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게을러야 성공한다
본문 바로가기
금융/증권투자

주식투자는 게을러야 성공한다

by 깨알석사 2014. 6. 7.
728x90
반응형

밥 커비(Bob Kirby)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최고의 주식 매니저로 부른 전설적인 투자자였다.

하지만 그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타 액티브(active) 매니저와 별 다름이 없었다. 즉 최적의 마켓 타이밍을 골라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다 1950년대 중반 그에게 일대 전환을 가져다 준 사건이 일어났다.

그 당시 그는 약 10년 동안 한 부유한 부부에게 주식 투자를 자문하며 그 부부의 주식계좌를 관리해 주고 있었다. 이때 그는 부인 명의의 주식계좌에서 남편과 의논하며 주식을 사고 팔았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죽게 되어 부인이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게 됐다. 그런데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죽은 남편이 자신도 모르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미망인도 죽은 남편이 생전에 부인 명의의 주식계좌 이외에 따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왜냐하면 남편이 주식을 산 뒤에 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의 비밀 금고에 넣어 두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질 않았다. 죽은 부자의 은행 금고에 들어 있던 주식투자 내역을 살펴보던 그는 할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죽은 부자는 생전에 자신이 속한 투자자문사가 매수 추천한 주식을 5천불씩 꼬박꼬박 사들여 그걸 고스란히 비밀 금고에 넣어 두었던 것이다.

그럼 이 은행 금고안에 들어있던 주식은 어떻게 됐을까? 상당수의 주식들은 주가가 반토막나 있었다. 그러나 주가가 20배 뛰어 주식가치가 10만불로 치솟은 종목이 대여섯개 있었고, 또 주가가 160배 넘게 뛰어 주식가치가 80만불을 초과한 종목도 1개 들어 있었다.(이 주식이 바로 복사기의 대명사였던 제록스(Xerox)였다.)

종국적으로 그를 충격에 빠뜨린 것은 죽은 부자가 은행 비밀 금고속에 숨겨둔 주식의 총가치가 자신이 10년간 관리한 부인 명의의 주식계좌의 가치를 훌쩍 뛰어 넘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차이가 난 이유는 자신이나 죽은 부자나 똑같이 매수추천된 종목에 투자했지만 단지 자신은 나중에 팔았고, 죽은 부자는 은행 금고에 고스란히 묻어 두었다는 것 밖에 없었다.

그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펀드매니저인 자신이 온 신경을 다해 관리한 투자보다 죽은 부자가 그냥 비밀 금고에 넣어두고 아무 것도 안한 결과가 더 낫다니!" 충격 그 자체였다.

커비가 이 사건으로 얻은 교훈은 주식투자할 때 제록스(오늘날의 애플이나 구글)처럼 160배 대박을 낳는 종목을 잘 골라야 한다는 게 아니었다. 그가 얻는 진정한 교훈은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시장의 등락을 살펴보며 샀다 팔았다하는 노력보다 훨씬 우수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었다.

커비는 나중에 죽은 부자와 같은 주식 투자 기법을 옛날 서부 개척시대에 사람들이 저금할 목적으로 커피캔에 돈을 넣고 침대 밑에 넣어 둔 것에 비유해 ‘커피캔 포트폴리오(Coffee Can Portfolio)’라 부렀다. 심지어 그는 이를 재무학 학술지에 발표까지 했다(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 1984).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세계 최대의 인덱스 펀드 회사인 뱅가드(Vanguard)의 창업자인 존 보글(John Bogle)은 2009년 중반까지 5년간 ETF에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률을 조사해 봤다. ETF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시황의 변동에 따라 샀다 팔았다 반복한다. 따라서 샀다 팔았다를 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경우와 실수익률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그런데 보글의 연구에 따르면 ETF를 거래한 투자자들은 샀다 팔았다 하지 않고 5년간 계속 보유했던 경우에 비해 연평균 4.5퍼센트 포인트나 수익률이 낮았다. 보글의 연구는 커비의 ‘커피캔 포트폴리오’ 투자기법이 요즘에도 여전히 잘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배워왔다. 그런데 ‘커피캔 포트폴리오’ 얘기는 주식투자 세계에서 이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시사한다. 주식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으려고 종목을 샀다 팔았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종국적으로 결코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주식으로 성공하려면 '오래 묻어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