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투자

내가 해외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깨알석사 2022. 9. 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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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

나는 해외주식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고 지금도 할 생각이 없다. 물론 큰 변수가 없다면 앞으로도 해외 주식은 할 생각이 없다. 증권사에서는 가끔 해외주식에 투자하면 몇 달러를 이벤트로 준다고 꼬시지만 나는 늘 패스하고 넘긴다. 나에게 해외주식은 유니버스 같은 존재. 먼 우주 끝 미지의 세계일 뿐이다.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니다. 또 두렵거나 실패할까 봐 걱정해서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국내 주식 시장과 해외주식 시장을 비교했을 때 내 포지션에서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고 더 가치에 적합한지를 따져 선택한 결과일 뿐. 시장 자체의 문제나 위치는 의미가 없다.

동학개미 열풍과 함께 서학개미 열풍도 꽤 대단했지만 차라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투자하면 모를까 해외주식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증시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내고 있고 또 앞으로 전망했을 때도 해외주식 못지않은 잠재력이 있으면서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조금 더 깊게 파고들면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이 갖는 단점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크다. 대부분은 해외주식이 국내 주식보다 장점이 더 많고 효율적이며 이익을 내기 쉬운 구조라 판단하지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수십 년 간 주식을 하면서도 해외 주식은 시장 전체를 보기 위한 흐름의 좌표로만 활용할 뿐 그 자체를 투자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다우지수와 닛케이지수를 참고할 뿐 테슬라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가를 보진 않는다. 지금도 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주가가 얼마인지는 알지만 테슬라와 애플의 주가가 얼마인지는 모른다. 애초에 투자 대상이 아닌 시장 자체로 보는 곳이 해외 주식시장이라 나에게 해외기업의 주가는 의미가 없다. 어차피 투자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개미와 코끼리

우리나라 속담에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 주식을 할 거면 보다 큰 물인 해외증시에서 하는 것이 맞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있고 세계 주식시장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에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용이한 부분도 꽤 크다. 해외주식투자자도 아마 이와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실제 내 주위에서 해외주식을 하는 사람들도 그런 생각으로 접근해 투자를 한다. 무엇보다 한국 시장은 왜곡되고 부정이 많으며 장이 작아 움직임(변동성)이 커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상당수가 결국 시장이 작아 생긴 파장들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그럼 시장이 크기만 하면 다 해결되는 것일까?

개미는 활동 반경이 크지 않다. 자기가 사는 개미굴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진 않는다. 개미는 집을 짓고 사니 당연히 집 주변에 머물며 산다. 개미가 보이는 곳에서는 멀지 않은 곳에 개미집이 늘 있다. 반면 코끼리의 경우는 집을 따로 짓고 살지 않는다. 집단생활을 하지만 유목민처럼 이동하며 산다. 특정한 거처를 마련할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적일 뿐, 그곳이 정착지가 되진 않는다. 물론 코끼리도 활동 반경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에 비하면 그들은 자유롭게 활동하고 움직이며 정착지를 수시로 바꾼다. 물론 코끼리에게 정착지는 경유지이지 종점은 아니다. 코끼리는 먹이를 따라 움직이며 살려하지 터를 잡고 살진 않는다.

우리는 개미와 코끼리의 생활 패턴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각자의 상황에 따른 생태 환경이라 당연스럽게 여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패턴이 주식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구분하면 사실 이 개미와 코끼리는 주식시장의 두 부류와 같다. 개미는 개미투자자이고 코끼리는 기관투자자다. 실제 외형적으로나 투자 형태로 보나 움직임으로 보나 상당 부분 비슷하다. 결국 동물 생태를 이해하고 있다면 투자 생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밖에 없다. 개미에게는 개미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고 코끼리에게는 코끼리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는 것처럼 개미투자자에게는 개미투자에 맞는 투자 방식이 있고 기관투자자에게는 기관에 맞는 투자 방식이 분명 존재한다. 그것이 동물세계든 투자 세계든 결국 "생존전략"과 맞물리기 때문에 때로는 상당히 중요한 원칙이 된다.

개미가 코끼리처럼 산다고 하면 그들의 작은 몸집은 보호 받을 수 없다. 집이 없기에 안식처가 불안정해 개미 알을 낳는 것도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이동하며 당장 먹고사는 건 해결할 수 있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집단 자멸할 확률이 매우 높다. 개미는 정착해야 살 수 있다. 반대로 코끼리가 개미처럼 산다면 코끼리의 먹성 때문에 집 주변의 먹거리는 초토화되는 건 순식간이다. 결국 조금 더 멀리 가서 먹거리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결국 굶어 죽는다. 이 말은 투자 세계에서도 똑같아지는데 동학개미가 서학코끼리가 되어 투자한다면 모를까 동학개미에서 서학개미로 방향만 달라졌을 뿐 개미라는 생태 환경 자체는 여전히 똑같다면 결국 끝은 좋지 않게 되어있다. 로또 복권처럼 일부 극소수의 사람만 운이 좋아 결과를 얻을 뿐, 대부분의 개미들은 결과조차 얻지 못하고 굶어 죽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개미라면 개미에 맞게 움직여야 하고 내가 코끼리라면 코끼리에 맞게 행동해야 먹거리가 해결된다. 즉 주제를 알고 현실을 알아야 먹고 먹히는 생태계에서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하다. 개미인 내가 해외주식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건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인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내가 가진 자본, 코끼리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개미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개미 생태계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과 방법을 찾아야 하지 개미가 주제도 모르고 코끼리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정작 해외주식의 텃밭인 미국에서 미국인들은 주식을 얼마나 할까. 한국에 머무는 미국인은 물론이고 미 본토에 있는 미국인에게 물어봤자 그들의 답은 사실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직접 매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른 나라라고 다를까. 금융 선진국일수록 그 나라 사람들의 직접 주식투자 비율은 의외로 낮다. 반면 간접투자 비율은 상당히 높다. 코로나19로 북적이던 당시 우리나라 증시처럼 미국 증시도 활황이 되면서 미국인들도 직접 투자하는 비율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세발의 피일뿐, 전 국민이 들썩이는 수준으로 주식 붐이 불지 않았다는 건 우리도 안다.

사돈의 팔촌,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나서서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던 우리와 달리 해외에서는 지수는 높아졌어도 투자 열기는 광풍이 불지 않았는데 그건 애초에 그들이 직접 투자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걸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주식이라는 건 간접상품으로 접근하는 것이지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대상은 아니라는 인식이 상당히 강한데 이건 과거 외국인들이 나와 토론하는 방식으로 유명했던 "비정상회담"에서의 패널들에게서도 쉽게 알 수 있던 부분이다. 이 말은 곧 해외 주식시장은 일반인들이 적립하여 쌓아 둔 자금을 활용한 기관투자자들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말로 개인이 직접 개별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개인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적립하면 그 금융기관이 대신 주식투자를 하는 형태로 발전한 형태라는 뜻이 된다. 즉 미국인들은 각개전투처럼 따로 움직이지 않고 뭉쳐 기관처럼 움직인다.

반면 우리는 금융기관에 돈을 맡겨 전문가가 대신 주식운용을 하는 비율보다 직접 투자 비율이 미국보다 높다. 미국과 달리 각개전투 방식으로 개인들이 일일이 전투에 참가해 각자 승부를 보는 방식이다. 운과 때가 맞아 개인들이 일시적으로 몰리면 그것이 기관처럼 뭉친 효과를 내기 때문에 개인들도 기관처럼 승부를 볼 때가 있으나 상당 부분은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뭉치는 효과보다는 파편적으로 흩어져 쪼개지는 경우가 많다. 개인(개미투자자) 승률이 높지 않은 이유다. 개인이 활성화 시장이라면 시장을 꾸준하게 우상승하도록 움직이는 힘, 주가와 호가창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힘을 의미하는 자본(투자금)이 적고 그 움직임의 변동이 워낙 커서 큰 힘으로 모일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은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미국 주식시장은 뭉쳐있는 형태인 반면 우리는 흩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의 움직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우리나라에서 동학개미가 힘을 발휘한 건 개미가 어느 정도 힘을 낼 만큼의 포지션(위치)과 파워(자본력)를 가지고 한쪽으로 우르르 몰렸다가 다른 한쪽으로 우르르 몰리는 형태의 시장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약한 개미라도 일시적으로 뭉치는 시기가 되면 효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반대로 미국에서는 개미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런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는 기관도 외국인도 동학개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대응하지만 외국에서는 개미의 움직임이 크지 않을뿐더러 크게 움직이더라도 시장을 좌우할 만한 파워를 갖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외국인 투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의 매수, 매도 비중이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해외주식을 투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서학개미는 엄밀히 따지면 미국 시장에서 외국인 포지션을 갖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미국 주식을 사면 서학개미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개미투자자 형태로 생각하지만 당연히 미국 시장 입장에서 보면 진짜 개미는 미국인 개인들이지 우리나라의 서학개미가 아니다. 포지션은 당연히 외국인 투자자다. 여기서의 핵심은 이마저도 기관처럼 자금을 묶어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개별 각개전투 형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이는 곧 서학개미가 우리나라 증시의 외국인 포지션을 전혀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식의 특성상 수급의 주체와 수급권은 자본력을 가진 돈의 힘만큼 서열이 짜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뭉치지 않고 분산된다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힘을 낼 수 없고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

펀드로 자금을 모아 정규부대를 편성해 투자하는 것과 개인이 개별로 접근해 비정규부대가 각개전투를 벌이는 건 차원이 다르다. 조직성도 없을뿐더러 지휘관도 없고 (펀드운용자) 지휘 체계도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정규부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실제 전쟁에서는 인해전술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금융시장에서는 그 자금이 뭉치지 않고 흩어진 상태에서 타격을 준다면 인해전술 효과는 미비하거나 일시적일 뿐 타격감이 제로에 가깝다. 애초에 서학개미라 부른 우리나라의 해외주식 개미투자자들 스스로가 외국인이 아닌 개미로 생각해 접근하기 때문에 조직력을 갖춰 대응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방향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따라 움직일 뿐 스스로 시장을 통제하거나 장악할 순 없다. 국내 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이 보여준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해외시장에서도 큰 재미를 보진 못한다.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안목

여기서 해외주식의 단점은 때로는 치명적이다. 주식시장과 주식이라는 정의를 말할 때 가장 핵심적인 건 "자금 융통"이다. 주식이라는 건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고 그 빌려주는 쪽이 은행이 아닌 일반인들이 된다. 그게 주식을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대부분 잘못된 투자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주식시장이 돈 놓고 돈 먹는 도박과 같고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따라 사고 파는 단순한 매매시장으로만 생각하지 실제로는 기업에게 자금을 융통하고 그 융통한 자금을 담보로 발행한 주주권을(권리권) 사고파는 형식의 부차적인 시장이라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이걸 간파했다면 결국 주식투자는 재무제표를 보고 가치투자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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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리는 쪽과 돈을 빌려주는 쪽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기업은 사채를 발행하거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빌릴 수 있다. 그게 더 쉽고 빠르고 간단하다. 굳이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총회를 열고 지배권을 줄여가며 여러 걸림돌을 만들 이유가 없다. 주주는 곧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 주인이 많아지면 신경 쓸 일이 많아지게 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좋을 순 없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은 사실 그런 불편함과 단점을 모두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장을 하고 상장회사를 만들기를 목표로 삼는 것도 그런 이유며 국내 굴지의 재벌조차도 주식시장에 회사를 상장해 오픈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사채와 대출과 달리 이자가 없고 경영권에 위협이 될 만큼의 지배력만 잃지 않는다면 주주에게 빌린 돈 때문에 회사를 빼앗길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건 기업이 사람들에게 빌린 돈을 사실상 갚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해당 기업이 그동안 발행한 주식을 시장에서 모조리 사들여 상장폐지를 하지 않는 이상, 기업이 상장을 유지하고 주식을 발행한 상태로 유지만 된다면 그 기업은 분명 사람들에게 돈을 빌렸지만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 갚을 돈 대신 주식이라는 명분으로 그들 손에 증권이라는 쪼가리를 쥐어주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무조건 갚아야 한다.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아야 한다. 기업이 사채를 발행하는 것 역시 가장 손쉽게 돈을 융통하고 빌리는 방법이나 역시 사채가 만기가 되어 돌아오면 원금을 주고 이자를 얹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주식은 그렇지 않다. 돈은 빌렸지만 (공모와 유상증자 방식으로 돈을 땡김) 돈은 갚지 않는다. 당연히 상식이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보다는 주식 발행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 현대, 엘지가 상장 주식회사인 이유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사회적 가치와 의무를 부여한다. (기업 윤리와 도덕)

기업을 돈을 빌린다는 건 공장을 짓고 사람들을 채용해 월급을 준다는 걸 말한다. 돈을 빌려 투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도 주식투자라 부른다. 공장을 짓거나 신기술 개발에 쓰지 않고 기존의 부채를 갚는다고 해도 그만큼 이자가 줄어 회사의 이익이 늘고 이는 성과급이나 주주 배당으로 활용될 소지가 많다. 사양산업이 아니라면 결국 빌린 자금은 투자 활용 목적에 쓰이게 된다.

이는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도시인 울산과 포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장을 많이 하고 잘 사는 도시로 쓰리탑 안에 든다. 기업들의 본점이 많은 서울이 잘 사는 것도 그런 이유고 수원이 급성장한 것도 삼성이 위치하고 있는 이유며 성남시가(판교) 부자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IT기업들이 상주하는 대표 도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해당 도시에 사는 직장인들이 부를 갖게 되었다는 걸 의미하고 돈을 잘 벌고 잘 쓴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잘 쓰면 소비가 늘어 기업의 생산품이 늘어나고 다시 이는 돌고 돌아 노동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물론 기업이 노동의 가치를 알고 노동자의 안전과 풍요로움을 기본 이상으로 만들어준다는 (인정한다는) 전제에서는 말이다.

한국 주식, 한국 증시는 쓰레기다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건 위에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악이 악을 부른다. 증시에서 떠나면 기업의 자금 융통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그럼 기업은 자금을 기반으로 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못해 비싼 이자를 주고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야 한다. 이는 곧 이자와 원금 상환을 의미하기에 신기술과 같은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영할 요소, 당장 먹고사는데 필요한 곳에 자금을 쓸 수밖에 없다. 이 상관관계를 이해했다면 결국 주식시장, 증권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자금이 끊임없이 원활하게 융통되어야 기업과 노동자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이민을 하거나 장기간 이주를 해서 해외에 머문다면 상관이 없다. 어차피 내가 사는 곳, 당장 내가 머무는 곳이 잘 먹고 잘 사는 곳이라면 그게 가장 좋다. 그래서 내가 미국에 가서 살 거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러나 내가 한국에 살고 앞으로도 한국에 살 것이고 내 후손도 한국에 살 것이라면 당연히 고민을 해야 한다. 당장의 이익을 위한 것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보고 투자를 어디에 할 것인가부터 과연 해외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내국에서 버는 것만큼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수익률이 비슷하거나 반대로 저조한다면 정말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밖에 안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해외에서도 알아 줄 만큼 성장한 데는 국내 증시의 역할도 분명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성장하는데 들어가는 자금력은 그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었고 위기가 닥쳤을 때 헤쳐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잘 나가는 삼성그룹의 회장이어도 세계 부자 100위권 안에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 재벌을 다 모아도 중국 부자에 비하면 약과다. 결국 이들도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서민들처럼 이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금줄이자 돈의 수혈자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증시. 증권시장이다.

수익률을 추구할 것인가 수월한 삶을 추구할 것인가

부산 사람이 돈을 모아 서울에 투자를 한다고 하자, 부산에 살면서 돈을 더 벌 목적으로 서울로 이주를 하여 서울시민이 된다면 모를까 부산에 계속 살면서 돈만 서울에 투자를 굴린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그게 한 두 사람이 아닌 부산시민 전체의 일상이 된다면 부산은 돈이 돌지 않아 (투자가 되지 않고 투자를 못 받아) 낙후된 곳으로 계속 유지가 될 것이고 서울은 돈이 돌고 돌아 계속 성장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거기서 설령 투자 수익을 받았어도 창문 열고 대문 열고 나가면 여전히 낙후된 곳에 사는 부산 시민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돈이 생기고 돈을 벌어도 쓸 만한 곳이 없고 도시는 슬럼화되고 비전이 없으니 재미가 없게 된다.

전국에 있는 국민이 각자 투자금을 모아 전국을 살기 좋은 곳으로 개발한다고 하면 그건 상관이 없다. 그러나 그 돈이 어느 특정 지역으로 쏠려 그곳만 개발하게 되면 그곳에 사는 사람만 좋고 나머지는 더 안 좋은 상황에 몰린다. 최근 벌어지는 지방소멸도 이와 똑같다. 결국 부산사람도, 광주사람도, 대구사람도, 울산사람도 서울에 아파트를 사고 서울에 건물을 사고 서울에 가게를 열어 투자를 한다면 돈을 벌어도 자기 동네는 발전을 못한다. 번 돈의 사용 가치가 의미가 없다. 매주 서울에 놀러 가고 매일 서울에 가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는다. 

뉴욕증시에 투자하는 것과 코스피에 투자하는 것도 동일하다.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는 건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고 이는 곧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 발판이 되면서 기업이 위치한 우리나라가 더 잘 살게 된다. 그 회사에 딸린 노동자와 식구들, 일가 친인척들과 주변 인물까지 영향을 미친다. 동네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거제 조선소가 지금 말하는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다.

주식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와 진면목을 보여준다. 기업이 성장하고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면 소득도 오르고 삶도 윤택해진다. 그럼 결국 여윳돈이 생기고 투자할 대상과 투자금이 더 늘어난다. 그럼 결국 투자자(주주), 기업가, 노동자(근로자)도 성장하고 발전한다. 돌고 돌아 기업이 성장하면 배당금이 늘어나고 주가가 오른다. 주식을 배정받은 주주는 주가가 오르고 배당이 나오니 더 윤택해지고 기업가는 회사가 크고 성장하니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다. 노동자, 근로자도 더 많은 여유 시간과 더 많은 월급(연봉)을 받게 되면서 가족 전체가 전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투자한 돈이 개인으로 보면 미약하나 그게 모이고 모이면 티끝이 모여 태산이 되는 것처럼 결국 우리나라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될 수밖에 없다. 멀리 보면 결국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건 국내 증시 자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성장하니 증시도 활황이 되고 증시가 활황이 되니 창업가도 많이 나오고 창업가가 많이 나오니 결국 일자리가 늘어나는 이런 선순환 구조.

내가 미국주식에 투자한다면 미국과 미국인들은 좋아질 수 있다.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미국에 있고 미국 회사이고 직원은 미국인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거기서 내가 몇 % 의 수익률을 낸다고 해서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기업에 도움이 되는 건 없다. 오히려 미국 회사의 경쟁력만 높여줄 뿐, 장기적으로 보면 누워서 침 뱉기고 내가 내 등에 칼을 꽂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한국기업의 한국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과 미국 기업의 미국인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건 분명 다르다. 당신이 한국인이고 한국에 살고 한국에 계속 살 거라면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더 나은지, 먼 미래를 봤을 때 더 나은 선택인지 스스로 자문하고 결정해야 한다.

난 여길 뜰 것이다, 난 여길 반드시 뜬다, 무조건 난 아메리카인이 되겠다고 하면 지금부터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건 상관이 없다. 모국에 투자하는 건 모든 사람의 당연한 습성이다. 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투자할 것인지, 모두의 이익을 위해 투자할 것인지 주식투자자라면 고민을 해봐야 한다. 80년대 우리나라 상황과 90년대 우리나라 상황을 떠올려 보자. 2000년대 카카오(다음)와 네이버의 모습을 연상해 보자. 그때 그 회사에 수많은 사람들이 증권시장을 통해 자금 수혈을 해주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이 왔을까. 아마 우리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처럼 검색은 무조건 구글로 하고 휴대폰은 전 국민이 아이폰이나 샤오미폰만 쓰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주식 종목이 2천개가 넘는다. 하루에 한 개의 회사를 찾아봐도 1년에 365개 밖에 안된다.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과정에서 1년에 300개 꼴로 기업을 찾아본다고 해도 국내 증권 시장에 몰빵 하면 6년이 걸린다. 2천 개의 기업을 다 찾아보고 다 검토한 결과 투자 대상이 없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 맞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우리나라 기업 성장에 도움을 주려고 해도 떡잎부터 쓸모가 없다면 투자금은 날리게 되고 이는 기업들의 먹튀만 조장할 뿐 당연히 서로의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우리 증시에 발견되지 않은 숨은 보석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기보다는 국내에서 발굴(채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모두의 이익에 투자하는 것이 곧 내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면 해외 주식보다는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해외주식에 굳이 투자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자 핵심이기도 하다. 내가 살려면 모두가 살아야 하고 모두가 살면 자연스럽게 나도 산다. 이게 내가 주식시장에서 배운 핵심이고 내가 주식을 처음 배울 때 간과했던 부분이며 항상 투자를 할 때 고민하게 만드는 결정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래서 자본주의의 결정체, 자본주의의 꽃이 주식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주식에 관심이 있거나 해외주식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아래 질문에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고민하길 바란다. 주식투자는 주주라는 신분을 갖고 해당 기업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인데 단순히 수익적인 부분만 놓고 따져 접근할 것이 아니라 주식이라는 체계(시스템)의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접근한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학습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내가 주주 등재가 되어 있는가?

2.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서 나오는 배당금은 내 이름으로 나오는가?

3.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주식은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4.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주주로서 참석할 수 있는가?

5.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윤리와 가치관에 있어 주주로서 대응하고 해소를 요구할 수 있는가?

6.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경영자와 노동자를 주주로서 만날 수 있는가?

정확하게 네, 아니오가 아니라 두리뭉실하게 그렇지 않을까, 그렇지 않겠어하는 단순한 추측으로 위 질문에 답을 했다면 당신은 내가 속한 지역의 모두가 잘 사는 방식이 아닌 내가 속하지 않은 먼 곳의 다른 소수의 사람들만 잘 사는 방식을 선택했을 확률이 크다. 설령 그게 국내 증권사를 통한 해외 위탁계좌 형식이어도 달라지진 않는다. 저 질문에 "아니요"인데도 저 방식을 고수하겠다면 개인이 직접 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미국 주식 펀드나 국내 증시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미국 주식 ETF를 사는 것이 훨씬 더 낫고 그게 수익 관리 측면에서도 차라리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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