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난폭운전의 끝판왕을 실시간 생방송 중계로 생생히 보았다 (공중파 3사의 취재차량 과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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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자동차

불법 난폭운전의 끝판왕을 실시간 생방송 중계로 생생히 보았다 (공중파 3사의 취재차량 과열 경쟁)

by 깨알석사 201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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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를 했다. 저녁 6시 30분이면 나온다하여 주요 방송이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생중계로 청와대 정문앞을 보도하고 있었다. 어차피 쫒겨난 대통령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인데 뭐가 대수냐 싶었지만 그래도 쫒겨나는 사람의 그 표정이라는게 궁금한지라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럭저럭 시간 때우면서 대통령이 차에 탔다, 이제 곧 나온다 호들갑은 다 떨더니 30분 이상 더 잡아먹으면서 차에 탔다는 이야기는 쏙 빠지고 참모들과 인사 중이라고 얼버무리는 모양새가 비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일단 뱉고 보자 하는 방송 취재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대통령의 차량이 청와대 문을 나서자 방송국 차량들이 하이에나(?)처럼 몰려 들었다. 국민의 알권리,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고 예상했던 일이다. 솔직히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로 올라올 때 방송국 차량들이 버스 옆에 붙어서 실시간 중계를 하는 장면을 보고 하루종일 버스 껍데기만 보여주면서 위험한 짓은 다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보기 불편한 건 예전 그대로였다.

청와대에서 삼성동 사저까지의 예상 경로까지 파악해 가며 대통령을 따라 붙어 이동하는 장면을 생생히 보여주겠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나 역시 뉴스를 보고 있는 이유가 그런 걸 보기 위함이니 딱히 부정하지는 않겠다. 근데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이번에 확실히 들었다.

일요일 저녁이라고 해도 여전히 일반차량 통행이 많았고 도심은 복잡했다. 초반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그럭저럭 카메라에 잡혀서 잘 따라가는가 싶었는데 이내 경찰 싸이카에 막히더니 대통령 차량은 커녕 뒤에 따라가는 경호차량 보여주기 바쁜건 황당 그 자체,  

SBS는 그나마 낫다, 길목을 예상해 아예 도로에 카메라맨을 준비시켜 깨끗한 화질로 도로가에서 화면을 중계해 길목 중계라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예상 경로를 꽤 잘 파악하고 미리 카메라맨들을 길목마다 잘 배치한 듯한 인상이었다. 초반 이후 취재 차량의 중계 화면으로는 대통령 차량 보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SBS, KBS, MBC를 번갈아 보며 시청했는데 어느순간 본질은 사라지고 엉뚱한 장면이 내 눈에 확 들어오면서 말도 안되는 상황을 생중계로 목격하기에 이른다

취재열기가 아무리 심하고 과열 경쟁이라고 해도 정도껏 해야지 생중계로 중계차량이 이동하는 장면 자체는 난폭운전의 끝판왕이자 불법 운전의 종합선물 그 자체였다.

가장 황당한 건 MBC, 대통령이 탑승한 본진 대열을 놓친 이후 중계차량이 그대로 갔던 길을 따라만 갔는데 그걸 계속 보여줬다. 대통령 본진 대열 보다는 대열의 한참 뒤쪽에 떨어져 있는 경찰 오토바이 한대 보여주면서 따라가는게 전부, (오토바이 구경만 했다) 그런데 어떻게든 따라잡겠다고 쭉 가는데 올림픽대로 진입하고 나서부터는 완전 난리도 이런 난리가 따로 없다. 

지그재그 운행? 이해한다. 취재차량이고 통제가 된 도로에서 경찰들과 함께 이동하는 경우라면, 또 이번처럼 특수한 경우라면 본인들 입장에서는 취재진도 일행이라고 간주할 수 있어 "잘 따라만 간다면" 어느정도 난폭 운전은 이해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도를 넘어섰다.

SBS 화면에서 대통령 차량은 커녕 방송국 취재차량과 카메라맨 보는게 더 많아 어이없어 하는 찰나에 어떤 방송국인지 중앙선을 넘어 가는 장면이 나오더니 방송국 차량끼리 꽤 위험하게 지그재그 운전을 한다. 이후 별 다른 후속 장면이 없어 MBC로 돌렸다가 역시 보도차량 화면만 주구장창 보게 되었는데 대통령 차량하고 사실상 무관할 정도로 완전 뒤쳐져 홀로 가는 차량은 화면을 그대로 송출하고 있었고 4차로에서 2차로로 급차로 변경은 물론 차 사이를 지그재그로 횡단하며 말 그대로 비 사이로 막까~식으로 안전 운행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3사 모두 중계화면이 거기서 거기, 전부 대통령 차량 놓쳐서 뒤쫒아 가는 장면만 보여줬는데 MBC는 올림픽대로 빠지자 마자 개깜놀 운전을 시전한다.

설마 대통령 차량도 카메라에 안 잡히는 상황인데 앞에 빨간 신호등을 까고(?) 그냥 가진 않겠지 싶었지만 그냥 깠다. 조금 큰 사거리에 와서도 빨간 불에 걸렸는데 좌우측에서 통행하는 차들이 있어 통과는 절대 불가, 역시나 중계차량이 신호앞에 멈춘다.

하지만 슬금슬금 앞으로 기어나가는 장면이 연출, 과감히 좌회전을 하는 장면에는 화면 위로 우측 차로의 차량들에게 주는 "녹색" 신호등이 보인다. 좌우 녹색신호인데 그걸 무시하고 좌회전 했다.

대통령 본진과 상관없으니 신호등이 정상 작동하는 건 당연하다. 좌회전 하자마자 얼마 못가 또 신호에 걸린다. 중계차량은 실시간 생방송으로 "역주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중앙선을 넘어 신호에 걸린 차량 앞으로 넘어간다. 다음 신호에서는 보행자 신호가 걸린다.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도 있다. 그냥 통과한다.

신호는 한번도 지키지 않는다. 중앙선은 그냥 넘어간다. 역주행도 한다. 급차로변경은 기본이다. 신호위반은 보너스다. 썬루프 위로 올라와 카메라 들고 있는 분은 안전벨트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단속을 한다면 안전벨트부터 시작해 어떤 것부터 적발해야 하나 고민될 정도로 모든게 불법 투성이다.

대통령 본진 대열과 함께 이동했다면 이해한다. 방송 카메라에 실시간으로 계속 대통령 차량이 잡혔다면 그걸 보여주기 위해 그랬다고 이해한다. 근데 청와대 입구 나오자마자 사실상 그냥 "대통령이 달렸던 길"을 따라갔을 뿐이다. 어떻게든 쫒아가겠다는 건 아는데 현장 중계가 제대로 안되었는지 차량 지원이 1대 뿐이었는지 중계화면은 차량 한대에만 집중되었고 그 차량은 그냥 일반 차량속에 섞여 불법 운전을 생생하게 중계하고 있을 뿐이다. 그냥 보면 블랙박스 화면 보는 것 같았다. (난폭운전 블랙박스 방송에서 흔히 보는 풍경과도 비슷)

올림픽대로처럼 자동차 전용도로에 오토바이 타고 취재차량에 붙겠다고 한 발상 자체가 어이없었다. 그래도 상식이 있는 교통경찰 싸이카 덕분에 올림픽대로 입구에서 오토바이 취재진은 모두 통제가 되어 출입이 안되었지만 싸이카가 막지 않았다면 그마저도 무법천지로 방송국 오토바이들이 올림픽대로까지 들어가 생쇼를 했을 건 당연하다.

녹화도 아니고 실시간 생중계로 이런 난폭운전을 생생히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올림픽대로 이전까지 보여준 방송국들의 차량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운전행태였다. 그러나 올림픽대로에서 오토바이 걸리고 나서 대통령 차량 놓친 이후부터는 이런 난리가 따로 없다.

고속버스는 물론 일반 차량, 승용차도 대열로 운행하면 불법이다. 타인에게 위협이 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당연히 안된다. 그럼에도 이런 특수한 경우는 충분히 모른체 해줄 수 있다. 근데 중앙선 넘고 역주행 하고 다니면서 보행자 신도까지 무시하고 삼성동 사저까지 세상 무법천지로 움직이는 행태는 정말 끔직했다.

앞에 경찰이 있고 싸이카 경찰이 있어도 중앙선 넘는 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취재경쟁, 취재열기가 정말 무섭긴 하구나 하는 걸 실감했다. 그거 한번 보여주겠다고 쌩쌩 달리는 차 위로 상반신 내밀고 카메라로 찍고 있는 사람들이나 사고나면 100% 크게 날 텐데 그걸 보고서도 방치하는 경찰이나 한심하긴 똑같다. 뒷좌석에서 창문 열고 찍든지 해야지 차량 위에서 시원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취재원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

생중계로 실시간 방송된 SBS와 MBC 화면 원본을 난폭운전 관련 보도 프로그램에서 한번 다루었으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은 불법과 난폭 운전은 다 나왔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는데도 지나갈 정도인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취재도 좋고 기자 정신도 좋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고속도로 추격 장면에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도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방송국 임원진도 놀랍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기초질서부터 확립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언론도 중요하지만 취재하는 과정에서 지킬 건 지켜야 하고 법을 어기면서 취재를 하는 건 당연히 용납될 수 없다. 취재를 해야 하는 차량과 붙어서 가야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정도를 넘었다.

방송 3사의 방송 원본을 꼭 찾아보면 그런 소리 안나온다. 일행 놓쳐도 한참 놓친 중계차들이 도로교통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제멋대로 한 것이 그대로 방송 되었다. 이건 취재가 아니라 취재하러 가는 길이라고 봐야 한다.

자막에는 대통령이 이미 삼성동에 도착한 걸로 나오는데 SBS 차량은 이제 올림픽대로 달리고 있고 MBC는 올림픽대로에서 나와 혼자 뻘짓하고 있었다. 대빵만한 TV화면에 왜 저런 불법/난폭 운전하는 중계장면만 보여줄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준비된 카메라나 중계 화면이 없어 그냥 이거라도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이번 방송 취재 경쟁 과정에서 불법운전과 난폭운전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 화면이 나오는 경우에 한해 벌점과 교통 범칙금 처분은 필수라고 본다. 회사에서 돈을 내주든 운전한 본인이 납부를 하든 생중계로 난폭/불법 운전이 고스란히 방영된 만큼 잘잘못 따지기는 쉬울 걸로 예상된다.

그리고 주요 방송사도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과열 경쟁과 그로인한 불법운전, 난폭운전에 대해 정중히 사과 방송도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들 도로교통 안전과 기초질서를 위해 관련 방송도 편성하면서 "그라믄 안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 보도 경쟁에서는 폭주족보다 더 한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 앞과 뒤가 다르지 않다는 걸 사과해야 한다.

처음부터 중계차량의 과열 경쟁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그냥 나는 대통령이 쫒겨나는 장면이 궁금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작 보여준 건 꽁무니였고 그것도 한참 뒤에 떨어져 있는 경찰들과 경호실 차량이었다. 결국 삼성동에 도착할 때까지 보여준 화면은 중계차량의 "주행 장면"뿐이었고 결국 자연스럽게 블랙박스 영상 시청하듯 그들의 불법주행이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볼게 없으니 당연)

인간적으로다~ MBC 중계차량은 반성 좀 많이하자, 다른 언론사의 차량도 그닥 다르진 않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화면이 MBC고 짤막한 순간이었지만 니네들이 제일 심했다. 생중계로 방영된 만큼 화면 확보는 쉬울텐데 경찰이나 방송국이나 이번 중계과정에서 생긴 난폭운전과 불법운전, 시민과 일반 차량에게 불편을 준 것에 대해서도 단도리(!) 있는 처신이 필요하다.

최근 난폭운전과 관련해 교통법도 강화되고 난폭(보복) 관련해 꽤 민감한 시점인데 아주 보기 흉한 장면이었고 생중계라 더 꼴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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