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표현한 로비스트의 화려한 말빨 정치 드라마 - 미스 슬로운 (Miss Slo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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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지성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표현한 로비스트의 화려한 말빨 정치 드라마 - 미스 슬로운 (Miss Sloane)

by 깨알석사 2017.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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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활동이 가능한 로비스트가 주인공인 영화, 그 로비스트가 여성이며 최고의 능력을 갖춘 커리어우먼이라는 영화적 요소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한다. 전략적인 사고방식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결코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대상으로 인식될 만큼 강렬하고 화려하다.

로비스트가 아닌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면 미스 슬로운이 몸담고 있는 캠프의 대선주자가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는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활약상은 상상 이상이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행동마저 서슴치 않으며 이기기 위해서 자신의 동료들 감정까지 팔아치우는 잔인한 모습은 지성미라는 이름 아래 무섭지만 아름답게 그려나간다.

블랙 리스트 (영화화 되기 전의 시나리오) 마켓에서 최고의 각본으로 이 영화 시나리오가 선정되었다는 점에 대해 어떤 반론도 들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 있고 훌륭하다. 몸으로 싸우는 것보다 토론장처럼 말로 싸우는게 더 멋있고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는데 수없이 치고 받는 말빨 전쟁은 이 영화의 큰 축이다. 

처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액션과 같은 몸짓이나 풍경 등을 담는 장면은 거의 없고 사람들이 등장해 서로 주고 받는 엄청난 대사가 사실상 전부다, 기존의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내면이나 성격,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구현하고 시간을 할애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것조차 말빨로 모두 포장해 보여준다. 어느순간 귀가 뻥 뚫릴 정도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가 많다. (대사를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만큼 영화를 볼 때 절대 잠이 오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나라 (한국) 에서 영어교사로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 출신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연히 듣게 된 로비스트의 삶 이야기를 듣고 힌트를 얻어 작품을 쓰게 되었는데 첫 작품이 바로 대박난 케이스

얼마전에 구강액션이라 표방하는 데드풀과 역시 말빨로 서로 죽고 죽이는 만담강호 (국내 애니메이션) 를 본 적이 있고 두 영화 모두 리뷰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데드풀과 만담강호는 B급, 저급한 말빨 전투의 구강액션이라면 <미스 슬로운>은 완전 화려하고 고급진 말빨 전투로 최고의, 최강의, 최대의 특A급 말빨 액션 그 자체다. 구강액션의 최상위급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이런 싸움은 누구나 한번은 동경해 볼 정도로 멋있게 그려냈다.

승리를 위한 욕망과 집착, 치밀함, 치졸함, 잔인함, 무자비함, 언어폭력 등 오로지 이기기 위해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작전과 전략은 범접하기 힘들고 때로는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로 무섭게 다가온다.

미국에서 자주 거론되는 총기 사용 및 총기 사고와 관련해 영화는 그 부분을 대결 장치로 삼았다. 총기규제 관련 법안을 두고 총기규제를 해야 한다는 쪽과 총기규제를 않아도 된다는 쪽이 대결을 하는 것이 줄거리로 총기를 규제해야 하는 법안 지지와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진영의 의원들 표심을 잡는 로비스트의 활약은 상상 이상이며 매순간 긴장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된다.  

미스 슬로운을 보면 전략가로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전술가로서는 치명적으로 약하다라는게 눈에 띈다. 흔히 전략가는 전술을 모르고 전술가는 전략을 모른다고 하는데 판을 움직이고 계획하고 운영해 나가는 로비스트의 전략은 굉장히 화려하고 잘 구현되는 반면에 그런 전략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전술적인 방법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런 전술은 실패한 것이 아니었고 또 일부는 의도된 실패를 가장한 전술이었기 때문에 전술적인 부분이 무조건 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승리는 얻고 사람은 잃는 전형적인 전술 부재 전략가 스타일로 여주인공이 그려진다. 물론 상대방 진영은 전술은 능해도 전략이 뒤따라주지 않는 것처럼 전술이 딸려도 전략이 최강이면 슬로운처럼 승자가 될 수는 있지만 로봇처럼 차갑고 인정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그녀에게 어느순간 이질감 보다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차라리 이럴거면 더 완벽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최첨단 인공두뇌를 가진 로봇처럼 말이다. 

-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자신의 승리만 믿지 않는다 - 굉장히 멋진 대사다, 영화를 보면 더 잘 알겠지만 아무리 유능하고 아무리 스마트하고 아무리 막강해도 혼자 보다는 팀이 낫고 나 보다는 우리가 낫다는 걸 보여준다. 아무리 잘났어도 아무리 똑똑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모든게 허사다, 

지덕장이라는 말처럼 최고의 장수는 명장, 용장, 맹장, 지장, 덕장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한 수위 절대지존은 "운장"으로 항상 정리된다. 제 아무리 잘나고 뛰어나도 운장이 등장하지 않으면 최고의 장수가 될 수 없다. 그런 운이 슬로운에게도 항상 따르지만 가만보면 그런 운조차 전략적이고 기획적이다. 운도 무조건 기다리는게 아니라 때와 시기를 노려 내 것이 되게끔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를 다 보면 그런 운조차 결코 단순한 운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능력치 범위 안에서 결국 본인이 직접 뽑아낸 운들이 많다.  

일반인 평점 8점대, 전문가 평점 7점대로 평점이 높은 편이다. 일반인들 평론을 보면 개깜놀 수준으로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솔직히 나도 최고의 작품이라고 칭송하고 싶을 정도다. 블랙 리스트 시장에서 최고의 각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영화를 본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좋은 영화, 좋은 작품의 척도가 된다는 걸 다시한번 제대로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영화는 스토리, 시나리오가 8할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야기 전개 자체가 대박이고 로비스트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감정 이입이 될 수 있는 전략적인 말빨전쟁 소재라 부담감이 전혀 없다.

이 영화에는 반전 따위는 없을 줄 알았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머리속에 든 생각은 이걸 어떻게 마무리 짓고 어떻게 이끌어나가려고 하는가 하는 걱정이 우선이었다. 재미는 있는데 뒤에가서 엉망 되는거 아닌가 할 정도로 저질러 놓은 이벤트가 너무 많다. 아무리 뛰어나고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해도 주워담기 힘들 정도로 일이 커졌고 예상과 달리 일은 꼬이고 만다. 엉킨 실타래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는 걱정은 누적되었지만 결론은....쓸데없는 걱정, 최고의 로비스트라는게 단지 설정이 아니라는걸 확실하게 느낄 정도로 아무리 극화 속의 가상 인물이어도 그녀의 지성미는 매혹적이다 못해 치명적이다.

- 로비의 핵심은 통찰력이에요,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한 후 "대책"을 강구해야 하죠 - 말은 잘한다만 결국 말만 그럴싸했지 너도 별 수 없구나 하면서 말만 하지말고 너에게 생긴 일을 잘 예측하고 대책을 세웠어야지~라고 비아냥 거렸던 내 자신이 생각난다.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고 어디까지 대책을 세울 수 있느냐의 차이, 프로와 아마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대사들은 버릴게 하나 없고 주옥 같은 명언들이다.

청문회에 불려나간 상황에서 총기규제 법안은 둘째치고 여주 인생 자체가 끝장났구나 싶었다. 잘 나가는 최고의 여성 로비스트가 망가지고 타락하는 과정을 그려나간 평범한 드라마라고만 생각했지만 이건 어지간한 스릴러나 액션 보다 더 낫다. 상황을 뒤엎는 결말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

영화는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로 평가하고 싶다, 10점 만점을 줘도 부족함이 없지만 평점마저 완벽하면 영화 속 그녀에게 너무 잔인하게 구는 것 같아 심정적인 부분을 고려해 9점대로 논하고 싶다.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토론 등과 같은 고급스러운 언쟁(말싸움)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권력을 뒤흔드는 여전사라는 포스터 문구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 구강액션, 말빨전쟁이라는 내 표현도 마찬가지로 이 정도면 정말 말로 싸우는데는 최고의 전사, 여전사다. 

인간미는 상실했지만 지성미는 제대로 갖춘 여자, 지적 능력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솜씨는 정말 압권이다.

선량한 사람들의 입장처럼 보이는 총기규제 법안 로비라는 대의는 명분이 되지 않는다, 어려운 싸움, 힘든 전쟁을 한 이유가 "이길 수 없는 게임에서 이기고 싶어서"라는 솔직한 말은 최근 본 다큐영화 "미국을 일으킨 거인들 (OBS에서 최근 방영한 "부의 탄생") 과 맞물리면서 많은 파편 덩어리 교훈들을 던져준다.

로비스트의 삶이 궁금한 사람에게도 강추하는 영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남성들 위에서 군림하며 심지어 남자를 가지고 노는 주인공을 보면 여성 관객들에게 걸크러쉬한 매력과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한 번은 같이 일해보고 싶을 정도

승률 100%의 로비스트라는 명성이 과연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접자, 마무리가 굉장히 멋있다

각본을 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될 정도다. 똑똑함에 반한다는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꼭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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