없다. 먹는 것, 마시는 것에 대한 주도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따르는게 맞지만 술을 주는 것, 술을 권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음주문화, 주도로 하거나 아니면 혼합해도 무방한 것이다.



와인 매너라는 건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다. 동양인에게는 와인 술 문화에 대한 정보가 되고 매너가 되겠지만 반대로 서양인에게는 이 매너라는게 바뀔 수 있다. 동양인과의 와인 술 자리에서는 주인이 손님보다 먼저 시음하면 안되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드리며, 남녀 상관없이 연장자에게 우선한다. 그리고 연장자 앞에서는 술 먹는걸 보이지 않으며 술 잔은 비어 있을 때만 따라준다 식으로 하나의 와인을 두고도 서로 상반된 매너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와인 매너는 와인이 주인공이라서 그렇게 해야 하는것처럼 보이는데 진짜 음주문화의 주인공은 술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문화양식과 생활양식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매너가 바뀔 수 있다.



동양권에서 와인 매너랍시고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와인 매너대로 해봐라. 똑똑한데 ~ 라는 말 대신 싸대기 안 맞는게 다행일 것이다.

와인 매너는 결국 매너를 굳이 따질 필요없이 서로 잘 알고 와인에 대해서도 마시는 모든 사람이 잘 아는 그런 자리에서나 통용되는 것, 일반적인 건 아니다. 매너도 바다 건너 산 넘어 수입되면 그 나라의 현실에 맞게 바뀔 수 있다. 매너는 강요하는게 아니다.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와인 매너를 강요하거나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술자리에서 술이 주인공인지, 사람이 주인공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봐라. 술은 술일 뿐이고 문화가 다를 땐 그 문화에 있을 때는 그 문화방식대로 내 문화권에 있을 때는 내 문화방식대로 하는게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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