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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가 재벌?

깨알석사 2020. 12. 21.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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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운영으로 엄청난 재력을 쌓은 가문 재벌

오뚜기 장녀로 알려진 함연지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어렸을 때부터 제가 재벌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라고 밝혔다. 함연지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재벌들의 삶을 살지 않았다"고 덧붙이며 정작 '찐재벌'의 삶이 궁금하다며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녀는 "삼성 같은 진짜 재벌들의 기사를 보면 저도 되게 궁금하다"며" 재벌 3세 모임 같은 건 없냐"라는 MC들의 질문에는 "그런 모임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함연지는 "평소 춤추는 걸 좋아한다"며 넘치는 흥의 소유자라고 털어 놓았고 이내 댄스를 보여주었는데 이를 본 김구라는 "정말 행복한 재벌 같다"며 그녀를 칭찬했다.

이날의 방송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경제, 주식과 관련해 공부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일반인 시각의 차이는 상당하다. 왜냐면 기사의 함연지 솔직함은 '아니지만 그렇다'의 겸손에서 비롯된 솔직함이 아닌 '아니기 때문에 아니다'의 당연함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사와 방송은 '아니지만 그렇다'의 겸손을 바탕으로 한 솔직함으로 포장해서 함연지를 띄운다. 그리고 대중들 역시 그렇게 보고 있다.

함연지의 말을 들으면 재벌과 다른 평범한 삶을 살았구나, 혹은 오뚜기 집안은 검소하게 사는구나 착각(?)할지 모른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녀를 재벌가 3세로 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오뚜기는 청와대에 초청 받는 자리에서 착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갓뚜기라는 칭호를 받았던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긴 기업이다. 그런 환경에서 저런 포지션을 갖고 있다 보니 최근에는 KBS, MBC 예능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오뚜기는 대기업이 아니다?

그런데 오뚜기가 언제부터 재벌이었던 것일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재벌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반 상식에서 대부분 오뚜기가 재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업 활동을 근간으로 하여 재력을 갖춘 가문(왕국)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전적 의미의 "재벌"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니까, 하지만 경제적 관점, 특히 주식회사와 주식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산업계와 투자계에서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공시대상 기업집단이라는 나름의 기준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우리가 흔히 나누는 대기업, 준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기준도 있다.

그럼 오뚜기는 어떻게 분류가 될까요? 물으나 마나, 대기업 재벌 총수 집단 기업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러니 재벌이라 생각하고 재벌 기업이라 생각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대그룹, 삼성그룹, SK그룹은 들어 봤어도 오뚜기그룹은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재벌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오뚜기의 재계서열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만큼 높지 않다. 순위는 200위권 밖이다. 기업집단(그룹)은 64위까지 존재하는데 당연히 기업집단으로 묶이는 수준도 아니라서 재계순위(기업집단)에서는 나오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재벌이라고 생각하면 현대그룹, 삼성그룹, 한화그룹처럼 "그룹"이라는 집단명이 붙기 마련이지만 오뚜기의 경우는 계열사(관계사 포함) 포함 20여개 넘게 소유하고 있음에도 집단 규모가 작아 아직은 기업집단(그룹) 서열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개별 기업 순위로 봐야 230위권 정도 나온다. 기업집단을 대기업과 준대기업까지 넓혀 보아도 국내 100대 기업에 들지 못하며 200대 기업에도 역시 들어가지 못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위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2020년 반기 기준으로 보면 235위 정도로 200위에서 300위 사이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주식회사들 수만 해도 2,000여개가 넘다 보니 500대 기업까지 순위는 뽑기는 한데 100대 기업 넘어가는 회사 중 재벌 그룹사 계열사나 방계 그룹 계열사가 아니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오뚜기는 대기업 - 준대기업 - 중견기업 - 중소기업 구분에서 중견기업에 속한다. 중소기업 규모는 훨씬 벗어났지만 대기업에는 미치지 못한다. 대기업, 준대기업도 아닌 중견기업 오너 집안을 재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다. 아래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계서열(순위)이다. 64위가 끝이다. 이 64위 그룹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흔히 대기업, 대기업 계열사가 된다.

대기업은 자산 총액 10조 이상, 준대기업은 자산 총액 5조 이상이 분류 기준이다. 자산 5천억원에서 5조 사이는 중견기업이고 자산 5천억원 미만이 중소기업이다. 오뚜기는 자산 총액 2조 언저리에 있기 때문에 중견기업에 속한다. 5천억원에서 5조 사이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급(체급)이 맞지 않는 기업들이 분류되어 있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어찌 되었든 최소 준대기업 수준인 자산 5조에는 못 미치는 건 똑같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재벌 3세끼리도 레벨이 다르다

함연지가 이부진의 삶이 더 궁금하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한 거다. 오뚜기 전체 기업 자산의 크기가 이부진 신라호텔 개인 재산보다 적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삼성이 엄청나다는 걸 반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뚜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뜻도 된다.

오뚜기가 2조 자산을 가진 기업인데 (이것도 엄청난 건 분명하지만) 이부진은 오빠인 이재용이나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에 비하면 훨씩 적은 재산을 가졌음에도 개인 재산 약 2조 5천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함연지가 물려 받은 자산이 약 200억원대에서 주가 상승과 지분 가치 상승으로 지금은 약 300억원대 자산을 가진 "부자"라고 할 수 있는 건 분명하나 재벌 가문들의 삶과 투영해서 비교해 보면 턱도 없는 금액이다. 같은 재벌3세라고 해서 동일하게 잣대를 구하면 안되는 것이 바로 이런 극단적인 예, 그 집 재벌 3세 개인이 우리 집 전체를 다 가질 수 있는 차이니 말이다.


함연지를 보통 주식 부자, 주식 갑부라고 하고 리스트 순위로 꼽지만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연예인" 타이틀을 달았을 때나 가능하지 연예인 타이틀 빼면 순위에 들 수 없다. 연예인으로 분류된 사람 중에서만 따로 추렸을 때 5~6위를 하지 연예인이 아닌 진짜 주식 부자 순위로 파고 들면 넓게 잡아 50위는 물론 100위 권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우리나라 주식 부자 1위부터 40위 중반까지 기본 액수가 1조 단위다. 주식으로만 1조 정도 가지고 있어야 겨우 50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 50위에서 100위 사이에 들어가려해도 수 천 억원 단위는 예사다. (상장회사만 해도 2천 개가 넘는다)

반면 연예인은 기업 활동을 아는 기업가가 아닌 연예 활동을 하는 예술인 영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극히 드물다. 엔테테인먼트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순수한 연예인 중에는 손에 꼽을 만큼 많지 않는데 과거 고현정 (40억), 장동건 (30억)이 주식 부자 10위 안에 들 수 있는 것도 연예인 중에서는 주식 자체로 부를 키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주로 건물을 매입해 임대 하거나 시세 차이를 노린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하는데 최근 투자하는 건물 가격을 보면 수십 억원은 기본이고 백 억단위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중 건물 하나만 처분하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사면 우리나라 연예인 주식 갑부 10위 안에 충분히 들 수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연예인 주식 부자는 사실 큰 가치를 갖지는 않는다. 어떤 연예인이든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면 얼마든지 그 해 연예인 주식 갑부 10 안에 들 수 있는 것이 이 쪽 생태계다. 하지만 방시혁,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처럼 연예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엔터 기업 CEO들이 주식으로 부를 쌓고 지분을 활용하게 되면서 연예계 주식 부자 기준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기도 한다. 

특히 BTS와 방시혁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BTS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방시혁 PD가 개인 지분으로 갖고 있는 빅히트의 주식 가치는 약 3조원대, 연예계에서도 이제는 10억, 100억 단위로는 명함을 못 내미는 수준으로 생태계가 확장되었다. 조 단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예인 중에서도 부를 창출하는 프로듀서 세계가 바로 새로운 축으로 성장하며 상위 1~4위를 모두 프로듀서가 잠식하게 된 것이다. (방시혁 - 박진영 - 양현석 - 이수만)

그 다음 한지붕 세가족에 나왔던 탤런트 박순애(풍국주정 사모님)와 키이스트를 SM에 팔고 SM 지분을 갖고 있는 배용준이 중위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도 적지 않은 주식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둘 다 약 300억원대) 조만간 순위가 뒤로 크게 밀리거나 10위 밖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압도적인 조 단위 주식 부자 1위인 방시혁이 BTS에게 주식을 나눠 주었기 때문이다. 즉 BTS 멤버 7인이 주식 부자 10위 안에 드는 건 시간 문제. 빅히트, JYP, YG, SM 각 사 오너와 BTS 멤버만 합쳐도 11명, 즉 10위 차트를 모두 채우게 되는 것이다.

기업 가치와 기업의 크기

경동보일러, 락앤락, 모나미, 삼천리자전거, 수원여객, 다이소, 해마로푸드서비스(맘스터치),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도루코, 로젠택배, 메가스터디, 아남전자, 아프리카TV, 에이스침대, 예림당(출판사), 이디야커피, 쿠쿠, 

위 회사들을 보고 재벌이라고 생각할까?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을 두고 재벌 회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돈 많은 연예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재벌까지는 아니고 돈은 좀 많은 갑부 수준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쿠쿠 밥솥 회사 오너 자녀들에게 재벌 2세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위 회사들은 오뚜기와 같이 분류된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이다. 물론 스펙트럼이 넓어 격이 안 맞는 경우도 있겠으나 자산 기준에 따라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견기업인 건 분명한 사실. 그 외 안철수의 안랩, 백종원의 더 본 코리아도 중견기업에 속한다. 함연지네가 재벌이면 백종원 집도 재벌이라 해야 하고 안철수도 재벌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글은 특정인에 대한 글이 아니다. 본인의 주장과 외부인이 보여주는 이미지, 거기에 방송이라는 장치가 붙어 가공된 이미지가 추가되면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글이다. 그러니까 투자에서도 이런 본질적 차이를 보여주는 경우의 수는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우리는 항상 그걸 가려 봐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주가가 1주에 약 6만원대, 오뚜기는 1주에 약 56만원대다. 주당 가격만 놓고 보면 굉장한 차이다, 어느 것이 더 싸고 어느 것이 더 비싸다고 보고 있나, 둘을 놓고 봤을 때 주식 가격은 적정한 것일까. 만약 여러분이 두 회사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회사를 고르겠나, 비싼 건 비싼 값어치를 한다는 점에서 오뚜기 역시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그 가격에 간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니)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 오뚜기의 기업 순위와(235위) 삼성전자의 기업 순위(1위), 삼성의 재계서열과(1위) 오뚜기의 재계서열(없음)을 알았고 두 회사의 주가도 알았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두 회사의 차이를 이해하고 개념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라면 왜 이런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이지? 왜 오뚜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압도적으로 비싸지? (비싸 보이지??) 의구심을 갖고 투자 공부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오뚜기 자체는 적당한 가치의 주가인지 삼성전자는 적당한 가격으로 인정 받고 있는지, 오뚜기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오를 가능성이 있는 가격대인지 포함), 알아보는 자세 역시 필요한 것이다.

둘 다 괜찮은 가격이고 주식 투자하기 좋은 회사라는 입장, 둘 다 나쁘다는 입장, 둘 중에 하나가 주식 투자에 괜찮다는 각각의 입장이 선다면 그 결론과 그 결과 도출 방법에 의해 앞으로의 투자에서도 다양한 기업군을 만났을 때 흔들리지 않고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높이는 형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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