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구구단
구구단 셈법과 투자 철학
주식 투자를 함에 있어 수익률과 관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비슷하다. 일단 배수로 생각한다. 곱절은 최소 기준일 뿐이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원금 대비 수익률이 10배가 최소 기준인 경우도 있다. 욕심을 버리고 "난 은행 이자 만큼, 혹은 은행 이자 보다는 약간 많은 수익을 원해~" 라고 말하고 멋있게 시작하지만 막상 투자 세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초심은 잃고 무조건 몇 배치기를 고수하게 된다. 돈 맛을 몰랐다면 모를까, 돈 맛을 안 사람이라면 사람의 심리가 어쩔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수익금(수익률)을 설정할 때 원금 대비 배수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내 원금의 두 배, 세 배 식이다. 구구단처럼 말이다. 구구단의 "단"이 종잣돈이 되는 것이고 "단"의 각 곱셈은 내 수익 기준이 되는 것, 2X4=8 처럼 2천만원의 종잣돈이 4배가 되어 8천만원 되는 셈법들 말이다.
단순한 이 구구단은 사실 많은 철학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보이기도 안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떤 관점에서 바라 보는가에 따라 내 포지션, 액션이 달라지는 경우도 분명 있다. 주식 투자의 세계에서 철학적 마인드로 들여다 보면 그렇다, 예를 들면 이렇다.
3천만원의 종잣돈을 가진 경우 대부분 이걸 2~9배로 키울 생각을 한다. 3이라는 고정 수(3단=종잣돈)에 곱셈(수익률)을 따진다. 당연히 3X1 보다는 3X2를 원하고 3X2 보다는 3X3을 원한다. 욕심만 낼 수 있다면 3X9가 되길 바라며 셈법에 열중한다. 중요한 건 셈법에만 열중한다는 것이 함정.
3X2가 되었을 때 내 자본은 두 배가 된다. 수익률은 100%다. 3X1에서 3X2는 쉽게 넘어가는 차순으로 보이지만 수익률로 치환해 놓고 보면 그렇게 쉽게 이어지기 힘들다. 주식 투자의 수익이 구구단처럼 쉽게 말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욕심을 부리게 되어 있고 3X3, 3X4, 3X5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이런 셈법은 정상적인 투자 형태에서는 거의 나오기 힘들다, 결국 그러다 보면 무리수를 행하게 되고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박과 비슷한 형태로 투자를 이어 나갈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이런 수익률이 꾸준히, 그것도 계속 나오려면 정상적인 패턴에서는 나오기 힘들다. 사실상 단타, 초단타(스캘핑), 테마주 등 초단기 집중 투자로 "투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주식 만큼은 셈을 보지 말고 단을 보자
수학, 산수에서의 구구단은 셈(곱셈)이 중요한 수단이 되지만 주식에서는 반대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주식으로 부를 창출하고 돈을 버는 것에 있어 산수의 구구단과 마찬가지로 "곱셈"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재산은 마이너스가 되거나 깡통 계좌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산수에서 구구단은 플러스 값만 존재하지만 주식에서의 구구단 세계는 "마이너스" 곱셈이 존재한다는 걸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구구단에서는 마이너스 값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곱셈을 하더라도 구구단 속의 셈은 모두 플러스로 존재하기 때문에 결과 값도 플러스가 된다. 물론 곱절로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주식에서는 다르다. 4X1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4X6의 자산으로 크길 바라지만 주식에서는 4X-6 등 마이너스(-) 값이 존재한다. 1부터 9까지 곱셈이 존재하지만 반대로 -1부터 -9까지의 마이너스 곱도 존재하는 것이 주식시장 구구단이다.
곱으로 늘어나는 수는 보지만 반대로 곱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건 미처 모른다. 그래서 리스크(위험) 관리를 못한다. 주식 시장의 마이너스 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 때 관점을 달리한다면 어떨까. 구구단의 곱셈을 보지 말고 단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곱셈은 무조건 구구단의 최소 수인 "2"로 설정, (사실 X2 자체도 수익률로 보면 100% 수익이라 엄청난 것이다)
2X2=4
3X2=6
4X2=8
5X2=10
당연한 말이지만 구구단의 각 단의 최소 수로만 곱셈을 해도 단이 달라지면 수가 커지게 되어 있다. 쉽게 말해 먹는 셈 (수익률)을 적게 해도 단을 높이면 결과 값을 높일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원리.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을 키우기 보다는 셈을 키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주식에서는 그게 가능하다는 보편적 개념이 꽤 많이 자리 잡았기 때문. 위의 구구단 공식은 X2라는 곱셈을 고정한 형태이고 아래 구구단 공식은 2단이라는 단수를 고정한 형태다.
2X1=2
2X3=6
2X5=10
2X8=16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곱하기가 플러스 곱하기 수 만큼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자산을 늘리고자 곱셈을 늘리는 무리수는 두는 건 무척 위험한 행위다. 고정자산(종잣돈) 대비 3배, 4배, 10배, 30배 자산을 단기간에 빨리 불려 나간다는 건 거의 신의 영역, 신도 모른다는 게 주식 시장인데 단순 구구단의 셈법 수익률은 상상 속의 수익률일 뿐 현실에서 당신과 만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두 구구단의 차이와 관점
첫 번째 단을 유동적으로 하고 곱셈을 고정한 경우 그 고정한 수도 최소 수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을 (다른 시장보다는 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결과 값을 높이려면 단을 조절하는 수 밖에 없다.
반면 두 번째 곱셈의 경우에는 단을 고정하고 곱셈을 유동적으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배팅을 해야 한다. 문제는 X1에서 X9까지의 9개 경우의 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X-1에서 X-9까지의 마이너스 곱셈 9개도 존재하기 때문에 배팅에 따른 경우의 수는 9개가 아닌 18개가 된다.
물론 첫 번째 관점에서 단도 마이너스 값이 존재할 수 있지만 실상은 자기 자본으로 여유를 갖고 투자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단의 경우 마이너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곱셈(X2)은 플러스 2라는 곱하기 수로 고정했기 때문에 빚으로 단을 쌓지 않았다면 사실상 큰 폭의 마이너스를 입을 확률은 상당히 줄어드는 셈이다.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정리하면 이렇다.
단은 내 종잣돈이다. 그 돈이 순수한 내 자본이고 빚을 얻거나 대출을 얻거나 미수를 땡겨 쓰지 않는다면 구구단의 단은 당연히 플러스 값이다. 여기에 최소 곱하기 수인 2를 상정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구구단의 세계에서 2단의 최소 수는 X2이고 그건 누구에게나 적용 받는 "출발점"이다. 절대 무리한 포지션이 될 수 없고 상식적인 범위에서 충분히 발생 가능한 (추구할 수 있는) 범위의 수익률이다. 여기서 구구단의 세계로 들여다 본 주식시장에서는 단만 높여도 결과 값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걸 알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투자할 이유가 없다.
셈은 투자 수익이다. 당연히 수익에 기준을 두고 투자를 하면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다. 2단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수익률을 높이려면 X2 보다는 X3을 노려야 하고 X3 보다는 X6을 노릴 수 밖에 없다. 결과 값이 늘려면 무조건 곱셈이 늘어나야 한다.
여기서 눈치를 챘다면 단은 내 원금이자 종잣돈이고 각각의 곱셈은 종목(투자 회사)이 된다. 단을 주목한 사람은 적당히 괜찮은 회사 (우량주) 하나를 산 다음에 단을 키우면 된다. 쉽게 말해 종잣돈을 계속 키우면 된다는 뜻이다. 주식 세계의 현자들이 주식을 적금이라고 생각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사 모으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원리, 반면 종목(곱셈 자리)을 보는 사람은 종잣돈을 키울 생각은 안하고 셈을 키울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여러 종목을 단기간에 걸쳐 상당히 많은 매매를 해야 하며 종목 변차에 따라 수익률이 마이너스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고전하게 된다.
다시 이 글을 올려 곱셈 두 가지 모양을 자세히 보자. 과정은 달라도 결과는 같을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안정적이고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 자세히 보자. 단은 대출로 땡겨 쓴 자본이 아니면 무조건 플러스이고 X2로 상정한 곱셈은 우량주로 고정했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은 크지 않아도 손실 방어는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서 수익률의 증대는 곱셈이 아닌 단의 증가로 설정해 종잣돈을 키우기만 하면 된다. 투자를 함과 동시에 다시 투자할 수 있는 씨드머니라 말하는 투자금을 열심히 더 모으라는 뜻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주식을 할 때 전업투자 보다는 직장을 갖고 월급을 받으면서 꾸준한 수입원을 갖고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투자 수익금에 의존한 삶이 아닌 투자금이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 (내가 만족할 만한 월 수익률이 나올 때까지) 종잣돈을 더 모아야 하기 때문에 시드머니를 위해서 정기적인 수입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씨드머니도 손익분기점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어느 시점까지는 커야 제대로 된 투자 수익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나올 수 있기에 무조건 종잣돈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고 그럴려면 월급처럼 고정된 수입이 있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을 키울 것인가, 셈을 키울 것인가, 각자의 선택이지만 사실 이 경우에는 답이 정해져 있다. 셈을 키우는 건 신이라도 어렵지만 단을 키우는 건 의무교육만 받은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성실하게 노력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식에서는 노력만 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주식에서도 노력을 통해 부를 키울 수 있는 경우는 분명 존재한다. 그게 셈을 보지 않고 단을 보고 방식을 바꾼다면 말이다.
워렌버핏 할아버지가 2단에서 셈을 키우라고 하면 그도 일반 주식투자자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가 성공한 부자, 성공한 투자자로 발돋음한 건 단을 키웠기 때문이지 셈을 키워서가 아니다. 종잣돈(씨드머니)이 많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성공할 수 있던 것이고 종잣돈이 많았기 때문에 우량주에만 몰빵해도 안정적인 배당만 갖고도 충분히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물론 우량주라는 것 자체가 결국 시세 차익도 줄 수 밖에 없으니 워렌버핏이 성공한 투자자로 명성을 떨칠 수 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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