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얼차려가 존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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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얼차려가 존재하는 이유

by 깨알석사 2017.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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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 군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용어다, 사실상 군용어로 자리잡아 사제(?)에서는 잘 쓰지 않지만 군대에서 만큼은 가장 흔히 듣는 용어다.

얼차려는 얼과 차려가 합쳐진 말로 얼은 얼굴을 뜻한다. 얼굴은 다시 얼과 굴의 합성어로 눈, 코, 귀, 입처럼 구멍(굴)이 존재하는 곳에 얼이 있어 얼굴로 불려진다. 여기서 얼은 "정신"을 뜻하기 때문에 얼굴은 정신이 깃든 장소라는 뜻이 되고 얼차려는 정신차려! 라는 말이 된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이유다.

따지고 보면 얼차려 만큼 합리적인 수단도 없다, 얼차려 자체가 정신을 다잡고 올바르게 정신차리게 해주기 위함이라 규범대로만 한다면 당연히 폭력이나 협박과 무관하다, 간혹 구타와 연관지어 잘못 쓰이기도 하지만 원래 얼차려는 정신차리라고 하는 행동이라 몸과 마음에 긴장감을 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긴장감을 욕이나 폭행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건 잘못된 얼차려이고 그런 얼차려를 주는 상급자 자체가 얼차려(정신차려)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올바른(!) 얼차려는 흔히 말하는 기합주기 형태다, 엎드려 뻗쳐, 팔굽혀 펴기, 앉아서 쪼그려 뛰기 등의 유격체조를 응용하거나 뜀뛰기, 연병장 돌기, 오리걸음, 완전군장 메기처럼 체력을 증진하고 보강하는 훈육 개념이 가장 흔하면서 많다, 혼나면서도 건강해지는 시스템이다. 

예전에 지인 중 누군가가 종영된 "진짜 사나이"의 식당 장면을 보고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는데 밥도 편하게 못 먹게 하고 허리 쭉쭉 펴고 눈치 봐가면서 대화라도 하면 밥그릇 날라올 것처럼 긴장하고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한 적이 있다.

훈련 중일 때는 그나마 이해는 하는데 밥 먹는 식당 안에서도 조교가 쳐다보고 있거나 또는 상급자의 눈치를 봐가면서 음식도 마음대로 남기지도 못하고 쥐죽은 듯이 먹어야 하는 누구라도 체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과연 강군 육성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이자 한숨 섞인 말이었는데..

난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대민봉사와 치안유지가 최우선 목표인 경찰과 달리 국토방위와 국민 생명을 수호하는 군인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가장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건 마음가짐인데 경찰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범죄자를 소탕해서 깨끗한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목표가 가장 우선인데 경찰은 원래 목숨을 희생해야 하는 공무집단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순직하는 경우는 있지만 직업 자체가 내 목숨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며 자기가 언제라도 공무 중에 죽을거라고 생각하는 경찰관이 없는 것처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장공무집단이지만 군인과는 분명 다르다.

반면 군인은 징집이든 지원이든, 언제라도 전쟁터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인지는 하고 있으며 또 전쟁 중에, 전투 중에 사망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땅과 사람을 지키는 군인은 원래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군 복무 내내 죽음이라는 걸 한번은 상기하게 된다.

제복문화와 제복을 입은 자에 대한 예우가 잘 되어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군인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거나 우대를 해주는 것도 언제라도 희생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고 자신들을 위해 언제라도 대신 싸워 지켜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흔하게 접하는 경찰관에게는 미국도 그런게 덜하다 (우리처럼 JOB새 ㅡ.ㅡ;;; 취급하는게 더 많다) 그렇다고 해서 군인과 경찰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애초에 임무와 목적이 다르고 경찰관을 흔히 경찰공무원으로 부르는 것처럼 경찰은 행정공무원의 테두리에서 주민에게 대민봉사를 하는 직업이고 군인은 대민을 상대로 하는게 아닌 적(범죄자와 개념 조차 다른)과 싸우고 막는게 유일한 임무이기 때문에 단순희 희생 척도만 가지고 누가 더 위대하고 중하다는 걸 따진다는 건 소모적인 논리다. 단지 비슷한 두 직업의 세계에서 차이점은 알고 있자는거다

결국 목숨을 희생하거나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 군인에게 가장 빠질 수 없는 건 "정신력"이고 그 정신력은 대부분 긴장감에서 최대치가 나온다. 모든 사람은 긴장할 때 집중력이 높게 되어 있다. 정신 바짝 차리게 된다는 말이다.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총을 휴대하고 포를 쏘고 수류탄과 같은 살상 무기를 쓰는 집단에서는 단 한 사람의 실수가 그 사람 뿐 아니라 모든 동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긴장감의 연속, 먹고, 싸고, 잠자는 그런 편안한 순간 조차도 항상 긴장해야 하고 긴장할 준비가 되야 한다는 걸 "반복 학습" 시켜주기 위해 훈련소에서는 더욱 강하게 쪼이게 되어 있다. 자대와 달리 훈련소에서는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목욕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긴장하고 있으라고 가르친다. 이게 누군가에게는 나쁘게 보여도 군인의 생태와 습성, 목표와 목적을 이해한다면 이럴 수 밖에 없다. 긴장 안타는 군대는 당나라 군대보다도 못하다 아니면 전쟁광이거나 그냥 미친넘이거나.

물론 적절한 타이밍과 수위 조절은 필수다, 긴장감이 군대에서 꼭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오버해서 긴장감을 조성하게 되면 탈이 나기 쉽다. 탈영이나 자살 등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도 그런 케이스다. 또 괴롭힘이 목적인 것과 올바른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시행하는 얼차려는 아예 근본이 다르다, 괴롭히기 위해 하는 얼차려라면 그건 얼차려, 정신차려가 아니라 범죄다, 단지 자기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시행하는 얼차려 역시 잘못된 얼차려다, 얼차려는 화풀이 용도가 되어서도 안되고 누군가를 압박하거나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도 쓰이면 안된다, 얼차려 자체가 기합을 받는 쪽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니만큼 얼차려를 받는 대상에게 깨우침이나 반성, 자아성찰이 없다면 잘못된 얼차려라고 할 수 있다.

휴가 나온 군인이 집에 와서도 아침 일찍 일어난다거나 팡빠레 나팔 기상 소리에 놀라거나 하는 것도 긴장감이 무의식 중에 자리잡은 경우인데 긴장감 조성이 꼭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또 상황에 따라서는 긴장감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군대에서의 얼차려는 필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제3자나 군대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래 설명할 얼차려 광경이 굉장히 낯설거나 부당한 얼차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훈육의 한 틀로서 훈계와 교육은 때로는 원래의 취지와 벗어나도 가끔 용서가 되고 납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 아래가 바로 그런 얼차려의 합리성과 납득(일리)이 되는 경우다 ^^;;

부러운게 아니라 이건 그냥 나쁜거다, 그래서 혼내주는거다 ^ --------- ^ 내가 교관이었어도 얼차려 줬다 ㅋ

무의미한 희생보다 허망한 건 없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긴장감 조성은 필수고 정신 다잡기는 필수다, 군대에서는 간혹 엉뚱한 일로 얼차려를 주거나 크게 잘못된게 아닌데도 얼차려를 주는데 (위 상황처럼..) 원래 단순 훈련이 아닌 훈육이 목표인 상황에서는 아무런 잘못을 안해도 아무 행동을 하지도 책 잡힐 이유가 없어도 없는 걸 만들어 혼내야 하는게 훈육의 한 축인 만큼 상황에 따라 재미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잘못을 할 때만 얼차려를 받는게 자대 생활이라면 잘잘못과 무관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혼나야 하는게 훈련소 생활이라고 볼 수 있는데 훈련소에서의 얼차려는 그 자체가 하나의 훈련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모든 국가의 군대가 다 그러하며 심지어 해병대 캠프에 가서도 이유없이 쭉 혼나는 것처럼 실제 자대 생활에서의 얼차려와 훈련소(훈련상황)에서의 얼차려는 구분해야 한다. 사격을 하는 날, 자대라고 해도 얼차려부터 먼저 받고 사격에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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